홑이불 아래에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요 며칠, 마른장마라고 요상한 말을 꺼낸 내 입을 탓해야 할까. 요란스러운
소나기가 쏟아지고, 하늘이 진노라도 한 듯 충남 당진과 광주에는 물폭탄이 떨어졌다. 뉴스에선 네
명이 목숨을 잃고, 15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자연 앞에서 인간의 말이란 얼마나
가벼운가. 그래도 어젯밤만은, 그 소나기 덕인지 공기가 한결 선선해져 간만에 홑이불을 덮고 잤다.
홑이불. 이름만 들어도 여름 냄새가 물씬 난다. 삼베나 모시, 무명 같은 천으로 된 얇은 이불. 땀을 식혀
주고도 덮고 있으면 어머니 손길처럼 포근했던 그 감촉. 시골집의 여름밤, 모깃불 피우며 형제들과 함께
나란히 누웠던 그때, 홑이불 하나 덮고 서로 끌어당기며 싸우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이불을 서로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다 발이 삐져나와 밤새 모기 밥이 되던 일도, 어릴 적 실수로 이불에 오줌을 싸고 난
뒤, 다음 날 햇살 아래 장독대 옆에 널린 이불을 부끄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기억도 여전히 내 안에 있다.
이불은 단순히 잠자리를 위한 도구만은 아니었다. 일하러 나간 아버지의 밥상을 따뜻하게 덮어주던 그 이불,
밤늦게 공부 마치고 돌아올 아들을 위해 밥사발을 감싸 안고 있던 어머니의 손길 같은 이불. 때로는 술독을
감싸기도 하고, 방안 한켠의 구돌막을 덮기도 했다. 이불에는 단순한 천 이상의 무게가 있었다. 그건 사랑이
었고, 배려였으며, 가족이었다.
이제는 오리털 이불이 대세다. 가볍고 감촉도 좋고, 무엇보다 때가 덜 타니 관리하기도 쉽다. 하지만 여름엔
그조차도 사치다. 홑이불이면 충분하다. 덥지도 춥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에서 품어주는 그 얇디얇은 천이야
말로 여름밤의 동반자다.
예전에 친구들과 앉아 수다를 떨다 보면, 꼭 한 명쯤 엉뚱한 소리를 툭 던지곤 했다. 그러면 누군가 "홑이불에
조 튀어나왔다"고 핀잔을 주곤 했다. 어릴 적의 말장난, 다 혈기왕성하던 시절의 유쾌한 농담이었다. 지금은
그저 추억일 뿐이다. 요즘은 홑이불을 덮고 자도, 뭐가 튀어나올 걱정도 없고, 싸움 붙을 형제도 없다.
그저 조용한 밤, 창밖의 매미 소리를 들으며, 얇은 홑이불 하나 덮고 지난날을 떠올릴 뿐이다. 얇지만 따뜻한
그 기억처럼, 여름밤도 그렇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