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반려식물
"보호자 성함이요?" "김명숙" "애기 이름요?" "곰팡이요" 의사 선생님 금방 들어오시니 진료실 앞 대기해 주세요. 시간이 여삼추인데 화장실 다녀오시는듯한 선생님의 발걸음이 슬로모션을 보는 듯 느 리게 느껴졌다. 이름이 불려지고 튕기듯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다. 외출 후 집에 들어와 핸드폰 충전을 하며 밀린 메시지들을 훑어보느라 깨알 같은 시간 들을 소비하던 참이었다. 갑자기 옆에 있던 녀석의 사육장에서 찌익~찌익 하는 처음 들어보는 녀석의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고 녀석을 본 나는 깜짝 놀랐다. 재바르고 종종거려야 할 녀석이 축 늘어진 채로 신음하며 배를 꿀렁이며 숨을 몰아쉬고 있었던 것이었다. 놀란 가슴을 끌어안고 점심시간에 진료를 볼 수 있다는 동네 병원으로 내달 렸다. 잠깐의 짬이었지만 추운 날씨에 혹여 상태가 더 악화될까 봐 큰 걱정이었다. 그렇게 진료실로 들어간 팡이의 은신처를 열어본 선생님. "숨을 안 쉬는군요. 이미 사후 강직이 와 있습니다." 맙소사... 오는 중간중간 신호대기 때까지만 해도 은신처 밖으로 살짝 나온 녀석의 코 가 벌름거리는 걸 봤는데... ㅠㅠ "왜? 왜 죽은 거죠?" 나의 물음에 선생님은 원인은 알기 어렵다고 했다. 설치류는 워낙에 쉽게 죽는 반려동물 중 하나라고 하셨다.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녀석의 주인은 아이인데 아이는 지금 학교에 가 있는 상태 였다. 흰 두루마리 휴지를 조금 풀어 녀석을 감고 다시 은신처에 넣어 주신다. 사육장이며 사 육장안 환경을 둘러보시던 선생님은 말씀하신다. "음... 햄스터로서 누릴 수 있는 최상의 환경에서 지낸 것 같으니 잘 보내주세요." 도로변 눈이 희끗희끗한 12월 초, 그렇게 곰팡이를 보냈다. 팡이를 기르게 된 건 전적으로 아이들 때문이었다. 개를 반려동물로 키우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차선책으로 허락해서 들여온 반려동물 햄스터 곰팡이. 등에 있는 무늬가 곰팡이 색깔과 닮아 붙여진 이름의 곰팡이가 하는 행 동 하나하나는 가족들이 사육장 앞에 머리 맞대고 들여다보며 웃고, '오구구~'를 연발 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오독오독 먹이를 먹던 귀여운 입, 길쭉한 앞이, 먹이를 야무지게 움켜잡는 앙증스러운 두 앞발. 스피드 한 쳇바퀴 돌리기, 벽 타기, 허리 꼿꼿이 세워 주위 둘러보기 등등... 곰팡이의 존재는 가족 누구라도 사육장 앞으로 종종 불러들이는 힘이 있었고, 싱긋이 미소 짓게 만들었고, 그 앞에서는 누구라도 말 못 하는 곰팡이 앞에 애교 섞인 목소리 로 말문을 열게 했다. 그런 곰팡이를 보내며 앞으론 쉬이 반려동물을 키우지 말아야겠다며 곰팡이의 빈자리 의 쓸쓸함을 하루에도 서너 번 경험했던 시간들이었다. 이제는 곰팡이가 딱딱한 물건을 갉아대던 소리며 쳇바퀴 굴리는 소리 환청이 많이 사 라지고 팡이의 부재에 대한 슬픔도 많이 희석되었다.
집안의 두 번째 반려동물. 갑각류 가재이다.
그러고 보니 가재는 이름도 없다. 5cm도 안되던 가재가 지금은 15cm 가까이 늠름하게 자랐다. 소속은 둘째 아이인데 주 양육자는 남편이다. 출근 전, 퇴근 후 꼭 어항 앞에 앉아 가재 밥을 주고 이리저리 매일 바뀌는 자갈 구조물을 보며 칭찬하고 감탄하며 '오 구구~'를 연발하며 물멍 가재멍을 한다. 갑각류인 가재의 특징은 탈피이다. 주기적으 로 탈피를 하며 성장을 하는데 그 탈피라는 게 외피전체를 쏘오옥 벗어내는 신비하기 이를 데가 없다. 탈피를 해야 성장을 하지만 또한 목숨이 가장 위험할 때라고 한다.
탈피 전에는 움직임도 예민하고 무언가 사인이 있는 것을 몇 개월을 길러보니 보이는 게 있었다. 얼마 전 먹이를 주며 남편이 가재가 곧 탈피를 할 것 같다고 하더니 일요일 아침 탈피 시작하는 것을 아이가 보았다. 우리는 말소리부터 조심조심 말하며 즉각 투 명어항을 아늑하게 종이를 붙여 편안히 탈피환경을 만들어주었다. 순식간에 끝난 탈피 뒤 가재도 예민하다. 딱딱한 외피대신 금방 탈피한 외피는 물렁물렁한데 그 때문에 움 직임이 어렵고 실제로 자연 상태에서는 그로 인해 포식자에게 잡혀먹기 쉬운 상태라 고 한다. 녀석을 위해 온 가족은 살금살금 걷고 조용히 얘기하곤 한다. 가재의 청각이 어떤지 알지도 모르면서... 반려동물은 확실히 온기의 힘이 있다. 말하게 하고 무장해제 하게 하고 배시시 웃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반면 반려식물은 어떤가.. 관조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살아있는 생물임에도 살아있음을 망각해 바쁜 생활로 종 국에는 꼭 말라서 신호를 보내야만 그제야 물 주고 햇볕에 신경 써주곤 한다. 그럴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 번 말라가기 시작한 식물은 살려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늘 화분 한 개 정도는 키우고 싶다. 따뜻한 햇살에 놓인 화분은 조용히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화초를 보면 나도 모르 게 은은한 미소를 품게 되는데 이것은 오구구를 연발하게 하는 반려동물의 발랄함과 생동감과는 또 다른 무엇이다. 그런 반려동식물들을 키우기에는 들여야 할 손의 정성이 성가시다는 핑계로 멀리하려 하지만 그들이 주는 위안과 온기는 분명 크다. 행동하게 하는 반려동물과 사색하게 하는 반려식물, 오늘도 말라가기 시작한 반려식물 하나를 온전하게 돌보려 정성을 쏟으며 그동안의 무관심에 사과를 하는 동시 사색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반려식물은 나를 사색하게 한다. - 글 김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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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안녕하세요
고운 공유글 남기신
동트는아침 님 !
감사합니다~
희망 가득한
행복한 2월되시길
소망합니다~^^
햄스터도..
강지도 키워 보았는데요..
이제는 더 안키우려 합니다..
정이 무섭더라구요...
움직일 땐..
행복을 주지만..
귀하게 담아 주신글..
반려동물과 반려식물
감사히 즐감 합니다
고맙습니다..망실봉님.^^
안녕하세요
소중한 코멘트 남기신
핑크하트 님 !
감사드립니다~
희망과 설렘 가득한
행복한 2월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