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적긁적~ 벅벅~
칠순을 넘긴 황보남 어르신(가명, 75세)은 평소 매우 건강한 편이지만, 겨울철만 되면 피부가 가려워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때로는 팔과 다리, 배와 허리 부위의 피부를 많이 긁어 피가 나기도 하고, 밤에는 더욱 심해져 잠을 설칠 정도입니다.
가려움증은 각종 피부질환뿐만 아니라 간장과 신장의 기능에 문제가 있거나 당뇨병이 있을 때도 나타납니다. 그러나 황 어르신과 같이 겨울철에 가려움이 심해지는 경우는 춥고 건조한 때 땀의 분비가 적어 피부가 메마르며 거칠어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려움증을 '노인성 소양증' 또는 '겨울철 소양증'이라고 합니다.
황 어르신은 가려움증을 줄이는 약을 복용하고 피부 보습을 위해 목욕 횟수를 줄이고 때를 밀지 않으며 보습제도 자주 발라봤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피부가 건성으로 변해서 가려움증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자양분인 음(陰)이 부족하기 때문
'피부는 내장의 거울'이라고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은 몸에 자양분이 되는 음(陰)의 성분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피부가 가려운 것은 염증과 같은 열(熱)의 증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가령 나무가 메말라 있는 것은 물이 부족한 것이며, 이렇게 건조한 조건에서는 산불이 나기 쉬운 이치와 같습니다.
한방 치료법은 '근본적인 치료(本治)'와 '나타난 증상의 치료(表治)'로 나눌 수 있습니다. 본치란 체질과 연관된 몸의 부조화 상태를 정상화시키는 방법이고, 표치란 환자가 불편해하는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입니다.
피부가 건조해서 가려움증을 느끼는 경우라면 몸의 음적인 면을 보충하는 약물을 복용해 건성 피부 체질을 개선하는 방법이 본치에 해당하고, 가려움증 자체를 치료하는 약물은 표치에 해당됩니다.
몸의 음적인 성분, 즉 건조증을 개선하기 위해 평소 하루에 10g가량의 당귀를 차로 만들어 마시거나, 감마 리놀렌산이 함유된 달맞이꽃 종자유를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가려움증으로부터 해방되려면
황 어르신에게는 우선 일상생활에서의 피부 관리방법부터 권해드렸습니다.
● 목욕을 오래, 너무 자주 하거나 때를 밀지 말아야 합니다. 단, 적당한 빈도의 목욕은 좋습니다.
● 목욕할 때 너무 뜨거운 물은 피하셔야 합니다.
● 비누, 기타 세제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가급적 저자극 비누나 보습효과가 있는 비누를 사용하세요.
● 모직물(wool), 나일론, 표면이 거친 옷은 입지 않는게 좋습니다.
● 실내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가습기 사용을 권합니다.
● 자주 긁지 말아야 합니다.(손톱을 자주 깎고, 끝이 매끄럽게 손톱 손질을 합니다.)
가려움증에 좋은 '소금물 목욕'과 '전분 목욕'
'전분 목욕' 과 '소금물 목욕' 도 피부 상태를 개선시키는데 도움이 됩니다.
'전분 목욕' 은 식료품점에서 파는 전분 가루(옥수수, 감자, 고구마 등)한 컵을 더운 물에 녹인 다음 욕조에 풀어서 입욕제로 쓰는 방법입니다. 10분가량 전분 목욕을 즐긴 후 물로 헹구면 됩니다.
또한 '동의보감'에 의하면 가려움증에는 '소금물 목욕'이 효과적이라고 쓰여 있는데, 해수욕을 한 후에 피부질환이 개선되는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만일 두 가지 방법을 다 해봤는데도 가려움증이 더욱 심해진다면 몸에 맞지 앉는 것이므로 중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습제는 목욕이 끝난 직후 또는 피부가 많이 건조할 때 가려운 부위에 발라주면 좋습니다. 그리고 가려움증을 더 느낄 수 있는 음식인 등푸른 생선과 소시지 같은 가공 육류를 적게 드시도록 권했습니다.
황 어르신은 이러한 생활관리법으로 겨울철 가려움증을 많이 해소하여, 약 없이도 잘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김정선 님 김정선한의원장
위 내용은 공무원연금공단이 발행하는 월간'공무원연금'지 2010년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