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키모들은 ‘피 묻은 칼’로 늑대 사냥?
에스키모들이 늑대를 사냥할 때 매우 독특한 방법을 사용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떠돌아다닌다. 내용은 이렇다.
에스키모들은 칼을 날카롭게 갈아서 잡은 물개의 피에 담그고, 칼날에 피를 묻히어 얼도록 추운 곳에 둔다. 칼날이 묻은 피가 얼면 핏물에 담금질을 몇 차례 하여 여러 겹으로 얼리면 칼날은 피의 아이스크림 바와 같아진다. 에스키모들은 칼자루를 얼음에 박고 물개의 피를 잔뜩 발라 얼려진 칼날을 늑대가 다니는 길목에 꽂아둔다. 그러면 피 냄새를 맡은 늑대가 찾아와서 칼날을 핥아 먹는다. 그러다가 추운 날씨 때문에 혀는 마비가 되고 칼날에 혀가 베인다. 자신의 베인 혀에서 나오는 피를 계속 핥는다. 결과는 늑대는 과다 출혈로 쓰러지고 얼어 죽게 된다. 또 다른 사냥 방법은 미끼가 매달린 ‘뒤틀림 용수철 덫’이 있는데 늑대가 피를 묻혀서 얼린 먹이를 물어 떼면 용수철 칼날이 늑대의 뒤통수에 박히게 하여 죽이는 것이다.
이러한 늑대 사냥 법은 널리 퍼진 이야기이지만 정작 에스키모들은 "피의 칼(blood knife)"이나 "비게 덩이 칼 덫”을 사용하지도 않고, 본적도 없으며, 그러한 사냥 방법을 아는 노인도 없고, 그들도 어쩌다 들어 본 이야기라고 한다. 더구나 혀나 다른 어떤 종류의 ‘피 칼 덫’이나 입속의 부상으로 늑대가 피를 흘리며 죽는 것을 본 적도 없다고 한다. 사실 대부분의 포유류들은 혀에 베인 상처가 다른 곳의 상처보다 매우 빠르게 낫는다고 한다. 혀를 다치면 처음에는 피가 많이 나지만 금방 가라앉는다. 에스키모 사회에 문명의 이기인 금속 덫과 총이 들어오기 전에는 전래 사냥 방법은 ‘구덩이 덫(함정)’에 빠지면 때려잡거나 날카로운 고래수염을 섞은 기름 덩어리를 먹게 하여 위나 창자에 피가 나서 죽게 하는 방식으로 사냥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들으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 늑대를 죽이는 것이 그렇게 쉽다면, 에스키모들은 왜 동물들을 잡기 위해 구덩이를 파는 수고를 했는가?
* 만약 칼이 효과가 있다면, 왜 더 비싼, 목이나 다리를 잡는 금속 덫이 백인과의 접촉 후에 그렇게 빨리 인기를 얻었을까?
* 개들의 싸움에서는 개들은 혀가 모두 갈기갈기 찢어지는 정도까지 싸우지만, 피를 흘려서 죽지는 않는다. 하물며 개보다 영리한 늑대가 쓰러질 때가지 제 피를 핥을 만큼 멍청하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하기야, 생존을 위한 주요 도구로서 칼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에스키모들이 ‘피 칼’을 얼음 위에 꽂아 놓고 늑대가 와서 핥다가 죽기를 바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 이야기는 허구이고 전래 설화 일 뿐이다. 그런데도 온라인상에 자꾸 퍼지는 것은 삶의 지혜로, 또 사회적 경종으로 받아드려야 하는 것이다. 주로 종교 웹사이트와 같은 곳에서 많이 나도는데 늑대와 맛있는 칼에 대한 이야기는 악마의 교활한 방법을 묘사하는 비유이다. 세상은 맛있는 음식으로 유혹하지만, 그 속에는 악과 위험이 숨어 있다는 은유이다. 말하자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경고한다. 죽지 않으려면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 늑대는 미국사회에서는 "유색인종"으로, 어느 사회에서는 피압박민족으로 대비되기도 한다. 우리사회에서도 칼이 얼음에 묻혀 있음에도 POC(槪念證明)를 클릭하기에 바쁘다. 우리는 일상에서 오케이도키(okey-dokey)에 빠진다. 입신양명을 위해, 부귀와 영화를 위해, 동물적 본능을 위해, 역사와 사회의 함정은 우리가 실패하도록 의도적으로 설정되어 있는지 모른다. 아무리 작은 함정이라도 함정은 함정이다. 달나라에서 방아 찧는 토기, 토기와 경주하는 거북이, 토끼와 별주부, 베짱이와 개미들은 오늘도 바쁜 하루를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