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성 청도시에 한국기업들을 위시한 많은 외국투자가 몰리면서 금년부터 슬슬 배부른 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업종에 따라서는 이전부터 없던 소리는 아니었지만, 금년 들어와서는 보다 노골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요지는 투자업종이 별로 신통치 않거나 투자금액이 작은 항목은 별로 환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투자금액에 관계없이 투자지역선정은 업체의 의사가 많이 반영되었다. 또 적정규모의 공장부지 선택에 있어서도 투자기업들이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들어와서는 각종 규제조항을 삽입하여 이 조건에 맞는 업체들만 들어오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청도수출가공구가 있다. 3년전에 중앙정부의 허가를 받고 개발된 이 수출가공구는 아직까지 부지정리도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이지만, 요즘 입주업체들을 모집하기 위해서 국내외적으로 바삐 뛰어다닌다.
근데, 수출가공구는 내부적으로 허가기준을 마련해 둔 것이 있다. 겉으로 발표되면야 또 다른 오해를 불러 일으킬수 있으므로 내부적으로 활용하는 것인데, 중요한 내용은 투자금액에 관한 것이다.
1무(약 2백평)당 투자금액을 미화 40만불이상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즉, 투자기업이 수출가공구내에 1무의 토지를 공장부지로 매입하기 위해서는 1무당 투자금액이 약 40만불이상되어야 수출가공구내의 토지를 팔겠다는 것이다. 만약 400만불을 투자한다면 최대 매입할수 있는 토지는 10무밖에는 안된다는 것이며, 그 이상은 아무리 더 비싸게 매입한다 해도 안팔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고부가업종을 골라서 받겠다는 것이다. 봉제나 완구등과 같이 머릿수로 생산량이 결정되는 업종은 부지면적만 넓게 차지하는데 반해 그 반사효과도 크지 않으니 IT와 같은 고부가업종을 선별해서 유치하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여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10년전부터 아쉬울 때 노른자위의 토지를 너무 쉽게, 그리고 싸게 팔다보니 이제는 좋은자리에 남아 있는 땅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청도에 투자하러 들어오는 업체는 나날이 늘어나는데,… 저런업체에게 위치좋은 땅을 비싸게 팔면 참 좋겠는데, 그 땅에는 이미 머릿수만 갖고 장사하는 업체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니 시정부입장에서는 아까워 미칠노릇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업체들은 대개 줄지어 앉아서 하는 업종이다 보니 라인을 길게 깔아 면적도 많이 잡아 먹는다. 여기에다가 기숙사, 세면장등 직원들의 편의시설, 게다가 녹지시설까지 해야 한다고, 시정부가 나서서 면적을 넓게 잡아먹게끔 했는데,-당시에는 조금이라도 더 팔아먹으려고 - 10년이 지나고 보니 너무 근시안적인 행정인 것 같아 속이 쓰리다. 그러니 남아 있는 면적이라도 알차게 활용하자는 것으로 충분히 이해할수 있다.
그러나, 아쉬울땐 온갖 서비스를 다 해주다가 이제 배부르게 되니까 대외적으로 공포는 하지 않지만, 내부문건으로 이런 식의 기준을 만들어 허가여부에 참고를 하니 투자업체들이 느끼는 감정이 전 같지 않다.
여기에다 최근래 2-3년들어 새로이 나타난 정책이 있다. 토지의 활용도를 높인다는 연장선상에 있는 것들이긴 한데, 이전의 행정적 실수를 만회할수 있는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낸것이다.
바로 도시 재개발 사업이다. 난개발된 도시구획을 새로이 정비하겠다는 것인데, 여기에 따라 각종 청사진이 제시되더니 난데없이 청도를 IT산업중심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또, 2008년 베이징 올림픽때 청도에서 개최하기로 한 수상요트경기에 맞추어 청도를 장강이북의 최대 휴양도시, 청정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대국적인 도시개발,구획계획앞에 50년 사용권한의 토지구매계약서는 시정부의 정책에 따라 무용지물이 될수있는 상황에 떨어진 것이다. 우선 청도시 가까운 곳에 고신원구를 지정한 것이다. IT업종만을 집중육성하는 공업구로 지정하고, 그 업종에 부합되지 않는 업체들은 미안하지만, 좀 떠나달라는 것이다. 물론 보상은 있다. 이에 따라 떠나간 일부 한국업체들의 경우 보상에 대해 그리 섭섭하게 느끼지는 않고 있지만, 생각해보면 괘씸하다. 우선 대토를 준다. 지금 공장부지보다 훨씬 넓은 토지로 바꿔주는 것이다. 여기에다 공장건물 건축과 이전경비에 대해서도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느낄 한국기업들이 있을 정도로 나쁘진 않다.
그러나, 대토를 받고 가는 곳은 좀 멀리 떨어진 곳이고, 토지가격을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물론 토지가격이 상승했다고 해서 실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땅도 마음대로 사고파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비싼 토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당장 덕보는 것은 없긴 하다. 그러나, 시정부는 이렇게 대토주고 돌려받은 토지를 IT업종에는 현시가대로 매우 높게 팔아 이익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도시계획에 따라 미안하지만 좀 떠나 달라는데, 그리고 그냥 가라는 것도 아니고, 대토주고, 건물 건축비주고, 이전비 다 주겠다는데, …통보를 받은 업체로서는 사실 문제점을 집어내기가 곤란하다. 더군다나 여기는 중국이 아닌가. 분명히 손해는 보는 것 같은데, 이걸 딱 부러지게 이의 제기하기가 힘들다. 일반적으로 공공의 이익이라면 개인의 재산권은 우리나라에서도 침해할수 있는 것 아닌가 ! 그런데, 중국에서는 그 공공의 이익이라는게 어느정도까지인지 딱 부러지게 알지를 못하니 논리적으로 대응하기가 힘들다. 빨리 공장돌려야 하는 업체로서는 확신이 서지 않은 싸움앞에 버티고 앉아있을수도 없다.
청정도시라고 뻥을 쳤으니 이제 오염유발업체들도 시외곽으로 쫒아낼 합당한 이유가 생겼다.
청도개방 15년, 사실 한국업체들의 투자로 성장한 도시가 청도이다. 지금이라도 한국업체가 다 빠져버린다면 1년도 못가 폭싹 내려앉을 도시가 청도이다. 그 청도가 지금 배가 불러 별짓을 다하고 있다.
지금은 그래도 불러놓고 숨어서 쉬쉬하면서 받을 업체, 안 받을 업체로 선별을 하지만,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아예 내 놓고 업체들을 차별할 날도 곧 올 것 같다.
첫댓글 음흐...좋은글 감솨감솨
그들의 추격으로 피해 다녀야하고 고통 가운데에서 기업하시는 분들 정말 힘드실 낍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것으로 침수 당하지 말아야 하고, 무서운 한국인임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것들이 진짜~!!
참 좋은 글 올리셨네여..하지만 중국사람들의 입장에선 그렇게 할수도 잇는겁니다. 그러니 투자하시는 분들도 많은 생각을 해서 투자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