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제일 리하이(厉害)한 상인이라하면 단연 절강상인을 말합니다.
그중에서도 닝보(寧波)와 온저우(溫州)상인을 으뜸으로 칩니다. 그렇게 약고 계산 빠르다는 상하이나 광저우상인들도 한수 접고 들어가지요.중국사람 말을 빌리면 중국전역에 흩어져있는 상인중 절강 특히 온저우 사람이 오픈한 가게는 망하는걸 못봤다고합니다.
통상 장강이남과 강북의 상인들 기질이 확연히 다릅니다. 강남사람들은 박리다매,소량주문,현금매매,부지런함과 꼼꼼함을 갖추고 있으나, 강북사람들은 대량주문,큰 이익등 통큰거래를 즐겨합니다.잔잔한 계산은 관심을 두지않습니다.그러다보니 크게 외상도 주고해서 벌땐 크게 벌고,안되면 툴툴 털어버립니다. 굳이 우리나라의 상인과 비교하자면 온저우상인은 개성상인과 유사하고, 강북상인은 우리의 의주상인과 기질이 비슷합니다.
이제 중국엔 인건비절약을 목적으로 생산라인을 옮기는 제조업의 진출이 주춤해졌습니다. 반면에 서비스,정보,무역,유통,오락등 3차업종이 밀려 들고있습니다. 전환기를 맞고 있는듯합니다. 다시말해 이제 개인이든 중소기업이든 제조업보다 유통.서비스업에서 중국상인들과 경쟁해야하는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많아져 간다는 것입니다.이제까지는 제조업의 경쟁력을 놓고 죽고 죽이는 전쟁의 역사였지 않습니까.
개성상인도 의주상인도 아닌 보통사람들이 진출해서 중국상인들과 경쟁을 하고있지만, 홈그라운드의 보너스 50점을 가산한 상대와 처음부터 불공평한 싸움터이지요.얼마나 힘들겠습니까.얼마나 많은 정보가 필요하겠습니까.중국상인들…지독하게 무섭습니다.
벌써 수년이 지났나봅니다.
중국내 출장길에 대련에 아는사람이 장사를 하고있어 잠깐 드른적이있습니다. 그분은 미식왕(美食王)이라는 상가 2층에 옷가게를 내고 있었습니다.상가2층은 다닥다닥 칸막이를해서 한 가게가 약 5평내외 였습니다. 한쪽면 전부가 한국사람들이 각자 분양받아 의류.잡화.신발등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분은 마침 가게를 내어놓고 인수할 사람을 찾고있었습니다. 왜 그러냐니까. 도저히 한국사람들 때문에 더 이상 가게를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본인과 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이 90%이상이라 합니다. 우리끼리 제 살 깍아먹다가 모두 손들게 되었다는것입니다.
예컨데,그때 유행하던 호랑이무늬 원피스가 있었는데, 한 가게에서 수백장을 들여와 내어놓았는데 이게 히트상품이었던 모양입니다. 이집 저집 모두 한국에 주문해서 많게는 수천장씩 들여왔는데. 사단이 이때부터 생긴답니다. 한집에서 장당 170위엔에 잘 팔고있으면, 다른집은 바로 150위엔으로 중국상인들과 협상을 하고 있답니다.중국도매상인들은 요런 상황을 입질하면서 잘 이용하지요. 우리끼리 티격태격 경쟁적으로 내리다 보니 결국 50위엔에도 안 팔리더라는 겁니다. 직원 한명을 항상 옆가게를 염탐하는 스파이로 활용해야 빠른 정보를 얻을수있어 가격조정이 가능하다고 합니다.한국상인들끼리 불신의 벽이 엄청나 있는 것을 눈치챘습니다.그러다보니 서로가 서로를 외면하며 살고있었습니다.
중국도매상인들이 어떤사람들입니까.
그들과 밤낮으로 머리 짜내며 싸워도 이길둥 말둥한데,옆에 국적은 나와 같은 또 하나의 중국상인을 두고 견제하며 싸워야하니 이건 두배 세배 힘드는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럴바에야 한국인과 부닥치지 않는곳에가서 장사하면 더 좋겠지요.
같은 얘기입니다만, 청도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중에 많은 사람들에게서 ‘나는 한국인은 절대 상종도 안 한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꼭 웬수 보듯합니다.오히려 한국x이 더 무섭다고 합니다.
한국에는 산동에서 진출한 화교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맴버가 완전 빈손으로 지역에 들어와도 서로 힘을 모아 기반을 잡게 해 준다고 합니다. 예컨데, 대여섯명이 모여 자금을 갹출해서 중국음식점을 열게 해 줍니다. 그리고 지분대로 그 이익금을 챙깁니다. 그 대여섯명은 각자가 맡고있는 업과 관련한 거래처 손님들을 모두 데리고 반드시 그 음식점에만 간다고 합니다.한 동포를 살리고 자신의 투자이익은 높이고…
그러니 금방 안착을 하게됩니다. 이것에는 해외에서 동포에대한 신뢰가 바탕하고 있습니다.같은 동포끼리 절대 죽이면서까지 경쟁하지 않습니다.오히려 동포끼리 거래담합을 해서 고객으로 하여금 선택의 여지가 없도록 합니다. 고객에게 절대 끌려가지 않습니다. 신기한것은 그러면서 동포간이라도 절대 계산에서는 손해보지 않으려합니다.동포끼리 싸우기도 많이 싸웁니다.계산문제 만큼은 눈을 부릅뜨고 상대가 누구든 일전까지 칼같이 챙깁니다.
제가 있는 청도에는 이제 수많은 서비스업종이 진출하고있습니다.이제 제조업보다 많습니다. 요식업은 말 할것도 없고, 치과,병원,컨설트 등 지식관련업도 많이 진출하고있습니다. 요식업을 예로 들자면 한식이란 특별요리에 우리의 가격이 있게 마련입니다. 저 집이 20위엔이면 우리집은 15위엔으로 하자. 바로 이것이 문제인것입니다. 왜 가격은 같이 하면서 품질로 승부할려고 하지 않나요? 제살 깍아먹기가 아닌가요.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업소는 다른 한국업소보다 고가로 해도 올 손님들은 온다? 맞습니다. 서비스와 품질로 대변되는 무형의 가치는 무시하지 못합니다.. 허나 ‘중국업소보다..’가 아니라 ‘다른 한국업소보다..’에서 우리끼리의 경쟁을 볼수가 있습니다. 적정가격으로 담합해서 품질의 차별화로 경쟁하면 안 되나 봅니다.
요즘 중국공단지역마다 인력난이 말이 아닙니다. 이제는 별수없는지 바로옆의 한국기업보다 몇십위엔 더 높게 책정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특히 관리자급에서는 더 심합니다. 중국근로자는 단돈 1위엔에도 회사를 옮기는 현실파들입니다. 우리끼리 뺏고 빼앗기는 상황입니다. 지역마다 한국투자기업체가 있으나 서로 쉬쉬하며 정말 중요한 것에는 정보교류가 안 됩니다.
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전 한국인이 개설한 사립학교 개교식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한국인이 세운 외국학교라 중국 시정부에서 교육관련 관리들이 다 참석해서 축하 해 주는데 정작 있어야 할 우리의 관리와 단체장은 안 보입니다. 같은시기에 우리기관들이 나서서 한국공립학교를 추진하고 있는데, 발빠르게 어느개인이 먼저 국제학교 설립과,승인을 먼저 다 받았기 때문에 권위와 마음의 상처를 입었나 봅니다. 교민의 입장에서 보면 둘 다 만세인것입니다. 그냥 가만히 둬도 공립은 공립으로서의 가치성이 충분한 데도 말입니다. 대단한 명분입니다.
생활면에서 보면 이제는 더 나아가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깍아내리는 것도 종종 볼 수가 있습니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불굴의 정신인지는 모르나 중국상인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 우리끼리라서 정말 부끄럽고 치욕적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해외에서 그것도 같은 동포가 잘 되 가는 꼴을 못 보는 우리들입니다.
서울대 송호근 교수는 얼마전 이런 재목의 책을 낸 적이 있습니다.”한국인은 왜 남 잘 되는 꼴을 못보나!” 그기서 그는 우리민족의 전통적 평등주의에서 찾았습니다. 예부터 우리민족은 평등주의 사상이 강하다고 합니다. 해서 남이 나보다 더 잘 되는 불평등의 꼴을 눈뜨고 못 본다고 합니다. 그는 이를 ‘마음의 습관’이라 평했습니다.
아무리 그런 민족성을 가졌다고 하더라도,여기가 어디입니까.
중국인의 전통적 상술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이국의 전쟁터가 아닙니까. 그들과 상대하기도 벅찬데 또 하나의 중국상인을 만들어 제 살 깍아먹어서야 누가 성공할 수가 있겠습니까. 아니 우리 동포것을 뺏아서 중국인만 좋게 만드는 꼴입니다.
“한국인은 만나지도 거래도 안 한다”는 회원 어느분의 말이 이해가 되는 것이 바로 또 하나의 중국상인을 만들어 진을 뺄 필요가 없다는 고육지책일 수도 있겠습니다.
지혜롭게 서로 돕고 삽시다.
그래서 해외에서 1등 국민이 됩시다.
스프링/2006.4.24
첫댓글 맞은 말씀이네요.한국분들끼리 경쟁하여 손해보는것은 한국분이 아니겠어요?서로간에 단합하여 좋은방법을 강구하였으면 하네요....
마음이 무겁군요...
정말 옳으신 말씀입니다. 언제 우리도 뭉칠 때가... 협력할 때가 올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날이 오면 정말 행복하겠습니다.
저도 마음이 천근 입니다.
저도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정말 더럽더군요.
공감 백배...
가슴에 와 닿네요............ 답답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