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추천으로 경북 의성에 있는 고운사라는 절에 남편과 함께 템플스테이를 갔다.
사찰 입구에 들어서니 고목이 즐비한 숲길이 쫘악 펼쳐지면서 오래된 사찰이 풍기는 고색창연함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하였다.
몸상태는 안좋았지만 남편과 함께 숲길을 걷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공기는 맑고 오래된 나무는 그냥 서있는 그 자체로 아름다움이었고 힐링이었다.
안내자에게 우리가 묵을 방을 배정받았다.
몸이 안좋아 나는 자리를 깔고 누웠다. 남편은 경내를 돌아보고 관광해설사에게 고운사 사찰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잠깐 쉬고 나니 몸이 조금 풀린 것 같았다. 저녁시간이 다섯시 10분부터 시작된다 하여 남편과 함께 공양간으로 갔다.
주지스님이 식사를 하고 계셨다. 주지스님께 인사를 드리고 저녁공양을 시작했다.
최소한의 양념으로 본연의 맛을 살린 저녁 밥을 먹고나니 몸이 더 살아나는 듯 했다.
그리고 잠시 쉬었다. 여섯시에 저녁 예불을 드린다하여 대웅전으로 향했다.
대웅전의 뒷산은 수행터에 맑은 기운을 먹고 자라서인지 소나무숲이 울창하고 기상이 늠름하게 보였다.
대웅전 앞에서 한 스님을 만났다 종을 치러 가신다고 하면서 우리에게 종을 한번 쳐보라 하신다.
스님이 시키는 대로 했는데 생각처럼 종이 쉽게 쳐지는 않았지만 마지막에는 꽝하고 힘차게 종이 울렸다.
대웅전에 들어가 스님이 집도하는 예불에 함께 했다. 얼떨결에 아무 상식없이 체험해보는 거라 스님 뒤따라하느라 하다보니 금세 끝이 나버렸다.
아침예불은 오전 4시 30분이라 일찍 일어나기에는 힘이 들 것 같아 포기하고 푹 잤다.
아침공양은 여섯시 10분이라 해서 일찍 일어나 공양간으로 갔다. 새벽이라 으스스 추웠고 산머리에 둥근 보름달이 어둠을 밝혀주고 있었다.
아침 공양도 최소한의 조미가 된 채식 반찬을 먹으니 몸이 깨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템플스테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주지스님과의 차담이 준비된 방으로 안내되었다.
스님과 인사를 하고 주지스님은 보이차를 우리에게 주셨다
시골의 발효된 지푸라기 비슷한 냄새가 진하게 배어나는 보이차를 마시니 몸에 따스한 기운이 쫘악 돌았다.
스님께서는 종교의 본질이 무엇일까라는 어떤 선객의 물음에 괴로움을 소멸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것이 종교의 본질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기독교가 출발된 이스라엘은 환경이 척박하고 삶이 고단하여 무조건적인 믿음이 통했지만 과학문명이 발달되고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지금은 조건없는 믿음이 통하지 않아 유럽에서는 기독교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불교는 탄생부터 생로병사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정신적인 물음으로부터 출발했다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정신적고통을 소멸시키는 불교의 명상이 유행할 수 밖에 없다고 하셨다.
명상은 강남 상류층에서 시작이 된다고 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먹고사는 것이 해결되었다고 정신적 괴로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내경험이 생각났다. 나도 가난하게 자라 가난이 해결은 되었는데 마음의 고통은 그대로 있어서 종교에 귀의하여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착각하는 것이 사람들이 어떤 대상에 빠져 있으면서 예를 들면 스포츠라든가 게임이라든가 좋아하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라 말씀하신다.
나는 남편을 가리키며 남편이 골프를 엄청 좋아한다고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집착이 고를 낳고 도를 통해 고가 멸도된다고 하셨다고 한다. (고집멸도 사성제)
남편이 골프를 집착 안하면서 즐기는 방법은 수행삼아 골프를 치라고스님이 말했다.
처음부터 잘 안되니 우선 앉아서 수행하는 훈련을 하고 그 마음을 골프를 치면서 활용하면 편안하게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원불교로 말하자면 무시선 무처선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선정의 상태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스님과 한시간 가까이 담소를 나눴는데 너무 편안하고 즐거워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남편도 스님과 대화하는 것이 너무 좋아 다리가 저려도 저리는 줄도 모르게 시간이 갔다 한다.
스님의 오랜 적공을 통해 얻어진 깊은 자비심과 평안함이 상대의 마음에 위안과 평화를 주는 내공과 지혜의 안목으로 바라보는 높은 식견이 부러웠고 감사했다.
나도 열심히 수행에 더 정진할 것을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