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전문가칼럼
[박건형의 닥터 사이언스] NASA의 비밀 계획이 만든 위대한 여정, 보이저와 작별을 준비할 때
조선일보
박건형 기자
입력 2024.03.19. 03:00업데이트 2024.03.19. 06:18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4/03/19/SA3OLAWGKZCCFHQ65FHFXWBF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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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 설득해 175년 만에 행성 정렬한 1977년 쌍둥이 탐사선 발사
지난해부터 통신 두절, 원자력 동력 꺼지면 지구와는 영원히 작별
보이저 1호, 4만년 뒤 북극성 방향 별 ‘글리제 445′와 첫 조우 예정
일러스트=이철원
1970년대 초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위 관계자가 백악관으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찾아갔다. 그는 “우주 탐사의 가장 큰 기회가 175년 만에 찾아왔다”고 했다. 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 등 태양계에서 지구 바깥쪽 궤도를 도는 외행성(外行星)이 일자로 늘어서는 이른바 ‘행성 정렬(Grand Alignment)’을 맞아 탐사선을 쏘아 올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행성 정렬 시기에는 탐사선이 가장 짧은 거리로 여러 행성을 방문할 수 있다. 닉슨은 시큰둥했다. 공화당인 닉슨은 인류를 달로 보낸 아폴로 계획을 존 F. 케네디와 민주당의 업적으로 여겼고 NASA 권한을 줄이려 애썼다. 우주 탐사 같은 거창한 목표보다는 미국인의 현실에 예산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NASA 관계자는 닉슨에게 “지난 행성 정렬 때는 토머스 제퍼슨이 당신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고 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사람에 닉슨을 빗대며 역사에 남을 결단을 부추긴 것이다. 닉슨도, NASA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지만 과학자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항해자 보이저(Voyager)호 탄생 스토리이다.
1500명의 엔지니어가 5년을 매달린 끝에 쌍둥이 탐사선 보이저 1·2호가 1977년 우주로 떠났다. 목표는 목성과 토성 탐사였고, 기간은 4년이었다. 그런데 NASA는 두 탐사선 개발에 무려 2억달러(약 2600억원)를 쏟아 부었다. 개념만 있었던 우주 원자로를 장착했고, 컴퓨터·카메라·통신 장비에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을 추가하는 기술도 이때 개발했다. 보이저호가 목성에 다가가자 NASA가 숨겨왔던 계획이 공개됐다. 175년 만의 기회를 놓치기 싫었던 과학자들은 처음부터 천왕성과 해왕성은 물론 태양계 밖까지 보이저호를 보낼 작정이었다. 정치권과 정부는 “보이저호에 약간의 예산만 추가하면 다른 탐사선을 쏘지 않아도 된다”는 NASA의 속삭임을 거절하지 못했다. 보이저 1·2호는 1979년 목성, 1981년 토성을 지난 뒤 다른 항로를 택했다. 보이저 1호는 2012년 태양계의 경계에 들어섰고, 2018년 태양계를 벗어나 ‘인터스텔라(성간)’ 항해를 시작했다. 보이저 2호는 1986년 천왕성, 1989년 해왕성을 만난 뒤 보이저 1호의 뒤를 따라 태양계 밖을 향했다. 47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지구에는 보이저호 발사 이후 태어난 30억명의 사람이 살고 있고 보이저호 담당 엔지니어는 단 9명만 남았다. 오늘날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는 16기가바이트 스마트폰 메모리는 보이저호 컴퓨터 메모리보다 23만5000배 용량이 크고, 처리 속도는 17만5000배 빠르다. 보이저호가 이뤄낸 기념비적인 업적들이 새삼 놀랍게 여겨지는 부분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보이저 1호는 알 수 없는 오류 코드만을 보내고 있다. 명령을 보내고 받는 데만 45시간이 걸리는 곳에 있는 보이저호를 되살리려 은퇴한 엔지니어들까지 불러들였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NASA는 “노트북 화면이 완전히 꺼진 상태에서 커서가 어디 있는지 찾는 것 같은 과정”이라고 했다. 넉 달간의 노력으로 약간의 신호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지만, 과학자들은 보이저호를 떠나보낼 때가 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 통신 복구 시도는 인류의 역사를 새로 쓴 낡은 탐사선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한 노력이다. 보이저 1·2호의 원자력 동력은 2025년이면 사그라진다. 이제까지 달려온 힘으로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 남았지만, 보이저호의 여정은 끝나지 않는다. 4만년 뒤 보이저 1호는 북극성 방향의 별 ‘글리제 445′를 지난다. 인류의 피조물이 처음으로 태양이 아닌 별과 만나는 순간이다. 지구에서 그 소식을 전해 들을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NASA 과학자들은 행성 정렬을 맞아 태양계 밖으로 탐사선을 보내는 계획을 ‘그랜드 투어(위대한 여정)’라고 불렀다. 보이저 계획에 참여했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보이저호가 언젠가 인류 이외의 고도 문명과 만나기를 기원하며 “보이저호는 한 문명의 섬에서 다른 문명의 섬으로 우주의 바다를 가로지르는 선물”이라고 했다. 보이저호에 인류의 문화와 음악을 담은 ‘골든 레코드’가 실린 이유이기도 하다. 이보다 더 위대한 여정이 있을까.
박건형 기자
일송정푸른솔
2024.03.19 06:39:12
이 보다 더 위대한 여정은 없다. 좀 더 디테일을 들여다보면 그당시 1500명의 엔지니어들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을 해냈는지 혀를 내두를수 밖에 없다. 대단하다 NASA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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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지
2024.03.19 06:51:01
참 이 각박한 소위 인류세에 그래도 눈물겨운 인류의 소중한 창조의 유산입니다. 먼 훗날 이 끝도 없고 시간과 공간도 없는 이 우주에 이 찰나에 존재했던 인간들에 조그마한 가치라도 새겨저 있으면. 그저 영겁의 시간의 위대함에 숙연해 집니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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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2024.03.19 06:48:55
우주에서 인간이 무엇? 인지를 알리는 신호. AI 나오기 전의 일. 고등학교 때 앞으로 무슨 일을 할까? 그 십년 뒤 서울대 중형컴퓨터에 PC 전화 연결해 웹 프로그램 만들기 하며 좋아하던 시절. 그때 친구와 후배가 삼성연구소 은퇴.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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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nLee
2024.03.19 07:21:47
화성, 목성까지 가는 탐사선은 태양광 패널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을 가게 되면 태양광이 부족하여 전력공급이 어려워지기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담고 붕괴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하여 열전대(thermocouple: 열을 받으면 mV급 전기를 발생하는 장치)를 여러개 직렬 연결하여 전력을 계속 생산하는 원자력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유명하죠. 그 방사성물질도 이미 거의 다 붕괴가 되었나 봅니다. 25년이면 이제 수명이 끝이라고 하니.
답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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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an N.Y
2024.03.19 08:36:41
4만년 뒤의 지구는? 1977년 예비고사 공부하던 고 3이 이제 지공거사가 되었다. 보이저 발사 기사를 보고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그제 그 친구가 하늘로 갔다. 혹 보이저 보이는지 묻고 싶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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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대한민국
2024.03.19 08:40:48
그저 미국이 우주선을 보낸다고만 생각하던 6학년 꼬꼬마가 이제는 흰 머리, 흰 수염이 덤성덤성난 젊은 노인이 되었다 ... 떠나간 1500명의 영혼이 아마도 두 팀으로 나뉘어 1호와 2호에서 안식하고 있지 않을까? 이 얼마나 담대하고 거창한 꿈이었나 ... 그대들은 위대한 인류 중 하나입니다 ... 후손이 자랑해도 될 가치있는 삶이고 여정이고 흔적이었습니다 .. 보이저도 이제는 많이 힘들겠죠? 편히 쉬는 그 순간을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으면 합니다 ... 라이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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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감별사
2024.03.19 08:37:19
앞으로 수십억년을 항해 하며 인류의 메시지를 전달 할 보이저호의 건승을 기원 합니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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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2024.03.19 07:47:26
ㅎㅎ 글쇠돠.. ㅋㅋ 경로를 벗어난 미사일이나 우주 발사체 들을 자폭 시키는 것 처럼, 통죄를 벗어나는 보이저를 자폭 시키는 장치를 넣어 두었어야 하는 것 아닌쥐 생각된돠 ㅋㅋㅋ 머나먼 미래의 후손들에게 덕보다는 실이 많을 수 있는 결정 아닐쥐 ?? 뭐 통죄 불능 방황하는 탐사선 잡아서 역 추적해 올 정도라면 그 탐사선 없었어도 역 추적해 올 수 있을 것이지만, ㅋㅋ 혹시나 그 탐사선에 묻어 있던 바이러스가 우주 환경에서 급속 진화하여 지구를 역 정복 해 올 수도 있지 않을쥐 ?? ㅋㅋ 뭐 자폭 시킨다고 그렇지 않다는 보장이 없기는 하겠군 ㅋ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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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네
2024.03.19 07:29:53
별 ‘글리제 445′와 첫 조우 예정(?) 우연히 서로 만남이 '조우(遭遇)'이다. '예정된 만남'은 '조우'가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조우(遭遇) 2.[명사]우연히 서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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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2024.03.19 09:17:51
멋진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우리에게 있으면 좋겠고, 공개되면 좋겠습니다. 매일 지라시 같은 이야기만 생산하지 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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