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디자인을 재생산하다 60Vision
간결하고 아담한 사이즈의 빈티지풍 소파와 장식장은 업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일본 가구의 대명사가 되어 너도나도 비전60s를 운운했지만 민망하게도 비전60s는 우리가 알고 있었듯 가구 브랜드가 아니다. 60Vision은 드로잉앤매뉴얼(Drawing and manual Inc.)이라는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디앤디파트먼트(D&DEPARTMENT) 프로젝트 중 하나로 1960년대에 생산된 가구, 그릇, 가방, 운동화, 심지어 그 시절의 과자까지 당시의 좋은 물건들을 재생산하는 일련의 작업명.
2 토부키60 1967년 FRP(섬유 강화 플라스틱) 기술이 소개되면서 플라스틱으로 만든 새로운 디자인의 의자가 생산되었다. 의자 바깥면은 플라스틱, 안쪽은 인조가죽.
신기한 것은 드로잉앤매뉴얼사가 가구 회사도, 여타 물건 제조업체도 아니라는 점이다. 10년 전쯤 나카오카 겐메이라는 그래픽 디자이너가 세운 디자인 회사로, 직원은 50명 안팎, 브랜드 기획과 컨설팅, 웹&영상 디자인, 잡지와 서적을 출판하고, 디자인 생활 용품을 기획 제작하며, 레스토랑 사업과 무농약 야채 농사도 짓는다니 점점 흥미로울 따름이다. 겐메이 씨는 자신들이 생각한 디자인을 도면 작업을 통해 실현해 만져보고, 벽에도 붙여보고, 주머니에도 넣어가며 누리자는 생각으로 ‘드로잉앤매뉴얼’이라고 회사 이름을 지었고, ‘디자인 백화점’이라는 뜻의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를 전개하며 ‘꿈의 백화점’을 만드는 연습을 하는 중이라고 한다. 도쿄, 오사카를 비롯해 일본 전체에 디앤디파트먼트 숍이 벌써 47개나 있고, 숙박 시설을 연계한 D&Motels Store, 다이닝 사업인 D&Department Dining, D&Coffee도 전개되고 있다. 이 세부 프로젝트는 모두 ‘Long Life Design’ 을 테마로 한다. 그들이 D&Farm에서 무농약 야채를 재배해 통신 판매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60Vision 역시 뜻을 같이한다. 1960년대는 가구를 두고 보자면 당시는 일본이 유럽 등지에서 기술을 배워와 일본풍으로, 그 가구를 쓸 일본 사람들의 체형에 맞춰 가구를 만들던 시절이다.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내세우지 않았지만 심플하고 튼튼한 물건들은 신상품에 묻혀 없애기는 아까운 디자인이더라는 것. 그래서 이런 콘셉트로 진행할 60Vision 프로젝트를 공고하고 참여 회사를 모집했다고 한다. 가리모쿠, 마루니, 고토부키 등의 가구 회사를 비롯해 노리다케, 1969년에 생산된 중고생용 스니커즈 브랜드 문스타, 삿포로 우유로 만든 일본의 건빵이라 할 만한 과자 ‘호카’ 제조사인 후쿠리쿠제과 등 12개사가 참여, 각 회사에서 물건을 만들어 가리모쿠60, 노리다케60, 호카60 식으로 ‘60’이라는 꼬리를 달아 내놨다. 국내에서는 논현동 인디테일 쇼룸에서 60Vision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4 아데리아60과 노리다케60 호박색 유리그릇 아데리아는 이시즈카 유리 주식회사에서 맥주병의 착색 기술을 이용해 최초로 유리 식기에 컬러를 넣어 인기를 끌었다. 아래의 화이트 찻잔은 노리다케 제품. 이외에도 노리다케60에는 1961년 개발된 멜라민 식기, 해외 수출용으로 나일강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커트러리 세트가 있다.
텐도 목공
성형합판 기술로 유명한 텐도 목공은 1968년 야마가타현 텐도시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야마가타현의 수종이 가구 만들기에 부적합해서 나무를 휘는 성형합판(플라이우드) 기술을 개발해내어 유명해졌다니 이런 전화위복이 어디 있을까 싶다. 텐도 목공은 1950년대부터 이 성형합판 기술로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하여 명작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소리 야나기의 버터플라이 스툴이 바로 텐도 목공의 1952년 생산품. 버터플라이 스툴은 뉴욕현대미술관에 영구 소장될 정도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일본에서의 판매율은 높지 않았다는 뒷이야기가 있다.
1976년부터는 스웨덴의 가구 디자이너 부루노 매트슨과 함께 MA 시리즈를 출시했는데 ‘Sit on’이 아닌 ‘Sit in’을 강조한 무 편안한 라운지 체어 ‘하이백 체어’는 지금까지 잘 팔리고 있다. 그들의 가구는 언뜻 북유럽의 가구와 흡사한데 텐도 목공은 자신들의 가구가 서구와는 달리 신발 벗고 생활하는 주택 문화와 일본인의 체형을 면밀히 고려해 디자인했음을 강조한다. 동양인이 서양의 라운지 체어에 앉으면 누워서 TV를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천장 구경을 하게 하지만 자신의 브랜드는 그런 디테일을 면밀히 따져 일본 가구의 모더니즘을 실현했다는 것. 텐도 목공의 가구들은 성형합판 기술을 이용한 내추럴하고 간결한 디자인이 대부분이다. 국내에 들어온 제품은 링 스툴, 로빈 소파 등 포인트가 될 만한 산뜻한 색감들이 많다.
2 Heron 흔들의자 디자이너 스가사와 미츠마사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한 데뷔작. 그는 이 제품으로 발명상과 공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트에 선을 넣어 안착감을 높인 디자인으로 과격하게 흔들리지 않아 매력적인 흔들의자.
4 Robin 소파 컬러 배색이 산뜻한 로빈 소파는 본래 호텔 로비에 놓으려고 디자인한 제품. 허리가 닿는 부분에 소프트 쿠션을 덧대어서 편안함을 높였다.
마루니 목공
1928년 히로시마에서 창업한 마루니 목공은 “일본의 서양 가구 역사는 마루니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만큼 일찍부터 유럽 가구 공장의 시스템을 도입하여 공장 레이아웃을 하였고, 목재의 인공 건조 기술을 개발, 단단해서 사용하기 힘들었던 마호가니의 가공법을 개발하는 등 ‘공예의 공업화’를 모토로 근대화를 이룬 브랜드다.
마루니는 2004년 기존 마루니 가구의 클래식한 서양 스타일을 벗어나 ‘일본의 사상을 담은 세계의 의자’라는 콘셉트의 ‘넥스트 마루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마루니의 이런 콘셉트를 공유하는 디자이너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통해서 의자, 암체어, 테이블 등을 만들어냈는데, 미니멀 디자인의 대명사 ‘±0(플러스마이 스 제로)’의 나오토 후사카와(무인양품의 환풍기형 CD 플레이어도 그가 디자인한 것)와 마지스의 에어 체어, 삼성의 유럽폰을 디자인해 국내에 대중적으로 알려진 제스퍼 모리슨도 참여했다. 기존 마루니가 50~60대가 좋아하는 가구였다면 넥스트 마루니는 20~30대에게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넥스트 마루니 컬렉션은 타이완과 유럽의 편집 숍에서도 판매하며, 국내에서는 인디테일과 가나아트갤러리의 자회사 크로프트(암리스 체어 중 어두운 컬러인 섀도 시리즈를 판매)에서 볼 수 있는 만큼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다. 10월 1일부터 열리는 2008 서울디자인올림피아드에서 넥스트 마루니의 의자 컬렉션이 전시될 예정.
2 by 신 아즈미 딱딱한 인상을 주는 네모 모양의 디자인 의자는 앉았을 때 의외의 안락감과 부드러움을 준다. 다다미에서 영감 받은 디자인.
3 by 산냐 가즈요 세지마와 리우에 니시자와 팀이 만든 의자는 토끼 모양 등받이로 즐거움을 표현했다.
4 by 알베르토 메다 신문을 읽을 때와 그저 기대 쉴 때의 편안한 각도는 다르다는 데서 출발한 디자인. 의자 아랫면에 각을 주어 2가지 각도로 기대 누울 수 있는 라운지 체어. 등이 닿는 부분은 가죽으로 감싸 안락함을 주었다.
칸디 하우스
“나무 읽는 손을 가진 칸디 하우스”라는 찬사를 듣는 이 회사는 1968년 홋카이도 지방의 목재에 가공 기술을 더해 가구를 만들기 시작해 원목 가구 생산과 설계 및 시공을 하는 토털 인테리어 회사로 성장했다. 이 고급 원목가구는 이미 20년 전에 미국으로 진출했으며, 독일·스칸디나비아 지역과 교류하며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여왔다. 지구와 인간에게 안전한 가구를 만드는 것을 모토로 하는 칸디 하우스는 한정된 목재 자원에 대한 고민으로 일본 내에서 오래도록 사용한 자사 소파의 쿠션을 교체한다든지 손때 묻은 가구의 손상된 부분을 수리해주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아트디렉터이자 인터럽케, 코아 등 유명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피터 말리와 함께 ‘토자이룩스’ 라인을 론칭해 주목을 끌었다. 일본의 장인 정신과 바우하우스의 디자인이 만나 정적인 아름다움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 가구는 제주도의 핀크스 골프 클럽 타운하우스에 들어가기도 했다. 칸디 하우스는 현재 샌프란시스코와 쾰른에 쇼룸이 있고, 국내에는 청담동 웰즈 매장에서 수입 판매한다.
2 Fiolet 옷걸이 옷걸이 중심에 달린 6.5kg짜리 추는 조형미와 함께 무게중심을 잡는 역할. 피터 말리가 디자인한 토자이룩스 라인으로 7개의 후크가 360° 회전한다.
3 서랍장 Guild 크고 작은 서랍으로 면 분할의 재미를 준 서랍장. 웰즈에서 수입하고 있는 일본 가구 브랜드 다코미 코게이(=공예)의 제품으로 이름처럼 수작업으로 모든 가구를 만든다. 아사이가와 국제공항에 라운지 체어를 납품하면서 유명해진 회사.
4 Weave 흔들의자 엮어 만든 흔들의자. 허리 부분에 라운딩 처리한 가죽을 덧대 앉았을 때 허리를 감싸주어 편안하다. 다코미 코게이 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