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작은 사랑의 멜로디
[페이지] F01
작은 사랑의 멜로디
(전 1막)
삐달,아사
미겔,라모스,가리온 작
이창구 각색
정 운 연출
劇團(극단) 第三舞臺(제3무대) 30回(회) 作品(작품)
[페이지] F02
등장인물
인달레시오 ---------------------------------------
돌로레스 (인달레시오의 처) -----------------------
까롤로스 (인달레시오의 조카) ---------------------
마루하 (인달레시오의 수양딸) -------------------
사뚜리오 (의사) ----------------------------------
블 라 사 (이웃아낙) ------------------------------
삐오 (블라사의 아들) -------------------------
그레고리아 (하녀) --------------------------------
암브로시오 (운전수) ------------------------------
사라게따 (에르모헤네스,사라게따) -----------------
삐리오 (하인) ----------------------------------
이상 11인
[페이지] 001
살라망까 주 어느 시골에서 일어난 일, (시대는 현대)
[막] 제 1막
(시골풍집의 아래층 응접실 가구가 적절하고 단정하게 놓여있다
(배우를 무대에 세워놓고 볼때) 정면 우편에는 커다란 문이 있는데 그문을
통하여 과수원 밭이 보인다. 정면 깊이 가운데에는 창문이 있다. 정면 좌편에는
부엌문이 있다. 우편 전경에는 안달레시오씨의 서재와 방들의 문이 있고, 바른 편
쪽에는 창달린 장작 쌓아두는 광이 있다. 좌편에는 뒷마당으로 나가는 문이 있고
층계가 보인다. 바른편 무대 앞면에는 술저장 입구가 있다. 층계와 마당 중간에는
alacena가 있고, 구석에는 사냥총이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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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제 1장
(막이 열리면 무대가 비어있다. 멀리서 교회의 종소리가 들린다. 부엌에서부터
그레고리아가 나와 광 있는 쪽으로 가서 문을 연다. 이때)
[돌로레스] 얘, 여기와서 이 침대 보좀 받아라 (그리고 식탁위에 놓고 자세히
들여다본다) 아니구,하나님 맙소사! 왜 이렇게 색깔이 누렇게 바랬을까? 하긴
이렇게 좋은 침대보를 손님이 왔을때만 내놓으니까 그럴만도 하지
[그레고리아] 모르긴 해도 도련님은 마드리드에서 이렇게 푹신푹신한 요를 깔고
주무셔 본적이 없었을 거예요
[돌로] 그래, 하숙집 같은데에서 이렇게 좋은 침대보를 내놓겠니? 어림도 없는
일이지
[그레] 그러니까 오늘밤 부터 도련님은 편히 주무실 수가 있단 말이예요
[돌로] 누가 아니래니? 그러나 사실은 그렇게 되지 않으니까 걱정이지 아,글쎄
그 불쌍한 녀석이 병이 잔뜩 들어 갖고 온다지 뭐냐
[그레] 아니,그래 도련님의 병이 위중하다는게 사실인가요?
[돌로] 위중해도 보통으로 위중한게 아니란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늦게나마
여기 삼춘집에 와 있겠다니 병이야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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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난거나 다름없지 않겠니? 천주님 덕분에 내손은 약손이 돼서 병자를 한번
어루만지기만 해도 낫거던
[그레] 이것봐요,삐리모
[삐리꼬] 왜그래?
[그레] 장작좀 부엌으로 갖다 놓아줘요
[삐리] 그래,지금 곧 갖다 놓을께
(장작광에 들어간다. 조금 있다가 장작은 한아름 들고 나와 부엌으로 간다.
그리고는 무대를 통해 뒤과수원 밭으로 나간다. 마루하가 노래를 부르면서
내려와서 정면에 놓여있는 동쪽으로 간다)
[돌로레스] (마루하 보고) 정말이지 너처럼 성격이 무사태평이면 그것도 하나의
복이지뭐냐! (그레고리아 보고) 자 이것들을 전부를 위층에 갖다 놓아라
(그레고리아는 올라갔다가 후에 부엌으로 내려간다)
[마루하] (잔으로 통에서부터 꺼낸 밀을 잔으로 재어서 작은 보구니 속에
붓는다) 하나,둘,셋,넷
(그리고 통을 닫는다)
[돌로] 도대체 뭣을 하는거지, 또 암탉들에게 모이를 주려고 하는가
보구나,그놈의 짐승은 육실하게 살도 쪘더라
[마루하] 그러믄요,암탉들이야 살 안찌면 심심해서 살 재미가 있나요? 그중에도
두마리는 마치 칠면조처럼 살이 디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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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룩 쪘는데요. 뭐 참 살이 불어나는 것처럼 재미있는 것도 없을거예요
[돌로] 그거참 듣던 중 재미있는 말이로구나,말이 난김에 밀러두겠는데,그
두마리를 잡아 국을 만들어 먹어야 겠다
[마루하] 뭐라구요? 그래 그 암탉 두마리를 죽일작정 이세요
[돌로] 두번 말하믄 잔소리지 뭐냐? 네 오래비한테 영양있는 국을 걸직하게
끓여서 먹이면 그것처럼 보약이 또 어디 있겠니?
[마루하] 하긴 어머님 말씀이 옳기는 옳아요,가엾은 오빠 까롤로스를
위해서라면 그까짓 암탉 두마리쯤 희생시키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예요 지금쯤
한창 눈이 빠지게 나를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말이예요
[돌로] 참, 너같이 행복한 애도 없을게다.밤낮 닭밖에 생각을 안하니 말이야
[마루하] 그렇지만 이런 시골구석에서 딴것을 생각할께 또 뭐 있어요?
(부엌으로 들어간다.아마 부엌에서 바른편쪽 문을 통해 뒷마당으로 나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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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2장
[돌로] 참 애도 명랑두 하지,밑에서 교육을 받았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성격이 쾌활하단 말이야 (뒷마당에서 닭들의 소리가 시끄럽게 들린다) 이게 무슨
소리야? (창문을 통해 내다본다) 마루하야,이쪽으로 오는 저 암탉을 잡아야 겠다
(멀리서 교회의 종소리가 들린다.바른편 서재에서 인달레시오가 손에 신문을
들고 나온다)
[인달레시오] 이거 어떻게 된거야, 그래 성당에 안갈 작정인가, 지금 마악
마지막 종소리가 들리던데
[돌로] 성당에 갈시간이 어디 있어요, 당신과 같이 마드리드에서 돌아오는
우리조카를 마중하러 정거장에 가야죠
[인달] 좋도록 하구려 "암브로시아"가 우리들을 데리러 차를 가지고 시간
맞추어 이리로 온다고 했소, 삐리꼬가 벌써 일러둔 모양이요
[돌로] 아니 여보! 오리도 안되는 거리를 그래, 걷지않고 차로 갈 작정이우!
당신은 자꾸 걸어야되요, 의사선생님도 당신보고 그저 운동을 하라고 그러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당신은 조금도 몸을 움직이려고 하지 않으니 원 참!
[인달] 그래,그래 알았어,운동할테니 제발 잔소리 고만하구려
[돌로] 암브로시오 보고는 차를 가지고 정거장에 가 있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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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놓고 돌아올때 타고 옵시다. 까를로스의 건강상태가 정거장에서 부터 집까지
걸어올 정도가 못 될테니까 말이예요,그러니까 정거장에 갈때는 지름길로 해서
산보삼아 슬슬 걸어가잔 말이예요
[인달] 지름길로 해서 가잔 말이지? 그렇지만 난 걸을 생각만 해도 벌써
피곤해오니 어떻헌다. 그렇지만 당신 말대로 해야지 안하면 또 벼락이
내릴테고,자 그럼 지름길로 가자구
[돌로] 그래도 걷고 난후에는 기분이 상쾌하실테니 이따 두고보세요
[인달] 그건 차후 문제고 그러나 저러나 만두빵 갖고 가는건 잊지마우,가면서
내가 먹을테니까
[돌로] 그럼, 이따가 코코아차는 마시지 않을 작정이우?
[인달] 왜 안마셔,만두빵도 먹고 코코아 차도 마셔야지 이왕이면 코코아 차는
지금 마셨으면 좋겠어
(의자에 앉는다)
[돌로] 그럼,그레고리아 보고 준비해 놓으라고 일러야겠군요
[장] 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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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선생님인 돈사뚜리오가 들어온다)
[돌로] 아이구 사뚜리오선생님 오시네
[의사] 안녕들 하시오
[인달] 어서오시오
[의사] 두분이 나를 부르신다는 전갈이 와서 왔는데 뭐 댁에 누가 무슨
병이라도 걸렸소
[돌로] 그러믄요, 그렇지 않으면 의사선생님을 부를리가 있나요
[의사] (인달레오를 보고) 아마 주인양반이 너무 잡수셔서 또 소화불량에
걸리신 모양이로군, 내가 인달레시오 선생보고 여러번 음식을 조심해서 적당히
드시라고 일러드렸는데
[인달] 난 이날 이때까지 필요한 양만 먹었지, 쓸데없이 많이 먹거나 적게 먹은
적이 꿈에도 없소, 배가 심심할 정도로 잘 되어가고 있다오
[돌로] 병자는 이양반이 아니고 제 조카랍니다.
[의사] 조카님이 벌써 도착했든가요,난 통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돌로] 아니 아직 오지 않았어요,그러나 그애가 오기전에 선생님과 상의할께
있어서 오시라고 한겁니다
[의사] 그럼 어디 말씀해 보시오
[돌로] 우선 우리들과 코코아 차 드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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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거 듣던중 반가운 소리군요, 실은 요즘 집에서 들지 못했거든요
"비야레호"에 급히 갈일이 있어서 말이요
[인달] 그럼 앉읍시다
(돌로레스 부인이 부엌으로 갔다가 금방 나온다)
[의사] 자! 그럼 댁의 조카님에 대한 병이야기를 들어봅시다
(모두들 식탁에 둘러앉는다)
[인달] 사실은 어제 그애의 편지를 받았읍니다. 그런데 편지사연을 읽고
우리내외가 여간 놀라지 않았다 이겁니다.
[의사] 그럼 어디 그 놀라게 했다는 사연좀 읽어주실 수 없겠소?
[인달] (읽으면서) 숙부님 숙모님께 삼가 상서를 올리나이다. 그동안 이 질자의
일자무소식을 퍽 궁금히 여겼을 줄 아옵니다. 그러나 제가 그동안 숙부님
내외분께 대한 간절한 정이 엷어졌거나 더우기 숙부님 내외분의 하해같으신
은혜를 저버린 것은 절대로 아니옵니다.
[돌로] 녀석이 아직도 우리 내외를 끔찍히도 생각하고 있으니 참 기특도 하지
[인달] 그동안 서신 한장 올리지 않은것은 저의 구제불능성 질환으로 말미암아
숙부님 내외분이 놀라시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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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위함이었나이다.
[돌로] 아이구, 객지에서 병이 들었다니 얼마나 고생이 많을까
[인달] 그러나 병이 매우 위중하고 위독한 지경에 이르렀기때문에 부득불
모든것을 솔직 담백하게 털어놓지 않을 수 없게 되었나이다.
[의사] 허 참,걸려도 아주 단단한 병에 걸린 모양이로군
[돌로] 시각을 다투는 굉장히 위독한 모양인가봐요
[의사] 어서 마져 읽으시오
[인달] 마드리드의 가장 유명한 의사선생님들 한테 진찰을 받았는바,모두가
한결같이 말하기를 위도 나빠지고 간도 나빠지고 또 기타 여러 내장기관에 탈이
났다고 하옵니다.
[의사] 거참 ,큰일이로군
(그레고리아가 코코아 석잔과 비스켜을 담은 쟁반을 들고 나온다. 그리고는
다시 들어가서 물이 담긴 컵 세개를 들고나와 또 탁자위에 놓는다)
[인달] 저의 학업을 위해 천만가지 희생을 불사하시는 숙부님 내외분의 그
거룩하신 은혜를 생각할때 이와같은 사연을 올리기가 실로 난감하더이다. 더우기
저를 친자식처럼 사랑해 주시고 돌보아 주시는 두분에게 마음의 충격 드리지 않기
위해 그동안 몇번이나 붓을 내던지었는지 모르나이다. (돌로레스를 보고) 이제는
당신이 읽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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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코코아 차가 식으면 맛이 없어서 마시지 못하니까 말이요
[돌로] 원,마시고 먹는 일이라면 그저..... 그럼 이리내요 어디까지 읽었어요?
[인달] "내던지었는지 모르나이다"까지 읽었지,어디긴 어디야
[돌로] 옳지 바로 여기에 "내던지었는지 모르나이다"가 있군 (읽는다) 그러나
사정이 하도 급박하와 모든 것을 하나도 숨김없이 밝히지 않을 수 없게
되었나이다. 저를 진찰하신 여러 의사선생님들의 종합적인 의견은 마드리드에서
저를 치료하기는 불가능 하다는 것입니다. 고로 시각을 지체말고 한시라도 빨리
파리로 가서 제가 필요로 하는 수술을 받아야 된다는 것입니다 파리 밖에는
제병을 고칠 수 있는데가 이세상에서 한군데도 없다고 하옵니다.
[의사] 수술이라니?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걸
[돌로] 그렇지만 편지에 그렇게 쓰여 있는데요
[의사] 편지에 나타난 사연만 갖고는 명확한 진단을 내릴수가 없으니 어디 좀
생각해 봅시다.파리에 안가고도 고칠 수 있는지 모르니까 말이요. 그저 외국에만
가면 무슨 병이든지 치료할 수 있다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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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방식은 난 도대체 못마땅 하단 말이요,다시 말해서 우리 서반아의 의사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쟁이 엉터리 의사라 무시 당하는 기분이다 이거요, 그렇지만
바로 이자리에 서있는 소생으로 말할것 같으면,에... 또 비록 이런 시골구석에서
아깝게 썩고 있지만 모든 의학의 발달된 처방을 다 사용할줄 아는 최고
일류의사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소,그러나 아직 내가 모르는 새로운 치료방식이
있다면 서슴치 않고 공부하겠소. 그래서 내 처방에 응용하겠다는 게 나의
소신이요
(의사가 흥분해서 열변을 토하는데도 아랑곳없이 인달레시오는 자기 비스켜을
다 먹고 돌로레스가 편지를 읽고 있는 동안에 그녀의 그릇과 슬쩍 바꾸어
놓는다.그리고 또 먹기 시작한다)
[돌로] (자기 그릇에 비스켜을 집으려다 말고) 이 정신 빠진 그레고리아가 내
그릇에는 비스켜을 안놓았네
[의사] 여기있는 이것을 드시오
[인달] (먹다말고 허겁지겁) 저,"비야레호"에 가신다니 부탁 좀 하나
들어주시오,그곳에 가면 셀레도니오 그친구 만나시겠지?
[의사] 아암,물론이지요
[인달] 그사람 한테서 밀값 이만원 가량을 받아와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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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그렇게 하외다
[마루하] (부엌에서 나오며) 왜 벌써 가세요,의사선생님?
[의사] 마루하로구나! 마루하는 볼때마다 점점 더 예뻐진단 말이야
(그레고리아가 커다란 쟁반을 가지고 부엌에서 나와 차그릇을 챙겨가지고
들어간다)
[마루하] 고마워요,의사선생님
[돌로] 그럼 오시는 길에 꼭 들리세요
[의사] 약속한거니까 꼭 이행하리다
[인달] 있다 봅시다
[돌로] 잘 다녀오세요
[마루하] 안녕히 가세요
(사뚜리오 의사선생 바른편 쪽으로 퇴장)
[장] 제 4장
[돌로] 여보,빨리 서둘러야겠어요. 이미 정거장에 닿을 시간이예요.(마루하
보고)내 지갑좀 가져온! (마루하 바른편 쪽 방으로 나가서 스카프를 가지고
들어온다) 당신하고 같이 가려면 천천히 걸어야겠죠,아니 (소리치며) 이때까지
그렇게 줏어잡숫고도 여태 간에 기별도 안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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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달] 지금은 배가 부르더라도 조금 있다가 다시 배가고플 가능성은 얼마던지
있거던
(우편 서재로 모자를 가지러 나간다. 마루하는 어머니가 스카프 쓰는것을
거들어 준다 돌로레스 부인은 부엌으로 가서 만두빵을 가져와 인달레시오가
의자위에 놓은 신문지에 싼다)
[돌로] (마루하보고) 내가 올때까지 너는 윗층에 올라거서 침대를 말끔히
정리해 두어라,까를로스가 먼길을 오느라고 피곤할테니 집에 오는 즉시 침대에
들어 눕히도록 해야겠다.
(인달레시오가 나오면서 모자를 쓴다)
[마루하] 그럼, 다녀들 오세요
[장] 5장
[돌로] 자,빨리 갑시다
(신문지 꾸러미를 넘겨준다)
[인달] 응!
[블라사] 안에서 누가 온 모양이로군
[돌로] "블라사"부인과 그 아들인가봐요,어서와요! 블라 사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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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사] (아들 삐오와 같이 바른편 정면 깊이에서 나오며) 안녕들 하세요,우리
때문에 갈길을 멈출필요는 없어요. 동부인해 나가시는 것을 방해할 의사는 조금도
없으니까요 그건 그렇고 아까 성당에서 뵙지를 못해서 혹시 무슨 일이 났나하고
이렇게 온거랍니다.그런데 방금 들어오다가 댁의 하인이 말하는걸 듣고
알았는데,뭐 까를로스 도련님이 병이나서 돌아온다고요?
[돌로] 그래서 성당에도 못가고 지금 이렇게 정거장으로 그애를 마중나가는
길이라우
(인달레시오는 만두빵을 먹기 시작한다)
[블라사] (손까지 내저으며) 그럼 어서 가보세요,어서요 그저 제발 덕분에
까를로스 도련님의 병이 위중하지나 않았으면 좋겠어요. 돌로레스 부인도
기억하시겠지만, 글쎄 이 애가 이년전 신학교에 있을때 내가 얼마나 겁이나가지고
안달복달 했었수.난 그때 이 애가 꼬옥 죽는줄만 알았다구요,그랬다니까요, 글쎄!
그렇지만 집으로 돌아오기가 무섭게 내가 맡아놓고 깍구 쓸구 닦구 정성스럽게
돌보아 주었더니 글쎄 이틀만에 말끔이 낫지 않겠어요, 그 뒤부터 내가 알뜰살뜰
보살펴 주었더니 지금은 보다시피 이렇게 뚱뚱해질 정도로 몸이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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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 졌지 뭐요, 글쎄
[돌로] (일어선다) 그럼 우리는 이만......
[블라사] 그럼 어서 어서 가보세요,참,마루하는 어디갔어요?
[돌로] 위층에 있어요,여보,당신이 좀 소리쳐 부르구려
[인달] (입안에 먹을것을 가득 있는지라) 응...(꿀꺽 삼키고는) 아이휴...꼭
목이 막혀 죽는 줄만 알았다.
[블라사] 괜히 바쁜애를 부르지 마세요, 내려올때까지 우리가 여기서
기다리죠,뭐
[돌로] 그럼 이따봐요
[블라사] 잘 다녀들 오세요
(현관으로 인달레시오와 돌로레스 퇴장)
[장] 6장
[블라사] 그래,너는 입두었다 어디 쓸려고 그렇게 벙어리처럼 잠자코 있니?
누가 너보고 그렇게 입을 봉하고 있으라고 주먹다짐을 하든? 그렇지만 이 에미는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다 알고 있다. 이세상에서 나만큼 내 성격을 아는
사람이 또 누가 있겠니? (삐오가 말하려 입을 연다) 그러니 이 살얼음판 같은
세상을 살려면 너도 그런 성격을 고쳐야 돼 (삐오가 말을 하려고 입을 여나) 다시
말해서 세상 살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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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령을 배워야 한단 말이마. 그러니까 이 에미 일르는 대로만 해라,너는 뭐로보나
신부가 되는 것은 합당치 않아, 네 삼촌이 신부가 되어갖고 사는 꼬락서니를
보고도 모르니? 내가 알뜰살뜰히 살림을 잘 꾸려나가지 않으면 우리집은 벌써
거덜이 났을거다. 물론 네 삼촌도 별로 씀씀이가 해프지가 않은
사람이지만,말이야 아무튼 신부가 되가지고는 돈을 벌수가 없어 (삐오가 말하려고
입을 여나) 천직이나 하는 수작이다. 그저 이세상에서는 돈을 벌어야돼! 네
삼촌이 갑자기 생각지도 않게스리 세상을 떠날수도 있지 않겠니? 지금 당장
돌아가신다고 생각해보자,아니 이미 돌아가셨다고 하자, 그러면 우리 모자는
어떻게 사니,그러나 너와 내가 굶지않고 사는 방법은 꼭 한가지 있다. 네가
부자집 딸과 결혼만 하면 될게 아니냐? 그렇게 되면 네 장래는 훤히 트이게
될테니까 말이야, 그러면 그러한 적당한 혼처가 어디 있겠느냐 하는게 문제인데,
그거야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것 같다. 당장 이집에도 마루하가 있지
않느냐,마루하로 말할것 같으면 인물 곱겠다,얌전하겠다,또 여자로서 배울만큼
배웠겠다,어디 하나 나무랄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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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니? 있다면 있다고 말해라,게다가 마루하의 삼촌으로 말할것 같으면
이마을에서는 제일부자가 아니냐? 너도 아까 네 두귀로 똑똑히 들었겠지만,
까를로스가 병이 잔뜩 들어갖고 온다더라, 모르긴 하지만 십중팔구 죽기가 쉽지,
그러니 어디 죽었다고 생각해 보자,아니 그게 아니라 이미 죽었다고 하자,그러면
이집의 그 많은 재산을 상속받을 사람은 마루하밖에 더있니? 그러니까 네가
마루하와 결혼만 하면 호박이 덩쿨채 굴러 떨어지는거야, 마루하의 아버지로
말할것 같으면 너무 불규칙한 생활을 하고 또 너무 폭식을 해서 아마 제 명대로
못살거다. 어디 그가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해보자,아니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하자,그러면 너는 예쁜 아내와 같이 많은 재산을 마음대로 쓰면서 일생을
떵떵거리며 살것 아니냐? 그래 내말이 조금이라도 틀린데가 있니,있으면 있다고
말해라!
[장] 7장
[마루하] (윗층에서 내려오며) 아,언제들 오셨어요? 전 통 모르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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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사] (일어서) 아이구,우리 마루하로구나! 네 아버지 어머니가 네가 몹시
바쁘다고 말해서 부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마루하] 좀 바쁘긴 했어요,오빠가 머무를 방을 정리하고 있었거든요
[블라사] 아이구, 언제보아도 부지런도 하지,넌 뭐로보나 이집의 보물이야,
그렇잖아도 지금 막 삐오에게 너에대한 칭찬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하고
있었단다. 장차 누가 마루하를 데려갈른지는 몰라도 그 남자는 호박을 덩쿨채로
잡은 셈이라고 말이야. 그러니까 삐오가 마루하같은 처녀를 아내로 맞기만 하면
그거야 복덩어리를 통채로 안은 셈이지 뭐겠니, 안그래? 호호....
[마루하] 아주머니, 그런 말씀은 그만하세요.저는 신부님의 가정부가 되기에는
아직 너무 나이가 어려요
[블라사] 가정부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삐오는 이제 다시 신학교에
안들어간다. 너는 삐오가 신부가 되겠다는 생각을 포기한 것을 아직 모르고 있는
모양이구나
(삐오는 모자로 부채질을 하고있다)
[마루하] (자리에 앉아) 그런 생각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블라사] 삐오가 이렇게 마음이 싹 돌아선 것은 어떤 처녀에
[페이지] 019
게 마음을 싹 뺏겼기 때문이란다
(삐오가 더 세게 부채질 한다)
[마루하] 그처녀가 누군데요?
[블라사] 그거야 난들 어떻게 알겠니? 너도 알다시피 어디 저애가 그러면
그렇다고 속시원히 말하는 애냐? 그러니 입을 열게 하려면 아주 내가 열번은 더
속을 푹푹 썩어야 된단다. 어디 말이 난김에 네가 한번 그애의 입을 열도록
해보겠니? 참! 내 정신 보아, 수다를 떨다보니 너무 늦었구나! 마루하야 나 간다
[삐오] 네 ,빨리 갑시다.
[블라사] 아니,얘가 정신이 있니,없니? 넌 여기서 좀 더 있다가 까를로스를
만나야 되지 않니? 까를로스를 말할것 같으면 너의 소꼽친구가 아니냐!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어) 이 눈치 없는 녀석아,이것이 소위 말하는 기회라는 거다,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없다,없어! 내말 알아듣겠니?
[마루하] 그럼,아주머니 안녕히 가세요!
(블라사 부인 ,어린애처럼 손을 흔들며 현관으로 퇴장)
[장] 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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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오] 우리 어머니는 내가 신부가 되기 위해서 이세상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통
모르고 계시거던,참으로 딱한 일이야
[마루하] 그럼 왜 사실대로 말씀을 안드리는거죠? 삐오가 그 누구를 연모한다는
것이 확실한 이상 어머니의 판단이 옳을런지도 모르죠,뭐 그렇지 않다면 신학교를
포기할리가 없잖아요?
[삐오] 사실은 그게 아니라,저...저....
[마루하] 우물쭈물 하지 말고 남자답게 바른데로 말해봐요,삐오의 마음을
사로잡는 여왕이 누군지 정말 나도 알고싶은 호기심이 나네요
[삐오] 그게 아니라,사실은,저...저....
[마루하] 내가 맞춰볼까요? 저 이발소집 조카딸인 마노릴다,그렇죠?
[삐오] 천만에!
[마루하] 아니예요? 그럼 니까소라인가?
[삐오] 아이구,맙소사!
[마루하] 또 내가 잘못 짚었나? 아,그럼 솔레닷 한테 마음을 두고 있는
모양이로군요?
[삐오] 쓸데없는 소릴랑 그만하는게 좋겠어
[마루하] 이것봐요,삐오! 나는 이 마을에 사는 처녀들의
[페이지] 021
다 들먹거렸어요, 이 이상 딴 처녀는..."응 그러고 보니 나만 남았네, 그렇다면
이 총각이 나한테 마음을 두고 있나? " 이것봐요,삐오! 그외 생각나는 처녀
없어요?
[삐오] 이거 미치고 환장하겠구나
[마루하] 상당히 수줍어 하는 성격이라 속셈을 털어놓기가 쑥스러운 모양이지.
그러고보니 보기에 겸손하지 않은데 옷좀 잘입고 수염만 잘 기른다면 신랑감으론
준수하겠어" 삐오, 왜 수염을 안기르는 거죠?
[삐오] 내가 수염을 길러? 미친놈이 아닌이상 왜 그런짓을 해!
[마루하] 그렇지만 신부가 안될바에야 구태어 수염을 안기를 필요도 없잖아요
[삐오] 마루하,내 사실대로 이야기 할께,내말좀 들어봐
[마루하] 서슴치 말고 말해봐요, 이제야 내게 사랑을 고백할 모양인가 보구나?
[삐오] 마루하는 마음씨도 곱고 그러니 틀림없이 나를 용서해 줄 거야
[마루하] 잘못한 것이 뭣인지는 무조건 용서할께요
[삐오] 고마워, 그럼 내 사실대로 이야기 하께 우리 어머니 말이야,어떻게
말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물론 나는 자식
[페이지] 022
으로써 우리 어머니를 존경해, 그러나 나는 말이야
[마루하] 어머, 생기가 나는 것이 꼭 딴사람 같네, 그래서요?
[삐오] 일대 결심을 했어
[마루하] 무슨 결심인지는 몰라도 참 잘했어요, 의도하는 것이 거룩 하고 착한
일이라면 그것을 구태어 반대할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예요
[삐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말이야
(이때 안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마루하] (급한 목소리로) 그럼 됐어요, 더이상 우물쭈물 할 필요없이 빨리
모든것을 결정지어 제단앞에 나가요
[삐오] 그래 맞았어,바로 제단앞에 나가는 거야,이 순한양의 무리와 같은
신도들 앞에서 설교를 하는 내 거룩한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떠오르는구나
[마루하] 아이구,이제보니 이 멍청이가 하고 싶다는건 나를 사랑한다는게
아니라 신부가 되겠다는거 였구나 그것도 모르고 난 괜히 혼자 몸이
달아갔고,아이 분해!
[장] 9장
[페이지] 023
(빼리꼬가 현관으로 해서 나오고 동시에 그레고리아도 부엌에서 나온다)
[빼리꼬] 아가씨!
[그레고리아] 아가씨!
[마루하] 왜들 그래?
[빼리꼬] 문앞에 암브로시오의 차가 와섰는뎁쇼
[그레고리아] (창문밖을 내다보며) 차에서 웬 도련님이 내렸어요 아마
"까를로스"도련님 인것 같아요
[마루하] 내가 직접 눈으로 확인해 봐야지 (현관쪽으로 달려간다) 틀림없이 내
오빠야, 어머님 아버님은 지름길로 갔으니까 서로 길이 어긋난 모양이지,
빼리꼬,빨리 뛰어가서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를 빨리 오시라고 해요
[빼리꼬] 웃저고리를 입고요
(부엌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밖으로 나온다.이때 까를로스 암브로시오가
현관으로 해서 나온다)
[마루하] 까를로스 오빠!
(달려가서 매달린다)
[까를로스] 마루하!
(서로 포옹한다.무대 한가운데로 나오자 까를로스는 "마루하"의 어깨위에서
기절하는 시늉을 한다)
[마루하] 어머! 기절했네! 누구좀 이리와봐요
[페이지] 024
(삐오와 그레고리아가 달려온다)
[삐오] 아주 중태인가 보군!
[마루하] 여기 앉혀요! (무대 한가운데에 있는 의자에 앉힌다) 오빠,정신차려!
이제는 우리들 옆에 있잖아!
[삐오] 이사람아,정신차리래두!
[그레고리아] 그래도 도련님은 운수가 좋은 편이군요, 가족들 품에서 영원히
눈을 감게 되었으니 말이예요
(빼리꼬,현관으로 퇴장,그레고리아는 여행용 모포와 가방을 들고 위층으로 갖다
놓고 다시 내려와 부엌으로 들어간다)
[까를로스] (모기같은 목소리로) 이,이사람에게 자동차 타고 온 값을 주도록
해,난 지금 주머니에서 돈 꺼낼 힘도 없어
[마루하] 암브로시오,있다와요,우리아버지가 돌아오면 주도록 할테니까
[암브로시오] 그럼 이따 다시 들리죠! (까를로스의 뒤로 가서 그의 귀에다 대고
소리로) 도련님,몸조리 잘하세요
[까를로스] 아,고맙네 (암브로시오 퇴장) 여보게 삐오,그리고 마루하야,난 이제
다된 몸이야
[삐오] 집에 왔으니 요양만 잘하면 괜찮을 걸세,아무 염려 말고 푹
쉬게나,마루하,그럼 잘있어!
[페이지] 025
[마루하] 잘가요,"삐오!"
(마루하 ,삐오를 문까지 전송하면서 까를로스의 병에 대한 상태를 손짓으로
말한다)
[장] 10장
[까를로스] 아!
[마루하] 뭐든지 필요한거 있으면 말해봐
[까를로스]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숙부님과 숙모님은 어디 가셨니?
[마루하] 오빠 마중하러 간다고 정거장에 갔어
[까를로스] 그러니까 지금 집에 안계신다는 말이구나
[마루하] 응,지금 나 혼자밖에 없어
[까를로스] 정말 너 혼자 있단 말이지?
[마루하] 그렇다니까
[까를로스] 그럼 저 문을 닫아라 (마루하,바른쪽 문을 닫는다) 문이란 문은 다
닫아라
(마루하,부엌문도 닫는다)
[마루하] 바람 들어오는 것이 그렇게도 무서워,오빠?
[까를로스] 아니,내가 무서워서가 아니야,딴것 때문이지
[마루하] (혼자 헛소리를 하고 있는게 틀림 없구나) 그럼 뭣이
[페이지] 026
그렇게 무서워 그래? 응, 오빠?
[까를로스] 이 방으로 올사람 아무도 없겠지?
[마루하] 아무도 없어
[까를로스] (벌떡 일어서며) 그럼, 마루하 내 말좀 잘들어줘
[마루하] (소스라치듯 놀라며) 어머!
[까를로스] 무서워할 필요 없어, 우리는 언제나 친 남매처럼 의가 좋지 않았어?
안그래?
[마루하]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오빠를 사랑하고 있는게 아니야
[까를로스] 그건 나도 잘알고 있는 사실이야,게다가 너는 마음씨도 곱고 인정도
많고 또 매사에 신중한 내 사랑하는 누이동생 이거든
[마루하] 비행기는 그만 태우고 요점만 이야기 해요
[까를로스] 요점을 말한다면 에... 단적으로 말해서 난 너한테 절대적으로
기대지 않으면 안된다 이거야
[마루하] 그거야 어렵지 않은 일이야,자,기대요
(팔을 내놓는다)
[까를로스] 아니 그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너한테 기대야 되겠단 말이다, 즉
너의 도움이 필요하단 말이다
[마루하] 어떻게?
[까를로스] 마루하야,마루하야,내가 아주 중대한 비밀을 하나
[페이지] 027
얘기 할텐데 너는 그것을 절대로 남한테 이야기 안하겠지?
[마루하] 물론! 나 약속할 수 있어
[까를로스] 아무리 보아도 이세상에서 속셈을 털어놓고 이야기 할 사람은
너밖에 없구나,그러니까 너는 나를 도와주어야 해, 나의 기막힌 상태를 알면 너도
절로 동정이 갈꺼야, 보통으로 심각한게 아니거든
[마루하] 그렇지만 오빠의 병은 오빠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것 같은데...
[까를로스] 언제 내가 내 병이 심각하고 하든? 난 조금도 아프지 않단 말이야
[마루하] 아니,그럼?
(놀란다)
[까를로스] 이건 절대 비밀이야
[마루하] 아니,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네, 그래 아픈데가 없단 말이야?
[까를] 엄살병 환자지,그래 보다시피 난 이렇게 건강해
[마루하] 그럼 이때까지 어떻게 된거야? 시원히 이야기 해봐
[까를] 그럼 간단하게 이야기 해주지, 숙부님 내외분이 돌아오시기 전에 네가
알아 두어야 될테니까 말이야
(마루하가 정면창으로 가서 창문밖을 내다보고 온다)
[마루하] 빨리 말해봐요
[까를] 기차간에서 내가 작성한 티스트가 있는데 이게 바로 나의 불행지사를
웅변적으로 설명해 주는 증거야
[페이지] 028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어 읽는다) "하숙집 주인아주머니께...."
[마루하] (놀라며) 어머나!
[까를] 하숙집 주인 아주머니에게 하숙비 석달치가 6만 3천원,구두방 주인에게
구두와 실내화값 해서 만원,양복점 주인에게 양복 두벌과....
[까를] 바지, 조끼해서 팔만오천원,오리엔탈 웨이터에게 차값,팁값해서 2천
오백원,아파트 수위에게 꾼돈 3천5백원,그리고 "에르 모테네스.사라게따"씨에게
이것이 제일 골치 거리인데 원금과 이자 합해서 삼십만원,총합계 사십육만
오천원... 이것이 내가 마드리에게 진 빚이야
[마루하] 아이구! 아이구! 아이구! 그래 그 많은 돈을 어떻게 해서 빚을 졌지?
[까를] 그동안 내가 통 빚을 갚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된거야
[마루하] 그런데 아버지 어머니는 이 사실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시잖아,
[까를] 글쎄,숙부님,숙모님이 그사실을 모르시도록 하기위해서 너한테 나의
일급비밀을 털어놓는거란 말이야, 그래 내가 이렇게 몸이 멀쩡한데 빚을
사십만원씩이나 지고 있다면 나한테 그많은 돈을 선뜻 보내 주시겠어?
[페이지] 029
[마루하] 물론 그거야 어림도 없는 일이지 뭐
[까를] 그런데 나는 이돈이 필요하단 말야, 난 두달 전부터 하숙집 문밖을
한발자국도 못나갔어,거리에 나가기만 하면 빚쟁이들 때문에 발이 채어 넘어질
지경인걸 뭐 심지어 아파트 수위까지 문을 열어줄려고 안하는거야 그래서 어느날
밤은 하숙집에 들어가지를 못해 "오리엔떼"광장에서 잔적도 있어
[마루하] 어머,가엾어라
[까를] 너는 덕달치나 밀린 하숙집에서 주인마누라의 눈치를 살펴가며 산다는게
얼마나 고역인지 짐작이나 하겠니,그거야 말로 가장 잔혹한 고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야, 아침에 눈을 뜨기만 하면 주인 여편네가 잔뜩 상을 찌푸리면서 "여기
코코아차 갖고 왔시다. 그래도 염치좋게 마시려우?"하고 차잔이 깨어질 정도로
내던지는가 하면 점심때는 "계란부침 잡수시우,비우가 좋아서 남기지
않을꺼예요"하고 빈정거리지,그뿐인가,저녁식사때가 되면 "나도 흙파다가
고기반찬 만드는게 아니니까 이 국물이나 한숱가락 뜨시구려"하고 댕그라니
국그릇만 하나 안기는거야 그래 나도 참다 참다 못해 끝판에 가서 "애라 될대로
되라,숙부님,숙모님을 속여 먹던지 그렇지 않으면 자살이라도 하자"
[페이지] 030
[마루하] 그래,어떻게 하기로 했어?
[까를] 어떻게 하다니? 숙부님,숙모님을 속이는게 낫지 그래, 넌 내가
자살하기를 바라니?
[마루하] 아니,그게 아니라
[까를] 그래서 병이 대단히 위독하다고 거짓 편지를 낸거야 물론 나도 그러한
짓이 고상치 못하다는 것은 잘알고 있어, 그러나 사정이 급박하니 난들 어떻게
해! 더우기 숙부님 내외분은 나를 끔찍히도 사랑하시니까 내가 죽는것을
바라시지는 않을거란 말이야
[마루하] 물론이지, 더군다나 오빠나 나나 다 두분때문에 이만큼이라도 자란게
아니야? 안그래? 그 은혜야 태산같지 뭐
[까를] 그러니까 이왕이면 은혜를 지는 김에 사십만원도 덤으로 지잔말이야,
나를 파리로 보내서 수술을 하는 비용도 그보다 더 들면 들었지 덜들지는 않을
테니까,안그래?
[마루하] 참,뭐때문에 파리에 가려는 거유?
[까를] 이런 형광등 같으니라구,통 내말을 못알아 듣는구나, 돈을 받아갖고
내가 달려갈 곳은 파리가 아니라 마드리드야,그래서 그 하숙집 주인 마누라를
위시해서 모든 빚장이들에게 보기좋게 복수를 하는 거지,특히 그놈의
"사라게따"에게는 주먹으로
[페이지] 031
한대 쳐야겠어
[마루하] 그리고는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갈 참이야?
[까를] 아니, 그건 절대로 아니야, 나는 완전히 후회했어 두달동안 하숙집방
구석에서 처박혀 있는 동안에 나는 인생에 대해서 많이 배웠어,빚만 다 청산되면
열심히 공부해서 학업을 끝마칠테야
[마루하] 목적의식이 투철한데, 그렇지만 오빠가 선량한 두분을 속이기 위해
그런 몹쓸 연극을 꾸민다는건 옳지 않아
[까를] 몹쓸 연극이 아니라 그건 내 자살을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야,그래 빚을 잔뜩 걸머진 가난한 학생이 자기 숙부를 좀 속인다고 해서
뭐 나쁠거야 없지 않아? 지금 내 입장이 이만저만 절박한게 아니야,하숙집
주인마누라나 양복점 주인이나,아파트 수위는 좀 더 기다려 줄수도 있어,그러나?
"사라게따"만은...
[마루하] "사라게따"가 누군데?
[까를] 조금도 지불기한을 연기해 주지 않는 노랭이야, 더군다나 이작자가 내
숙부가 아주 부자로서 시골서 살고 있는 사실을 알아냈어, 그래서 며칠전부터
나를 법에 고소하기 위해 숙부님에게 빚 갚으라고 편지를 내겠다는 거야
[페이지] 032
[마루하] 설마 그럴리가....
[까를] 내가 사라게따라는 인간을 몰라서 그래, 언뜻 보기에는 예의가 바른
늙은이로서 인상도 여간 부드러운게 아니야, 그러나 그 부드러운 인상과 예의있는
태도가 곧잘 사람들을 교도소에 처넣거든,아무리 사정해도 소용없는 귀머거리야
[마루하] 진짜 귀가 먹은 귀머거리란 말이야?
[까를] 그럼, 아주 절벽인데 뭐, 그러나 내가 숙부님한테서 돈을 받아 그의
손에 쥐어 주기만 하면 귀가 훤히 뚫릴거야
[마루하] 어머나!
[까를] 그러니 내몸이 얼마나 달아 있는가 알수 있겠지? 그 늙은이가
숙부님한테 편지를 보내는 날이면 만사 끝장이야
(한숨)
[마루하] 이제는 오빠의 사정을 충분히 알고도 남겠어,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내가 갖고 있는 돈으로 좀 도와주어도 괜찮겠어?
[까를] 얼마나 있는데?
[마루하] 삼만이천 몇백원인가 있을거야
[까를] 삼만이천 몇백원? 그럼 삼만 이천원만 받고 그 몇백원은 절대
사양하겠어,나도 오빠로서 위신이 있으니까 말이야,그러나 저러나 문제는
숙부님이 내가
[페이지] 033
파리에 가서 수술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주셔야만 돼 그래야만 내가 그놈 한테
빚을 말끔히 청산할 수 있거던, 그러니 네가 숙부님이나 숙모님보고 내 병이
위독한 구제불능 질환이라고만 말해줘
[마루하] 좋아,오빠 말대로 할께, 그러나 다음부터는 세사람이 되어야 해!
[까를] 그건 약속할께,아니 맹서할 수 있어, 그러나 저러나 먹을것 좀 다오,
허기가 져서 곧 쓰러질것만 같다 열여섯 시간 동안 입에 고사지낸 것이 하나도
없거던
[마루하] 아이구 가엾어라,그럼 잠깐만 기다려요
[인달레시오,돌로레스] (안에선) 어디 있나? 흥,어디있어?
[마루하] 지금 돌아오시는가봐
[까를] 그럼 나는 의자에 이렇게 앉아 있어야지
(당장 죽은듯한 모습으로 의자에 앉기가 무섭게 축 늘어진다)
[페이지] 가-001,, 0A0010
[장] 제 11장
(현관으로 인달레시오,돌로레스 들어온다)
[인달] 까를로스야
[돌로] 아이구 이녀석아
(세사람은 서로 포옹하고 키스하고 법썩을 떤다)
[까를] 숙부님! 숙모님!
[인달] 결국 우리곁에 돌아왔구나!
[돌로] 정말 네가 보고싶었다.
[인달] (까를로스의 뒤에서 자기 아내보고 낮은 목소리로) 얼굴이 말못할
정도로 상했는걸 좀 생기를 불어넣어 주어야지 (까를로스보고) 너 얼굴이
좋아졌구나
[돌로] (까를로스 뒤로가며) 누구든지 널보고 병자라고 말은 못하겠다 야!
[까를] 그렇지만 속으로 골병이 들었는걸요 뭐!
[인달] 그렇다고 뭐 조금도 염려할건 없다.
[돌로] 암 그렇고 말고 여기서 우리와 같이 있으면 병같은것은 저절로
나을거다.
(자리에 앉는다)
[까를] 이거 큰일났네 아니에요. 숙모님 제병은 파리로 가야 고칠 수 있는
병입니다.
[페이지] 가-002,, 0A0020
[인달] 파리에 가야된다고?
[까를] 그래요 파리에 가야됩니다. 제병은 보통병이 아니예요.마루하야 내가
들어왔을때 기절했다는 사실을 왜 말씀드리지 않니?
[마루하] 아 참 오빠가 여기 들어오자마자 정말 기절했었어요
[까를] 그것보세요,아주 이만저만 병이 위독한게 아닙니다.
[돌로] 그렇지만 곧 나을거다.
[인달] 여기 이 평화스런 마을에서 고기로 영양을 섭취하고 좋은 포도주를
마시기만 하면 그까짓 병 쯤이야
[까를] 먹고 마시는건 미상불 괜찮지만....
[돌로] 그렇지만 얘야 먹는것에 대해서는 특별히 조심을 해라 몸의 상태도
모르고 먹기만 하다가 병이 더지면 어떡하니?
[인달] 잘 먹는것은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는게 아니니까 뭐 조심까지 할 필요는
없어.어디 맥좀 집어보자. (맥을 잡는다) 난 진맥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약하긴 약하구나
[까를] 그러믄요.약해도 보통 약한가요?
[인달] 그러니 우선 저녁식사를 푸짐하게 잘들어야겠다. (마루하보고) 저녁을
진수성찬으로 잘 차리도록해라
[페이지] 가-003,, 0A0030
[돌로] 아니 이이가?
[인달] 죽은 계란탕으로 만들고 고기요리에는 도마도를 양념으로 넣고 그리고
참 닭을 삶으라고 해라
[까를] 참 숙부님! 어쩌면 그렇게 필요한 말씀만.... 골라가며 하세요?
[인달] (돌로레스를 보고) 이제 알겠어? 이 애는 먹는 이야기를 하니까 생기가
돌지않아? 무슨병이라도 그저 잘먹는게 제일 좋은 약이야
[돌로] 여보!
[마루하] 아버님 말씀이 옳긴 옳아요. 먹어서 손해보는 일은 없잖아요? 다
먹자고 하는 짓인데
[돌로] 넌 그렇게 아프다면서 식욕이 있니?
[까를] 식욕은 왕성해요. 그렇지만 그게 먹고 싶어서 식욕이 생긴건지 몸이
허해서 먹고 싶은건지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인달] 몸이 허해서 먹고 싶고 먹고 싶으니까 식욕이 생기는 거야 그렇지않으면
병자들의 반은 죽을거다. 어쨌든간에 저녁을 진수성찬으로 잘 차리도록 해라
마루하야
[마루하] 내 곧 준비하겠어요
(부엌으로 나간다)
[페이지] 가-004,, 0A0040
[장] 제 12장
[까를]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쉰다) 휴우-
[인달] 왜그러니?
(의자를 가까히 당긴다)
[돌로] (까를로스 옆으로 간다) 몸이 불편하냐?
(까를로스 옆에 앉는다)
[까를] 제병이 보통 위중한게 아니예요.내일 당장 파리에 가지않으면 전 꼭
죽는 몸이예요
[인달] 어디 자세히 말좀해라.그래 언제부터 병이 들었니? 팔일전에 편지에도
병에 대해서는 일언 반구도 써있지 않았는데
[까를] 그건 숙부님 숙모님을 놀라시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안쓴겁니다. 그러나
병난것은 벌써 오래전부터 였어요
[돌로] 오래전부터 였다고?
[까를] 네 숙모님 그리고 나서 병이 악화되었어요
[인달] 그것봐! 하숙집에서 아무렇게나 주는 식사를 하면 그렇게 병이
걸리는거야
[까를] 처음에는 아주 이상한 징조가 나타났어요.어떤때는 열이 나는가하면 또
어떤때는 오한이 나고요 또 그렇지 않을때는 열도 안나고 또 오한도 안나구요
[페이지] 가-005,, 0A0050
[돌로] (쳐다보며) 그외에 별다른 증세는 없었니?
[까를] 전신이 돌로레한게 여간 아프지 않았어요
[인달] 돌로레한게?
[돌로] 왜요?
(자기 이름을 부르는줄 알고)
[인달] 아니 당신을 부른게 아냐 그래 아픈게 따끔따끔하지 않더냐?
[까를] 네 아주 따끔따끔 했어요.처음에는 한군데만 따끔따끔 아프더니 나중에
가서 딴데도 따끔따끔 쑤시더군요. 그러나 처음에는 여기 양쪽이 다 (두손조끼
양쪽 주머니에 넣는다) 따끔따끔
[인달] 양 옆구리가? 따끔따끔
[까를] 네!
[인달] 거 굉장한 병이로구나 그런데도 우리는 통 모르고 있었으니
[돌로] (의자에 앉으며) 아이구 네가 그런병에 걸리다니
[까를] 병이라도 보통 병인가요 뭐? 두달동안이나
[까를] 네 그래요,기어코 제가 거리밖으로 나가 다니지도 못할날이 오고야
말았던거예요
[인달] 거 들을수록 끔찍한 소리로구나
[까를] 그나 그뿐인가요? 어느날 밤은 제가 "오리엔떼"광장에 있는 벤치에서
자기까지 했는걸요
[돌로] 원 저런!
[페이지] 가-006,, 0A0060
[까를] 아이구
(신음한다)
[돌로] (일어서서 옆으로 간다) 왜 그러니?
[인달] 어디 또 아프냐?
[까를] 아이구 옆구리가 또 따끔따끔 쑤시기 시작해요
[돌로] 이거 야단났구나 얘야 정신차려라
[까를] 이제는 정신 차리기 다 틀렸어요 가슴이 답답하고 설움이 복받치는게
그저 울고만 싶어요 (운다)
[돌로] 아이구 불쌍한 자식!
(운다.그리고 일어난다)
[인달] 이러구보니 나도 체면상 울지 않을 수 없구나
(운다)
[까를] (서럽게 울면서) 네 우세요.다들 속 시원히 우시란 말예요. 그리고 내일
당장 저를 파리로 보네주세요.그렇잖으면 난 별수없이 죽고 말거예요
[장] 제 13장
[마루하] (쪼코릿 과자를 담은 쟁반을 들고 들어오면서) 식탁을 곧 차릴테니
잠시만 더 기다리세요. 그런데 우셨어요? 눈물의 씨앗이 얼굴에 홍수처럼
나있네요
[인달] 까를로스가 그동안 병으로 고생한 이야기를 들으니 이렇게 눈물의
씨앗이 쏟아질 정도로 가슴이 콱
[페이지] 가-007,, 0A0070
메어지는구나
[마루하] (혼자소리로) 잘 속아넘어간다. 자 오빠 우선 이거라도 들면 기운이
날거야 그렇지 오빠?
[까를] 그건 그래 지금 곱창이 비어서 죽겠는걸
(마루하가 내놓은 쟁반을 뺏다시피 해서 초코릿 과자를 정신없이 입에
처넣는다. 들로레스부인은 마루하가 식탁 차리는것을 거들어준다)
[장] 제 14장
(사뚜리오 의사 선생님이 현관으로 해서 들어온다)
[사뚜리오] 아 조카님이 돌아오셨군
[돌로] (일어서서 나가며) 지금 오시는길이군요
[까를] (혼자말로) 아이구 이 마을에 의사가 있다는걸 미쳐 계산에 안넣었구나
[사뚜리오] 까를로스 이거 오래간만이로군
[까를] 사뚜리오! 의사선생님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인달] 이리 앉으시요
[사뚜] 아니 한가하게 앉을시간이 없을것 같소,비야레호촌에서 차까지 보내면서
급히 나를 부르러 왔어요
[페이지] 가-008,, 0A0080
밖에서 지금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건 그렇구 우선 진찰이나 해봅시다. 그래
여행은 어땠나?
[까를] (아주 괴로운 표정으로) 아주 혼났어요
[사뚜] 어디 진맥좀 하자구 (팔목을 잡는다) 채온은 정상인데 그런데 맥이 좀
약하군.음식을 입에 넣은지가 몇시간이나 되나?
[까를] 아주 오래됐어요. 마드리드에서 떠난뒤부터 쭉 빈속인걸요
[사뚜] 그러면 맥이 약하다고 별로 걱정할게 없겠군.그렇게 오랫동안 공복으로
있었으니 맥이 없는것도 용혹무괴이지
[인달] 그렇지만 이 애 말하는걸 들으면 병이 대단한 모양이던데
[사뚜] 그러나 맥을 짚어보니 별로 걱정할게 없을것 같소이다.
[까를] 그래도 난 몹시 아픈걸요
[사뚜] 어디 혀좀보세 (까를로스가 혀를 내민다.혼자소리로) 혀는 아주 상태가
나쁜데
[돌로] 뭐라구요?
[사뚜] (혼자소리로) 초코릿 색깔이 나는 증세는 영 재미가 없거든 어쨌던
자세한 진찰은 내일 해봅시다.
[페이지] 가-009,, 0A0090
[장] 제 15장
(그레고리아가 부엌에서 국그릇과 닭을 들고 들어온다)
[그레고리아] 저녁진지 가져 왔어요
[인달] 이거야말로 누구에게나 필요한 약이지 자 어서 어서 식탁으로 가자
(까를로스도 벌떡 일어선다)
[사뚜] 아니 중환자가 보통사람처럼 식사를 하겠다니 저런 변이있나.식이요법을
쓰지 않으면 큰일나요
[까를] (혼잣말로) 아이구 이제는 꼼짝없이 굶어 죽게 됐구나
[사뚜] 아뭇소리 말고 지금은 침대로 가서 쉬도록 하게
[돌로] 그러고보니 의사선생님 말씀이 옳군요 (까를로스를 민다) 얘야 어서
윗층으로 올라가서 쉬거라 응 어서
(층계쪽으로 안내한다)
[까를] (의사보고 불만에 가득찬 소리로) 그래도 뭘 좀 먹어야 되지 않읍니까?
[사뚜] 정 먹고 싶거든 냉수에 설탕을 타서 좀 마시도록 하게 그 외에는
빵부스러기라도 먹으면 안되네
[까를] 그렇지만
(식탁을 아까운듯이 바라본다)
[돌로] (의사보고) 염려놓으세요.제가 하나도 못들게 할테니
[페이지] 가-010,, 0A0100
까요
[까를] 숙모님!
[돌로] (밀고나간다) 어서 침대에 가서 누우라니까
[뻬리꼬] (현관에서 들어오며) 의사선생님 밖에서 빨리 가시잡니다.
[사뚜] 그럼 난 가보겠소
[돌로] 조심해 가세요
[마루하] 안녕히 가세요
[돌로] (아직도 미련을 남긴채 식탁을 바라보는 까를로스에게) 어서
올라가라니까
[마루하] 아이 가엾어라.얼마나 시장하면 저럴까?
[인달] (마루하를 보고) 저 까를로스가 저러다가 지레 굶어죽겠구나
[마루하] 오늘 저녘 식사를 못들면 아마 오늘밤을 넘기지 못할거예요
[그레고리아] (그릇을 든다) 제가 도련님 식사를 슬그머니 윗층에 갖다
놓을까요?
[인달] 고만두어라 까를로스의 것은 내가 처분하겠다.
(식탁에 앉아 먹기 시작한다)
[페이지] 가-011,, 0A0110
[막] 제2막
[장] 제16장
(그레고리아가 먼지털개로 가구를 털면서 제깐에는 노래를 부른다는게
남듣기에는 꼭 악을 쓰는것 같다)
[마루하] (윗층에서 내려오면서) 그레고리아 이것봐
[그레] 왜그래요.아가씨
(쳐다본다)
[마루하] 그렇게 악을 쓰지 않으면 고맙겠어. 윗층에는 병자도 있고 또
아버님이 아직 기침을 안하셨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될거 아니야
[그레] 체 내가 노래만 좀하면 괜히 샘이나서 야단이야 설사 내가 소리를 좀
지른다하더라도 집은 안 무너진다구요
[마루하] 그래 그래 미안하다. 넌 부엌이나 들어가봐라. 이건 내가 할테니까
(그레고리아 부엌으로 들어간다.마루하가 먼지털개질을 한다)
[삐오] (현관으로 들어오며) 잘있어.마루하!
[마루하] 식전 아침부터 웬일이예요
(계속 먼지를 턴다)
[삐오] 뭘 별일은 아니고 우선 궁금한것은 간밤에 까를로스
[페이지] 가-012,, 0A0120
의 병세가 어땠어?
[마루하] 아주 나빴어요
[삐오] 그래?
[마루하] 사뚜리오의 의사선생님이 식이요법을 엄히 하시는 바람에 어머니는
괜히 신이나서 까를로스를 밤새도록 감시하면서 아무것도 못먹게 했거든요.병자가
든건 겨우 설탕물 한컵 뿐이였어요
[삐오] 그거 참 잘한일이었군 (갑자기 쳐다본다) 그건 그렇고 내가 여기온
두번째 목적은....
[마루하] 아 목적이 있어서 왔군요
[삐오] 두번째 목적이라도 아주 중대한 목적이야
[마루하] 중대고 소대고 어서 말해봐요.괜히 남 갑갑하게 만들지 말고
[삐오] 울어머니가 내가 신부가 되는 것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는데 말이야
[마루하] 그래서요?
[삐오] 그것까지도 좋은데 나보고 자꾸 결혼을 하라는 거야
[마루하] 그게 사실이에요 누구하고요?
[삐오] (잠시 망설이다가) 마루하하고
[마루하] 나하고? 아니 그게 블라사 아주머니의 생각이예요
[삐오] 그렇다니까 그럼 그게 내 생각인줄 알았어?
[페이지] 가-013,, 0A0130
[마루하] 어머 그 아주머니 고양이 쥐 생각해주듯 나를 끔찍히도 생각해
주는군요
[삐오] 마안해 그렇다고 뭐 내가 마루하를 모욕주기 위해서 그렇게 말한건
아니야 그저 말주변이 없다보니 그건 어쨌든간에 난 아무래도 천주님이 부르는
길을 택해야겠어
[마루하] 천주님이 부르는 길을 택해야겠어
[마루하] 천주님이 부르는 길이든 마귀가 부르는 길이든 자기가 가고 싶으면
가는거지 누가 뭐 말리는 사람 있어요? 그건 그렇다고 하고 왜 새벽부터 그런
시시한 소리를 내게 와서 하려는거죠?
[삐오] 그 그건 마루하가 나의 난처한 입장을 도와줄 수 있으니까 이렇게 와서
사정하는거야
[마루하] 점점 한다는 소리가 사람을 갑절로 웃겼어.이것봐요 장래 신부님 내가
여기서 천하사람들을 도와준다는 소문이 나기라도 했나요? 정말 왜들 이러는거죠
흥!
[삐오] 제발 그렇게 화내지 말아줘.마루하 난 성모마리아같은 심정으로 도와만
주면 되는일이란 말이야
[마루하] 어디 들어보기나 합시다 (앉아서) 뭔데요?
[삐오] 그저 울어머니에게 마루하가 벌써 딴남자와 달밤에 굳게 맹서만 했다고
말만하면 돼!
[페이지] 가-014,, 0A0140
[마루하] 참 기가 막혀서 아니 도대체 누구와 맹서를 했다고 하란말이예요?
[삐오] 누구든지 총각이면 돼! 에 또 예를들면 까를로스라고 해도 괜찮아
[마루하] 뭐라고요?
[삐오] 그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야.마루하가 임자가 있는 몸이라는걸 알면
울엄마도 나보고 장가들라고 성화를 안 먹일테니까
[마루하] 흥 모자끼리 공연한 처녀 병신 만들면서 잘들 노시는군 (다가가며)
이것봐요.삐오씨 이래뵈도 나도 자존심이 있는 숙녀예요.그러니 그런 시시한 일은
혼자서 해결할 생각이나 하시고 괜히 얌전한 처녀 생으로 건드리지 말라구요
(전면 막쪽으로 나간다.돌로레스 부인 윗층에서부터 내려온다)
[삐오] (잘됐다는듯이) 아주머니
[돌로] 잘잤나?
[삐오]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주머니
[돌로] 잘자는게 다 뭔가 이사람아 밤새도록 우리 가여운 까를로스의 병시중
드느라고 눈한번 못붙였네 (마루하 보고) 네 아버지는 아직 주무시니?
[마루하] 네
[페이지] 가-015,, 0A0150
[돌로] 아직도 자고 있다니 빨리가서 깨워라 밤낮 먹고 자기만 하니 그놈의
위가 견디어 내겠니?
[삐오] 어머니도 아주머니와 똑같은 말씀을 하셨어요
(마루하 침실쪽으로 간다)
[돌로] 뭐라고?
[삐오] 잡숫고 주무시기만 하면 제명에 못돌아가신다구요
[돌로] (밀어친다) 뭐야?
(이때 의사가 현관으로 들어선다)
[사뚜] 안녕히 주무셨읍니까?
[돌로] 아이구 어서오세요 의사선생님!
[삐오] 안녕히 주무셨읍니까?
[마루하] (침실에서 나오며) 어서오세요 선생님!
[사뚜] 어 마루하로구나
[인달] (침실에서 나오며) 어서오시오
[돌로] (하품하는 남편을 보며) 어이구 잘하우 잘해
[인달] 아니 여보 내가 어제밤 꼬박 뜬눈으로 새운걸 몰라서 그러는거야?
[돌로] 어련하시겠어요? 당신이 잘알고 있다구요
[인달] 하긴 그렇군 그렇지만 나는 뜬눈으로 있을수가 없는걸
[사뚜] (돌로레스 부인보고) 그래 병자는 간밤에 어떠했읍니까?
[돌로] 상당히 흥분상태에 있었어요
[페이지] 가-016,, 0A0160
[사뚜] 신경이 날카로와진 모양이로군
[돌로] 한시간쯤 잤을거예요. 그러나 그나마 자면서도 꿈자리가 사납던지
몇번이고 벌떡 일어나면서 사라게다 사라게다 하고 소리 소리 지르는군요 글쎄
[마루하] 어머나
[사뚜]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로군
[인달] 그런데 그 사라게따가 도대체 뭘까
[돌로] 알면 빨리 말하려므나
[마루하] 어제 까를로스 오빠가 제게 말해주었어요 사라게따는 성이고 이름은
에르모헤네스인데...(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마드리드에서 까를로스 오빠병을
진찰한 의사선생님 이래요.그런데 그분이 까를로스 오빠를 아주 극진히 돌보아
주었나 보아요.그래서 까를로스 오빠도 퍽 고맙게 여긴다고 어제 말했는데 아마
꿈에서까지 그분의 고마움을 잊지 못했나보죠
[사뚜] 사라게따라... 난 통 모르는 이름인걸 그건 그렇고 어디 환자나
보러갑시다.
[인달] (팔을 휘저으며) 갑시다.
[사뚜] 이번에는 진찰을 꼼꼼히 해서 어디 무슨 병인가 꼭 알아내야겠소
[인달] (층계에서) 먼저 올라가시오
[페이지] 가-017,, 0A0170
[사뚜] 천만에 어서 먼저
[인달] 아니
(서로 사양하다가 동시에 올라가려고 하는바람에 서로 이마를 들이받는다.
돌로레스도 윗층으로 올라가고 마루하는 부엌으로 간다)
[장] 제 17장
[삐오] 열시 미사에 참례해야겠는데 어머니가 나보고 하루종일 여기에 있으라고
엄명을 내리셨으니 이걸 어떡헌다.
[뻬리꼬] (안에서) 네 어서 이리로 들어오세요 (현관으로 사라게따를 데리고
들어오면서) 이분이 주인마님을 찾는뎁쇼
[사라게따] 실례합니다.
(점잖게)
[삐오] 어서 오십시오 (혼잣말로) 난 통 모르는 분인데
[사라게] 여기가 바로 인달레오 선생댁인가요?
[삐오] 네 바로 여깁니다.
[사라게] 장터에서 물어보니 바로 이집이라고 해서 이곳은 초행이라 집
찾느라고 무척 애먹었소이다.
[삐오] 앉으십시요
[페이지] 가-018,, 0A0180
[사라게] 네?
[삐오] (의자를 권하며) 여기 앉으시란 말씀입니다.
[사라게] 아 알겠소이다.
(의자에 앉는다)
[삐오] 그럼 주인어른을 불러오죠
(윗층으로 올라간다)
[사라게] 아 나보고 기다리라고 하는말인가 보군 그럼 기다리지 안 기다릴까봐?
[장] 제 18장
(돌로레스와 삐오 윗층에서 내려온다)
[돌로] 누구신지....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다)
[삐오] 주인아주머니이십니다.
[사라게] 네 아 알겠습니다.초면에 실례가 많소이다.
[돌로] 괜찮읍니다.그런데 댁은 누구신지?
[사라게] 방금 이 마을에 도착했소이다.
[돌로] 제 주인양반한테 볼일이 있어 오셨나요?
[사라게] 마을이 아름답고 깨끗한게 참 좋은데요
[돌로] (삐오보고) 귀머거리인가 봅니다.
[돌로] 네 계시간 해도 지금 바쁘십니다.
[사라게] 뭐라고요? 이미 짐작 하셨겠지만 제가 조금 귀가
[돌로] 네 알고있어요 (큰소리로) 지금 제 바깥양반이 바쁘시다구요
[사라게] 네?
[페이지] 가-019,, 0A0190
[삐오] 지금 바쁘시데요
[사라게] 아 알겠소이다.그럼 이따 다시 들리지요
[돌로] (앞으로 조금와서) 좋도록 하세요.그런데 성함을 아르켜 주셔야 누가
오셨다 가셨는지 전할수 있지 않겠어요?
[사라게] 바깥어른께서도 저를 잘 모르실겁니다.이따 다시 오지요
[돌로] 그럼 이따오세요
[사라게] 그럼 이만 실례하겠소이다.(현관까지 갔다 다시오면서) 이제 뭐라고
말씀하셨는지?
[돌로] 아무것도 아니예요
[삐오] 아무것도 아니예요
[사라게] 아 나는 또... 그럼 이만 실례하겠소이다. (삐오보고) 그럼 젊은
양반도 잘 있으시오
(현관쪽으로 나간다)
[장] 제19장
(인달레시오와 의사가 윗층에서 내려오고 마루하는 부엌에서 나온다)
[돌로] 의사선생님 그래 진단결과가 어떻게 나왔어요
[페이지] 가-020,, 0A0200
[사뚜] 방금 주인양반에게 한말을 부인에게 또 되풀이해서 말씀드려야겠소이다.
마드리드에서 활약중인 동업자들의 의견을 내 존중 안하는바 아니지만 그러나
사실을 말씀드리면 조카님을 진찰한 결과 아무런 이상을 발견 못했다 이겁니다.
[마루하] (혼잣말로) 이렇게 되면 모든게 들통이 나는거 아냐
[사뚜] 아뭏든 진찰을 여간 신중하게 한게 아니외다.
[인달] 그건 내가 보증하는 바입니다.
[사뚜] 고맙소이다. 까를로스의 육체내의 어떤 주요한 부분에도 아무런 고장이
없다는것이외다.체온도 정상이고 혀도 그렇게 깨끗할수가 없더군요.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까를로스의 병은 신경성에서 오는 병인가 합니다.
[돌로] 그런 병이라도 위독하면 큰일 아니겠어요
[사뚜] 그럴수도 있겠지요
[마루하] (안심한듯이 한숨을 내쉰다) 아휴!
[사뚜] 신경성 병도 너무 심하면 뜻밖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지요
[돌로] 그런데 까를로스는 아주 이상한 망상에 사로잡혀 있어요.그래서 그런지
가끔 기절도 하고말이요
[마루하] 기절하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예요
[삐오] 기절하는건 저도 보았습니다
[페이지] 가-021,, 0A0210
[사뚜] 마드리드에서 여러가지 일로 너무 타격을 받았다고 하더군요.그래서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갑자기 일어나지 않을까하고 늘 공포증에 사로잡혀 있는데
이런 증세가 심하면 정신이상까지 이르키기 쉽습니다.
[인달] 저런!
[삐오] 까를로스도 가엾게 됐군
[사뚜]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놀랄 필요는 없소이다. 시에서 사냥도 하고 적당한
운동도 하면서 건전한 일에 취미를 붙이면 낫는건 어렵지 않은 일이니까
말이외다. 거다가 식이요법만 철저히 한다면....
[돌로] 식이요법만은 저한테 맡기세요. 그저 의사선생님 말씀대로 할테니까요
[사뚜] 그리고 참 내가 처방전(약방문)을 약방에 가서 약을 사서 쓰시오 하루에
두 숟가락씩만 먹이도록 하시오
(손에 들고있던 처방전을 인달레시오에게 준다)
[돌로] 네
[사뚜] 그럼 딴곳도 들어보아야 되겠으니 이만 물러가겠소이다.
[인달] 이따 오후에 만납시다.
[돌로] 안녕히 가세요
(모자를 준다)
[페이지] 가-022,, 0A0220
[삐오]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사뚜] 하 이런놈의 정신 보았나 하마터라면 또 잊어버리고 갈뻔했군
(인달레시오 보고) 어제 기아도호촌에서 받은건데 말값 사십만원 여기 갖고
왔소이다.
(돈을준다)
[인달] 대단히 고맙습니다.
[사뚜] 또 만납시다.
(의사 삐오 현관으로 퇴장)
[장] 제 20장
[돌로] 어째서 사뚜리오 선생님은 마드리드의 의사들이 꼭 해야만 된다는
수술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으실까!
[마루하] 허긴 그렇군요
[인달] 나도 그걸 이상하게 여기고 있는 참이야
[돌로] 솔직히 말해서 까를로스가 며칠내에 별 차도가 없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파리에 보내봐야되겠어요
[마루하] 아주 잘 말씀하셨어요
[인달] 그렇지만 파리에 보내려면 돈이 무척 들텐데....
[마루하] 뭐 그렇게 많이 들지는 않는가봐요.까를로스 오빠말에는 사십만원만
있으면 충분하다는데요
[인달] 그애가 그걸 어떻게 아니?
[페이지] 가-023,, 0A0230
[마루하] 저도 오빠가 어떻게 아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저 저는 오빠에게서
듣고 말씀드린것 뿐이예요
[인달] 그건 아무래도 좋아 어쨌든 파리이든지 어디든지 보내게 되면
삼십만원쯤은 줄수도 있겠지
[돌로] 난 지금 리따부인에게 가서 우리 까를로스에게 먹일 신선한 양젖이
있는지 알아보고 와야겠어요 그레고리아! (마루하보고) 내 지갑 갖고온 (마루하는
스카이프를 쓰는 어머니를 거들어준다) 그레고리아!
[그레] 부르셨어요 (나오면서)
[돌로] 큰 항아리 하나 갖고 나를 따라 오너라 (그레고리아 부엌에 들어가서
항아리를 갖고 나온다.돌로레스 남편보고) 아까 그 의사선생님이 주신 처방전
이리 내놓아요 약방에 들려 약을 지어갖고 올테니
[인달] 아니 약방에는 내가 직접갔다 오겠어. 어차피 살것도 있으니까말이야
[돌로] 뭔데요?
[인달] 기나포도주 한병을 살려고 그래 2년전에 사서 먹어본 적이 있는데
어찌나 식욕이 동하는지 아주 감탄했어요.그래 요새같이 밥맛이 없을때 한병 사서
마셔보구려....
[페이지] 가-024,, 0A0240
[돌로] 아니 이 양반이 점점 한다는 소리가! 하루에 다섯끼씩 먹구서도 식욕이
없어요
[인달] 아니 사실이야 이렇게 집안에 우환이 있을때는 난 밥맛이 뚝 떨어진단
말씀이야
[돌로] 아뭇소리 말고 집에 계세요.혹시 까를로스가 찾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예요
[마루하] (웃으면서) 제가 있을테니까 염려마시고 다녀들 오세요
(인달레시오,돌로레스,그레고리아,현관으로 퇴장)
[장] 제 21장
[마루하] 아 천주님의 은총으로 나 혼자 남게 되었구나 이틈을 이용하여 어서
까를로스 오빠에게 먹을것을 갖다 주어야지 얼마나 배가 고플까? (찬장을 연다)
닭이 반마리있고 옳지 햄도 있구나 또 뭐 다른건 없나? 아 생선도 있구나 이것만
하면 싫컨 되겠다 참 빵과 포도주도 가져와야지
(먹을것들을 전부 식탁위에 놓는다)
[까를] (비실비실하며 층계를 내려오는데 난간마다 붙잡는게 영락없는 병자의
몰골이다) 내 가엾은 다리가
[페이지] 가-025,, 0A0250
어찌나 약해졌는지 통 걷지를 못하겠구나!
[마루하] 오빠!
[까를] 이층에서 숙부님,숙모님이 나가시는걸 보고 너한테 뭐좀 얻어먹을까하고
이렇게 내려오는거란다.지금 내가 어찌나 허기가 졌는지 반쯤은 죽어있어 입을 열
힘도 없구나
[마루하] 그렇지 않아도 지금 이것들을 윗층으로 갖고 올라가려고 하든참이야
오빠
[까를] 너는 지옥에 가더라도 복을 받을거다.(식탁에 앉기가 무섭게 식초를
마구 뿌리며 음식을 마구 입에 처담는다) 아 요놈의 닭고기 너 참 오래간만이구나
아햄! 너 참 잘만났다.생선 네가 보고싶어 혼났다.다 어젯밤 꿈속에 보이던
거로구나
[마루하] 좀 천천히 들어요.그러다가 목이 메이겠어 아버님 어머님이 아직
오실려면 멀었으니까 시간은 충분히 있단 말이야.그리고 내가 망을 보고
있으테니까 천천히 들어요
(현관으로 간다)
[까를] 그래 그 돌팔이 의사가 뭐라고 하든? 그친구때문에 골탕먹은 생각을
하면 아직도 화가난다.
[마루하] 오빠가 생각하듯 사뚜리오 의사선생님은 엉터리의사가 아니야 그
증거로 오빠를 진찰하고 나서 오빠는 아무런 병도 없다고 말씀하셨어
[페이지] 가-026,, 0A0260
(두려운듯) 정말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오빠가 느끼는 그 이상한 증세를
뭐라고 할 건덕지가 없으니까 신경성병이라고만 하더군 (다시 현관쪽으로 간다)
아!
[까를] 어!
(벌떡 일어난다)
[마루하] 왜그래 오빠?
[까를] 숙부님,숙모님이 오시는 줄로 생각했어!
[마루하] 아이참 오빠두! 정말 오빠 신경이 어떻게 된게 아냐?
[까를] (다시 먹으면서) 하긴 사뚜리오 의사선생의 말이 옳긴 옳아
[마루하] 참 삐오와의 일을 이야기 할것을 깜박 잊고 있었네 (그에게 가까히
다가간다)
[까를] 무슨 일이 있었니?
[마루하] 아 글쎄 그 얼치기가 내게 고백하기를 자기 어머니가 자기보고
신부되는 것을 그만두고 와서 결혼을 하란다는거야.내 참 우스워서 (웃는다)
[까를] 아 그거야 당연한 일이지 뭣이 우스워? 너같이 훌륭한 처녀를 며느리로
탐내는건 당연하지 않니?
[마루하] (자기가 앉은 의자를 까를로스의 의자에 바싹 갖다 붙인다) 그런데
말이야 이 얼치기가 자기
[페이지] 가-027,, 0A0270
엄마의 성화를 벗어나기 위해서 나한테 뭐라고 사정했는지 알아?
[까를] 그걸 내가 어떻게 아니? 보나마나 또 얼토당토 않은 수작을
늘어놓았겠지
[마루하] 글쎄 나보고 말이야 자기 어머니한테 난 오빠와 약혼한 사이이니
당신의 며느리가 될수없읍니다.라고 말해달라는거야
(깔깔 웃는다)
[까를] (갑자기 먹는것을 중지하고) 아니 그렇다면 삐오가 노상 바보는 아닌데
[마루하] 뭐를 말하는거야? 오빠는?
[까를] 뭐 우물쭈물할것 있니? (벌떡 일어나면서) 너는 처녀고 나는 총각이야
그리고 나도 보기에 잘생기지 않았어.다시 말해서 나는 미남측에 드니까 너같은
미인과 결혼할 수 있다 이거야 안그래?
[마루하] 피 그래도 오빤 미워!
[까를] 까불지마! 내가 왜 미워? 아뭏든 얼굴은 이정도면 합격이고 이제는 내
품행에 대해서 말해보자
[마루하] 오빠 품행은 더이상 논할필요가 없을정도로 뻔한걸 뭐
[까를] 그렇지만 난 지금 완전히 후회하고 있고 그리고 또 회개하는 자는
천국이 자기의 것이니라 하고 성경말
[페이지] 가-028,, 0A0280
씀에도 써있잖니? 하기야 너같이 천사처럼 생긴 여자는 천국에 가서도 만날 수
없겠지만 말이야
[마루하] 어머 어머? 정할 한다는 소리가
[까를] 오 눈! 오 입! 오 부드러운 육체! (팔을 뻗쳐 허리를 감는다) 그러니까
다시말해서 삐오가 너한테 제안한 것이 하나도 틀릴게 없단 말이다.내말
알아듣겠니? 요 깍쟁이!
(키스하려하자 마루하 살짝 몸을 비키면서)
[마루하] (다시 현관쪽으로 갔다가 오면서) 숙모님 오셔 오빠가 먹은것을 알면
큰일나! 빨리 치워야지!
(둘이 식탁위의 것을 허겁지겁 치운다. 그러나 막이 열리면서부터 있었든 잔과
술병은 그대로 두었다)
[까를] 아 다시 병자의 몸으로 돌아가야겠다.
(다른 의자에 가 털썩 앉는다)
[장] 제 22장
(돌로레스,그레고리아 들어온다.그레고리아 식탁위에 놓여있는 잔 하나를
집어든다)
[돌로레스] 무슨일 없었니?
[마루하] 아무일도 없었어요.여기 까를로스 오빠가 내려와
[페이지] 가-029,, 0A0290
있어요
[돌로레스] 아이구 아픈 네가 여기와 있구나 그래 좀 어떠냐?
[까를] 괜찮아요.그렇지만 병은 여전해요 아이휴
(신음 비슷한 한숨)
[그레고] 그렇지만 오늘보니까 도련님 얼굴이 훨씬 좋아졌는데요 어제 오셨을때
보니까 꼭 죽은 사람의 얼굴 같았는걸요
[돌로] 미친소리 작작하고 그거나 다오 (항아리를 들면서)너를 위해 방금 짜낸
양젖을 갖고 왔다.지금 당장 마셔라
(잔에 가득 채운다)
[까를] 아 지금은 안돼요
[돌로] 뭐라고?
[마루하] 오빠는 아무것도 먹지 않을 결심을 했나봐요 아까도 제가 비스켓과
포도주를 주려고 했더니
[돌로] 그건 안돼! 넌 의사선생님의 말씀도 못들었니? 양젖이외는 딴것은
절대로 안된다. 자 어서 마셔라
(억지로 먹이려고 든다)
[까를] 식초에다기 양젖을 또 마시면
[돌로] 너 지금 뭐라고 말했니?
[마루하] 저 위가 식초처럼 시어졌다고 그러는가봐요
[페이지] 가-030,, 0A0300
[돌로] 그러니까 양젖을 마시란 말이다. 어서 입을 벌려라
[마루하] (까를로스를 보고) 마셔! 오빠!
[까를] 아 별수없구나 마셔야지
(우거지 상을 해갖고 잔을 비운다.중간에서 입을 떼려고 했으나 돌로레스가
조금도 용서않는다)
[돌로] 호호 양젖이 얼마나 네병에 좋다는 것을 곧 알게 될거다. 양젖을
마시면서 적당한 운동이나 하면 병이 금방 물러날거다.
(그레고리아 항아리와 잔을 식탁위에 놓고 부엌으로 간다)
[까를] 아니예요.숙모님 전 파리로 가야만 살수있는 몸이예요.아이구 배야
(정말 신음하면서 손을 배에 가져간다) 아까 먹은 생선이 그만-
[돌로] 가엾은것 저 얼굴에 경련 일으키는 것좀 봐라! (마루하를 따로
불러갖고) 아무래도 사뚜리오 선생이 저애의 병을 모르는 모양인가 보다.
[마루하] 그러믄요 알리가 있어요?
(돌로레스 자기 침실로 들어간다)
[페이지] 가-031,, 0A0310
[장] 제 23장
[까를] (일어나면서) 아이구 이거 어디 속이 쓰려 견디겠나?
[마루하] 이제는 신음 안해도 돼! 어머님이 자기방으로 가셨어
[까를] 아이구 아이구 배야!
[마루하] 정말이야?
[까를] 아까 생선을 먹을때 식초를 잔뜩 쳐먹었는데 게다가 양젖을 억지로
마셨으니 속이 편할리가 있어? 배가 뒤틀리며 아픈걸 아이구 배야!
[마루하] 하긴 누가 뱃어 먹을세라 그렇게 빨리 먹었으니 속이 안뒤집히는게
도리어 이상하지 뭐!
[까를] 아니야 먹은건 조금도 탈이없어. 그저 그놈의 양젖만 마시면 난 속이
뒤틀리거던 아이구 배야!
[마루하] 내 뜨거운 홍차 한잔 타줄께
[까를] 제발 아무거라도 줘. 사람 죽겠네
(마루하 부엌으로 간다)
[페이지] 나-001,, 0B0010
[장] 제 24장
[까를] 이거야말로 천주님의 벌인가 보구나 아이구 배야!
(식탁 옆에 앉는다)
[인달] (현관으로 들어오다가) 너 거기 있었구나 그래좀 어떠냐?
[까를] 이이구 보시다시피 이렇게 죽을 지경예요
[인달] 어디 좀 보자 어디가 아프냐?
[까를] 여기가 몹시 아파요
[인달] 배가?
[까를] 네
[인달] 언제나처럼 몸이 허해서 그런거다 (항아리를 보고는) 이 양젖을 가져
왔구나 너 한잔 안마실래?
[까를] 아이구 제발 그것만은
(일어난다)
[인달] 사뚜리오 선생님이 너는 그저 양젖을 자꾸 마셔야 된다고 말씀하시더라
(항아리를 들고 조카의 뒤를 쫑아간다)
[까를] 그렇지만 난 양젖이라면 죽어도 마시고 싶지 않는걸요
[인달] 이런 맛 좋은 양젖이 싫다니 정말 꼭 거짓말 같구나.노르스름한
기름기가 동동 뜬게 정말 입맛을 돋구
[페이지] 나-002,, 0B0020
는데도 말이야 네가 정 그렇게 싫다면 내가 마셔 주어야 겠다.
(항아리채 그대로 들어마신다)
[페이지] 나-003,, 0B0030
[장] 제 25장
[돌로] (나오다가 그 꼴을 보고) 아니 당신이 다 마셔 버리려하는 거예요?
[인달] 아니 저애가 안 마시겠다고 하기에 내가 한번 본보기로 마시고
있는중이야
[돌로] (항아리를 뺏어서 식탁위에 놓으며) 누가 당신보고 그런 걱정 하랍디까?
당신이 할 일은요 저 애보고 집에만 있지말고 걷기 운동이라도 하라고 전하는
일이예요. 의사선생님도 저 애는 몸을 자꾸 움직여야 된다고 말씀 하셨어요
[인달] (까를로스를 보고) 하긴 네 숙모님 말이 옳아 그러니 마을이라도 한바퀴
돌고 오려므나
[까를] 그렇지만 전 쓸데없이 다니면서 마을사람들과 이야기하는게 딱
질색인데요 (여전히 배가 아픈지 썩은 새우젖국 먹은 고양이상을 하고 있다)
[인달] 그럼 이 뒷마당으로 나가 (뒷마당으로 나가는 문으로 가면서) 강가로
해서 산에나 갖다 오렴
[돌로] 날씨도 좋고 하니 사냥총이라도 들고 가서 새라도
[페이지] 나-004,, 0B0040
잡으려므나
(사냥총을 준다)
[까를] 그럼 산에나 갔다 오겠어요
(뒷마당쪽으로 뛰어 나간다)
[페이지] 나-005,, 0B0050
[장] 제26장
[돌로] 당신도 까를로스와 같이 갔다오구려
[인달] 나 지금 할일이 있어서.....
[마루하] 여기 홍차 갖고 왔어 (놀라며) 아 까를로스 오빠는 위층으로
올라갔어요?
[돌로] 산에 사냥하러 갔단다 그런데 이건 뭐냐?
[마루하] 홍차예요.배가 아프다고 자꾸 엄살을 부리길래-
[돌로] 이제는 마실 사람이 나갔으니 도루 갖다 두어라
[인달] 아니다 마실 사람이 여기 있으니 이리 갖고 오너라
[돌로] 여보!
[인달] 이놈만 마셔두면 언제나 위가 보호되거던
(마신다)
[돌로] 이왕이면 과자라도 곁들여 드릴까?
[인달] 누구를 돼진줄 알아
[돌로] 마루하야 넌 까를로스 방 소재나 해라
[마루하] 네
(위층으로 올라간다)
[장] 제 27장
(사라게따 현관으로 들어선다)
[사라게따] 실례합니다
[인달] 누구시오?
[페이지] 나-006,, 0B0060
[돌로] (일어서며) 아 참 아까 깜빡 잊었네 오늘 아침 저 노인이 당신을
찾아왔더랬어요
[인달] 어쨌든 이리로 들어오시오
[돌로] 좀 목청을 돋구어 말하세요
[인달] 왜 이분이 뭐 잘못한거라도 있어?
[돌로] 아니 그게 아니라 귀가 좀 먼가봐요
(쳐다보며)
[인달] (큰소리로) 아 이리로 들어오시오
[사라] 선생이 인달레스라는 분이요?
[인달] 그렇소
[사라]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소이다. 그래 어떠시오? 댁내도 다 편안하시고?
정말이지 아주 이렇게 좋은곳에서 한가하게 사시는게 부럽소이다.
[인달] 이 양반 자기혼자만 지껄이고 있네 자 이리 와서 앉으시오
[사라] 네?
[인달] 여기 앉으시란 말입니다
(의자를 내놓는다)
[사라] 아 고맙소이다
(세사람은 각각 자리를 잡고 앉는다)
[인달] 이 노인이 도대체 누구야?
(아내보고)
[사라] 느닷없이 이렇게 방문한것이 의아하시겠지만 찾아온 동기를 말씀드릴것
같으면-
[페이지] 나-007,, 0B0070
[돌로] (자리에 앉으며 남편보고) 이제 곧 이 노인이 누구라는 것을
알게되겠군요
[사라] 나는 마드리드에 살고 있읍니다.그런데 마침 사라망카시에 사는 내
절친한 친구가 아주 심한 중태에 빠져서 오늘 아침 일찌기 그곳에 들렀든 길에
여기 들르게 되었소이다.다행히 그 친구는 좀 차도가 있어서-
[돌로] 참 다행일로군요
[사라] 아 고맙소이다 이 마을이 그곳에서 얼마 안되는 거리에 있는 것을 알고
이왕이면 인달레시오 선생내외분께 인사라도 드리는 영광을 갖고져 해서 이렇게
무례를 무릅쓰고 찾아온 것이외다.
[인달] (아내보고) 도대체 이 노인이 우리한테 인사를 해야될 이유가 뭘까
[돌로] (남편보고) 이제 곧 노인이 누구라는 것을 알게 되겠지요
[사라] 네?
[돌로,인달]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라] 마드리드를 출발하기 전에 난 댁의 조카님이 기숙하고 있는 하숙집에
갔었지요
[돌로] 아 그럼 우리 까를로스를 아시는 분이군요
[사라] 네?
[페이지] 나-008,, 0B0080
[인달] 우리 까를로스 말입니다
[사라] 우리 까를로스 하여간에 그 하숙집을 들렀더니 하숙집주인 마님이 댁의
조카님이 북행급행열차를 타고 떠났다고 말하지 않겠소이까? 난 그 소리를 듣고
대경질색했소이다. 왜 그런고 하니 댁의 조카님이 나한테는 일언반구의 사전
연락도 없이 그렇게 훌훌히 길을 떠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인달] 우리 까를로스가 노인하고 그래야 될 이유가 어디있단 말입니까?
[사라] (듣지를 못하고 자기 이야기만 계속한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이번
행위는 아주 나쁨니다. 아암 나빠도 이만저만 나쁜게 아닙니다.
[돌로] 나쁘다니 뭣이 나쁘단 말이예요?
[인달] 도대체 노인은 누구시오?
[사라] 네?
[인달,돌로] 노인이 누구시냐구요?
[사라] 참 인정도 많으신 양반들이군 이제와서야 내 이름을 묻다니? 그런데
아마 조카님한테서 나에 대한 이야기를 아무것도 못들으신 모양이로군요.그러면
나에 대한 소개를 올리겠소 나로 말할것 같으면 천주님의 한결같은 은총을 받는
에르모헤네스-
[페이지] 나-009,, 0B0090
아라게따요
[돌로] 뭐라고요?
(벌떡 일어난다)
[인달] 바로 노인 어른께서
(벌떡 일어난다)
[돌로] 여보 이분이 바로 까를로스를 끔찍이 돌보아주시는 사라게따
의사선생님이세요
[인달] 사라게따 선생님
(사라게따도 얼결에 일어난다. 인달레시오와 돌로레스는 돌아가신 장인과 친정
아버지를 다시 만난듯 다정하게 사라게따를 포옹한다.감격스럽게 포옹한다)
[돌로] (웃으면서) 정말이지 이렇게 만나뵙다니 정말이지 꿈만같은게 몹씨
기쁩니다.
[사라] (어리둥절해서) 네?
[인달,돌로] 선생님을 이렇게 뵙게 되어 몹씨 기쁘다구요
[사라] (방백) 이렇게 열렬한 환영을 하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수가
없소이다.그런데 (조심스럽게) 내가 누구라는걸 알고 계시오?
[돌로] 그러믄요 여부가 있어요?
[인달] 알아도 여간 잘 알지 않습니다.
[돌로] 제 조카놈이 늘 선생님의 신세를 무척 지구 있다구요
[사라] 아니 무척은요
[페이지] 나-010,, 0B0100
(세사람 각각 의자에 앉는다)
[인달] 그 철없는 녀석이 선생님을 작별않고 가다니 정말 놀랍기만 하군요
[사라] 정말 나도 놀랐소이다. 조카님이 그렇게 사람이 착실할 줄은 실로
뜻밖이외다.
[돌로] (앉으며) 착실하다구요?
[인달] 너무 애가 착실하다보니 그만 떠나면서 선생님께 인사 말씀도 안 올리는
무례를 저지른가 봅니다.
[돌로] 이따 들어 오거들랑 당신이 좀 꾸짖구려
[사라] 이따가라니? 그럼 조카님이 여기 와 있단 말이요?
[인달] 네 그렇습니다
[돌로] 이제 도착했는데 지금 막 산책하러 나갔읍니다.
[사라] 허 그건 몰랐군 하여간 까를로스가 자기 숙부님께 도움을 청하러 왔다니
나로서는 기쁘외다. 나도 여러번 그렇게 하라고 말했지만 원래 심약한 젊은이라
숙부님 내외분께 심려를 끼쳐드린다고 통 내말대로 하지 않했던가요
[인달] 그래 마침 까를로스가 없으니까 말씀인데 까를로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솔직히 말씀해 주실수 없겠는지요?
[페이지] 나-011,, 0B0110
[사라] 솔직히 말하리다만 그렇다고 뭐 놀랄 필요까지는 없소이다. 아직 젊지
않소이까? 이제 나아지겠지요
[돌로] 제발 그렇게나 됐으면
[인달] 이 마을 의사선생님은 까를로스의 신경이 매우 예민해 졌다고
말하더군요
[사라] 네?
[돌로] 신경이 예민해졌다구요?
[사라] 네 신경이 예민하지요 처음에는 나한테 온걸 보았는데 아주 축 늘어진게
무슨 일에나 깜짝 깜짝 놀라는 버릇이 있더군요 그래서 내가 조금도 근심말고
용기를 가지라고 말하면서 내가 구해주겠다고 했죠 하긴 내가 많은 사람들을
구했소이다.
[돌로] 그러믄요 어련하시겠어요
[사라] 그렇소 어떤 사람들은 조금도 고마워 하지를 않습니다 그려
[돌로] 그렇지만 우리 내외는 무척 무척 고마워 하고 있읍니다요
[사라] 고맙소이다.
[인달] 그래 선생님께서는 그 애를 파리로 보내는걸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사라] 파리요?
[인달]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페이지] 나-012,, 0B0120
[사라] 네?
[인달]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내보고) 사라게따 선생님을 점심식사에
초대하는게 좋겠지?
[돌로] 좋기만해요?
[인달] 선생님께서는 오늘 당장 사라망까시로 돌아가시지 않아도 되겠지요?
[사라] 아니 될수 있으면 오늘 오후로 가려고 합니다만
[인달] 뭐 그렇다고 급한 볼일도 없지 않습니까
[사라] 급한 볼일을 없소이다만-
[돌로] 그렇다면 됐어요 하룻밤만 우리집에서 묵어 가세요
(세사람은 일어난다)
[사라] 그렇게 저를 지성껏 잡으시니 내 어찌 매정하게 뿌리치고 갈수
있겠소이까? 그러면 내 누이동생에게 편지를 몇자 적어 보내야겠소이다.오늘밤
나를 기다리지 말라고 말이요
[인달] 그럼 제 서재에 가서 쓰십시요
[돌로] (현관으로 갔다가 창밖을 내다보며) 아 저쪽으로 사뚜리오 선생님이
오시고 있어요 아 저쪽으로 가시네
[인달] 불러 불르라구
[사라] 네?
[페이지] 나-013,, 0B0130
[인달] 선생님께 우리 마을의 의사선생님을 소개해 올리려구요
[사라] 좋습니다
(어깨를 으쓱한다)
[돌로] 사뚜리오 선생님 사뚜리오 선생님
[장] 제 28장
[사뚜] (들어오면서) 환자의 병세가 악화됐나요?
[인달] 아니 그게 아니라 마드리드에서 오신 고명하신 의사선생님을 소개시켜
드릴려구요
[돌로] 까를로스의 단골의사 선생님이세요
[인달] 사라망까지 왕진을 가셨다가 여기까지 왕림하여 주신 사라게따
박사님이십니다.
[사뚜] 이렇게 뵙게되어 영광입니다
[인달] (아내보고) 서재는 치워 놓았소?
[돌로] 잘 모르겠어요 그럼 내가 가 보지요
(퇴장)
[인달] 그럼 두분께서는 말씀하고 계십시요
[페이지] 나-014,, 0B0140
[장] 제29장
[사뚜] 참 이거 여기서 만나 뵙다니 정말 기쁩니다
(의자를 권하고 자기도 앉는다 그리고 담배를 권한다)
[사라] 고맙소이다.
[사뚜리오] 선생님의 높으신 성함은 의학 신문을 통하여 늘
들어왔읍니다.그런데 이렇게 뵙게 되어 더욱 반갑습니다. 또 이번 기회에
까를로스의 병에 대해서 삿가의견을 나누고 싶습니다. 우선 궁금한 것은 저의
진단과 선생님의 진단이 동일한지 우선 알고 싶습니다.
[사라] 도대체 뭘 말하고 있는거지? (방백)
[사뚜] 도대체 환자를 진단해 본 결과 모든 체내 기관이 다 정상이더군요
이렇게 되면 신경쇠약증이라는 진단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선생님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사라] 네?
[사뚜] 선생님의 진단과 제 진단이 동일하게 나왔는지 알고 싶단 말씀입니다.
[사라] (자연스런 어조로) 선생이 말하는 소리는 한마디도 못 알아 듣겠소
[페이지] 나-015,, 0B0150
[사뚜] (모욕을 당한듯) 제가 분명히 말씀드리지 않았읍니까?
신경쇠약증이라고요 (언성을 높인다.인달레시오와 돌로레스 나온다)
[돌로] 사뚜리오 선생님 사라게따 선생님은 귀가 머세요
[사뚜] 귀머거리라니요
[인달] 완전한 절벽입니다
[사뚜] 그럼 진작 그렇게 말씀하실 일이지 제기!
[사라게] 네?
[사뚜] (귀에다 대고) 제기!
[인달] (사뚜리오에게 고성으로) 사뚜리오 선생님도 오늘 점심을 (하다가
사라게따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아참 내가 실수했군 (웃는다 그리고 언성을
낮춰) 점심을 이리와 같이 하십시다 사라게따선생님은 오늘 여기 묵으시니까요
[사뚜] 그럼 사라게따 선생님과 천천히 토론해도 되겠군요 (사라게따보고)
[사라] 네?
[사뚜] 이따 천천히 이야기하며 토론하자구요
[사라] 네 좋습니다 (혼자말로) 참 수다장이 의사로군 (돌로레스에게) 편지 좀
쓰려고 한는데-
[페이지] 나-016,, 0B0160
[돌로] 어서 저 서재에 가서 쓰세요
[사라] (사뚜리오 보고) 그럼 이만 실례하겠소이다.
(서재로 들어간다)
[사뚜] 그럼 아따 만납시다 나 지금 갔다가 열두시에 오겠소....
[인달] 시간을 어기지 마십시오 사뚜리오 선생님
[사뚜] 좋소 그럼 정각에 도착하겠소 그리고 내가 사라게따선생님과 까를로스의
병에 대해 어떻게 의견의 일치를 보는지 두고 보시오 뭐 보나마나 그 분도
신경쇠약증이라는데 동의 할거요
(사뚜리오 퇴장)
[장] 제 30장
[인달] 여보! 점심은 잔치상처럼 잘 차려야 될테니 지금부터 서둘러야 되지
않겠소? 사라게따선생은 마드리드에서 아주 고급으로 잘 잡숫는 분일테니까
말이요
[돌로] (일으키며) 고급으로 잘 잡숫는 분은 바로 당신이예요 아니 당신은
누구만큼 고급으로 잡숫지 못해서 그러는거예요
[인달] 하긴 당신말이 옳아
[페이지] 나-017,, 0B0170
(마루하 층계에서 내려온다)
[돌로] 마루하야 그레고리아보고 육고간에 가서 양다리 한짝 사오라고 일러라
[마루하] 갑자기 양다리는 왜요?
[인달] 아주 귀한 손님이 오셨단다
[마루하] 귀한 손님이오? 누구신데요?
[돌로] 네가 들으면 깜짝 놀랄 분이시다 사라게따 선생님이시다
[마루] 아니 그럴수가?
[돌로] 어때 놀랐니? 아까 오셔서 지금 서재에서 편지를 쓰고 계시단다 (마루하
당황한다)
[인달] (지하실 문을 열고) 여간 점잖은 분이 아니시더라
[돌로] 귀가 절벽이신게 안됐더라만
[마루] 그래 왜 여기에 오셨대요?
[돌로] 왜는 왜겠니? 우리를 만나보고 싶어서 오셨지
[마루] 까를로스 오빠도 만났어요?
[돌로] 아니 그 애는 아직 안 돌아왔다
[인달] 여보 제일좋은 고급 포도주 병이 어디있지?
[돌로] (나간다) 당신은 못 찾아요 내가 내려 가겠어요 (마루하보고) 너는
은식기들을 꺼내서 깨끗이 닦도록해라
[페이지] 나-018,, 0B0180
(술 저장실로 내려간다)
[장] 제 31장
[마루하] 까를로스 오빠가 이제 경을 치겠네 이를 어쩌면 좋아 참 사라게따씨가
뭘 쓰고 있다고 그랬지?
(서재의 문을 열었다가 안을 들여다 본 후에 금방 닫는다)
[까를로] (뒤 마당에서 들어오며) 머루하 뭘 들여다보고 있니?
[마루] 아니 까를로스 오빠! 이리와봐!
[까를] 왜그래?
(사냥총을 식탁위에 놓는다)
[마루] 저 안을 들여다만 보라구
[까를] 뭐가 있어? (보고난 후에) 사사 사라게따 (얼굴이 하얗게 질리면서
문에서 물러난다) 저 늙은이가 여기와 있다니 언제 왔지?
[마루] 좀 아까?
[까를] 숙부님 숙모님도 저 늙은이를 만나 보셨니?
[마루] 그럼
[까를] 아이구 이제는 다 망했구나? 난 죽는다 죽어
[마루] 아니 아직은 안 망했어 내가 저 노인이 오빠의 단골 의사 선생님이라고
말해두었기 때문에 그저
[페이지] 나-019,, 0B0190
그렇게 알고들 계셔 그래서 점심식사까지 초대하셨는데 지금 숙부님과 숙모님은
지하실에서 고급 포도주병을 찾고 계시는 중이야 뭐 잔치를 벌린다나
(무대전환 긴급히 무대진행이 최고로 급속히 전개된다)
[까를] 아이구 마루하야 난 이제 죽었구나! 이걸 어떡하면 좋으냐? 응?
[마루] 사실은 나두 오빠보고 죽지말고 살라고 말할수도 없게 됐어?
[까를] 그렇지만 죽을수 있니? 그저 살아야지 그런데 사는 방법은 여기를 당장
떠나는 거야
[마루] 떠나면 어디로 가려고 해?
[까를] 그거야 모르지 마드리드인지 어디든지 발길 닿는대로 아무튼 어디든
가서 거처를 정한 후에 숙부님 숙모님께 사실을 밝히는 편지를 올리면서 용서를
구하겠어 그래서 다행히 용서가 내리시면 돌아오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오 나의
사랑하는 마루하와도 영원한 이별이 될거야
[마루] 오빠!
(정열이 담긴 음성으로)
[까를] 자,가련다 잘 있어라 마루하야 내 비록 몸은 떠나더라도 마음만은 어찌
여기를 떠날 수 있으랴 마루하 나를 붙잡지 말아다오
(현관까지 갔으나)
[페이지] 나-020,, 0B0200
그런데 주머니에 돈 한푼 없이 어떻게 가지?
(그자리에 선다)
[마루] 그건 조금도 걱정말아요 내 위층에 가서 꽁꽁 묶어둔 돈을 몽땅
갖다드릴께
[까를] 고마워 마루하!
[마루] 다?
[까를] 아니 다는 필요없어 만원만 하면 충분해
[마루] 그럼 금방 뛰어가서 갖고 올께
(위층으로 올라간다)
[장] 제32장
[까를] 이 늙은이가 나의 계획을 망치려고 여기까지 기어들어 왔구나 그래 내가
그 늙은이 때문에 여기를 떠나야돼? 내가 왜 떠나? 어림도 없는일이지 떠날자는
바로 그 늙은이야 당장 이 마을을 떠나도록 해야지 숙부님 숙모님은 아직
지하실에 계시겠지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지 (지하실 문을 닫고 사냥총을
집는다) 총알은 들어있지 않지만 위협을 주는데는 마찬가지지 자
(서재문으로 가는데 사라게 따라 나온다.까를로스 총을 든다)
[페이지] 나-021,, 0B0210
[사라] (편지 봉투에 우표를 붙이면서) 주인양반이 참 자상도 하시군 글쎄
우표까지 준비해 놓으셨더라니까
[까를] 빨리 이 마을에서 꺼져
(총을 겨눈다)
[사라] 까 까를로스
[까를] (겨눈채) 빨리 가지 않으면 그대로 쏠테야
[사라] 사람 살류 여기 누구없소?
(뒷걸음치다 벽에 부딪친다)
[까를] 빨리 꺼지라니까
[사라] 아이구 나 죽는다
(현관에서 삐오가 들어오고 부엌에서 부터 그레고리아와 뻬리꼬가
나타난다.사라게따 재빨리 서재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문을 안으로 잠근다)
[그레고리아] 어머나 도련님이!
[뻬리꼬] 도련님이 왜 이러신다지요?
[삐오] 붙들어 붙들라구 완전히 돈거야 사뚜리오 선생님이 염려하신 그대로
였어 (뻬리꼬와 삐오는 반항하는 까를로스를 붙든다)
[까를] 놓아! 놓으라니까 저 늙은이는 날 강도란 말이야
[페이지] 나-022,, 0B0220
[삐오] 아이구 미쳐도 이만저만 미치지 않았구나
[뻬리꼬] 도련님 제발
[까를] 놓아! 놓아
[삐오] 가두어야겠다
[뻬리꼬] 어디에요?
(모두들 중구난방으로 떠든다)
[그레고리아] 이 장작광 안에 넣어요
(장작광문을 연다. 모두들 그 안에 까를로스를 집어 넣는다)
[장] 제33장
[뻬리꼬] 아 이제 됐다
(열쇠로 문을 닫는다)
[삐오] 미치다니! 참 안됐군
[그레고] 십년 감수 했네
[까를] 열어! 열어줘!
(탕탕친다) 그때마다 세사람 놀라서 깡충깡충 뛴다)
[인달] (아래에서) 그레고리아!
[돌로] (아래에서) 뻬리꼬!
[그레고] 주인마님 들이셔
(돌아서 나간다. 뻬리꼬,지하실 문을 열어주자 두사람 올라온다)
[페이지] 나-023,, 0B0230
[돌로] 누가 문을 걸었댔니? (광안에서 나는 소리 듣고)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냐? 까를로스의 목소리구나
(마루하 층계로 내려오다가 흠칫 놀란다)
[삐오] 우리가 가두어었어요
[인달] 왜?
[삐오] 미쳤거던요
(마루하 돌로레스 인달레시오 놀란다)
[삐오] 마드리드에서 오신 노인을 쏘려고 했단 말이예요
[인달,돌로] 저런!
[삐오] 사뚜리오선생의 말씀이 그대로 적중했지 뭡니까
[까를] (안에서) 거짓말! 나 미치지 않았어! 사라게따가 사기꾼이야!
[돌로] 아니 은혜를 입은 분한테서 사기꾼이라고 부르다니 미치긴 정말
미쳤구나
[인달] 그런데 사라게따선생님은 어디 계시니?
[삐오] 서재안으로 도망 가셨어요
[인달] 사라게따 선생님
[돌로] 이제 나오세요 무서워 하실 필요 없어요
[인달] 안으로 잠근 모양이로구나
[삐오] 아까 굉장히 혼이 나신 모양이지요?
[돌로] 대답이 없네
[인달] 대답이 있을리 없지 어디 들어야 말이지
[페이지] 나-024,, 0B0240
그냥 내버려 두어 제풀에 나오시겠지 뭐
[돌로] 그렇지만 까를로스 때문에 의사가 필요해요
[인달] 사뚜리오 선생님을 부르면 되지않아? 내가 그 집에 가서 모셔올께
(뛰어나간다)
[삐오] 저는 혹시 약방에 계시면 모시고 오지요
(뛰어나간다)
[까를] 문열어 열지 않으면 부수고 나간다
[돌로] (겁이나서) 아이구 무서워라
(뒤로 물러선다)
[뻬리꼬] 마님 무서워 하실 필요 없어요 광문이 얼마나 단단하다구요
(바른편 과수원 있는 쪽으로 나간다)
[돌로] 내가 어디 무서워서 그러나 사랑하는 조카가 저렇게 미쳐 날뛰니 속이
쓰리고 떨려서 그렇지
[마루하] 그러니까 어머님 이럴수록 더 진정하셔야 돼요 그레고리아 어머님을
부엌으로 모시고 가서 뜨거운 홍차를 대접하거라
(숙모를 부엌쪽으로 공손히 밀어낸다. 그레고리아도 부엌으로 들어간뒤
부엌문을 닫는다)
[페이지] 나-025,, 0B0250
[장] 제34장
[마루하] 이제는 그대로 출발하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겠어 오빠
(광문을 활짝연다)
[까를] 오 마루하 나의 영혼을 사로잡는 마루하
[마루] 어떻게 된일이야?
[까를] 그냥 위협만 하려고 한것이 그만.... 나 그럼 지금 당장 출발하겠어
[마루] 여기 돈 있어요 삼만이천원이야
[까를] 이걸 다 주는거야 고마워 마루하 그럼 당장 정거장으로 달려가겠어
[마루] 트렁크는 위층에 있는데
[까를] 지금 트렁크가 문제야? 이층 창문으로 외투나 던져주고 키스나 보내줘
(마루하는 층계로 뛰어 올라가고 까를로스는 현관으로 총총히 나간다)
[장] 제35장
[사라] (문을 살그머니 열면서) 아무도 없는것 같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으니
귀머거리도 때로는 불편하군
[페이지] 나-026,, 0B0260
이제는 슬슬 도망갈 생각이나 해야겠다.(이때 까를로스 다시 들어온다) 앗 저
미친놈이 또 나타났네 사람 살려라
(장작 광으로 도망친다)
[까를] 이것봐요 정 안나오기요? 그럼 할 수 없군 (밖에서 문을 잠근다) 이젠
마음놓고 떠나야지 (현관쪽에서 의사와 인달레시오의 목소리 들린다 까를로스
다시 들어오면서) 이거 큰일났구나 뒷마당 쪽으로 나가야지 (뒷마당 쪽으로 몸을
돌리는데 부엌에서 돌로레스 목소리 들리는지라) 아이구 숙모님한테 들켜도
큰일이다 (뒷걸음으로 서재속으로 들어가 문을 잠근다)
[장] 제36장
(그레고리아 돌로레스 부엌에서 나온다. 의사 삐오 인달레시오 현관으로
들어선다)
[돌로] 아이구 그저 울고만 싶구나
[의사] 쉬 조용히 이럴때일수록 침착해야 됩니다.까를로스는 장작광에 있지요?
[돌로] 네
[의사] 그럼 문을 엽시다
[페이지] 나-027,, 0B0270
[삐오] 조심하세요 굉장히 난폭해요
[의사] 그러나 나는 알아 보겠지
[삐오] 그러나 사냥총을 갖고 있어서
[의사] 뭐요? 그렇다면 문제가 다른데
(멈춘다)
[돌로] 자기 단골의사 선생님까지 쏘려고 했답디다
(사뚜리오 놀라서 물러난다)
[의사] 난 미친사람이라면 딱 질색이야 그런데 사마게따 선생님은 어디계시오?
[돌로] 저 서재에 있어요
[의사] 먼저 이분을 불러냅시다 의논할 일도 있고하니
[돌로] 사라게따 선생님! 사라게따 선생님
[인달] 귀가 절벽이라 들릴리 없지
[의사] 하긴 그렇군 그럼 내 계획대로 해야겠군 뻬리꼬는 뭘하고 있지?
그레고리아 뻬리꼬 보고 내가 일러둔것을 빨리 갖고 오라고 해요
(그레고리아 현관쪽으로 나간다)
[돌로] (장작광으로 가서)까를로스야
[인달] 그새죽었나?
[의사] 아니 기절할것같소 빨리 서둡시다 아 저기 갖고들 오는군
[페이지] 나-028,, 0B0280
[장] 제37장
(그레고리아는 물통을,뻬리꼬는 폼푸와 호스와 사닥다리를 들고 들어온다)
[돌로] (겁에 질려서) 뭘 하시려는 거죠?
[의사] 찬물을 끼얹어주면 좀 진정할겁니다.
[돌로] 기절했다면서요?
[의사] 그럼 제 정신이 들겠죠 자 사닥다리는 이쪽에 걸어놓고 (광에 걸어
놓는다) 물은 찬가? (담가보고) 응 됐어
(이 복새틈에서도 인달레시오는 몰래 양젖항아리를 들어마신다)
[의사] (호스를 들고 사닥다리를 올라가다가 다시 내려오며) 참 까를로스가
총을 갖고 있다고 했지? 삐오 자세가 올라가게
(호스를 준다 삐오는 폼푸질을 하고)
[삐리꼬] (올라간다) 장작더미속에 시꺼먼것이 보여요
[사뚜] 그럼 겨냥을 잘해서 (삐오보고) 자 시작
(삐오 폼푸질 신나게 한다 물소리)
[사다게] (안에서) 아이구 차 폼푸
[사뚜] 정신이 나는 모양이로군 더더 세게
[페이지] 나-029,, 0B0290
[장] 제38장
[마루하] (윗층에서 내려오면서) 아니 이게?
[까를] (서재에서 나오면서) 이젠 됐어
(모두들 놀란다)
[의사] 그럼 이안에 있는 것은?
[까를] 날강도 사라게따라는 늙은이입니다.제가 그 속에 처 넣었죠
(열쇠를 준다 의사 열쇠로 광문을 연다)
[장] 제 39장
[사뚜] (물에 젖은 사라게따가 나오는 것을 보고) 무례를 용서하시오
[사라] (모자에 담긴 물을 사방에 뿌리며) 늙은 사람을 너무 조롱하는군 당장
내 삼십만원 내 놓으시오
[인달,돌로] 뭐라구요?
[까를] 이 늙은이는 숙부님 숙모님이 생각하시듯 그런 훌륭한 사람이 아니에요
저한테 돈 받으러 온거예요
[인달] 아니 진찰 몇번 해주었다고 삼십만원씩이나 받아? (사라게따보고) 그래
삼십만원씩이나 받다니
[사라게] 그렇소 삼십만원이요 삼십만원
[페이지] 나-030,, 0B0300
[사뚜] 진찰료가 너무 비싸군
[사라] 당장 내놓지 않으면 까를로스를 법정에 고소하겠소
[인달] 아니 뭐라고요? 우리 귀여운 조카를? 옛소 돈 여기 있소 당장 가지고
얼른 가시오
(지폐다발을 던져준다)
[사라] 영수증 여기 있소이다
[까를] (빼앗으며) 이리내요
(찢어 휴지통에 버린다)
[사라] 이제는 됐소 자 안녕히들 계시오
(퇴장)
[인달] 이 망할놈의 의사야 내돈갖고 가서 잘 사시우 참 들을리가 없지
(현관까지 뛰어가서)
[사뚜] 한번 진찰하는데 삼십만원씩이나 마드리드의 의사들은 모두들
백만장자가 되겠는데
[까를] 아 숙부님 숙모님 이에 다 나았어요 내병은 바로 저 의사였어요
(껴앉는다)
[돌로] 그렇지만 우리는 널 파리로 보내주겠다
[까를] 아니에요 숙부님 숙모님 모시고 여기에 있을 태요. 파리는 제가
마루하와 신혼 여행 갈때나 보내주세요
[돌로,인달] 뭐라고? (기쁜듯이) 이거 경사났구나 듣던중 기쁜 말이로구나
[페이지] 나-031,, 0B0310
[삐오] 아 이제는 나는 자유를 얻었다 빨리가서 이 소식을 어머니에게 전해야지
(급히 퇴장)
[인달레스] 점심상을 차려라 난리를 쳐서 그런지 배가 몹시 고프구나 그리구 참
사라게따 선생의 식사도 가져 오너라 그것은 내가 처분하겠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