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번역서가 없다는 식의 유도는 머리만 좋은 서울대 좌익 출신들의 한국문화 지배 전략에 동의표 요구 책략임-
권영민 교수와 김윤식 교수는 90년대 초반에 보수파 들의 눈치를 보다가, 90년대 초반의 학술적 기초 작업이 북한문화의 대한민국에 적극적 유입임의 고의성이 암시되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대형서점에서 ‘검색어’ 권영민으로 나오는 책중에서 북한문인들과 직접 교류의 책 참조.)
그 뿐인가? 서울대 국문과 조동일 교수가 말끝마다 밝히던, 세계 속의 교류 작업에는 이제는 꼼꼼이 읽어볼 때, 교류 대상의 외국인이 전혀 중립적이지 않다는 것이 판정 가능하다. 인터넷 검색 엔진에서 잡히는 이근배 시인의 조동일 교수의 1960년대에 김일성중심잡지라는 ‘청맥’에 기고 사건에 대한 회고조 소개글은, [한국문학통사]와 북한문학사의 유사성을 살펴본 이들에겐 결코 쉽게 보이지 않는다.
즉, 우파 민족문화 중심의 세계 속의 네트워크를, 한국의 좌파 문화 중심의 세계 속의 네트워크로 갈아치우려는 목적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문학의 세계화 프로젝트의 문제점은, 이개국어 이상의 능통자 문제로 국한하여 정치적 정략성이 검증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그냥, 문화에 투자하여 고상한 자본가가 되길 바라는 세력은, 무엇이 무엇인지를 잘 따지지 않는다.
인터넷 펌글로 유유히 돌아다니는 속에서 ‘안전’한 좌파 문화로 알려진 [창작과 비평]에 상징 인물인 고은시인이 거의 ‘삐라급’의 정치선전글에 이름이 올라 있는 것을 본다. 분명히, 90년대 초반의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신문의 소개만을 보면, 고은 시인을 좋아하는 것은 가능하나, 펌글로 돌아다니는 삐라급의 정치선전글의 고은시인 이름을 보면지지 취소가 당연하게 다가온다.
외국의 유명인사가 한국의 좌파 문인과만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식을, 보수 언론이 앞장 서서 승인하는 꼴은 기본적으로 웃기다. 좌파 문인은 서울대 중심의 [조선일보]를 반드시 공격할 것이며, 동문회 줄은 안중에 없다. 서울대 해체론은 그들의 농담이 아니다.
100권을 번역한다며 선정된 책에는 좌익서적 투성이에 우파 서적 약간의 구색 맞추기 수준이다. 여기에서, 얼마나 이창동 코드로 돌아가는 상황을 보수 신문은 되돌릴 수 있을까? 제발 부탁하오니, 6.25 전쟁 때 구체적 스파이 문제와, 현재의 ‘정신문화영역 담당자에서의 스파이 문제’의 유사성을 제기하는 식을, 서울대 학연 사수 문제로 넘어가지 마시길.
외국에 번역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보다도, 더 기본적으로 ‘정신차린 386’들의 발언권 문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해 본 일이 있던가? 박정희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역사 책 말고, 박정희 대통령시대의 평범한 일상인들을 긍정하는-좌파 우위의 일상인 멸시 책 말고-책이 있었던 바 있던가? 서울대 좌익 지식인은 2개 국어 이상 하고 총명한 머리를 남다르게 가졌음을 국제적으로 인정하겠다. 문제는 국제적 총명성이 한국 사회 내부의 검증 회피를 유발할 수 있겠느냐의 문제이다.
한국 문학사는 서울대 국문과 김윤식의 제자들이 알고 있듯이, 한국 문학사 정립 코드에서 탈 대한민국주의가 될 수 없다. 한국 사회에서 기성세대 우파가 ‘다양성’에 둔감하다. 서울대 국문과에서 대한민국주의를 공격하면서 북한 문화를 넣으며 흐릿하게 하면, 그것으로 전국이 먹히게 되는 시스템을 고칠 의향도 없다. 당하면서도 손해를 주장 못하고, 속는 이들에게는 ‘사기성’의 여부도 문제제기 못한다.
외국에 좋은 번역을 추천하기는커녕, 우리는 구상 시인을 대부분의 대학가에서 잊어버리고, 허구헌날 김윤식 권영민 교수가 좋아하는 월북문인 좌익 문인으로 고정하면서, 아직도 쌍팔년도처럼 연구가 부족하다 하는 타령을 하는 상황을 바로 보아야 한다. 대한민국 우파 내부에서 필요한 지식조차도, 끊겨진지 오래이다.
권영민 교수가 북한문인과 적극적 교류 하는 참여를 했음을, 90년대 초반에 [동감]의 타임머신 방식으로 대학가 일반인들에게 알려줄 수 있었다면?
‘하룻밤 안동 시내 골목 술집 구경하고/ 머리가 삥삥 돌 때 밭둑길을 거닐다가/ 도야지 꿀꿀소리야 이제 왔소 하노라.’(데이비드 매캔)
해외에서 한국문학을 연구하는 외국인을 만나면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우리 문학의 숨겨진 얼굴이 보인다. 정신문화의 꽃이라는 우리 문학이 세계로 진출하는 이정표도 슬쩍 보이고, 그때 갖춰야 할 조건들이 힌트처럼 들리기도 한다. 1일부터 5일까지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한국문학 워크숍에서 이 대학 데이비드 매캔(David McCann·60) 동아시아어문화과 교수, 박사과정에 있는 웨인 드 프레머리(Wayne de Fremery·31), 엘리 최(Ellie Choi·32)씨가 미국에서의 한국 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데이비드 매켄 교수와 엘리 최, 웨인 드 프레머리(왼쪽부터)씨가 하버드대 교정에서 한국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홍렬기자
▲매캔=1966년 평화봉사단 일원으로 경북 안동농고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다. 한국말을 배우기 위해 한·영어 다 나오는 시집(번역 김동성)을 우연히 손에 얻었는데, 그게 김소월 시선집이었다. 한 수 한 수 음미하면서 내 가슴에서 ‘시의 세계’를 발견했다. 그의 시에는 인간의 따뜻한 감성이 넘쳤다. 한국문학에 푹 빠지면서 내 한국 이름을 ‘맥현(麥峴·‘보릿고개’란 뜻)’이라고 지었다. 안동 맥씨의 시조가 된 셈이다.(웃음)
(그러면서 자신이 지은 위의 시조를 외워보였다.)
▲최=연세대 국제대학원 등에서 공부하면서 문학을 통해 한국적인 것을 알고 싶었다. 처음에는 외국의 미학이론을 한국문학에 적용해 보았지만 실패했다. 출발점은 서양 이론이 아니라 한국 문학 원래의 ‘맨 얼굴’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김동리 서정주 정지용 김수영을 읽으면서 전통 속에서 피어나는 근대적인 요소를 읽어내고 싶다.
▲드 프레머리=한국에서 영어학원 선생님으로 몇 년 지내면서 한국 시에 반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한국문학을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반 시민들은 한국 소설이나 시를 접할 기회조차 없고, 한국관련 학과를 개설하는 대학이 늘고 있지만, 중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한참 떨어진다. 지금 하버드대에는 ‘중국 붐’이 엄청나다. 하루가 멀다하고 수십 명의 중국 학자들이 몰려와 학술 세미나를 열고 미국 지식사회에 교류를 넓히고 있다.
▲최=한국은 ‘한’(恨), ‘민족주의’, ‘좌우 이념갈등’ 같은, 틀에 박힌 시각에 사로잡혀 자신의 문학을 소개하는 것 같다. 이런 요소들이 외국인들에게는 이해하기도 힘들고, 관심도 없다. 오히려 작품 접근을 방해한다. 소월의 시를 3·1운동 후 슬픔에 젖은 국민정서의 산물이라고 해석하거나, 만해의 ‘님’을 잃어버린 조국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작품의 맛을 떨어뜨린다.
▲매캔=70년대 한국에 가서 공부할 때는 신경림 백낙청 선생 등과 같이 식사도 하면서 한국 문단에 대해 많이 배웠다. 지금도 서울대 권영민 김성곤 오세영 김윤식 교수 등과 가끔 정보를 주고 받지만 한국 소식은 늘 목마르다. 지금 한국에서 출판되는 시집은 어떠한 것들이 있으며 그중 좋은 시집을 어떤 것인지 알 길이 없다. 미국 도서관에는 몇 개월이 지나야 새 시집이 도착한다.
▲최=다음 학기에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동아시아의 역사와 문학을 강의한다. 하지만 한국의 문학과 역사 교재로 쓸 만한 책을 찾기 힘들다. 역사서로는 이기백의 ‘한국사’가 거의 유일하다.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광수의 ‘무정’도 번역이 되어 있지 않다.
▲드 프레머리=한국에서 번역·출판지원을 받을 경우 대개 한국인과 외국인 번역자의 공역을 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경우 영어 원어민(네이티브 스피커)이 먼저 번역하고, 그것을 한국인 번역자가 감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할 텐데, 지금은 그것이 거꾸로 되어 있다.
▲최=한국은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외국에 소개하려고 하는 것 같다. 미국인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 읽고 싶어하는 것을 소개해야 한다.
▲매캔=외국작가의 작품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문예지에 먼저 번역물로 선보인 후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것이 정상 코스다. 하지만 한국 작가의 경우 지난 2002년 신경숙의 단편 ‘풍금이 있던 자리’가 ‘A Blind Calf’(눈먼 송아지)라는 제목으로 ‘하버드 리뷰’에 실렸을 뿐이다. 한국 출판사나 작가가 미국 문학·출판계에 진출하려는 본격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1일부터 5일까지 미국 하버드대에서 ‘제1회 한국학 연구를 위한 대학원생 국제교환 프로그램’이 열렸다.
하버드대 동아시아어문화과·한국학연구소 그리고 서울대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번 행사는 ‘한국문학과 현대성의 문제’라는 주제로 한국과 미국의 젊은 연구자들이 새로운 연구성과와 정보를 교환했다.
권두환 최명옥 박성창(이상 서울대) 강상희(경기대) 교수, 미국의 신지원(캘리포니아주립대) 스캇 스와너(워싱턴대) 교수 등이 참석했으며 브루스 풀턴(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교수와 크리스티나 톰슨 ‘하버드 리뷰’ 편집자의 주관으로 황순원의 단편 ‘학’을 미국 학생들이 번역하고 이를 바탕으로 번역의 방법을 토론하는 워크숍도 열었다. 소설가 서영은, 김채원씨가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에서 미국 독자들과 만났다.
호암재단과 한국번역문학원이 후원하는 이 프로그램은 매년 번갈아 한국과 미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올봄 하버드대 초빙교수로 강의하며 이번 프로그램을 만든 권영민 서울대 교수는 “아직 걸음마단계인 미국의 한국문학 연구에 자극을 주고 한국 연구자들의 시야도 넓히는 국제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