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 홍어
박치원
영산포에서 택배가 도착했다
뼈가 없는 홍어 볼살 부분이다
늙으신 부모님을 위한 부위라는데
적당히 삭아 말랑말랑한 게
초고추장에 신 김치를 얹어 먹으니
이가 부실한 나에겐 안성맞춤이다
태평양 건너 멀리 남미에 있다는 나라
칠레에서 영산포로
영산포에서 우리 집으로 배달된 효도 식품
효도도 수입되는 세상에
작은형 집에서 우리 집으로
우리 집에서 요양원으로
요양원에서 폭 삭은 홍어가 되신 어머니
막걸리를 마시던 아내가 맘에 걸리나보다
어머니가 얼마나 답답해하실까
여보, 난 당신 요양원에 보내지 않을거야
당신도 그럴거지,
암보다도 무섭다는 치매 얘기에
아내와 난, 무심한 듯
멀리 태평양을 건너온 효도 홍어를 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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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 홍어
박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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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31 00:0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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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삭은 홍어와 요양원의 노모가 이렇게 절절하게 매치될 수 있다니....
"일상이 모두 글감이라고....
생활이 모두 詩의 소재라고...."
고수들은 얘기하는데 나같은 범인에게는 딴 세상 사람들 얘기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