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월산 기림사(경북 경주시 양북면 호암리)
늦가을 단풍 숲이 황홀한 신라 고찰
석굴암으로 유명한 토함산 북쪽에 해발 584미터의 함월산이 솟아 있다. 바위가 많아 험준한 정상 부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완만한 능선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전망이 탁 트인 정상에 오르면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동해에서 뜨는 달을 가장 먼저 본다고 하여 ‘달을 품은 산’이라는 뜻인 함월산(含月山)으로 명명되었다.
함월산은 달뿐만 아니라 신라시대의 명찰 기림사도 품고 있다. 함월산 동남쪽 기슭의 기림사는 6세기 무렵 천축국(지금의 인도)에서 온 광유대사(성인) 일행이 임정사(林井寺)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그 후 643년(선덕여왕 12년) 원효대사가 중창하고 머무르면서 기림사(祇林寺)로 바꾸었다. 기림사는 석가모니 생존 때 세웠던 인도의 기원정사(祈園精舍)를 뜻한다.
그 후 여러 차례 중건과 중수를 거치다가 1862년(철종 13년)의 대화재로 113칸의 당우가 잿더미가 되었다. 그리하여 이듬해 봄에 사찰의 승려들이 부윤 송우화 등의 시주를 받아 중건에 들어가 가을에 복원했다. 그 뒤 1878년(고종 15년)의 중수를 거쳐 1905년에는 혜훈이 다시 중수했다.
일제강점기인 1911년 9월 1일부터는 30본산의 하나, 1924년 11월 20일부터는 31본산의 하나였을 만큼 불국사를 비롯한 경주 일대의 사찰을 관장하던 거찰이었으나, 근래 들어 불국사에 소속된 말사로 지위가 격하되었다.
5점의 보물을 비롯해 여러 문화재 간직
현재 기림사는 대적광전을 중심으로 왼쪽에 약사전, 오른쪽에 응진전, 앞쪽에 진남루가 사각의 당우를 이루고 있으며 뜰에는 삼층석탑과 새로 조성한 석등이 있다. 여기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 명부전·삼성각·관음전·산신각·주지실·종무소·요사채·산문·대방 등과 김시습의 사당이 있다.
기림사의 본당인 대적광전은 1985년 1월 8일 보물 제833호로 지정되었다. 정면 5칸, 측면 3칸 규모의 다포계 단층 맞배지붕 건물로 신라 선덕여왕 때 세운 이후 여섯 차례 중수했다. 현재의 대적광전은 1629년(인조 7년) 무렵에 중건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적광전 중앙에는 비로자나불, 좌우로는 노자나불과 석가모니불이 봉안되어 있다. 특히 비로자나불은 소라 껍데기처럼 틀어 말린 모양의 머리칼에 얼굴은 사각형으로 상당히 세련된 모습이다. 전반적으로 조선 전기의 양식을 잘 표현해주는 이 세 불상은 기림사 소조비로자나삼불좌상이라고 불리며 보물 제958호로 지정되었다.
이밖에도 기림사는 건칠보살좌상(보물 415호), 삼신불(보물 958호), 복장유물(보물 959호), 삼층석탑(경상북도유형문화재 205호), 오백나한상(경상북도유형문화재 214호) 등의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석굴사원인 골굴사
기림사는 넓은 경내에 당우들이 굵직굵직하게 들어서서 시원스러운 느낌을 준다. 절 입구의 울창한 숲길도 인상적인데 늦가을이면 황홀한 단풍 터널로 변신해 장관을 이룬다. 기림사 일원의 단풍은 10월말부터 물들기 시작해 11월 중순 무렵에 절정을 이룬다.
기림사 옆 계곡을 따라 비포장도로와 평탄한 등산로를 30분쯤 더듬으면 멋들어진 폭포와 만난다. 기림사를 찾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조차 모르는 비경의 물줄기다. 원효대사가 즐겨 찾았다고 해서 원효폭포라고 불리는데 기림폭포 또는 용연폭포라고 일컫기도 한다. 웅장한 절벽을 타고 10여 미터 높이에서 내리꽂는 폭포수가 장쾌하고 주변 계곡의 경관도 아름답다.
기림사 남쪽 약 4km 지점의 양북면 안동리에는 광유대사 일행이 기림사와 함께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골굴사가 있다. 광유대사가 인도 사원 양식을 본떠 만든 국내 유일의 석굴사원이다. 석회암 절벽을 깎아 만든 12개 석굴로 가람을 조성하여 법당과 요사로 사용해온 인공 석굴사원으로 한국의 둔황석굴이라고도 불린다.
선무도의 총본산이기도 한 골굴사는 보물 581호인 마애여래좌상을 품고 있다. 골굴사 석회암벽 맨 꼭대기에 남동쪽을 향해 양각으로 새겨진 이 불상은 높이 4미터, 머리높이 1미터, 어깨너비 1.4미터의 크기다. 입체적인 얼굴과 평면적인 신체, 수평적인 옷주름 등으로 미루어 통일신라 말기에 조성된 마애불상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세련되지 못한 옷주름의 표현을 들어 삼국시대의 작품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 드라이브 메모
경주 나들목에서 경부고속도로를 벗어난 다음, 보문관광단지를 거쳐 양북-감포 방면 4번 국도를 따라가다가 안동3거리에서 14번 국도로 좌회전하면 골굴사 및 기림사 입구로 이어진다.
# 대중교통
경주에서 양북면 어일리 방면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이용한 다음, 기림사 입구로 가는 시내버스로 갈아탄다.
# 맛있는 집
기림사 입구의 대일식당(☎054-744-1781)은 토종닭과 오리 요리로 이름난 맛집이다. 토종닭백숙과 볶음탕, 옻닭, 오리백숙, 오리불고기 등을 내는데 특히 닭볶음탕이 별미로 꼽힌다. 통통하고 실한 토종닭을 이용해 양이 푸짐한데다 매콤한 양념 맛과 쫄깃한 육질이 어우러져 일품이며 밑반찬도 한결같이 깔끔하다. 인근 농가에서 재배한 순수한 우리 콩을 맷돌로 갈아 만든 순두부찌개도 인기가 높다. 이밖에 더덕구이정식, 산채비빔밥, 메기매운탕, 청국장 등 다양한 토속음식을 낸다.
# 숙박
기림사 인근 범곡리에 초당방민박(☎054-773-2451), 향전농원(☎054-773-6773), 웰빙하우스 돌목(☎054-741-7799) 등이 있다. 기림사(☎054-744-2292)와 골굴사(☎054-775-1689, 744-1689)에서는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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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분위기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