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 소년의 눈에 비친 이웃 사람 좀머 씨의 기이한 인생을 담담한, 그러면서도 섬세한 필치로 그려 나간 한 편의 동화와도 같은 소설이다.
텅 빈 배낭을 짊어지고, 길다랗고 이상한 호두나무 지팡이를 쥔 채 끊임없이 방황하는 좀머 씨. 그는 소년의 인생의 여로에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소년의 마음속 깊이 각인된다. 비와 우박이 쏟아지는 어느 여름날에도, 좋아하는 여자 아이가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어 낭패감과 비참한 심정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도, 피아노 건반 위에 떨어진 선생님의 코딱지 때문에 엉뚱한 건반을 눌러 버려 호된 꾸지람을 듣고 자살을 하려 나무 위에서 뛰어내리려는 순간에······. 소년은 좀머 씨의 기이한 모습과 만나게 된다. 소년은 마지막으로 좀머 씨가 호수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여느 때처럼 목격하게 된다.
무엇으로부터 끊임없이 도망치려 한 좀머 씨······. 그것은 죽음으로부터인가, 아니면 우리 인간이 쳐놓은 <합리>, <이성>, <인습>의 틀 혹은 그러한 것들로 <밀폐>되고 <고립>된 공간으로부터인가?
『좀머 씨 이야기』에서 소년은 우리들의 유년기의 모습이며, 소년의 꾸밈없는 생각은 우리 유년의 기억들이다. 또한 좀머 씨는 우리 동네 어느 아저씨의 모습일 수도, 아니 더 나아가 우리 모든 인간의 내면 세계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좀머 씨의 익명성, 소년의 익명성이 이 책을 몇 번이고 다시 읽게 만드는 요소일지도 모른다. [인터파크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