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적인 것 먼저---
밥 국/ 숟갈 젓갈/ 수저/ 사발 대접/ 책상 걸상/ 책걸상/ 바늘 실/ 논밭/ 총칼/ 먹고 입고 자고/ 해 달 별/ 먹고 산다/ 입에 풀칠을 한다/ 먹여 살린다
국어의 어원
1. 인륜 및 인체 관련어
1) 가시버시: '부부'의 의미로 쓰이나 중세국어에서는 '남진겨집'이 주로 쓰였고 20세기 초 소설 <임꺽정>에서 처음 발견된다.
본래 '가시'는 '갓[妻]'+' (속격조사)'인 '가 '에서 나온 것인데 '아내'라는 뜻의 단어로 잘못 해석되었다.
'버시'는 '바깥'의 의미를 지닌 '밧'에서 변한 것이다.
2) 스승: <삼국유사>에 나오는 무당을 이르는 '次次雄' 또는 '慈充'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15세기에는 '스님'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무당, 스님, 스승은 의미적으로 연관을 지을 수 있다.
3) 인간: 원래 '人生世間'이 줄어든 말로 '인간이 사는 세상'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새로 첨가된 '사람'이라는 의미는 일본식 한자어에서 차용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대개 한자어-고유어 대립이 있을 때 한자어가 상위의 가치를 가지는데 반해 '인간-사람'에서는 '인간'이 더 부정적인 가치를 가진다는 점이다(저 인간이 왜 저래?).
4) 시앗: '첩'을 뜻하는 고유어이다.
'시'는 '시어미, 시집'의 '시'와 같고 '앗'은 '처'를 뜻하는 '갓'이 변한 형태이다. 여기서 '시'는 '관계가 직접적이지 않은, 소원한' 정도의 뜻으로 해석된다.
5) 건달과 한량: '건달'은 불교용어 '건달바'에서 비롯하여 어형과 의미가 변한 것이다.
'한량'은 '무과에 급제하지 못한 무반'을 가리키던 말로서 '놀고 먹는 양반'->'돈을 잘 쓰며 잘 노는 사람'으로 변하였다.
한때는 '활량'이라고 하여 활을 잘 쏘는 사람과 연관을 짓기도 하였다.
6) 얼굴: 중세에는 '몸 전체', '형체', '모습' 등을 뜻하였다.
17세기에 '안면'을 뜻하게 되어 의미가 축소되었다.
원래 얼굴을 가리키던 '낯'은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와 같이 쓰이며 의미 가치가 떨어졌다.
7) 배꼽티: 15세기 어형은 ' 복'으로서 ' [배]+ㅅ+복[?복판]'으로 구성된 단어였다.
'복'이 음운 교체를 입어 '곱'으로 변하여 오늘날에 이르렀다.
'배꼽티'는 '배꼽이 나오는 티셔츠'라는 의미로 생긴 신조어이다.
2. 음식 관련어
1) 갈매기살: 횡경막의 고유어인 '가로막'이 '가로마기살'로, 다시 '가로매기살'로 변하며 '갈매기살'까지 변화하였다.
원래 명칭을 잘 모르는 일반 사람들이 음이 비슷한 '갈매기'를 연상하면서 고기 자체도 새고기라고 오해하게 되었다.
2) 육개장: 예전 개고기를 끓인 개장 대신 쇠고기를 끓인 탕을 부르기 위해 '고기 육(肉)'자를 써서 만들어졌다.
닭을 끓인 것은 '닭개장'이라고 한다.
3) 빈대떡: 중국어 '빙져'에서 음이 변한 것이다.
19세기에 '빈쟈 '이라는 형태가 나오면서 '빈자떡'->'빈대떡'이 되었다.
'빈대떡'은 '빙져'라는 어원을 잃어버린 뒤에 해충 '빈대'에 끌려 연상된 단어로 봐야 한다.
4) 김치: 본래 채소를 절여 만든 음식을 '디히'라 부르다가 한자어에서 온 '딤채 (沈菜)'가 되었다.
이것이 '김치'로 변했는데 '디히'는 구개음화하여 '지'의 형태로 남았다.
이는 '장아찌, 오이지, 짠지' 등에서 볼 수 있다.
3. 성격이나 행동 관련어
1) 벽창호: 매우 우둔하고 고집이 센 사람을 부르는 말.
평안북도의 碧潼과 昌城이라는 지명을 합하여 '벽창'을 만들고 여기에 '牛'를 결합하여 나온 말이다.
이 지역에서 나는 소가 대단히 크고 억세어 이런 명칭이 나왔다고 한다.
이렇게 지명과 특산물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단어는 많다(안항라, 통영갓).
그런데 '벽창우'가 '벽에 창문 모양을 내고 벽을 친 것'이라는 뜻의 '벽창호'와 혼동되어 본래 어원과의 관련성을 잃고 형태가 바뀌었다.
2) 하룻강아지: 보통 '태어난 지 하루밖에 안 된 강아지'로 생각하기 쉬우나 이는 '하릅강아지'가 변한 것으로, '하릅'은 소.말.개 등과 같은 짐승의 '한 살'을 나타내는 말이다.
짐승의 나이를 세는 단어로는 '두릅, 사릅, 나릅, 다습, 여습, 이릅, 여릅, 구릅' 등이 있다.
여기서는 '한 살 먹은 강아지'라는 뜻이다.
3) 입씨름: 15세기 <월인석보>에 '입힐훔'으로 처음 나온다.
이것은 '입'+'힐후-[힐난하다, 다투다]+-ㅁ'의 결합형으로 '말다툼'과 같다.
이것이 음운변화를 입어 '입씨름'으로 변하였다.
4) 이판사판: '이판'과 '사판'은 불교용어로서, '이판'은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도를 닦는 일이고 '사판'은 '절의 재물과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일'을 말한다.
이 두 단어가 결합하여 '이판사판'이 되었는데 이렇게 새로운 의미가 생겨난 이유는 정확하지 않다.
5) 바둑: 15세기 문헌에는 '바독'으로 나온다.
이를 '받[田]'과 '독[石]'의 결합형으로 보기도 한다.
'돌'을 '독'으로 표기하는 것은 방언에서 볼 수 있고 일부 지방에서는 '바둑'을 '바돌'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그럴듯한 해석이긴 하나 정확하진 않다.
바둑판의 표면을 '밭'과 연관시켜 해석할 수도 있다.
4. 그 밖의 것들
1) 안성맞춤: 경기도의 안성에서는 큰 장이 섰었는데 각지에서 질 좋은 물건들이 거래되었다.
이 가운데 유기가 유난히 질이 좋아 유명했고 주문에 의해 만든 '맞춤유기'에서 '안성맞춤'이 나왔다.
이러한 지명+특산물 형식의 결합형은 앞서 '벽창호'에서도 본 바가 있다.
'안성 맞춤 유기'에서 '유기'가 생략되어 '안성 맞춤'이라고만 해도 그 물건을 연상할 수 있었는데 차츰 '안성'과 '유기'의 관계가 희박해지면서 본래의 의미를 잃었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인 물건을 나타내던 말이 추상적인 의미로 발전한 예다.
2) 가랑비: '비'와 관련된 단어가 유난히 많은데 대개는 모양, 상태, 역할, 시기 등에 기초하여 만들어졌다(이슬비, 눈비, 단비, 궂은비, 가을비).
'가랑비'는 '이슬비, 실비' 등과 구별하기가 어려우나 '안개'의 뜻으로 '안개비'를 뜻하던 것이다.
3) 독도: 울릉도 현지 주민들은 '독섬(=돌섬)'이라는 명칭을 쓴다.
'독'은 '바둑'에서 본 바와 같이 '돌[石]'과 같은 단어이다.
일본에서는 울릉도를 '죽도', 독도를 '송도'라고 불렀으나 19세기 말에 들어 혼란을 일으켜 1905년 이후 독도를 '죽도'로, 울릉도를 '울릉도'로 부르게 되었다.
- 이외에 우리말 어휘에는 중국과 몽골에서 온 것이 많이 있다.
중국어 차용어는 한자어와 엄격하게 구별해야 하는데, 한자어는 우리 한자음으로 형태가 굳어졌지만 중국어 차용어는 중국음을 따라 형태가 굳어졌다는 점이 다르다.
이런 경우 어원을 인식하지 못하고 고유어로 잘못 알기 쉽다.
'붓'과 '먹'은 각각 '筆'과 '墨'의 중국어 발음에서 온 것이다.
'거지'도 중국어 '가오즈(乞者)'가 변하여 고유어가 된 단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