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서원( 사적 제 55호) 조선 중종 38년 ( 1543년) 세워진 서원의 효시.
최초의 사액서원.
잘 보존 관리되고 있고 기념관에는 가훈을 직접 써 주는 봉사도 하고 있음
500년을 지켜온 노거수와 물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정자.
선비들이 글을 읽고 시를 짓던 곳에 앉아 솔바람의 정기를 마시니
마음은 청량해지고
유구한 세월 속에서 '삶은 덧없어도 삶은 이어진다'는
평범한 진실을 되새기게 하네.
역사란 흘러가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오늘을 지키는 생생한 흔적이구나.
나와 상관없을 것 같던 그 분들의 유물,
글 속에서 언젠가 만난 것 같은 친근감,
같은 아픔, 비슷한 고뇌를 느꼈던 인간적인 동지애를 생각한다.
역사의 현장에서면 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날은 지독하게 덥고 배는 고프고.
소수서원에서 물었다. 이곳의 자랑할 만한 향토음식은 무어냐고 .
가까운데 있다는 식당을 추천했다( 순흥전통묵집 054)634-4614)
묵밥?
묵무침이 아닌 묵밥?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 물어서, 추천을 받아서 가보니
이 지독한 염천에 식당 앞에는 관광차가 즐비하여
단연 이곳의 향토음식임을 확인케했고.
나무젓가락 굵기고 썬 메밀묵, 시원한 육수, 김치볶음, 김가루를 넣은 묵이
우동그릇에 담겨 내오면 고소한 참기름냄새가 식욕을 돋군다.
함께 나오는 조밥을 묵무침에 말아 먹는다.
사실 묵이라는 음식이 깊은 맛이나 감칠맛이 있는 음식은 아니고.
부드럽게 술술 넘어가는 묵밥은 처음 몇 술은 잘 먹었지만
지금은 찾아와서 먹는 음식이 되었지만 쌀이 귀한 산간지방에서
배를 채우기 위해 묵무침에 물을 넣고 거기에 밥을 한 술 넣고 말아먹은
구황식이었 것이다.
".... 그 싱겁고 구수하고 못나고도 소박하게 ..... 쓸쓸한 음식"이라고 읊었던 박목월의 메밀묵을 떠 올린다.
묵밥( 4,000원)은 대물림 받는 집안요리.
주방에는 주인 할머니가 커다란 함지 가득 묵을 썰고 있었다.
투박한 칼로 어두운 부엌에서 30년 이상 한결같이 썰었을 묵을 생각한다.
싱겁고, 소박하고, 쓸쓸한 메밀 묵 속에 묻힌 한 여인의 척박했을 세월을.
메밀 원산지는 춥고 거친 몽고지방으로 추정되며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에 들어온 구황식물이다.
비타민 철분 칼슘이 같은 양의 우유에 비해 50%나 더 있으며 다량의 섬유질도 함유돼 있는 건강식재료.
영양가가 높고 칼로리는 낮아 다이어트식품, 고혈압환자에게 효과적.
메밀은 찬 성질로 여름에 먹으면 열을 내려주고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메밀을 베갯속으로 쓰면 잠자리가 한결 시원해진다.
메밀하면 나는 이효석의 ' 메밀꽃 필무렵'이 제일먼저 생각난다.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흐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80리의 밤길...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언제 읽어도 감동을 주는 명문장이다.
떠돌던 장거리에서 동행하게 된 '동이'라는 어린 장꾼이 생원의 아들이라는 암시로 이야기는 끝이나고.
불교경전 ' 숫타니파타'는 모든 근심이 '연'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연'을 맺고 나면 보고싶은 근심, 보고있으면 헤어질 근심. 정을 잃어버릴까 근심......세상은 온통 '달콤한 근심덩어리'가 된다한다.
그래서 법구경은 '사랑하는 사람을 갖지마라, 미워하는 사람도 갖지마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서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사는 것은 매일매일 인연을 만드는 일인 것을 어쩔 것인가.
달콤한 인연은 꿈만 꾸어도 좋고,
달콤한 근심덩어리는 지고 갈 만큼만 지고
가까이 있는 이에게 미소라도 지을 일이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더위에 기진한 날의 특식으로 묵밥이라도 해볼까?
"메밀은 몸의 열을 내려 정신을 맑게 하고 오장의 찌꺼기를 훑는다" 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