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 보통사람이란 누구나 걷는 길을 따라가듯 쫓는 평범한 사람을 말한다. 어느 촌동네나 골목 어귀에 태어나 시시콜콜 욕도 먹고 혼도 나고 밥도 먹고 살다 시집 장가가서 아들 딸 낳고 그냥 그렇게 살다가 늙으면 손자손녀들의 손을 잡고 노닐다가 때가 되면 세상을 떠나는 그런 사람이다. 일상을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 결코 돋보이지 않으며 유명할 리 없다. 신문과 방송에 얼굴을 들어낼 만한 아무 소양도 없으며 삶의 지극히 단순한 기본적 취지에 만족하고 업적으로 여기는 그런 사람이다. 밥 세끼 먹으면 그만이지 하는 말이 다 그런 풍조의 말이다.
기실 보통에 대해선 콕 찝어 말하기가 쉽지는 않다. 이리 말하면 내가 어찌 그 정도냐 하며 욕 얻어먹기 십상이다. 차라리 보통의 심리를 따지는 것이 속 편하다. 이에는 보통이란 말을 결코 누구든 달가워 하지 않는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대개 보통사람은 가난하지 않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한다. 서민이란 말로 배수진을 치면서도 ‘먹고 살만은 하다.’란 기조는 변함이 없다. 설령 현실은 낙망하여도 자신은 보통이라고 우기는 사람들이 많다. 흔히 쓰는 말 “나는 그렇게는 하지 않을 거야.” 하면서도 막상 일이 닥치면 향불에 모기 떨어지듯 똑 같은 현실로 좌초하는 것이 보통이다.
보통사람들은 하는 짓도 보통이고 생각 또한 보통이다. 고추 값이 폭락하면 이듬해 고추 값은 금값이고 배추도 돼지도 모두 같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참 알다가도 모를 보통의 몫이다. 심지말자 하면서 또 심고 후회하는 일이 어디 덧셈뺄셈을 몰라 벌어지는 일인가. 그렇게 살지는 않아 하면서 그렇게 살고 현실이 부실함에도 그래도 살만은 하다 하는 의식 구조는 보통만이 갖는 특질이기도 하다.
보통을 단정 짓기가 매우 어렵다. 바로 좌우 동반 성향 때문이다. 세상에는 널 부러진 비천한 행태나 추접스런 것들이 너무 흔하다. 보통이 만든 소산이다. ‘그래도 살만은 해.’ 라는 긍정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껴안은 어설픈 아량 또한 그러기에 보통이 바라보는 눈이다.
보통이 그나마 자리를 잡은 것은 권위주의가 빛을 잃을 무렵일 테지만 조금 나아졌을 뿐 일천한 주제가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소소함이 보통이고 헤집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보통의 당면한 현실이다. 잘 났다는 것도 싫고 못났다 하는 것도 싫은 것이 보통이고 악독한 것도 되고 모진 것도 되는 것이 보통이다.
정들어봐야 소용없다 하면서도 별 것 아닌 인연 때문 또 어쩌지도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나는 눈물 짓는 보통의 애환을 동네어귀에서 자주 접한다. 보통은 안간힘을 다해 자기로부터 빠져나오려는 바동거리는 몸짓이기 때문이다. 보통엔 비굴함이 어엿하고 천연덕스럽게 둔갑하는 영악함도 뿌듯하게 존재하다.
누구는 보통은 부지런한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를 믿지 않는다. 웃음도 눈물도 흔한 동네를 접어들면 일확천금을 노리는 복권 가게가 즐비하다. 무용담이 흔하고 힘들면서도 힘들지 않은 척 너스레 떠드는 그곳이 보통이고 그 자체가 보통이다.
보통은 인간의 성선과 성악의 추론을 모두 담은 뒤죽박죽의 삶의 굴레같기만 하다. 알쏭달쏭한 사람들은 그러면서도 먹고 살만은 하다라는 공명심으로 또 오늘을 거룩하게 믿는다. 그렇게 남들 하는 대로 그냥 그렇게 살다가 마는 그런 사람이 보통사람들이다. 어떤 때는 보통으로 산다는 것은 특별하게 사는 것보다 어려운 구도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보통으로서는 세상 반은 속고 접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보통의 길을 걷는다. 바람은 사시사철 늘 불고 좁은 동네 길 몇 백 원 비닐봉지 포장이 아무런 느낌 없이 바람결에 흩날리는 곳.보통 사람 사는 곳엔 동네도 온통 보통의 것들로 왁자지껄하다. 왜 이런 곳엔 동류의 가게들이 꼭 두 세 개씩은 같이 들어앉아 싸움하기 좋게 되어 있는 것일까.
보통은 싸움도 흔하고 화해도 밥 먹듯 해치운다. 그러기에 그곳은 아닌 것도 되고 되는 것도 되는 그런 아량이 있고 푼수들도 많다. 그렇게는 살지 않아 하면서 또 어쩔 수없이 그렇게 사는 동네를 나는 휘청대며 또 보통의 오늘을 남기고 있다.
(조성원 님의 수필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