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늦가을쯤으로 기억나는데 정확한 날은 모르지만, 평일 날이었던 것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재작년에는 합천호로 종종 출조했었는데 11월로 접어드니 합천호 붕어낚시는 잦은 입질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고 씨알로 만족해야 하는 시즌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황 괜찮은 잦은 입질을 볼 수 있는 저수지나 수로를 수소문하고 있었는데 마침, 평소 알고 지내는 금화리 모 낚시점 사장님께서 느닷없이 낙단보를 추천하더군요. 일행과 함께 반신반의하면서 도착한 곳은 낙단보 상류 부근이었는데 조그만 가짓수로는 물론이고 본류대 200여 미터에 걸쳐 꾼들이 촘촘히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저렇게 많은 꾼이 포진하고 있다는 것은 최근 조황이 좋았다는 방증이었습니다.
주차하기 좋고 포인트 하기에 편리한 곳은 이미 동났기에 한참 동안 포인트를 찾아 헤매다 전을 편 곳은 최상류 부근 인적이 드문 생자리 포인트였습니다. 추천해준 사장님의 권유에 따라 미끼는 글루텐과 떡밥으로 먹음직스럽게 바늘에 감싸 투척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입질이 왔습니다. 어떤 저수지 어떤 포인트를 가든 첫 고기는 궁금한 게 꾼의 심리라 저 또한 챔질과 함께 저항하는 놈이 과연 어떤 녀석일까 자못 궁금하여 짧은 손맛으로 궁금함을 대신했습니다. 낚여 나온 손바닥 크기 정도의 고기는 붕어였지만 아쉽게도 떡붕어였습니다. 낙동강 계에 서식하는 희나리도 아닌 떡붕어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중층도 내림도 아닌 전통 바닥 채비였는데 말입니다. 탐색차 2.5칸 두 대를 쌍포로 거총하고 새로이 미끼를 달아 투척하니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떡붕어가 또 올라왔습니다. 설마 설마 하면서 인내를 가지고 기다린 두 시간 동안 낚인 고기는 떡붕어 십여 수였습니다. 참한 토종 한 마리만 보여도 캐미를 꺾을 요량이었지만 끝내 토종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더군요.
추천해준 사장님을 원망하면서 전을 걷어 차에 싣고선 꾼들이 포진한 하류로 내려왔습니다. 그냥 지나치기엔 무언가 허전함이 남아 길옆에다 차를 세우고 하류 본류대 조황을 점검해 보았지만 역시나 퍼덕거리는 떡붕어만이 살림망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몇몇 조사님의 조황을 일일이 확인하고 나니 역시나 떡붕어 포인트라고 결론을 내릴 무렵, 본류대와 연결된 가짓수로 초입에 앉은 왜소한 현지 꾼이 휘어지는 대를 잡고 무언가를 걸어내고 있는 광경이 눈에 띄길래 그 현지 꾼 곁으로 곧장 달려갔었죠.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끌려 나온 붕어 역시 떡이었습니다. 이제 진짜 미련을 버리고 철수하려 하는데 현지 꾼이 낚은 고기를 넣기 위해 살림망을 드는 순간.......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얼핏 보아도 턱걸이 급으로 보이는 십여 수의 확연한 토종붕어가 요동치는 광경이 보이는 게 아니겠습니까! 설마 하는 마음으로 현지 꾼에게 토종의 출처를 확인해 보니 어젯밤 이른 시간과 오늘 새벽에 지금 이 자리에서 나왔고 미끼는 다름 아닌 지렁이였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낮에는 지렁이를 꿰도 토종붕어가 입질하지 않는다는 정보도 덤으로 들려주었습니다. 순수하게 현지 꾼의 말을 믿자면 밤낚시를 해야 토종붕어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미 접은 대를 다시 펴기엔 달궈진 석쇠 판 위 마른오징어처럼 사그라져 버린 열정이라 일행과 함께 훗날을 기약하며 미련없이 철수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한 해는 무슨 연유였던지 변변한 출조 한 번 못한 채 시간은 흘렀고 낙단보는 그렇게 까맣게 잊혀 갔습니다.
올해 4월 말경 우연히 나온 매물에 대한 평가를 위해 구미 도개면 신림리에 있는 임야를 찾게 되었고 임야의 가치평가를 배추장수 장부 기재식으로 대충 마무리하곤 현지를 출발했습니다. 천평 상주 간 새로 뚫린 4차로 국도를 타고 내려오는 길은 우측으로 낙동강이 아주 잘 보였습니다. 구미보 상류쯤을 지나칠 때 여러 대의 자동차가 보 내에 형성된 주차장 혹은 샛길 가장자리에 주차되어 있었고 넓은 본류대와 가짓수로에는 많은 꾼으로 뒤덮인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순간 잊고 있었던 재작년 낙단보 출조가 생각났고 구미보 상류에도 붕어낚시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하게 되었습니다.
보 내를 진입하는 진입로를 못 찾아 이리저리 헤맸지만 결국 이정표를 발견하고 포인트 근처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그때 시각이 오후 4시쯤이었고 금요일이었습니다. 주말을 맞아 밤낚시를 하러 온 꾼으로 여느 유명한 저수지 못지않게 붐비고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출조한 조사님의 살림망에는 턱걸이 정도 토종이 한 수 들어 있었고 가짓수로 인공 목조다리 옆 수초포인트에서 이미 일박을 하신 조사님의 검은 색 살림망에는 허리급 토종붕어 두어 수와 준척급 붕어 몇 수가 들어 있었습니다. 이것저것 물어보니 대답도 잘해 주시는 조사님이시라 좋은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었고 낙단보와는 달리 구미보권은 바닐라 글루텐이 특효 미끼라고 했습니다. 지렁이는 가끔 주둥아리 큰 배스가 무자비하게 덤벼든다는 정보도 같이 알려주었습니다.
수십 년 출조 경험을 살려 나름 포인트를 가늠해보니 가짓수로 합수머리 수초포인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텐트 치기에 편하고 자동차가 포인트 옆까지 진입할 수 있어 가족단위 출조 여건이 좋은 터였습니다.
한창 낚시에 빠져 있었을 때는 자동차 트렁크에 갖가지 장비가 상시로 준비되어 있었는데 좋지 않은 건강과 함께 식어버린 애정은 청소와 정리가 잘된 트렁크로 바꿔 버렸습니다. 하지만 애정 폭망은 아니라 언제든지 활활 타오를 수 있는 불씨는 아직 마음 한구석에 여전히 남아 있어 기회를 탐하고 있습니다. 낚시란 취미에 한번 발을 들여 놓으면 빼기가 어렵다는 말을 요즘에서야 실감합니다.
그나저나 보를 막기 전 흐르던 낙동강에서 서식하던 붕어는 어디에 있었고 도대체 왜 보이질 않았을까요?
첫댓글 오늘이 사월초팔일 부처님 오신 날이네요. 퇴직하기 한참 전에 한창 낚시에 환장해 있을 때였습니다. 하고비 회장님께서 초팔일 전날 우보 달산지로 출조 하였고 산쪽 돌출 포인트에서 대박조황을 하였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저수지에 대한 정보를 구전으로 얻을 수 밖에 없었기에 출조하고픈 마음에 장소를 좀 알려 달라고 했는데...... 참으로 숭악하게 끝까지 알려주지 않던 기억이 나네요. 끝까지 엉뚱한 곳만 알려 주던 기억이.... ㅋㅋㅋ 요즘 같으면 ....
고놈을 기억하고 있으시구만 ㅎㅎㅎ.... 그래요 요즘 같으면 날 죽일 생각은 아니겠지요 ? 힘들게 얻은 정보로 실컷 빼먹고 알려 줄려 했는데 어사장님 이랑 ...그래도 다음에 알려 줬잖아요 그날이 부처님 오신날 참 고기 타작 했지요 월척2수에 준척급외 80수 아휴 팔이 아팠죠
어사장님 이글을 보시지요 그때는 조우회 대회도 불참하고 그못(고추밭)에서 둘이서 몰래 낙시한 그때 그시절을......옛날이 그립 구만요 ......인생 얼마나 산다고 ~~~~6월 대회에 꽝조사 하고 한번 오이소 소주도 한잔 하게...
오랜만에 탁님의 글을 보니 반갑네요. 달산지라 함은 고추밭???
낙동강은 바닐라가 잘 듣는 곳이 많나 봅니다.
상주보라는 곳도 바닐라가 잘된다고 하더군요.
윤선배님 잘 지내시죠? 여전히 육해 손맛 잘 보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