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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위일체 수도회
 
 
 
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이야기 스크랩 태안 갯가에서의 하루
할미 추천 0 조회 15 08.02.02 02:08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옛날 내가 어릴 때, 
내 사촌이 쑥캐러 간다고 소쿠리 옆구리 끼고 나오면  
나도 따라 가고싶어 엄마를 조를 때, 
울엄니는 넘이 장에 가믄 장군(분뇨통)지고 따라 가는 것과 같다는 표현을 쓰셨다

넘들이 태안으로 간다니 나도 따라 나섰으니..
울엄니가 이 모습을 본신다면 같은 말씀을 하셨을것 같다 

미사 시간에 신부님께서 9지구 태안 봉사단 신청을 하라하셨다.
새벽 1시에 출발...
겁없는 내 아우가 들렁 신청을 해놨다

그래서 가게 됐고 이렇게 준비를 마쳤다
아들이 집에 두고 간 면T 몇장 낡은 런닝, 타올 몇 장을 챙겼을 뿐인데...
짐을 챙기고 보니 외국여행이라도 몇 일 다녀올 모양새가 됐뿟다
12시 30분 집을 나섰다 
세찬 밤 바람이 빰따구를 때린다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봉사는 커녕 남에게 짐이 되는 일은 생기지 말아야 할낀데...



새벽 1시에 버스에 올랐다 
잠을 자야한다는건 생각 뿐이고 
감아야 할 눈은 자꾸만 말뚱말뚱해 온다 
많이 추울거라는 일기예보를 듣고 온 탓이다 

아침 8시 30분에 태안성당에 도착했는데 
남쪽 지방에서 체험하지 못했던 살을 에이는듯한 강 추위,
거기다 눈발이 휘날리니 옷깃을 여미고 여미어도 
눈 바람이 옷 솔기로 파고든다. 
오랫만에 겨울을 실감하게 되었다.



새로 건축한 아름다운 태안성당을 주임 신부님으로 부터 
설명을 듣고 아름답게 꾸민 성전모습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곳에 왔다는 기념으로 부석부석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태안에 왔다는 유일한 증거를 남겼으니...



성전 내부의 모습인데...
내가 갖고 있는 기계의 한계로 다 담을 수 없음이 안타깝다
눈에 익은 성인들의 모습...
헤아려 보진 않았지만 꽤 많은 성인들 모습이다 



하루를 봉헌하는 미사는 9시에 이곳 소성전에서
울산 9지구를 인솔해 오신 신부님의 집전으로...



신부님 사비로 준비해 오신 맛난 떡은 육신의 양식으로
예수님의 몸은 영혼의 양식으로 두둑히 채웠으니 
오늘하루 타르 덩어리와의 전쟁은 시작되었다. 



작업은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아이팀과 노인팀은 바위를 닦는 일,
청장년팀은 모래바닥에 있는 기름을 삽으로 퍼서 옮기고 
기름 흡수종이로 모래속의 기름을 닦는 일이었다 



나는 바위쪽을 선택했다 
선택이라기 보다 밀려났다 
바위틈에 끼인 기름덩어리를 닦는일도 수월치는 않았다 
닦는데만 정신을 두고 용을 얼마나 썼든지
손목도 시큰거리고 손 아구도 아프고 손가락 끝도 얼얼하지
독한 기름 냄새로 머리가 어질거리는게 
일 못하는 사람 티만 낸것 같다 



점심식사는 태안본당 신자들이 맛있게 끓여 주신 떡국으로 배를 채우고 
오후의 작업장은 타르덩어리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곳이었다 
약간의 자갈을 들어내면 바로 기름덩어리가 새까맣게 묻어 나왔다

무슨 보물이라도 발견하는 듯, 퍼질고 앉아서 
큰 돌들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닦았다 
그리곤 자갈밭을 파 들어갔다 유전이라도 발견하려는 듯,

이 엄청난 재난앞에 실의 빠져 있을 태안의 주민들을 생각하면 
절로 한숨이 내 입으로 새어 나온다.
TV로 보든것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내 손으로 체험하면서 
봉사 하기엔 좀 늦은 감이 있지 않을까 우려 했는데...
늦게라도 잘 왔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우리들의 행색이야 서로 바라보면 웃음이 나올정도 였지만 
누구를 바라볼 여유가 없었다 

갈 길이 멀어서 일손을 놓긴 했지만 
돌아서는 발걸음은 싶게 떨어지질 않았다 
이왕 예 까지 온 김에 해질때 까지만이라도 더 하고 갔으면 
하는 생각은 아이의 마음이나 이 늙은이의 생각도 같았는데

기름을 삽으로 퍼 올린 팀들은 이미 지쳐 있었고 
두 대의 버스는 같이 갔으니 같이 돌아와야 하기에 
오후 4시 쯤에 태안을 출발하여 돌아 온 시간은 11시 쯤이였다. 

나는 잠시 한 나절 머물렀을 뿐인데 
아직도 기름 냄새가 나는것 같은 착각이드는데... 

생계의 터전을 잃은 분들의 마음을 위로 하실 분은 
하느님 뿐이시리라...

내 주 하느님, 
그들을 위로해 주시고 용기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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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8.02.02 13:13

    첫댓글 그러네요... 자연도 사람도, 생명이 담보가 되지 않았으면 하네요... 작은 힘이지만 보탬에 더불어 흐믓함이 느껴집니다. 나눔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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