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사무실 이전 뒤 처음으로 대청소를 하였다. 바닥에 덕지덕지 앉은 묵은 때를 세제물로 불려, 철솔로 닦느라 어깨가 욱신거린다. 50 평짜리 사무실이 바다처럼 넓어보이긴 이번이 처음이다. 나이를 먹다보니 힘쓰는 일엔 걱정부터 앞선다.
청소를 절반 정도 했을 때, 같이 합류한 삼성 후배의 다급한 전화다. 쓰레기를 버리러 1층으로 내려갔다가 내 차가 견인될 찰라에 이를 발견하고 급히 전화를 준 것이다. 쏜살같이 내려가 보니 이미 스티커를 발부하고 단속차량은 줄행랑... 화가 난 김에 구청 교통과에 화를 더럭 내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게다가 누구의 소행인지 모르지만 앞 바퀴에 나사 못이 박혀있다. 점점 바람이 빠지고 있어, 청소를 중단하고 정비공장으로 직행한다.
앞 바퀴 두 개 교체하고 오일 교체하고 나니 15만 원이나 깨졌다. 뚜껑이 열리는 순간이다. 버는 것 없이 계속 돈만 밀어넣고 있는 상황이라 돈 들어갈 때마다 스트레스를 왕창 받는다. 이때 지난 해부터 별도의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 일은 미국 UCLA에서 신기술을 들여와 국내 기업에게 원천기술을 제공하는 것인데, 1년 가까이 지지부진하였었는데, 미국측으로부터 본 단계로 이행하겠다는 의사가 담긴 메일을 받아서 내게 트랜스퍼 한 것이다.
급히 회사로 복귀하여 메일을 열어본다. 1년만에 제대로 된 소리를 지껄인 것이다. ㅎㅎㅎ 메일에 첨부된 미국측 자료를 읽고 있는데 마눌님으로부터 전화호출이다. 며칠 전 단축근무에 들어간 마눌님은 대낮에 퇴근한다. 군소리 없이 차를 학교로 대령하여 모시고 나오는데, 백화점으로 쇼핑 가잔다.
(이 대목에서 뚜껑 열렸지만, 꾹꾹 눌러 참는다.)
백화점에 가서 옷만 뒤적거리다 사지도 않고 그냥 나온다. 사지도 않을 거 시간 바쁜 사람 불러놓은 마누라 뒤통수가 오늘 따라 미워보인다.
그러더니 이제 수영장엘 가잔다. 베로 녀석이 수영을 배우고 있는 수영장엘 가자는 것이다. 수영장에 데려다 주고 조심스래 묻는다.
"뭐 더할 일 있어? 지금 회사에 가봐야 돼~ 할 일이 남았어~"
"5시가 다되었는데 뭐하려 가노? 가면 몇 시까지 올긴데?"
"1시간이면 충분해~"
회사로 돌아와 남은 자료를 읽고 마눌님의 소재를 확인하였다.
"어딧노?"
"웅진 공부방 앞에~"
"그리로 갈께."
공부방 앞 잔디에 둘이 앉아 베로 녀석을 기다리면서 낮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해주며, 이제 구박 받지 않을 때가 올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마눌님 왈:
"그럼 이제 내 얼굴에도 화색이 돌겠네?"
"그럴 수도 있어. 지금 하는 일들이 어느 정도 이뤄지면 내 당신을 '돈방석' 위에 올려 놓을꾸마."
표정을 보니 그리 싫지 않은 표정이다. 베로 녀석이 공부를 끝내고 특유의 느릿느릿 걸음으로 다가온다.
"베로니까, 아빠가 돈 많이 벌겄 같다.^^"
"글쎄 돈이 들어와야 알지. 그런데말야 아빠, 돈 못벌면 아빠가 나랑 캐나다 가야돼!"
"누가 그러던?"
"아빠가 돈 못벌면 당연히 엄마가 여기서 벌여야 하고 아빠는 날 돌봐 줘야 하잖어? 아빠가 돈 많이 벌면 당연히 엄마랑 캐나다 가는거구 말이야~^^"
할 말이 없다. 앞 날을 훤히 꿰고 있는 고단수 녀석 앞에서 다시 한번 애비의 어깨는 초라해진다......
첫댓글 으흠... 울집처럼 그 댁 뚜껑도..... 자알 열리시는군요~ ^^ 와... 근디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는 예감.... 우쨋든 베로니카가 캐나다로 가겠군요. 아무쪼록 엄마랑 함께... 아니 이왕이면 세식구 모두?............ 아... 그럼 안되는디.. 대한민국이 넘 조용해질텐디__ ^^
에고~ 깜찍한 베로니까! 아무래도 베로니까 땜시 피터정님 부자 될 것 같네요.^^* 피터정님, 부디 부~자 되시고, 부자 되시거든 옛정을 생각하여 저를 문전박대하지 마옵소서! ^------------^
아, 주차위반 딱지~ 그거 열나지요... 뚜껑 열리기 딱 좋은... ㅎㅎㅎ 이 지긴 얼마전 그것 때문에 궐석재판까지 당하고... ^^ 그런데 정말 베로니카가 규엽습니다... ^^ 좋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세 사람 모두에게 화이팅~!!!
+. "고진감래"라는 말......그거 달리있는 것이 아닌듯 싶습니다...^^* 곧 좋은 소식이 있을것만 같은... 저도 화이팅입니당~!!! *^______^*
베로가 이쁘게 지내고 있네요. 건강하시죠? 시원한 여름보내세요.
+. 와우~~~ 이게 누구십니껴??? ( ⊙ .⊙ ) 반가움에 눈이 똥그래 졌다는......ㅋㅋ 자주 얼굴 보여 주셈~~~봄,아님...
인기는 많는데..... 챙피하게 뚜껑열리면 어떻게~^^ 그리고 돈 날라가면 어떻게 해? 그럼 우리 아빠는 돈 벌러, 나는 공부하러 캐나다 가게 생곘네 ㅋㅋㅋ^ㅇ^
이거 점점 부끄러운 고백만 늘어 놓습니다.^^ 암튼 순수님, 리베라님, 지기님, 벨라님, 그리고 너무도 반가운 봄아님 고맙습니다. 봄아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벌써 반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리고 베로 녀석 어느새 다녀갔네~ 더운 여름 날씨에 불꽃님들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