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세상만사
blog.chosun.com/kimjhon1004
cyber 는 "컴퓨터상" 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컴퓨터가 출력하는 모든 데이타(문자, 영상, 소리)를 말하기도 한다.
또 cyber 데이타에는 real(현실, 사실)한 것과 virtual(가상현실, 비현실)것이 있다.
virtual 은 컴퓨터가 만드는 것 중에서 가상현실만을 말한다.
같은 cyber 상의 영상이라도 프랑스 모슬림의 방화는 real scene 이고, 스타워즈나 게임은 virtual scene이다.
블러깅을 하다 보니 현실과 가상(거짓) 세계가 구별되지 않는 매트릭스를 경험하게 된다.
나는 real한 현실을 쓰면서 컴퓨터에서는 모든게 가상의 세계인 양 자판을 두드린다.
사이버 공간이기에 가능한 표현방식도 있지만 '가상의 세계'니까 사실과 다르더라도 괞찮다는 생각을 하거나 무슨 말을 해도 현실세상에서의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얼굴을 마주하고서도 거짓이거나 입에 바른 말로 상대를 적당히 기분 좋게 하거나
속고 속이는 세상이다. 하물며 cyber세상에서야 오죽할까? 정치적 사건을 다루는 뉴스나 기사에 대한 댓글을 보면 자기와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은 곧 적이고 온갖 욕설이 난무한다. 블로깅 댓글과 관련해서도 미스테리 같은 모함과 시비에 휩싸이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모양이다.
블로그를 개설한지 오는 11일이면 꼭 일년이 된다.
비록 cyber공간이지만 그동안 많은 좋은 이웃들을 알게되었고 분에 넘치는 격려와 우정어린 보살핌과 기도의 목소리를 들었다. 많은 글을 읽고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접할 수 있었고 주제넘은 댓글로 뭔가 아는체 관심도 표했다.
다녀가신 분들께 답방하는 예를 갖춰야했고 댓글을 주신 분들께는 댓글로 보답을 해야했다.
남의 글을 읽고 댓글을 달지 않고 나오면 뭔가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 블로그에 글쓰기가 차지하는 부담보다 남의 글을 정성껏 읽고 성의 있는 댓글을 다는 일이 점점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블로깅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문을 닫을까?
그런 생각을 한번하고 두번하고 가끔하고 그러다 자주하게 되었다.
이따금 블로거간의 댓글 시비를 보면서 글쓰기나 댓글 다는 일이 본의와 다르게 엉뚱한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심스러워졌다.
그러던 어느날 어떤 블로거님 안부게시판에서 내 불찰로 작은 실수를 한 일이 있었다.
자물통이 채워진 안부글에 답글을 쓰면서 자물통을 채우지 않고 글을 올렸다..
현실세상에서 보면 굳이 자물통을 채워야 할 내용이 아니었지만 cyber세상에서 정한 약속에는 반하는 모양이었다.
안부게시판에 자물통을 채우는 뜻은 꼭 비밀스러운 글이어서가 아니다.
현실에서는 하지 못할 말을 가상공간에서는 할 수 있는 말도 있다.
둘만의 친분을 은근히 공유하는 남모르는 즐거움이 따르기도 한다. 그게 가상공간의 묘미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그 내용이 공개되고 나면 보기에 따라서는 묘한 뉘앙스로 오해를 살 여지도 없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난 그 블로거님의 '주의 사인'을 받고서야 내 규칙 위반 사실을 알고 자물통을 채웠다.
상대에 대한 내 배려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중히 사과의 뜻을 전했고 그 분도 내 진의를 여과없이 받아주었다.
그 일이 있고나서 블로그에 대한 이런 저런 반성을 했다. 문을 닫지 못하고 미정거린데 대한 내 우유부단을 탓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문을 닫지 못하고 있다. 난 남들에게 내 글솜씨를 자랑할 생각도 없고 또 그만한 글재주도 없다.
내가 아직도 블로깅을 계속하는 까닭은 내 아이들과 아내가 이 아버지나 남편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살고있는지를 자연스럽게 기록으로 드려다 볼 수 있는 좋은 매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일기를 써두었다가 내가 세상을 뜨고나면 읽어 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평소에 쓴 글을 통해서 잔소리가 아닌 진정한 믿음으로 아버지나 남편의 삶을 들여다 보고 가장이 아니라 해도 가족으로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으면 하는 욕심이 남아 있어서다. 블로그를 계속하더라도 댓글 다는 일은 자제할 생각을 했다. 내 작은 실수에 대한 스스로에게 주는 보속이기도 하고 블로깅의 부담을 덜기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내 글에서 조차 댓글달기를 허용하지 않기도 했다.
어떤 블로거 님은 굳이 안부게시판에 댓글성 글을 남겨주시기도 했다.
그럴 일이 아니다 싶어 다시 댓글을 허용하게 되었지만 이젠 다녀가시는 손님이 줄고 있다.
다소 외톨이가 된 느낌마져 없지 않지만 당분간은 그러고 지낼 생각이다.
이웃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그리고 건필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