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님.().
* * * * * * * * * * *
상상을 초월하던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신 보살님 참 고생하셨습니다.
뜨거웠던 여름이 드디어 떠나갔습니다.
여름 끝자락까지 무더위로 사람들을 괴롭히더니,
요즘 며칠 사이에 기가 죽었습니다.
뒷산 밤나무에 밤송이가 여물어가는 모습을 보면,
분명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이른 새벽이면 숲속에서 “맴맴맴맴...” 일제히 울어대던 매미소리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었는데,
허공은 어느새 귀뚜라미 풀벌레 합창소리 차지가 되었습니다.
귀가 청량하고 마음이 한층 싱그러운 계절입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시절 인연은 단풍이 곱고 마음이 풍성한 가을입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고 시시각각 변하는 계절을 느끼면서 새벽 바다를 바라봅니다.
수평선위에 샛별이 반짝반짝 빛납니다.
“개밥바라기별은 참 부지런도 하다. 어제 저녁에는 서쪽 하늘에서 빛나더니,
어느새 동쪽 새벽하늘에서 반짝이네.”
오늘 하루도 새롭게 시작해 봅니다.
작년에 떠나갔던 가을이 어느새 찾아와 자리를 잡았습니다.
벼이삭들이 서로서로 키 재기를 하고 들녘에는 가을걷이가 한창입니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시골 고향에는 아직 추억이 남아있습니다.
호롱불 마른 심지 같은 고향,
바람 불면 꺼질 것 같은 고향이지만,
아직 그곳 어느 구석에는 어린 시절 추억이 살고 있습니다.
쇠무릎 마디 같은 어머니 손을 보면 눈물이 나고,
어느새 푸석 한 삭정이가 되어버린 아버지 모습을 보면 마음이 싸합니다.
여름이 가니 가을이 오고 금방 겨울이 오겠지요.
우리 인생살이도 그렇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늙고 노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살다보면 머리에 흰 서리가 내리고,
주름진 얼굴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누구에게나 죽음이 찾아옵니다.
“모든 것은 덧없다, 그러니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화내지 말고 마음을 온화하고 부드럽게 다스리며 이 순간을 살아가라.”
부처님께서 신신당부하신 말씀입니다.
바라는 것이 없으면 괴로움도 없는데 우리네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그러나 중생들은 도끼 같이 눈을 부릅뜨고 기를 쓰며 더 많이 움켜쥐려고 합니다.
황금이 소나기처럼 쏟아져도 인간의 마음은 채울 수 없는데...
단단한 이빨이 부드러운 혀보다 빨리 상하고, '졸졸졸'계곡을 흐르는 물이
바위의 모양을 변하게 하듯이, 따뜻한 마음, 온화한 미소, 부드러운 말로,
갈대가 바람에 눕듯 살아야합니다.
행운과 행복은 그런 곳을 참 좋아하거든요.^^
항상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 * * * * * * * * * *
“따르릉 따르릉...”
책상위에 놓여있는 탁상시계가 큰소리로 새벽을 알려줍니다.
눈을 떠보니 보살님께 미쳐 보내지 못한 편지가 가지런히 놓여있습니다.
환절기에 건강하시고 행복하기를 기도합니다.
불기2068(2024)년 10월5일. 영덕 효심사 (담연)두 손 모음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