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위한 드라마)
겨울 애가 (哀歌)
제1회
아름다운 상상
권도운 (시인/방송작가)
청춘들이 설원에 불꽃을 일구고 있는 용평 스키장
멀대 같은 거시기가 순영에게 레슨하며 오고 있다.
이때 역광으로 들어오는 그림자 하나
목도리로 얼굴을 가린 여인이 몰래카메라로 그들을 찍고 있다.
순영은 제법 폼을 잡고 혼자 스키를 타고 오다가 미끄러진다.
이때 그녀 곁을 따라오던 거시기가 와락 끌어안지만 쓰러지는 탄력에 함께 뒹군다.
순간 그들을 향해 클로즈업되는 카메라
끌어안은 채 일어나며 서로의 얼굴에 묻은 눈을 떼어내는 그들은 사랑하는 사이다.
여인은 흥분된 호흡을 하며 몰래카메라를 찍고
거시기와 순영은 끌어안은 채 서로의 눈빛을 읽는다.
불꽃 전류가 흐른다.
술잔 같은 입술과 브랜디와 같이 붉은 입술이 맞닿으려는 순간
여인의 눈이 번뜩인다
여인 “야! 멈추지 못해!”
깜짝 놀라 돌아보는 거시기와 순영
여인은 바락바락 악을 쓰며 달려오고
멍하니 바라보는 거시기와 순영
거시기 “아니, 당신이 누군데 그래?”
여인이 얼굴을 가린 머플러를 풀어 내리자
백납같이 굳어지는 거시기와 순영
거시기 “여, 여보...”
순영 “사, 사모님...”
여인 “혼자 가겠다고 할 때부터 내 알아봤지!”
거시기 “오, 오해야... 난 다만 스키를 레슨하고 있었을 뿐이라구...”
여인 “스키를 레슨 한 게 아니고 키스를 레슨하고 있었겠지!”
거시기 “(정색하며) 당신 언제부터 이런 여자였어?”
여인 “이렇게 증거가 있으니 잡아뗄 생각 말아요!”
거시기 “(몰래카메라를 보며) 사, 사실은...”
여인 “사실은 또 뭐예요?”
거시기 “(OL) 술과 술잔의 입맞춤은 자연스러운 현상 아닌가?”
여인 “(어처구니없는) 이제야 본성이 나오는군요?”
거시기 “아 그러니까 혼자 내버려 두지 말랬잖아! 당신이 스키를 배우든지, 아니면...”
여인 “(긴장) 아니면...?”
거시기 “아예 간섭을 말든지!”
여인 “(파랗게 떠는)...”
이윽고 눈 위에 앉아있던 순영, 간신히 일어난다.
순영 “사모님, 죄송해요. 사실은...”
거시기 “그만둬요. 지금 우리 말을 믿으려 들지도 않을 테니까...”
순영 “선생님...”
여인 “(노려보며) 지금 무슨 짓들이야?”
거시기 “뭐야? 무슨 짓?”
여인 “그럼 고운 말이 나오길 기대했나요?
거시기 “이거 보라구. 좌우지간 이 자리를 피하고 보자구.”
순영의 손을 잡은 채 스키를 타고 달려간다.
여인 “(악을 쓰며) 아 아니 돌아오지 못해! 여봇!”
여인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다. 흐르는 땀방울 옆자리에 잠든 거시기를 보고 겨우 땀을 훔친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여인 “(얄미운 듯) 내일부터라도 따라다니며 열심히 키스를 (실수). 아니, 스키를 배워야 할까 봐 (콧소리)...”
카메라, 거시기의 등 뒤에서 줌인, 실수할 때 잠시 멈췄다가 대사 끝나면 스톱되는 여인의 프로필. (F․O)
☆혹시라도 실재인물을 캐릭터로 이용했다고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
1967년 단편 『병사의 일기』 소년한국일보 당선. 시조 『할아버지 쌈짓돈』 조선일보 우수상. 1972년 시나리오 『神話』, 『幻女』 영화 매거진 당선. 1975년 KBS TV - KBS 舞臺, 戰友, TV 文藝劇場, 傳說의 故鄕 등 집필. 1979년 시 「순이 생각」 여성 중앙 당선. 수필 「비상금」 영남일보 당선. 시집 『별이 내려와 꽃이 되는 정원』, 『喚醒 -나를 깨운다』. 소설집 『천사의 향수』. 장편소설 『내 여자친구에게 생긴 일』, 『특별한 사랑』, 『미라의 꿈』, 장편영상 동화 『황금우물』, 청소년 소설 『언 해피&해피』 등... 동시, 동화, 시나리오, 방송작가. 『DNA 방법론 천국 학교』, 문학전문지 계간 『DNA 공백의 비밀』, 『DNA.RNA 학술연구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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