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아침의 방어진.
고기잡이 배와 거대한 조선이 골목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지만,
그런 사실조차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평범하고 고요하기만 하다.

방어진이라는 동네는 참 이상하다.
쭉쭉 뻗은 바둑판형 도로와 거대한 건물들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본울산과는 달리,
큼직한 도로 하나 없고 딱히 이렇다할 중심가조차 없다.
그러면서도 주택가는 끝도 없이 늘어섰고 골목 또한 무척 복잡하게 뒤엉켜 있다.
어쩜 같은 울산인데도 이렇게 분위기가 다른지... 마치 전혀 다른 동네를 온 듯한 느낌이다.
터미널 또한 골목길 사이에 숨어있어 마치 미로찾기를 하는 기분이다.

한참을 헤맨 끝에 겨우겨우 터미널을 찾았다.
신도시에 살아서 가뜩이나 골목길에 취약한 편인데,
골목에 아주 제대로 박혀있으니 무슨 미로찾기를 하는 기분이다.
난생 처음 와본 방어진터미널에는 수많은 빨간 물결로 가득하다.
그래도 나름 토종업체가 많으리라던 나의 예측이 산산조각나는 순간이다.

'방어진시외버스정류장'.
말이 정류장이지 실제로는 거의 차고지나 다름없다.
주요 도로에 찰싹 붙어있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이렇다할 승차장 구조가 갖춰진 것도 아니다.
버스 기사분들께서 담배 한개비 물고 커피마시면서 한가로이 수다나 떨 법한 그런 분위기이다.

건물이 제법 커서 뭔가 있겠지하는 심정으로 대합실에 들어가는데,
이상하게도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질 않는다.
너무나 황량하고 썰렁해서 마치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이다.

맞이방 오른쪽에는 매표소로 썼을법한 커다란 창문이 떠억하니 붙어있다.
하지만 매표소 창구는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대구행과 강릉행 시간표, 그리고 '승차권은 버스 안에서 판매'한다라는 초라한 광고판(?)만 있을 뿐이다.
언제부터 매표소가 문을 닫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건물 안에 사람이 없으니 이렇게도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울 수가 없다.
장항터미널에서 느꼈던 찬바람의 묘한 소름이 여기서 다시 한 번 돋는다.
시설이 낡고 세련됨을 떠나서 사람이 있고 없고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인 것 같다.

터미널을 찾아오는 승객들도 안에 들어가는건 꺼리고 싶어해서인가.
내부에 붙어있어야 할 시간표가 건물 바깥에 걸려있다.
부산(노포동)행을 비롯하여 동대구, 해운대행 버스가 1시간 이내 간격으로 운행하고,
통영(남마산, 배둔, 고성), 동서울, 포항-강릉행도 횟수는 적지만 꾸준히 운행하고 있다.

노선망, 배차간격, 버스 편수 등등 인프라가 나름대로 잘 갖춰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 하나 없어 슬픈 정류장엔 고요한 정적의 노래만이 흐를 뿐이다.
그나마 주요 노선들도 이 곳 저 곳 들리는 완행 형식이라서,
사실상 방어진은 차고지 이상의 기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소형차 하나 지나가기 버거울 듯한 좁은 골목길 사이에 조그만 터미널이 자리잡고 있다.
분위기상 이렇다할 상권은 커녕 사람 하나 지나가면 고마울 것 같은 분위기에,
수많은 차량들이 긴 여행을 준비하는 터미널이 자리잡고 있다.
옛 영화가 얼마나 뜨겁게 번성했는지는 몰라도,
주인공이 떠나고 없는 지금은 아무 소리조차 내질 않고 있다.
고요한 빈 자리를 시끄럽게 채워줄 누군가가 나타날 수 있을런지...
오늘도 방어진터미널은 다시 돌아와줄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기다린다.
항상 자기가 더 잘난 것이 있으면 마구 쓰고 이런 글에 대해선 거의 반응이 없습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이 생각나는군요.. 자기도 분명 처음엔 이렇게 잘 몰랐을텐데, 왜 올챙이적 생각을 안하는 것일까요?
동감입니다.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모습에 아쉬움이 나타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