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더욱 매섭다.
작년 이맘때보다는 좀더 추운 것 같다. 잔뜩이나 움추려준 등허리를 한번씩 기지개 켜듯 펴주면서 스트레칭을 해본다.
시원하지만 굳은 허리는 여전하다. 이리 저리 돌려보고 스윙연습기로 회전도 시켜보고….
한 며칠 한의원에서 치료도 받고 해서 그런지 오늘은 조금 부드러워진 것 같다.
오늘은 금삼회 모임의 납회 겸 마지막 라운딩이 있는 날이라 조금은 신경이 써진다.
춥다고 실내스크린으로 모임을 때운지가 얹그제 같은데, 그리고 새해 첫날이 시작되는날, 멀리 동해바닷가 수평선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느라 새벽꼭두부터 해운대 백사장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린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십여일 남겨두고 오늘에 서있다. 엄청 빠르다.
말 (馬)띠 해라서 그런 건가….. 새해는 양 (羊)띠 해인데. 양도 말보다는 못해도 제법 빠른데…
실제로 본적이 없고 간혹 시골 이발소의 벽에걸린 그림에서나 볼 수있을 것 같은 靑馬.
이제 그 해가 이제는 마지막 문턱에 서서 하루 하루 초읽기를 해가며 가는 시간을 제촉한다.
서둘러 캐디백과 보스톤백을 들고 집을 나선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뒤집어 씌울 건 다 씌우고 콧구멍을 빼고
막을 건 다막고 몇겹으로 완전 무장을 한채...
해운대 해변길은 어느때보다 바람이 드세다. 며칠후에 열릴 11개국 정상회담의 事前준비를 위해 몇십배 많아진
거리 곳곳에 배치된 경찰들의 연두색 야광 쟈켓이 따스해보인다.
10시 반. 정확히 말해 10시 27분. 오늘도 변함없이 젠틀맨십을 발휘하는 하니 (허 한)의 은색 카니발이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석운과 나를 싣고 통도cc로 갈 참이다.
이전과는 다르게 통도cc로 서클 등록을 한 후에는 장영에 모여서 떼이동하기보다는 지역별로 조를짜서 이동한다.
무슨 조폭 이름 같지만 광안리파, 남천동파, 신도시파, 장영파 그리고 직장이 울산인 관계로 먼거리를 한숨에 달려오는
울주 (蔚走)파.
사실,오늘은 직접 운전해서 통도cc 인근의 통도사 (사실, 브랜드 가치로 보아 통도사 인근의 통도cc 가 맞다)로 가서
기도하는 걸 취소했다. 나의 경우 절 (拜)을 연거푸 하고나면 무릎이 아파 라운딩시 샷하는데 조금은 영향이 있었다.
뭐 그리 대수냐고 얘기들 하겠지만 그건 절 (拜)하는 속도나 횟수등의 차이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라운딩끝나고 한 밤중에 가기도 그렇고..
그냥 오늘은 올해 마지막 라운딩이라 제대로 마무리하고 싶은 생각이다.
통도 IC를 빠져나와 이른 점심식사를 하기위해 들른 신라해장국집.
뜨듯한 국물과 뼈에 붙은 고기살점 그리고 푸다말은 듯한 공기밥 한그릇을 먹고나니 수축되어있던 內臟이 확 풀린다.
정말 희한하게 解臟이 된다. 더불어 찿아오는 그분. 졸음. 食困症이라던가. 빌어먹을. 시간이 되면 한 십분이라도
자고 가면 좋겠다.
락카룸에서 이리저리 벗고 다시 라운딩차림으로 껴 입는다.
밖의 추위생각에 다시 벗고 다른걸 끼어입고...그러길 두세차례. 추위보다는 스윙편한 라운딩으로 차림으로
끝냈다.
납회 모임을 셋째 금요일에서 첫째 금요일로 당겨놓은 터라 이번에는 두주만에 다시보는 친구들이다.
바로 며칠전 또 다른 라운딩에서 같이 즐긴 친구도 있긴 하지만...
어찌됐던 반가움 그 자체다. 언제 어디서든지 만나면 좋은 친구. 그냥 즐겁고 할말도 많다.
하기야 그동안 집안에서도 눌려 지냈을 터이니 이 위대한 외출이 어찌 그냥 그대로 있게 내버려 두겠는가.
연신 줄담배에. 여인네보다 더한 수다에. 눈웃음에...
오늘 라운딩은 남 in 코스다.
거리가 길어 투온이 만만치 않은 곳. 남코스. 게다가 어제밤에 내린 눈으로 그린이 녹은데는 녹고 좀 얼어있는 곳도
있을터다. (나중에 보니 몇몇 그린은 음지부분은 얼어있어 볼이 온그린되도 그린위에서 다시 로켓발사되어서
그린지나 언덕 중턱에 자리잡는다)
스타트홀로 가기전에 기념적 단체 영정사진을 찍는다. 또 10명. 또 2명이 未着이다.
왜 이럴까. 허구한날 10명이 먼저 찍고 나중에 2명이 추가되면 스타트홀 티박스 근처의 좁은 공간에서 다들
오므리고 다시 찍고. 내 기억으로는 서너번 연속이다. 아무리 필름이 없어도 되는디지털이지만…

그러고는 3분뒤. 다시한번 타 박스앞에서. 전원이 모여.

다들 얼어죽지 않게 두둑히 잘 껴입었다.
나는 두번째조로 라운딩한다.
담배를 연신 입에 달고 공치는 황야의 건맨들 세명과 함께. 제일 키큰 병록, 붉그스레한 뽈떼기의 안석,
연속 불지피는 상열과 함께. 다행히 OB방지祈禱를 위한 향불걱정은 없게 생겼다.
매홀 돌아가면서 피워될테니….
한타 한타 신중하게 쳐 나간다.
첫홀. 상열의 그린엣지에서의 퍼팅이 홀컵으로 빨려들어간다. Par.
행운이 있은걸까? 담배향불 덕분일까?
보기에 이어 연속되는 두홀을 파로 마감하니 다소 긴장이 풀린다. 그린이 부분적으로 얼어 볼마크대신에 숏티로
대신 볼마크하려는데 박히질 않는다.
상당히 넓은 면적이 눈얼음으로 덮여있고. 그린 스피드는 전혀 알길이 없다. 들쑥날쑥이다.
세컨을 콘트롤 샷을 해보지만 그린에서는 평소보다 상당히 런이 많아 상당히 애를 먹었다.
병록도 그간 연습을 제법했나보다. 탑볼을 한두어개 치더니 이젠 제대로 맞기 시작한다.
키가 크고 팔도 길고해서 타격점에서의 원주속도가 높아 제대로 맞으면 비거리가 엄청나다.
안석은 예나 지금이나 즐기는 골프다. 그러다 보니 힘이 안들어가고 야구스윙이지만 상당히 부드럽다.
오늘따라 운도 따라준다. 홀컵에 붙여 컨시드받기에 바쁘다.
백스윙만 반쯤은 검도타법으로 치는 상열도 그간 주특기인 스크린을 자제하고 연습장에서 제법 시간을 보낸모양이다.
나하고도 연습장에서 두어번 遭遇했으니… 오늘은 숏 어프로치로 홀 컵주위를 다스린다.
그늘집에서 세명의 향불도사들과 어울려 마시는 따끈한 淸酒한모금이 목구멍부터 식도관을 타고 위장까지
훈훈하게 만들어준다.
전반 9홀 라운딩이 끝나고 다시찿은 클럽하우스.
酒黨에 까지 登載된 세명의 heavy smoker들이 즐겨찿는 막걸리를 즐기기위해 정식 휴식공간이지만 막걸리를
팔지않는 스타트하우스를 피해서 이곳으로 왔다.
안주로는 시큼털털한 김치가 전부이지만 한 공기씩 나누어 건배한후 입안으로 부어 넣는다.

유난히도 병록이의 해피스마일이 멋있어보인다.
다시 후반 라운딩을 하기위해 클럽하우스를 나오다 만난 다음조의 네 친구들.
지한, 종경, 재국 그리고 형복. 이날 형복은 감기기운으로 하얀 마스크차림으로 나타났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얼굴은 조금 부은듯한데…

후반 라운딩 무리하지말고 잘해라.
남 out코스. 앞조의 한, 종만, 석운 그리고 종찬이 티샷 대기중이다.

사진을 찍고나니 석운대신 병록이 담배한대물고 떡하니 서있다. 석운은 티샷하고 있고.
전반의 남 in 코스와는 별반 차이가 없지만 파5홀이 조금더 길고 오르막이 있어 쓰리온이 만만치 않은 곳이다.
이전에 라운딩할때는 4온으로 그린에 올려놓고 퍼팅에 따라 파나 보기로 끝나는 홀인데. 주로 보기로 끝났다.
세명의 건맨들이 슬슬 취기가 오르는 모양이다. 동시에 물어든 담배 연기가 왠간한 소나무 가지 하나 태우듯
피어오른다. 이러다 조금만 더하면 근처 울주의 항공소방대가 헬기가 출동할까보다.
0.1미리 타르의 엣세 담배를 피우는 병록의 연기도 만만치 않다. 그 가느다란 직경이 3미리 정도
밖에 안되는 담배를 빨아 뿜어내는 연기가 엄청나다. 빨힘 (흡입력)이 대단한가보다. ㅎㅎ
魔의 파5홀.
드라이버샷이 스윗 스팟을 비껴 맞아 한참남은 거리. 5번우드로 세컨샷. 그리고 남은 185미터.
다시 5번 우드를 빼든다. 좌측에 보이는 사람 키 정도의 턱 높은 모래벙커 뒤에 자리잡은 핀.
한 방카샷할 요량으로 정면 승부를 걸어본다.
쓰리온 투퍼팅. 흐뭇하다. 여느때와 달리 정면승부를 걸어서 성공한 확률이 낮은 나로서는 여간
기분좋은 게 아니다.
날이 어두어 졌다. 햇살이 없으니 주위 온도는 급격히 하강하는 모양이다.
퍼팅을 위해 장갑벗은 손은 더욱 시리다. 핫팩이라도 한두개 넣어오는걸 깜박했는데 이정도 인지는 미처 몰랐다.
마지막 두홀은 나이트경기를 위해 라이팅이 켜졌다. 다행히 파3홀과 파4홀 하나 남았다.
태양광이 아닌 라이팅아래에서 공치는게 엄청 불편한데 그나마 다행이다.
세명의 건맨들과의 18홀 라운딩도 끝났다. 신중하게 한타 한타를 치면서 나름대로 만족한 라운딩이었다.
우드샷과 웻지샷이 흐트러진 드라이버와 미들 아이언을 잡아주었다.
이렇게 날 추운데 별 통증없이 잘 벼텨준 허리도 한 목했다.
클럽하우스 레스토랑.
이번은 지난번 후기에서 言及한 두 테이블의 김치돼지찌게와 한 테이블의 오리탕에서 바뀌었다.
두테이블의 갈치찌게 와 한 테이블의 돼지 두부찌게.
집행부에 감사한다. 이렇게 회원의 의견을 잘 들어줘서. 앞으로도 한번씩 메뉴를 바꿔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번은 연말 납회라운딩이라 시상도 푸짐하다. 총무 형복의 얘기대로 금빛봉투 (상품권)를 여럿가방에서 꺼낸다.
이번 라운딩에서는
시즌 금상은 종경, 은상은 지한 그리고 동상은 재국.
최저타수상은 내가 버디상은 한이.
12월 라운딩 우승은 내가 그리고 준우승은 상열.
각각 차지했다.
부산으로 돌아와 해운대 달맞이고개입구의 색소폰하우스에서의 뒷풀이.







금삼회 회원여러분. 아니 친구들. 남은 기간 동안 건강하게 잘지내고 2015년 2월에 다시 반가운 모습으로 보입시더.
그리고 사진들 찿아가이소. (http://cafe.daum.net/KNG27GOLF/AFlF/33) 뚜벅이 영욱
그동안 라운딩후기를 재미있게 읽어주신 회원여러분과 친구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금삼회의 발전과 카페 활성화를 위해 글을 쓴지 햇수로는 2년여가 흐른것 같습니다.
나름 바라던 만큼의 성과가 있었다고 자부합니다.
이제 '우리들 야기'는 계속 여러분들의 즐겁고 감회어린 얘기의 場으로 남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잡았던 펜을 내려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