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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과학" 저: 피터 H.킴, 출판: 심심 · 2024년 06월 24일
조직행동학자.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마셜경영대학원 경영 및 조직학 교수, 노스웨턴대학교에서 조직행동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워싱턴대학교 올린경영대학원과 노스웨스턴대학교 켈로그경영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의 강의는 현재 마셜경영대학원에서 가장 높은 평점을 받고 있다.
20년 넘게 사회적 오해의 역학 관계와 신뢰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의 연구는 〈실험심리학저널〉,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조직행동과 의사결정 프로세스〉, 〈경영아카데미리뷰〉 등 세계적인 경영 및 심리학 관련 학술지에 실렸고, 〈디 애틀랜틱〉,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이코노미스트〉, 공영 방송 NPR 등에도 소개되었다. 미국심리학협회, 경영아카데미, 국제갈등관리협회 등에서 10개의 상을 수상했으며 신뢰, 신뢰 회복, 조직행동에 관한 내용으로 전 세계 비즈니스 스쿨, 기업 및 조직에서 임원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어린 시절부터 이방인으로 살아온 그에게 신뢰는 영원히 풀어야 하는 숙제이자 생존의 문제였다. 그는 신뢰가 쌓이고, 깨지고, 회복되는 과정에서 사는 곳, 부모의 직업, 소속 집단의 성격, 학교 등 무수히 많은 요소가 작동한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았다. 이런 자신의 경험과 신뢰 문제에 관한 독창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쓴 이 책은 미국경영학회에서 과학과 실무에 크게 기여한 책에 수여하는 상인 ‘책임 있는 경영 연구상’을 수상했다.
“무엇이 신뢰를 결정하는가?”
마셜경영대학원 조직심리학 교수가
20년 동안 연구한 신뢰의 모든 것!
우리가 누군가를 믿거나 믿지 않는 선택은 과연 자의에 의해서 이루어질까? 신뢰는 어떻게 쌓이며, 어떤 방식으로 무너지고, 무엇으로 인해 다시 회복되는 것인가? 신뢰 문제를 둘러싼 신뢰의 메커니즘을 담은 책, 《신뢰의 과학(원제: How Trust Works: The Science of How Relationships are Built, Broken, and Repaired, 심심刊)》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직접 실험한 연구 사례부터 시작해 스티브 잡스와 워즈니악 사이의 신뢰 위반, 빌 클린턴의 불륜 스캔들과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성범죄를 둘러싼 프레이밍과 리프레이밍, 그리고 나치의 전쟁범죄 판결과 르완다 집단학살 등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다양한 신뢰 위반 사건을 통해 경영학자이자 조직행동학자의 관점으로 신뢰의 작동 방식과 신뢰 회복을 위한 해결책을 담았다.
“이 책을 끝까지 읽는다면 개인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서도 신뢰를 쌓고, 유지하고, 회복하는 방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는 저자의 말처럼 서로를 믿고자 하는 사람들, 신뢰를 얻고자 하는 기업인, 특히 리더들을 위한 필독서가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 KT 부사장 신수정 강력 추천!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집단, 사회에서 신뢰를 관리할 방법을 찾는 사람들의 필독서다”
_신수정 《거인의 리더십》 저자, KT 부사장
신뢰를 쌓고, 유지하고, 회복하는 방법에 대한 가장 과학적인 접근!
《신뢰의 과학》에 따르면, 우리는 최대 10가지 특성을 고려해 신뢰도를 판단하는데, 바로 시간적 여유, 역량, 일관성, 신중함, 공정함, 도덕성, 신의, 열린 마음, 약속 이행, 수용력이다. 각각의 판단 요소는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상대와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그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문제는 우리가 타인을 이렇게 쉽게 믿는 데에 있지 않다. 당연하게도 이 신뢰가 무너졌을 때, 즉 신뢰가 위반됐을 때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신뢰가 위반되는 원인이 다양한 만큼 이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천차만별이다.
《신뢰의 과학》에서는 두 가지를 중심으로 신뢰의 메커니즘을 풀어간다. 바로 역랑과 도덕성이다. 보통 이 두 가지 원인에 따라 신뢰 문제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불신이 벌어진 상황이 개인 간인지, 개인과 집단 간인지, 집단과 집단 간인지, 그리고 각자의 사회적 위치에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에 따라 신뢰를 회복할 방법을 각각 달리 모색해야 한다.
마셜경영대학 경영 및 조직학 교수인 저자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어렸을 적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 평생을 외부인으로 살아왔다. 그는 살면서 인종, 지역, 머리카락 색깔, 부모의 직업, 심지어 취향까지도 서로를 신뢰하는 척도가 되며 그렇게 하나의 집단으로 뭉쳐 ‘자신의 집단’과 다른 집단은 불신하며 배척하는 지경에 이르는 과정을 경험하고 목격했다. 이 모든 과정은 그가 신뢰라는 주제를 탐구하도록 만들었다. 신뢰에 대한 연구만 20년 넘게 해왔고, 이 책으로 미국경영학회의 ‘책임 있는 경영 연구상’을 수상하는 등 높은 성과를 냈다.
신뢰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될까?
신뢰가 무너졌을 때 회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경영학, 조직심리학, 사회학 연구를 통해 밝힌 인간 행동의 법칙
최근 연구 보고에 따르면 입사 지원자의 30~78퍼센트는 입사 지원서 및 면접 시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는 결과가 있다. 상당히 많은 수의 입사 지원자와 입사자가 거짓말을 함에도 면접관들은 아무 의심 없이 이들 중 가장 믿음직스럽고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채용한다. 이는 신뢰도라는 게 아예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 서서히 쌓여간다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관점과 다르게 초반부터 타인에 대해 어느 정도의 신뢰가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한데, 이 책의 저자인 피터 H. 킴이 진행한 면접 실험을 통해 이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우리가 타인을 쉽게 믿는다는 새삼스럽게 놀랄 필요는 없다. 저자가 진행한 면접 실험처럼 우리는 서로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을 믿고 일하며, 인터넷 쇼핑을 할 수 있으며, 호신 용품 없이 밖을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은 타인에 대한 신뢰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는 타인을 쉽게 믿는 것일까? 《신뢰의 과학》은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상황이다. 당장의 경제적 이익, 평판에 대한 우려, 사회적 비난이나 배척 등 ‘사회적’ 요인들이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서로 이익을 얻기 위해 협업을 하고, 좋은 평판을 유지하고 싶어 하며, 사회에서 배척당하지 않기 위해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리라는 맹목적인 약속이 이뤄진 환경적 요소인 것이다. 두 번째는 개인적인 성향이다. 연구에 따르면 많은 사람이 성격적 특성 때문에 타인을 곧잘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무모하고 바보 같아 보일 수 있는 이 성격은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타인을 불신하는 것보다 훨씬 더 행복하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마지막은 신뢰가 형성되는 방식에 있다. 우리는 최대 열 가지 특성을 고려해 낯선 이를 신뢰할지 말지 결정하는데, 이 결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이뤄진다. 즉, 누군가에 대한 신뢰도를 결정할 수 있는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있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자리에서 타인에 대한 신뢰도를 즉각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단서는 낯선 사람을 만난 후 처음 몇 분 안에 혹은 심지어 만나기도 전에 얻을 수 있으며, 그 사람이 실제로 얼마나 믿을 만한 사람인지에 대한 지표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부정확한 정보가 많다. 따라서 상대방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가 모이기 전까지만이라도 그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라는 결론을 내리기가 쉽다. 하지만 신뢰는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면접 실험의 참가자들은 지원자에 대한 첫인상과 지원자가 얼마든지 위조했을 수도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잘 모르는 지원자에게 기꺼이 높은 신뢰를 드러냈다. 게다가 이러한 결과는 신뢰에 대한 다른 연구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간단하고 구조화되지 않은 면접은 면접관의 편향되고 주관적인 판단에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어, 평가 도구로서 무의미하다는 사실이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58쪽)
사과가 먼저인가, 해결이 먼저인가
위기관리부터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방법까지,
신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구조를 파헤친 책!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이 초반 신뢰도는 빠르게 형성되는 만큼 무너지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저자는 《신뢰의 과학》에서 이와 관련된 실험을 개발하고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면서 진행해, 우리가 낯선 이를 믿게 되는 과정, 역량과 도덕성 관련 문제 발생 시 그 신뢰도가 얼마나 무너지는지, 그리고 각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처해야 신뢰 회복이 가능한지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진심을 담은 사과가 신뢰 회복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뢰 회복 방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예를 들어, 업무적으로 얽힌 역량의 문제에 있어서는 사과가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된다. 이는 사람들이 역량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생각보다 긍정적인 생각에 더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열 번 잘하던 사람이 한두 번 실수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일을 못한다거나 아예 아무것도 할 줄 몰라서 그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로 여긴다. 반대로 열 번 못하던 사람이 한두 번 성과를 내면 아무도 몰랐던 그 사람의 능력이 발휘된 것으로 여긴다. 이런 이유로 역량 문제로 인한 신뢰 위반에 있어서 사과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도덕성 문제에서 발생한 신뢰 위반은 이와 반대의 관계가 된다. 역량과는 반대로 사람들은 도덕성에 있어서는 아주 빡빡한 잣대를 들이민다.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에 더 무게를 두고, 도덕적인 사람은 언제든 도덕적으로 행동해야 하며 이 기준을 한 번이라도 벗어나면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낙인찍는다. 반대로 비도덕적인 사람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기 쉬우므로 자신이 얻는 이득이 없다면 대부분 비도덕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쉽게 말하자면 기대치가 너무 높거나 혹은 낮아서 오히려 부정적인 면을 더욱 두드러지게 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역량 위반에 있어 사과는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길 수 있는 문제이지만 도덕성 위반에 있어서 사과는 ‘절대적인 잘못’을 저지르고 이를 인정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신뢰의 기본적인 작동 방식이 바로 이것이다. 기존 연구와 달리 우리가 타인에게 갖는 신뢰도는 0에서 시작하지 않으며, 우리는 의외로 낯선 이에게 바로 높은 신뢰도를 보인다. 그리고 서로 신뢰하는 사이에서 그 신뢰가 무너지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역량 혹은 도덕성 문제이며, 어떤 유형으로 문제가 발생했느냐에 따라 그에 맞는 회복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도널드 트럼프,
그리고 페이스북과 돌체앤가바나…
이들의 신뢰 회복 여부에 영향을 끼친 결정적 요소는 무엇인가?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2003년, 과거 영화배우 시절부터 행했던 성추행 고발에도 불구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주지사로 당선됐다. 캘리포니아주 사람들이 성범죄에 대해 가볍게 생각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들의 도덕적 기준이 달라서 그랬던 것일까?
바로 슈워제네거가 이 사건을 리프레이밍해 대중들에게 정확하게 자신의 보여주고 싶은 면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명백한 도덕성 문제였던 그의 범죄는 ‘영화판’에 오랫동안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었던 ‘실수’였고, 당시 그 영화판에서는 모두가 장난이라고 여긴 어리숙한 행동이었다며 사과했다. 이에 대중은 그의 성추행 사건을 도덕성 문제에서 역량 문제로 바라보게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도 마찬가지였다. 대선 기간 중 그가 배우들을 대상으로 성희롱을 저질렀음에도 그의 지지도에는 큰 금이 가지 않았다. 사람들은 늘 말을 바꾸는 도널드 트럼프를 어리숙하다고 생각했으며, 게다가 아직 정계에 발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있지도 않은 권력을 휘둘러 나쁜 짓을 저질렀다고 여기지 않았다. 게다가 그의 부인인 멜라니아가 그의 편을 들면서 슈워제네거 사건처럼 완벽한 리프레이밍에 성공했다.
《신뢰의 과학》에서는 이 둘의 사례를 신뢰 회복의 모범적이라고는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레이밍과 리프레이밍으로써 대중들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으로는 완벽하게 성공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리프레이밍은 항상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까? 《신뢰의 과학》에서는 페이스북과 돌체앤가바나 사건을 통해 처참하게 신뢰 회복에 실패한 사례도 함께 보여준다. 이를 통해 그만큼 리프레이밍을 이용한 신뢰 회복은 어려우며, 다시금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알려준다.
2021년 가을, 페이스북은 내부고발자로 인해 발칵 뒤집혔다.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이 십 대 소녀들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며, 개발도상국에서는 인신매매를 비롯해 마약 거래, 인종 폭력 조장에 활용되고 있으며, 페이스북은 이를 알면서도 선정적인 콘텐츠를 계속해서 노출시키고 있다는 내부 문건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에 마크 저커버크는 곧바로 기업이 사람들에게 해를 가하는 콘텐츠를 만들 리가 없으며 페이스북은 안정적이고 투명한 회사라고 주장했다. 내부 문건 내용을 부정하며 기업의 이미지를 내세워 도덕성의 문제에서 역량의 문제로 리프레이밍을 시도한 것이었지만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2018년에 돌체앤가바나는 중국에서 영영 퇴출당했다. 상하이 패션쇼를 앞두고 게시한 홍보 영상이 인종차별이라는 도마 위에 오름과 동시에 돌체앤가바나의 공동창립자 겸 디자이너인 스테파노 가바나의 인스타그램 개인 메시지가 유출되면서 문제가 더욱 커졌다. 그의 개인 메시지에는 중국을 비하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이에 분개한 중국인들은 돌체앤가바나의 물건을 불매하고 이미 구매한 물건을 불태우는 영상을 SNS에 게재했으며 결국 패션쇼는 취소되고 말았다. 도미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는 중국을 비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사과 영상을 공식 계정에 게재했지만 오히려 분노만 더 사는 꼴이 되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도널드 트럼프, 그리고 페이스북과 돌체앤가바나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왜 한쪽은 신뢰 회복에 성공했으며 다른 쪽은 신뢰가 회복되기는커녕 더 무너진 것일까? 답은 바로 핵심 문제 파악에 있다. 페이스북과 돌체앤가바나는 대중이 핵심 문제로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데에서 신뢰 회복에 실패했다.
책에서는 리프레이밍을 통한 신뢰 회복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분석하면서 대중이 핵심적으로 여기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물론 슈워제네거와 트럼프의 성범죄라는 본질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신뢰의 작동 원칙 중 한 가지는 바로 핵심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가장 우선이라는 것이다. 신뢰가 무너진 본질적인 문제가 역량 때문인지 아니면 도덕성 때문인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판도를 바꾸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신뢰 회복으로 가는 문을 열 수가 없다.
“신뢰 회복의 열쇠는 우리 모두에게 있다”
불신의 시대를 넘어 신뢰 사회로 향하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책!
신뢰 문제는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집단 차원, 더 나아가 사회나 국가 차원에서 벌어지는 신뢰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나 르완다 집단학살,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사건들뿐만 아니라 개인 간의 신뢰 위반도 전염병처럼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신뢰의 과학》에서는 가정폭력 사례를 그 예시로 들고 있다. 결혼해 가정을 꾸려 두세 명의 자녀를 둔, 누가 봐도 평범한 가족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조금이라도 화가 나면 폭력을 휘둘렀고 결국 아내는 목숨을 위협받는 지경이 된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거기서 벗어나긴 했지만 가정폭력은 그녀에게 영영 트라우마로 남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는커녕 자신의 목을 조르던 남편의 손이 생각나 스카프나 목도리, 목걸이는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됐다.
매우 특정성이 높고 대상이 분명한 피해 사례도 더 넓은 사회 전체를 옭아맬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그러한 과정은 마치 전염병처럼 피해자들이 세상에 대해 (주변 사람들, 공동체, 도움을 청할 기관과 더 광범위한 사회에 대해) 품었을 긍정적인 기대치를 무너뜨린다. 해당 사건으로 직접적인 해를 입었든 아니든 훼손된 기대치는 궁극적으로 신뢰 위반을 의미한다. (73쪽)
이런 사건이 왜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진다는 것일까? 남편의 폭력 때문에 신고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간 경찰관, 여건이 되지 않아 도와주지 못한 친구들이나 관련 기관들, 그리고 남편과 외형적으로 비슷한 사람들까지 개인에게 생긴 불신의 트라우마는 앞으로 이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이 책에서 보여준 사례뿐만 아니라 기사화조차 되지 않은 가정폭력 사건은 굉장히 많다. 이런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만이 아니라 전쟁이나 학살 같은 사건도 개인과 사회에 트라우마를 남겨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뻗어나간다.
이렇게 개인에서부터 시작해 사회 전체로 퍼지는 불신은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할까? 개인에게 남은 트라우마는 신체에 생리적인 작용으로 형태를 남겨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띄어 비교적 어렵지 않게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개인적 사건에서 발전된 사회적 트라우마든, 사회적인 사건, 즉 전쟁,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집단과의 충돌 혹은 사회적 억압에서 발생한 일들은 생리적인 각인을 남기지 않아 가랑비에 옷 젖듯이 어느 순간 불신의 깊은 곳까지 다다라 있다.
사회 전체의 불신과 그 회복으로 가는 적합한 사례는 로스엔젤레스의 비영리 단체 홈보이 인더스트리즈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레고리 보일 신부가 부임했을 당시, 그곳은 범죄가 끊이지 않았고, 붙잡힌 사람들은 풀려나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이 계속 벌어졌다. 그레고리 신부는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홈보이 인더스트리즈를 설립했다. 이 기관은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갱생, 교화, 사회 복귀 프로그램으로 성장해 전국적으로 뻗어나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홈보이 인더스트리즈는 7천 명에 가까운 로스앤젤레스 인근 지역민에게 갖가지 서비스를 제공했고, 400명 이상의 남녀를 대상으로 18개월 동안의 고용을 보장하면서 범죄자의 교화를 도왔다.
《신뢰의 과학》에서는 홈보이 인더스트리즈의 성공적인 사례임과 동시에 사회적으로는 실패담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사회로 다시 복귀하려고 하는 범죄자들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거부하기 때문이다. 다시 범죄를 저질러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와 결국 신뢰가 또 무너질 것이라는 걱정이 있기에 기꺼운 마음 없이 무언가의 도움이 있어야만 신뢰가 다시금 조금씩 작용하게 되는 사회 시스템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아예 없지는 않다. 2016년에 있었던 전국피해자견해조사에서 범죄 피해자 가족들은 보복보다 교화에 초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개인적 혹은 사회적인 신뢰를 위반한 가해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처벌보다 서로를 좀 더 믿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회복적 정의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폭력 범죄 피해자를 포함해 실제 범죄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2016년 전국지해자견해조사 결과에서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가장 드높았다. 주차장 총격 사건으로 스물네 살 된 아들을 잃은 오하이오주에 사는 여성 주디 마틴은 그 설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 마련되어 있는 형사 사법 시스템에서는 속죄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 우리는 좀 더 인간적으로 대해야 합니다. 그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220쪽)
물론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제든 다시 신뢰가 위반될 것이라는 걱정이 끊임없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보다 심사숙고해서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 머리로는 처벌보다 교화를 우선으로 두어야 상황 악화를 막고 좀 더 나은 사회로 갈 수 있다고 여기지만 막상 특정한 사건과 마주하게 되면 교화는 잊고 처벌에만 몰두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그 지점 또한 짚고 넘어간다.
교화와 갱생, 그리고 서로를 믿고 어우러져 가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절대 한쪽에만 그 책임이 있지 않다. 신뢰를 위반한 가해자는 끼친 피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과 진심 어린 속죄, 앞으로의 책임이, 그리고 신뢰를 위반당한 피해자는 가해자를 용서하고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하다. 이는 앞으로 계속해서 벌어질 신뢰 문제에서 풀리지 않는 숙제가 될 것이다. 저자는 신뢰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일 뿐이며 이 모든 현상을 풀기 위해서는 한 세대의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이 그 첫 번째 퍼즐을 풀고 신뢰 사회로 향해 가는 아주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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