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투자자에겐 지겨운 그리스…체감 모드로
-연합뉴스와 동아일보의 특파원들이 전해준 그리스 현장 기사 요약
O아테네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코스타스 씨는 아무런 빚도 없고, 아무것도 팔지 않을 것이고, 아무것도 갚지 않을 것이라는 대형 현수막을 직접 만들어 아테네 도심 국회의사당 앞의 광장 한편에서 들고 있었다. 그의 발언. 빚 얻어서 공무원 임금 주고 연금 줬다는 정부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 돈, 은행들 지원하는 데 썼지, 국민에게 쓴 거 아니다. 정치인, 은행가, 탈세하는 자본가들 배만 불렸다.
O코스타스 아브롤이디스 씨는 동료와 함께 서명운동(국회 해산 후 국민의회 소집 주장)을 벌이고 있었다. 아브롤이디스 씨의 발언. 시민모임인 300인 모임에서 긴축 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정부에 제안했는데 거절당했다. 정치권은 유럽 다른 국가들과 국제 투기꾼들의 시종이다.
O커피숍 종업원, 가전제품 매장 판매원 등을 전전하다 8개월 전 실직한 안드레아스 씨의 발언. 예전에 실직했을 때 한 달에 400유로의 실업급여를 받았었는데 지금은 고용기간이 부족해 그나마 실업급여도 못 받고 있다. 일거리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정치인 때문만은 아니다. 외국자본이 들어와 이익만 챙기고 그리스 경제는 껍데기만 남았다. 극히 일부만 부자가 됐다. 유로화를 버리고 드라크마(그리스 옛 통화)로 돌아가, 가격 경쟁력을 키워야 일자리가 생긴다.
O아테네공대에 재학 중인 아리스 씨의 발언. 소수 가진 자들의 빚을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다. 그들 때문에 우리 미래가 담보로 잡히는 건 찬성할 수 없다. 많은 학생들이 취업을 걱정하고 있고, 설령 취업하더라도 나중에 연금이나 건강보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 두려워하고 있다.
O지난 19일 늦은 밤 아테네의 ‘강남’으로 불리는 남부 해변가 글리파다 지구 카페에서 만난 미네로스 씨(66) 부부. 남편은 해운회사에서, 부인은 제약회사에서 일하다가 퇴직했다. 그들의 발언. 한 달에 받는 연금이 둘이 합쳐 대략 3600유로(약 560만 원)이다. 경제위기는 정치인과 공무원이 잘못한 결과다. 하지만 내 생활에는 어려움이 없어, 얼마나 큰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O그리스에서는 집이나 건물을 새로 짓거나 살 때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실제가와 별개로 이중계약서를 만드는 게 당연한 것처럼 돼 있다. 회사가 3분의 2를 내고 개인이 3분의 1을 내게 돼있는, 연금 납부금을 줄이기 위해 회사와 직원이 합의하에 소득을 실제보다 낮게 신고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탈세를 적발한 세무서 직원이 벌금을 줄여주는 대신 뒷돈을 받는 일도 허다하다고 현지인들은 전한다.
O20년 가까이 아테네에 거주하는 교민 모 씨의 발언. 지난해 말 이웃집 친구가 임신을 해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특별히 잘 돌보아주겠다며 웃돈을 요구했다.
O그리스의 불법 탈세액이 연간 300억 유로(약 47조 원)에 이른다는 추정도 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리스가 지난해 유럽연합(EU)과 IMF에서 받은 구제금융(1100억 유로)의 4분의 1이 넘는 규모다.
O해운업체에 대한 법인세 부과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운업은 그리스 GDP의 10%를 차지하는 경제의 주 동력이지만 그리스에서 유일하게 법인세를 내지 않는 업종. 한때 정부가 과세를 추진하기도 했으나 그리스를 떠나겠다고 협박한 해운업체들과 관련 정치인 입김에 가로 막혔다.
O역사적으로 도시국가로 출발한 그리스는 로마의 지배를 1000년, 터키의 지배를 400년 받으며 국민들의 국가관이 희박해졌다는 학계의 분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