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ios omnipotente.(전능하신 하느님)
오늘 처음으로 병원에 병자성사를 다녀왔다. 대형 국립병원인데도, 정문에서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단다. 하는 수 없이 그냥 길옆에 세워놓고 들어갔다. 이번에는 중환자실과 일반병실이 함께 있는 병동 입구에서 두 명의 문지기가 철창문을 가로막고 면회시간이 아니어서 못들어 간단다. 함께 간 봉사자가 병원에 관계되어 있는지, 자기 신분증을 보여주며 중환자가 신부님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는데도 아주 단호하다.
봉사자가 어쩔 줄 몰라하다가, 나를 철창문 앞에 기다리게 해놓고 혼자 들어가더니 담당의사의 허락을 받은 모양이다. 문지기가 인터폰을 받더니 나에게 손가락으로 까닥까닥 들어가라고 신호를 보낸다. 성직자 정복을 입고 있었는데, 저런 싸가지 없는 놈. ‘내가 신부가 아니라도, 개띠인 것은 맞지만, 네가 손가락으로 까닥까닥 부를만한 강아지는 아니거든....’ 속으로 스멀스멀 약이 올라 꼼짝도 않고 그 문지기를 그냥 째려보았다. 못알아 들었는 줄 알고, 또다시 손가락으로 까닥까닥하며 들어오라며 뭐라 중얼거린다. 이번에는 정말 화가 나서 험악한 얼굴로 째려보니까, 그제서야 사태를 조금 파악한 모양인지 손가락을 내리고, “빠드레, 들어와도 된다니까요.” 라고 말한다. 아이구, 성질 같아서는 그냥 확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기다리고 있는 병자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니 꾹꾹 참고 들어갔다.
아주 오래 전에, 그것이 탤런트 조형기씨의 데뷔작이었다고 하던데, <완장>이라는 TV 드라마를 본 기억이 있다. 시골동네의 별볼일 없는 총각이었던 주인공이 저수지였는지 산이었는지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무튼 관리책임자 완장을 차면서부터 인간이 어떻게 권력의 맛을 보고, 그것을 휘두르는지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던 국가권력의 시녀로서, 폭력적으로 시민을 다루었던 한국사회의 공권력은 진정한 <민주주의>가 발전함으로써 서서히 시민을 위한 봉사자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이들의 피와 목숨이 담보되었었다.
지난 여름 내내, 사제관에서 내려다 보이는 수영장 출입구 관리인이 입장객들을 손가락 하나로 통제하는 모습을 보았다. 거기에 사람들은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일개 구립 수영장 문지기마저 그런 모습이니, 국가권력을 등에 업은 공무원들의 폭력적 태도는 이루 말할 수 있을까. 볼리비아에서도 경험한 바가 있으니 남미 전체가 그러리라고 여겨지지만, 식민의 역사가 깊은 이곳에서 <민주>, <시민이 주인>이라는 의식이 자리잡기까지 앞으로도 어마어마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첫댓글 우리 뿔신부님.. 페루에서 돌아오시면.. 책 하나 내셔도 되시겠어요.. ^^ 가끔.. 신부님의 다음 소식이 기다려집니다. 여기서나 저기서나.. 지금은 인플루엔자를 조심해야해요.. 감기조심하세요 개띠빠드레~~^^
신부님 글을 읽으면 상황이 심각한 것같은데도 슬슬 웃음이 나오는 것은 왜일까요? 저희 언니들도 신부님 강론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신부님, 너무 우습고 재미있게 강론하신다고 했어요. "완장"?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 같아요. 동일한 위치에 있다가 승격하면 태도가 달라지는 것...어디에서고 있을 수 있는 "완장"입니다. 늘 건강하세요.
공권력의 손가락과 완장을 없애기 위해 많은 피와 목숨이 희생됐음에도, 그 시절 손가락과 완장으로 덕 본 이들이 요샛날 그 시절을 떳떳하게 큰 소리로 그리워하는 웃지 못할 희극이 종종 상영되는 우리나라도 아직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완장찬 촌놈은 저수지 관리인이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국교가 가톨릭인 나라에서 신부님께 그렇게 싸가지없는 놈이 있단 말입니까?
정복을 입은 신부님께 그럴 정도니 일반 시민들은 아예 보이지도 않겠네요.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일수록 그런 자들이 기승을 부리지요. 일부 우리나라의 졸부들도 비슷하지요. 모른 척하고 지낼수도 없고, 하늘보구 소리 질러봅니다.
지금도 완장찬 사람이 큰소리치는 세상이기는 하지만, 어찌 신부님께 그런 무례하게 행동을 하는지 어이가 없네요....더군다나 국교가 가톨릭인 나라에서....나 원 참......
우리 나라의 과거도 분명 비슷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없어졌다고 볼 수 있지만요,, 그러나 또 다른 형태의 권력은 지금까지도 계속 존재하지요 ~~ 어떻게 보면 그러한 사소한 권력의 추한 모습은 인간과 더불어 바퀴벌레가 공존하듯, 인류 역사와 함께 끝까지 가지 않을까요? 완장의 드라마를 잠깐 저도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저수지 관리인이었구여, 그러나 드라마만 봤지 내용까지 볼 수 있는 머리는 아직 아니었구여,, 신종 플루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저희 시설 아이들이 정말 불안하거든요 ! 그런데 대책이란것이 너무나 오류투성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