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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1번선발입니다.
비교적 오랜만에 글 씁니다.
‘당신 글 본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뭐가 오랜만이냐’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지요. 하지만 제가 카페에 가장 오랫동안 글 쓰지 않은 기간이 과거에는 기껏해야 4~5일 남짓이었으니 제게는 나름 긴 시간이기도 합니다.
공지글에 가까운 이런 제목보다는, 이왕이면 [오늘 경기 잡담]이 더 좋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가급적 이런 제목의 글을 쓰지 않으면 좋겠고, 실제로도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이 글은 깁니다. 개인적인 얘기지만, 결국 카페 게시판 운영 방침에 관한 문제와 연결되니까 지루하더라도 한 번씩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양측의 주장은 팽팽하더라
최근 며칠간 야구를 참 많이 봤습니다. 틈틈이 야구에 관한 여러 자료도 구해 읽어 보았습니다. [내가 원하는 야구의 모습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좀 더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요즘 제가 가장 관심을 둔 것은 ‘투수의 등판 페이스와 부상은 실제로 깊은 관계가 있는가’ 에 대한 부분입니다. 개인적인 기억이나 팬들의 의견, 수많은 기사 속에 짤막하게 언급되는 자료 말고, 좀 더 체계적이고 믿을만한 자료는 없는지 궁금했습니다.
의학논문사이트 PubMed에서 흥미로운 글을 보았습니다. [25세 이하 투수들의 투구이닝과 해당 선수의 향후 부상 발병 여부를 조사해봤더니 그 사이에서 의미 있는 추세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논문입니다.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현직 정형외과 의사에게 추천 받아 American Journal of Sports Medicine이라는 매체를 찾아보니 [같은 조건에서 투수의 이닝수와 투구숫자가 증가하면 어깨 회전근에 부상을 입을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는 내용의 컬럼이 있었습니다. 둘 다 전문적인 매체지만 그 내용은 전혀 달랐습니다.
실제로 ‘자주 나와서 많이 던지면 위험하다’는 주장과, ‘자주 나와서 많이 던진다고 꼭 위험한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을 여러 곳에서 비슷한 비율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두 가지 의견 중 무엇이 ‘정설’인지, 과연 ‘정설’이라는 것이 있는지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2] 내가 하지 않는 것을 그들은 하더라
저는 고교 시절 문과 지망생이었고 인문대학교 출신이며 지금은 기자입니다. 운동선수로 살아본 경험이 없어 스포츠맨의 삶이나 그들의 가치관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짧게나마 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적이 있습니다. 수상인명구조원 자격시험에 도전했을 때입니다.
그 시절 라이프가드 자격증은 일주일간의 교육과정을 끝까지 버티면 (그러니까 과정을 수료하면) 모두 자격증을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합격 불합격이 아니라 끝까지 참고 남으면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것이죠. 수영에 자신이 있었으므로 두려움 없이 도전했습니다. 그런데, 그 교육이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속된말로 아주 빡셌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었습니다. “자, 지금부터 접영 500m 출발! 못하는 게 어딨어, 멈추지 말고 무조건 가!”
중간에 포기했습니다. 왜냐하면 내게 수영은 건강과 즐거움을 위한 취미지, 극한의 고통을 이기고 버텨야 하는 중요한 과제가 아니었거든요. 저와 함께 도전한 (역시 문과 출신인) 제 친구, 그리고 같은 클래스에 있던 D여대 심리학과 재학생도 금방 그만두었습니다. 하지만, 체대생들이나 수영 전공자들은 이를 악물고 버티더군요. 생각해보니 그들은 버텨야 하는 이유 자체가 저보다 많았습니다. 누군가는 수영전공자로서 필수과목이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운동 하는 사람으로서 꼭 필요한 자격증이었을 수도 있겠죠. 그들은 결국 라이프가드 자격증을 따냈습니다.
[3] 꼬맹이의 투지가 어른과 다르더라
며칠 전 서산구장에 다녀왔습니다. 야외연습장에서 충남지역 리틀야구단 멤버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막내조카뻘도 안 되는 어린 아이들이 땡볕 아래서 치고 달리고 슬라이딩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안스러웠습니다. ‘날씨가 이렇게 뜨거운데 실내연습장에서 하면 안 되나?’ ‘땀이 뻘뻘 나는데 왜 바깥에서 아이들을 고생 시킬까’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아이들의 훈련을 지켜보는 부모들도 걱정스런 눈빛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참 대견하더군요. 그 더운 날 별다른 불평 한마디 없이 고된 체력훈련을 모두 소화하고 있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비록 몸은 작았지만 다들 유니폼과 스파이크를 갖춰 입고 야구모자를 단단히 눌러쓴 어엿한 [선수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저보고 그 땡볕에 뛰라면 돈을 10만원쯤 줘도 거절하겠지만, 그들은 비록 아이들이지만 그래도 선수니까 폭염인데도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똑같이 [더운 날씨]를 접해도 그것을 보는 내 시선과 야구 선수의 시선은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겠다 하는 생각 말입니다. 내가 글짓기 학원 다니며 책을 끼고 살던 30년 전부터 지금까지, 그 오랜 세월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라운드에서 땀방울을 흘린 사람이라면 분명히 다를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다른 환경에서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가치관을 쌓아 온 사람이라면 이 세상을 보는 시선이 나와는 다른 것이 당연할 것 같았습니다. 나는 옳고 그 사람은 그른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자연스러운 다름 말입니다.
[4] 야구에 진리와 정답이 없더라
위 3가지 상황을 차례로 겪으면서, 깊이 느낀 게 있습니다. [나는 남과 다르다, 그리고 남 역시 나와 다르다]입니다. 이것은 정답과 오답으로 가를 문제가 아니겠지요.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무슨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살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인생관]의 차이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나는 키 크고 마른 사람이 좋다’ vs ‘나는 아담하지만 약간 근육이 있는 사람이 좋다’ 같은 근본적인 취향 차이처럼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것은 어떨까요. 팬과 선수의 시선이 다른 것은 너무 당연한데, 혹시 팬과 팬의 시선도 많이 다르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봅시다. “타격은 예술적 과학이고, 피칭은 과학적 예술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한동안 저 말을 진리처럼 믿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것은 혹시 그냥 말장난에 불과한 것 아닐까? 반대로 타격이 과학적 예술이거나 피칭이 예술적 과학인 것은 아닐까? 아니면 혹시 야구는 과학이나 예술이 아니라 또 다른 그 무엇 아닐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았던 이유는 [야구에 과연 진리가 있는가]하는 물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가끔 야구장에 처음 가는 지인들이 제게 묻습니다. ‘무엇을 알고 가야 재미있느냐’고 말입니다. 저는 그럴 때 딱 한마디만 합니다. [규칙은 발야구랑 똑같고 점수 내는 과정은 윷놀이랑 비슷한데, 말 업어가듯 두 사람이 같이 가면 안 된다. 그것만 알면 된다] 물론 삼진 볼넷부터 희생플라이며 보크까지, 알면 좋은 규칙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일일이 다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럴 시간도 없고, 그 규칙들을 몰라도 야구를 즐길 수 있으니까요. 규칙을 많이 아는 사람만 야구를 사랑하고, 그렇지 않으면 야구 볼 자격이 부족한 것은 아니겠지요. 왜냐하면, 앞서 언급한 대로 야구에는 진리가 없고, 정답도 없으니까요.
[5] 우리는 한화팬이지만 하나가 아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심지어 회원님들이 야구 보시는데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저의 생각을 이렇게 길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야구라는 공놀이를 보는 시각, 그것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가치관, 그 가치관을 만든 각자의 인생관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취지입니다.
게시판을 하루 닫았던 날, 제가 공지글에 미처 담지 못한 얘기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의견이 다르면 차라리 댓글을 달지 말고 새 글을 쓰자]는 내용에 대한 충분한 부연 설명입니다. 반대 의견 댓글을 회칙으로 무조건 금한다는 위미가 아니었습니다. 당연히 댓글 다셔도 됩니다. 다만, 자꾸 싸움이 나고 감정 다툼으로 번지니까 차라리 그것을 서로 조금씩 참고 피하면 어떻겠냐는 얘기였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정치적 소신이나 종교적 신념이 다른 사람과는 굳이 살벌하게 토론하지 않고 그냥 각자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강제로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한화팬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가 아닙니다. 야구를 좋아한 계기, 한화를 응원하는 이유, 경기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 그리고 야구가 내 취미 영역에서 작용하는 역할까지 우리는 모두 다릅니다. 오늘 경기의 과정과 결과가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지만, 그것에 대한 감정은 서로 다를 수 있지요.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게시판에 글 쓰는 첫 번째 조건이라고 믿습니다. 내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는 있으나, 상대방이 나처럼 생각하도록 강요하지 않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앞으로 이 게시판이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경기력이나 선수 기용에 대한 논쟁이 한창 치열하던 때와 비교하면 그래도 많이 나아졌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러기를 바랍니다. 운영진들도 이 부분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쓸 것입니다.
P.S 덧붙이는 글
얼마 전, 한화이글스의 한 현역 선수가 제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엊그제 카페 들어가봤는데 사람들 막 싸우더라구요. 무슨 일 있어요?” 라고요 민망하고 창피했습니다.
이글이글에는 선수의 지인이나 가족들이 많이 가입되어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송광민 선수 동생분께서 활발하게 활동한 것을 기억하는 분도 많겠죠. 저에게 장종훈 선수의 은퇴 소식이나 몇몇 선수들의 큰 부상 소식을 먼저 전해주신 분들도 모두 선수의 가족이었습니다. 그분들 중 상당수가 여전히 이곳에서 글을 읽고 쓸 것입니다.
아울러, 이글이글에 가입한 전현직 이글스 선수들이 제법 많습니다. 나이 어린 선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이름만 대면 깜작 놀랄만한 A급 유명 선수들도 꽤 됩니다. 제가 카페 가입사실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사람만 20명이 넘으니까, 그냥 가입해놓고 가끔 눈팅만 하는 사람은 더 많을 수도 있겠네요.
게시판이 뜨겁게 타오를 때, [선수 가족이나 지인들이 보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어요]라는 글이 종종 올라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선수가 보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하는 얘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의견 말하는데 굳이 누군가를 의식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내 글이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한 번씩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카페 회칙에서 가장 중요한 문구 2개를 한번 더 옮깁니다. 카페회칙 4장 2조 5항과 5-1항입니다. 이 두 문장이 바로 이 카페를 만들고 지켜온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앞으로도 분명히 그럴 것입니다. 덧붙여, 앞으로 이런 논조의 글이 게시판에 올라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모두 상대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배려하면 분명히 그렇게 될 것입니다. 이 카페는 그런 분들만 모인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경기력에 대한 비판과 논쟁은 가능하지만, 표현 수위가 논쟁 대상자의 팬이 불쾌감을 느낄 만큼 높아서는 안 된다]
[어떤 의견이든 자유롭게 주장할 수 있으나, 의견이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비난 혹은 조롱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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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웃고갑니다...고맙습니다.
선수들, 선수가족분들도 가입되있군요.. 상처받으신분들 많으셨겠네요ㅠ 종교나 정치적인 견해가 다른사람과 그런 논쟁을 피하듯 서로 견해차이가 큰부분은 살짝비켜가자는거 매우 공감합니다. 몃마디말로 다른사람의 생각을 바꿔놓기는 힘들고 심하면 싸움만 되죠.
공감합니다!
그리고 많이 반갑습니다^^
웬만해서 1번선발님의 글은 '눈팅'만 하는데 오늘은 댓글을 쓰고 갑니다. 별로 이득도 없이 힘들기만한 카페운영을 수년째 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야구를 향한 열정과 이 카페를 사랑하시는 그 열정이 부디 식지 않기를 바랍니다. 항상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이 카페에 접속합니다. 오늘의 글은 정말 반갑네요. 힘내세요~~
한뱃속에서 나온 형제도 모두 다른데 하물며 좋아하는 공통분모하나로 모인 생판 다른 남들이 어찌같겠습니까...
배려?랄까요? 입장만 바꿔보면 참 좋을것 같아요...
이 카페가 제겐 조금 숨쉴수 있는 공간인데...
쓰신 글처럼 카페 회칙에 위반이되는 그 어떤 글도 일도 다신 보고 싶지 않네요~~
앞으로 [오늘 경기 잡담]에 대한글 자주볼수 있길 바래봅니다~~~~~
공감합니다.
돌아오셔서 반갑습니다 잘읽고 갑니다^^~
기다렸습니다. 진심입니다...
공감합니다~~~
이카페 가입한지 올해가 10년째 이더군요.글재주가 없어 매번 눈팅만 하는 회원입니다..^^1번 선발님 기운내시고,웰컴백 입니다~
반갑습니다. 일면식도 없지만
무지 반갑네요. 앞으로 글이라도 자주봤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반갑습니다~^^ 그리고 공감합니다~^^
우와 반가워요~~ 그 난리 이후에 왠지 정이 떨어져서 잘 안 들어오게 됐는데. . 이젠 들어와도 되겠네요..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