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우리는 하늘과 땅과 물의 순교자(殉敎者)가 될 것입니다!”
민심(民心)은 역시 천심(天心)이었습니다. 지난 6.2 지방 선거에서 우리 국민들은
이명박 정권의 오만과 독선을 심판하였습니다. 이 정권과 보수언론들은 의문투성이 천안함 사건을 통해 또 다시 ‘북풍’을 시도하였지만
국민들은 현명하게 ‘생명’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러나 투표가 끝난 뒤 반성의 기미도 잠시, 이 정권의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4대강 사업 중단을 비롯한 국정 기조의 변화를 기대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6월 14일 TV연설을 통해
4대강 사업은 '생명 살리기 사업'이며, 경부고속도로 사업과 같이 몇 년 뒤 성과를 보는 국책사업이기에 중단하지 않겠다고 다시
말했습니다. 어떻게 4대강 사업이 경부고속도로사업과 같은 사업입니까? 이미 정비된 생명의 강을 파헤치는 '죽임의 사업'이 어떻게
'생명 살리기 사업'입니까? 경기도에서 반쪽으로 재선된 김문수 도지사도 "여주·양평·남양주 같은 팔당 주변 지역은 (4대강
사업에) 다 찬성이다“라고 말합니다. 6.2 지방 선거 전, 여주
지역에서는 약 50% 수준의 주민이 4대강 사업을 찬성하였고, 35% 수준의 주민은 반대했습니다. 또 지난 6월 10일 여론조사결과, 6.2 지방 선거 이후 “4대강 사업의
속도를 조절하고,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46.8%,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32.6%로 80퍼센트에 가까운
국민들이 4대강 사업에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는데, 어떻게 김문수 도지사는 “다 찬성이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모두가 거짓입니다! 오만입니다! 낙동강 위천 강변에서 용맹정진 수좌의 길을 걸으시던 한
스님이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유서를 남기고
소신공양의 불꽃이 피어올라도, 천주교 신부들이 경기 도청 앞에서 “생명을 선택하라”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과 김문수
도지사의 회개를 위해 삭발을 해도 꿈적 하지 않습니다. 천심(天心)인 민심(民心)에 귀멀고 눈먼, 그 거짓스럽고 오만 불손한
태도는 변함이 없습니다.
오
늘 우리는 이곳 양수리에 와 있습니다. 그동안 프란치스코 수도자들이 단식기도 150일, 교구 사제들이 오늘로 118일째 매일 매일
양수리 유기농지 안에서 4대강 사업 중단과 팔당 유기 농지 보존을 위한 생명ㆍ평화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이 곳 양수리 지역은
한국유기농업의 발상지 가운데 한 곳이며, 유기농업을 통해 수도권 2,500만 시민들의 식수원을 지난 30년 동안 지켜온 곳입니다.
또 한국 교회사에 있어서도 이 곳 양수리는 마재, 양근 성지가 있으며 멀지 않은 곳에 천진암과 미리내 성지가 있는 초기 교회의
요람이며, 이벽과 이승훈, 황사영 등 우리 신앙 선조들의 발걸음이 잦았던 한국천주교회의 발상지입니다. ‘생명’을 중히 여겨온 우리
신앙의 뿌리입니다. 특히 인접한 조안면 ‘마재’는 한국 교회 창설의 주역인 정약전·정약용 형제가 천주 신앙을 받아들이고 살아간
곳입니다. 형제 가운데 가장 늦게 신앙을 받아들였지만, 가장 불타는 열성으로 끝까지 신앙의 길을 걸어간 정약종 증거자는 그야말로
‘증거자’였습니다. 증거자는 문초를 받으며 “천주는 하늘과 땅의 대군대부(大君大父)이므로 천주를 받드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하늘과 땅의 죄인이며 살아도 죽은 것만 같지 못하다”고 고백하였고, 이 말은 이후 우리 순교자들 신앙고백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곳 한강변에서 기도하며 '생명'을 중히 여긴 초기교회 선각자들과 정약전
증거자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우리는 하늘과 땅과 물의 큰 아버지(大父)이신 창조주 하느님을 진정으로 받들고 섬기기 위해, 그리고
하늘과 땅과 물의 죽음을 외면하고 방관함은 결국 우리 모두를 죄인으로 만들기에, 우리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이명박 정권과 김문수 도지사에게 4대강 사업의 중단을 촉구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문수
도지사는 하늘과 땅과 물의 죄인(罪人)으로 살지 않으려면, 살아도 죽은 것 같은 죄 가운데 삶을 살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4대강
사업을 멈추십시오!
오
늘 우리는 이곳 양수리에서 발전과 개발의 화신인 이명박 정권에 맞서, 우리 신앙 선조들의 순교(殉敎)와 증거의 모범을 따라,
하늘과 땅과 물의 순교자(殉敎者)가 될 것을 다짐합니다. 어머니 강, 생명의 강의 죽음을 막기 위해 멈추지 않고, 끊이지 않는
생명ㆍ평화 순례의 길로 나설 것입니다.
- 우리의 다짐 -
1. 우리는 4대강 사업 중단과 팔당 유기 농지 보전을 위해 지난 6월 10일부터
경기도청 앞에서 시작된 ‘사제 릴레이 기도회’를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선언하는 그날까지 끊임없이 이어갈 것입니다.
1. 우리 사제들은 이곳 팔당 양수리 지역 농민들과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생명(生命)과 사회적 약자와 농민들을 외면하고 박해하면서 "따뜻한 국정"을 이야기하는 모순된 이명박
정권과 그 하수인들이 권력의 힘으로 밀고 들어와 우리 모두를 끌고 나갈 그 순간까지 이곳 양수리 농민들과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1. 우리는 하늘을 찌르는 이명박 정권의 오만
독선에 맞서 다시 강가로 나설 것입니다. 오는 7월 5일(월) 가장 고통 받고 있는 낙동강 강가로 다시 나설 것입니다. 낙동강
강가에서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뭇 신자들과 시민들과 함께 4대강 삽질에, 개발 독재의 화신인 이명박 정권에 끝까지 맞설 것입니다.
2010
년 6월 14일(월)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