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때때로 말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곤 합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꽂히면
그 말이 앙금이 되어 내 마음속에 계속해서 남아있게 돼요.
상대방이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한들,
이미 비수가 되어 꽂힌 그 사람의 말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습니다.
말이 이다지도 무겁고 치명적인 위력을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말에 그 사람의 진심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순간 나는 상대방의 진심을 보았고,
그 진심이 나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이니,
이제껏 나를 가식적으로 대해왔다는 생각에 분노와 배신감이 치밀게 되겠죠.
“저 사람이 저렇게 말한 걸 보면,
속으로는 나를 쭉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겠지.”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왜곡 X 왜곡
말은 진심의 복사본이 아니라, 감정이 왜곡한 편집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편집본을 원본이라고 착각한다.
감정이 격해질 때 나오는 말이 물론 무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속 어딘가에 쌓여 있던 서운함이나 불만이 튀어나온 거겠죠.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말이 있는 그대로의 진심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기분 일치 처리(Mood-Congruent Processing)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감정 상태에 따라 기억과 해석이 달라지게 됩니다.
화가 나면 상대방의 단점만 떠오르고,
그 동안의 작은 서운함들이 하나로 묶이며 더 크게 과장되죠.
그래서 실제로는 "마음속 일부에 불과했던" 부정적 생각이
화가 난 순간에는 굉장히 무례하고 공격적인 발언으로 치환될만큼
확대되어 표현되기도 합니다.
즉, 감정은 생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보다,
제멋대로 편집하고 증폭하는 역할을 합니다.
기분 일치 처리는,
상처 주는 말을 한 화자와 그 말을 들은 청자 모두에게 적용됩니다.
즉, 왜곡 X 왜곡이 되어 문제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죠.
화자는 마음속에 있던 부정적 생각을 몇배로 부풀려서 표현하고,
청자는 기억속에 있던 긍정적 피드백을 모조리 지운 채 부정적 피드백만 곱씹게 돼요.
결국, 분노가 만들어낸 왜곡이
둘 사이에 존재하던 안좋은 기억을 부풀려 괴물로 만드는 것.
그렇다면, 감정적으로 차분한 상태에서 내뱉은 말은 진심에 가까울까?
이 경우에는, 기분 일치 처리가 비활성화되므로,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 그대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상대적으로 보자면 감정 섞인 말보다는 진심에 가까울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는 게,
진심은 원래 일차원적이지 않습니다.
A가 B에게 가지고 있는 마음의 층위는 굉장히 다차원적일 수 있어요.
서운한 부분도 있지만, 고마운 부분도 있고,
싫어하는 부분도 있지만, 좋아하는 부분도 있으며,
한심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지만, 존경하고 존중하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따라서, 이성적인 상태에서 한 말이라한들,
그게 그 사람의 나에 대한 진심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
우리의 태도를 조금만 바꿀 수 있다면,
불필요한 상처를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① 지금 서로 얼마나 감정적인 상태인가 인식하기
→ 기분 일치 처리로 인해 감정적 왜곡이 일어날 수 있음
② 당장의 대화로만 판단하지 말고 이제까지의 대화 전체로 판단하기
→ 나에 대한 그 어떤 말도 전체 진심을 대변할 순 없음
③ 나에 대해 일부 부정적 평가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기
→ 진심은 다차원적이라 그 중 일부인 부정적 차원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함
때때로 우리는 말 한마디로 진심을 판단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진심은 순간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나무의 나이테"처럼 겹겹이 쌓이는 것임을 잊지 맙시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휴... 힘드네요
감정이 고조되었을 때는 대화를 피하고 이후를 기약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현실은 그냥 감정 폭발 & 배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