고방[3850]鵝溪이산해-黃保八咏[황보팔영]
箕城錄(기성록)과 黃保里(황보리)
아계유고는 모두 6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앞 3권이 ‘기성록(箕城錄)’으로서
이산해가 기성 즉 평해(平海)에 유배된 동안 지었던 시문을 수록했다.
그가 평해에 정배된 해는 일본의 침략 전쟁이 발발했던
1592년 임진년이었고, 당시 그의 나이는 54세였다.
‘기성록’의 기록에 따르면 그 이전에 지었던 시문은
전쟁으로 거의 소실되었다고 한다.
黃保里(황보리)는
이산해는 본관이 한산(韓山)으로 자는 여수(汝受)이고. 호는 아계(鵝溪).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1561년(명종16년) 문과에 급제. 부제학 . 대사간. 도승지. 대사헌. 이조판서. 우의정을 거처 52세에 영의정에 올랐으나. 선조25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유성룡과 함께 서수론(西狩論)을 주장하여 어가가 의주로 몽진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으나. 이 일로 개성에서 탄핵을 받아 파직되고 평양에 가서 다시 양사(兩司)의 탄핵을 받아 당시 강원도 평해(平海)에 귀양을 오게 된다. 이때가 그의 나이54세였다.
평해 에서의 유배생활 3년은 이산해에게 있어 문학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시기였다고 역사가들은 평하는데. 그의 저서인 아계유고(鵝溪遺稿)에 실려 있는 시 840수 가운데 절반이 넘는 483수가 이 기간에 지어진 것이거니와, “그의 시는, 초년에 당시(唐詩)를 배웠고 만년에 평해로 귀양가 있으면서 조예가 극도로 깊어졌다.” 허균(許筠)의 평가에서도 알 수 있다.
아계유고 제1권 / 기성록(箕城錄) ○ 시(詩)
鵝溪遺稾卷之一 / 箕城錄
黃保八咏。贈安善元
황보팔영(黃保八詠).
안선원(安善元)에게 주다.
竹園棲禽
滿園脩竹碧雲深。倦鳥知歸趁夕陰。
堪笑世間名利子。白頭乾沒竟何心。
대숲에 깃든 새
동산 가득 긴 대숲에 푸른 구름 깊은데 / 滿園脩竹碧雲深
지친 새는 석양에 보금자리 찾아 나네 / 倦鳥知歸趁夕陰
우스워라 세간의 명리를 좇는 사람이여 / 堪笑世間名利子
백발에 끝없는 탐욕 그 무슨 마음인가 / 白頭乾沒竟何心
村蹊樵唱
斜陽冉冉下溪漘。叱馬驅牛盡載薪。
牧笛吹殘樵唱繼。一區猶作大平民。
촌락의 오솔길에서 나무꾼이 부르는 노래
뉘엿뉘엿 지는 석양에 시냇가로 내려와 / 斜陽冉冉下溪漘
우마에 잔뜩 섶을 싣고 이랴 쯧쯧 재촉하네 / 叱馬驅牛盡載薪
목동의 피리 잦아들자 나무꾼의 노래 이어져 / 牧笛吹殘樵唱繼
이곳은 온통 태평 성대를 구가하누나 / 一區猶作大平民
林亭脩禊
溪翁野老自成村。斗酒招呼笑語喧。
春社罷來山日暮。不妨扶醉任兒孫。
숲 속 정자에서 계회(禊會)를 열다.
시골 늙은이들 모여 절로 마을을 이루니 / 溪翁野老自成村
말술로 서로 불러가며 웃음꽃이 만발하네 / 斗酒招呼笑語喧
춘사를 마치자 산 속에 해가 저물어 / 春社罷來山日暮
취한 몸 아이들 부축에 맡긴들 어떠하리 / 不妨扶醉任兒孫
岳寺尋僧
靑鞵布襪策輕藤。寺在煙霞第幾層。
眉白老僧曾有約。上方鳴磬獨懸燈。
악사(岳寺)에서 중을 찾다.
푸른 망혜 베 버선에 가벼운 지팡이 차림 / 靑鞵布襪策輕藤
절은 자욱한 연하 속 그 어드메 있느뇨 / 寺在煙霞苐幾層
흰 눈썹 노승은 미리 약속이라도 해둔 양 / 眉白老僧曾有約
절간에 경쇠를 울리고 홀로 등불을 달았네 / 上方鳴磬獨懸燈
花村喚酒
橋頭溪水欲流澌。夜雪糢糊壓竹籬。
莫怕春寒猶料峭。東鄰綠酒當金龜。
화촌(花村)에서 술을 마시다.
다리 아래 시냇물은 잦아들 듯 흐르고 / 橋頭溪水欲流澌
밤눈은 희미하게 대 울타리를 누르네 / 夜雪糢糊壓竹籬
봄추위가 아직 매섭다고 두려워 마세 / 莫怕春寒猶料峭
동쪽 이웃 좋은 술 금귀도 아깝지 않네 / 東鄰綠酒當金龜
越松步月
松影橫沙玉露溥。桂華如水着人寒。
從前憂樂多閑賞。誰料天涯此夜看。
월송정(越松亭)에서 달 아래 거닐며
솔 그림자는 모래톱에 어리고 맑은 이슬 내려 / 松影橫沙玉露溥
달 속의 계화는 물처럼 맑아 차가이 와 닿네 / 桂華如水着人寒
종전에 희비 속 한가한 유람도 많았지만 / 從前憂樂多閑賞
천애의 이날 밤 달구경 생각이나 했으랴 / 誰料天涯此夜看
梅花春雨
生平習氣未全灰。辛苦移家爲愛梅。
一樹半開煙雨裏。淸香疑是玉人來。
봄비 속에 핀 매화
평소의 성벽이 아직도 남아 있어 / 生平習氣未全灰
고생스레 이주한 건 매화를 사랑하기 때문 / 辛苦移家爲愛梅
한 그루 안개비 속에 반쯤 꽃을 피우니 / 一樹半開煙雨裏
맑은 향기 흡사 미인이라도 올 듯 / 淸香疑是玉人來
枳林秋色
官堤秋晩葉初零。黃顆經霜滿樹明。
始信營營唯口腹。金丸堆積沒人爭。
탱자숲의 가을빛
관가 제방에 가을이 깊어 탱자잎이 지니 / 官堤秋晚葉初零
서리 맞은 노란 열매 나무 가득 환하구나 / 黃顆經霜滿樹明
이제야 알겠다 세인들은 구복에 급급하여 / 始信營營唯口腹
황금알이 저리 쌓여도 다투지 않는 것을 / 金丸堆積沒人爭
[주-D001] 춘사(春社) :
입춘(立春)이 지난 뒤 5일째 되는 무일(戊日)에 풍년을 기원하여
토지신에게 지내는 제사.
[주-D002] 금귀(金龜) :
벼슬아치가 차는 거북 모양으로 된 인장.
이백이 고인이 된 벗 하지장(賀知章)을 생각하며 지은 시
대주억하감(對酒憶賀監)에
“금귀로 술을 바꾸어 먹던 곳에서 벗을 생각하며 눈물로 수건을 적시네.”라 하였다.
[주-D003] 맑은 향기 …… 올 듯 :
수(隋) 나라 조사웅(趙師雄)이 나부산(羅浮山) 아래를 지나다가 날이 저물었는데,
숲 사이의 주막에서 소복을 입은 미인이 그를 맞아 함께 정겹게 술을 마시다
취해 자고 일어나 보니 미인도 주막도 없고
자신은 큰 매화나무 아래에 누워 있었다 한다. 《尙友錄 卷16》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하 (역) |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