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의 사자성어(78)>
백아절현(伯牙絶絃)
맏 백(伯), 어금니 아(牙) 백아(伯牙)는 사람 이름이고, 끊을 절(絶), 거문고 현(絃), 절현(絶絃)이라함은 ‘거문고라는 악기줄을 끊는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백아절현(伯牙絶絃)’이라함은 “백아라는 사람이 거문고의 줄을 끊는다”는 뜻이다.
백아라는 사람이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여 거문고 줄을 끊어 버렸다는 뜻으로 , 서로 마음속 깊이 사귀던 친구의 죽음을 일컫는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2,500여년전 춘추시대에 유백아(兪伯牙)라는 거문고의 명인이 있었다. 그는 어느날 산에서 종자기(鍾子期)라는 나뭇꾼을 만났다. 종자기는 평생 산지기로 살았는데 신통하게도 거문고에 실린 감정을 정확하게 알아 맞혔다.
백아가 거문고를 연주해서 높은 산을 표현하려고 하면 “아, 굉장하다. 높이 치솟는 느낌인데 마치 태산과 같도다”하고 칭찬해 주었다.
또 백아가 흐르는 물의 기상을 표현하려고 하면 “정말 좋다. 양양하게 물이 흐르는 느낌인데 마치 장강이나 황하와 같구나”하고 기뻐해 주었다.
이런 식으로 거문고에 실린 감정을 종자기는 정확하게 들어서 틀리는 법이 없었다.
어느날 두 사람은 함께 태산 깊숙이 들어간 일이 있었다. 그런데 도중에 갑자기 큰 비를 만나 두 사람은 어느 바위밑에 은신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비는 그치지 않았고, 물에 씻겨 흐르는 토사(土砂)소리만 요란했다.
겁에 질려 떨면서도, 백아는 언제나 떼어 놓는 일이 없는 거문고를 집어들고 서서히 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임우지곡(霖雨之曲),탔다. 장마 임(霖), 비 우(雨), 임우(霖雨)라 함은 ‘장마비’를 말한다. 백아가 장마비 곡조를 연주하자, 종자기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에는 붕산지곡(崩山之曲)을 탔다. 무너질 붕(崩), 뫼 산(山), 붕산(崩山)이라 함은 ‘산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뜻한다. 백아가 산이 무너져 내리는 곡을 연주하자, 그 소리를 들은 종자기는 ‘태산이 우르르 무너지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이처럼 한 곡을 끝낼 때 마다 종자기는 그 곡의 취지를 알아 맞히고는 칭찬을 해 주었다.
그것은 항상 있었던 일이었으나, 비 쏟아지는 상태에서도 하나도 틀리지 아니하고 자기의 음악을 알아주는 종자기에게 크게 감격한 백아는 거문고를 내려놓고 말했다.
“아 아 , 정말 자네의 듣는 귀는 굉장하네. 자네의 그 마음의 깊이는 내 맘 그대로가 아닌가, 자네 앞에 나오면 나는 거문고 소리를 속일 수가 없네”
두 사람은 그만큼 마음이 통하는 친구이었다. 둘은 뒤늦게 서로를 알게 된 것을 탄식하면서 의형제(義兄弟)를 맺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되지않아 종자기가 병을 얻어 죽고 말았다. 그러자 백아는 그토록 거문고에 정열을 기울여 일세의 명인으로 일컬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애용하던 거문고의 줄을 끊어버렸다. 그리고 죽을 때 까지 두 번 다시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 자기 거문고 소리를 정확하게 들어주는 친구를 잃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기를 알아주는 친구를 지음(知音)이라고 표현하는 말이 비롯되었다. 열자(列子)의 탕문편(湯問篇)에 나오는 말이다.
진정한 친구는 말하지 않아도 자기의 뜻을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알아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변치 않고 신뢰를 보내주는 사람이다.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고, 여인은 자기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한다. (士爲知己者死 女爲悅己者容:사위지기자사 여위열기자용)”
사람은 누구나 인정감과 자존심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간다. 자신을 제대로 알아주는 친구가 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과연 나에게도 백아절현(伯牙絶絃)과 같은 친구가 있는 지를 한번 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2023.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