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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둘레길(詩山會 제166회 산행)
산 : 도봉산
코스 : 만남의 광장-산정약수-무수골-공주능-연산군묘
소요시간 : 2시간 30분
일시 : 2011년 8월 27일(토) 10시
모이는 곳 : 전철 1호선·7호선 도봉산역 7호선 대합실(버스를 타는 경우 만남의 광장에서)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카메라(하산 후 뒤풀이)
연락 : 박형채(011-250-5382)
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詩를 통한 時論
시(詩)를 찾아서 - 정희성(1945~ )
말이 곧 절이라는 뜻일까
말씀으로 절을 짓는다는 뜻일까
지금까지 시를 써오면서 시가 무엇인지
시로써 무엇을 이룰지
깊이 생각해볼 틈도 없이
헤매어 여기까지 왔다
경기도 양주군 회암사엔
절 없이 절터만 남아 있고
강원도 어성전 명주사에는
절은 있어도 시는 보이지 않았다
한여름 뜨락에 발돋움한 상사화
꽃대궁만 있고 잎은 보이지 않았다
한줄기에 나서도
잎이 꽃을 만나지 못하고
꽃이 잎을 만나지 못한다는 상사화
아마도 시는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인 게라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마음인 게라고
끝없이 저잣거리 걷고 있을 우바이
그 고운 사람을 생각했다
차라리 시를 가슴에 묻는다.
발표 안 된 시 두 편만 가슴에 품고 있어도 나는 부자다.
부자로 살고 싶어서 발표도 안 한다.
시를 두 편 가지고 있는 동안은 어느 부자 부럽지 않지만 시를 털어버리고 나면 거지가 될 게 뻔하니 잡지사에서 청탁이 와도 안 주고 차라리 시를 가슴에 묻는다.
거지는 나의 생리에 맞지 않으므로 나도 좀 잘 살고 싶으므로.
-시인의 말
상사화 피고 지니, 여름도 뒷걸음질이다. 선선해진 바람에 꽃은 생기를 잃었다. 봄부터 초록의 잎으로 햇살을 끌어모아 피운 진분홍 꽃이다. 꽃 피울 힘을 애써 지어낸 이파리는 꽃 피기 전에 스러졌다. 이파리 없이 외롭게 피어난 상사화 꽃에는 그래서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이 담겼다. 바람에 스며든 가을 기미로 상사화 꽃대궁은 고개를 떨구고 기억 저편으로 돌아갈 채비다. 바람이 꽃에게 이제 그만 가라 한다. 그리움 남긴 채 사라지라 한다. 말(言)과 절(寺)로 이룬 시(詩)처럼 가까이 있어도 끝내 만나지 못하는 슬픈 운명이다. 한 번 더 간절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예쁜 꽃, 고운 시다. <고규홍·나무칼럼니스트>
詩를 파자(破字)하면 말씀 言(언)과 절 寺(사)로 이루어진다. 하여 시인은 글자로 시를 풀어가면서 시와 상사화를 관련지어 시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눈물겹도록 시인답다. 내 고향 불갑사에는 상사화가 한창이겠다. 불갑사는 내게 만만찮은 인연이 있고 내 인생에 산과 절을 빼면 별로 남는 것이 없는 것 같으니, 그렇다고 진정한 산사람도 신심이 깊은 중도 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조화옹의 짓궂은 장난 같기도 하다.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 윤회의 육도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자꾸 환생하는 것일까. 뭐가 그리 못한 일이 많아 작은 몸 누이기도 옹색한 세상에 자꾸 태어나는 것일까! 내가 불교와 관련한 시를 자주 올리는 가장 큰 이유는 불교가 피로 점철된 인류역사상 가장 평화적인 종교라는 굳건한 신념 때문이다. 아직까지 적어도 석가모니 부처님 이름으로 시작된 전쟁은 없다.
*우바이는 출가하지 않은 여자 재가신도를 뜻한다.
-도봉별곡
2.산행기
제165회 광교산 산행기(2011. 8. 15)
참석자(11명) : 김종화, 남기인, 신원우, 이경식, 이원우, 이재웅, 임용복, 조문형, 최근호,한양기, 한천옥
금번 산행은 수원의 대표적 등산코스인 광교산(582 m)이다.
광교산이란 명칭은 태조 왕건이 후백제의 잔존세력을 정복시키고 어두운 밤에 송악으로 돌아가던 중 이 산에서 광채가 솟아올라 길을 인도해 주었다고 해서 光敎山이라 명명했다고 한다.
늘 서울로 먼 길을 와야만 하는 남기인 산우의 입장을 배려하고 연태한인학교 책임자로 취임하는 한천옥 군의 장도도 축하한다는 명분 있는 산행이다.
비를 피해 산행 날짜를 월요일(8/15)로 바꾸었는데 별 소용도 없이 날씨가 잔뜩 찌푸듯 하더니 약간씩 비가 오기 시작한다. 비를 피해 멀리 왔더니 또 비가 오는 셈이다. 이번 여름에는 3개월째 쨍하고 해 뜬 날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아열대성 동남아 날씨로 우리 한반도 날씨도 변해간다는 보도도 있긴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동남아 날씨와 같이 우기가 형성된 느낌이다.
여름산이 그러려니 하자. 우산 쓰고 우비 입고 산행한 것이 어디 한두 번인가?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눈 오면 눈 오는 대로,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 자연을 그냥 받아들이자.
거친 대지를 가로 지르는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게 광교산의 여름비를 즐겨 주리라.
비에 젖은 몸 그냥 샤워하고, 비에 젖은 옷은 그냥 빨면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안온과 평안의 잣대로 산행을 계산하고 有·不利를 따지지 말자.
조금 불편하면 그 만큼 또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사실 비오는 날일수록 산으로 가야한다.
바깥 활동을 못하고 하루 종일 집에서 TV끼고 뒹굴면 머리도 몸도 개운치 않고, 마누라하고 종일 얼굴 맞대고 있으면 갈등만 생길 수도 있다. 집에서 도피하고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 하는 수단으로도 산행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앞으로도 친구들이 비나 눈에 개의치 않고 산행에 참석하기를 기대해 본다.
핸드폰 문자 답신에 의하면 오늘 산행 참석자가 6명이다. 너무 적다. 회장이라는 책무를 맡은 후부터 항상 참석자수에 신경이 쓰인다.
개인적으로는 오늘 다른 약속도 있었지만 참석자가 너무 적으니 나까지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회장이 자리라도 지키자.
수원행 버스 속에서 회원들을 분류해 본다. 웬만하면 산행에 꼭 참석하는 친구들과 웬만하며 산행에 빠지는 친구들로 나누어진다.
개인적으로 확실하게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당연히 산행에 불참해야 한다.
문제는 확실한 이유도 없는데 불참하는 친구 그대들.....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산행에 참석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어디 나 혼자만의 욕심이겠는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수원역에 도착하여 13번 버스를 탔다.
버스 속에서 여러 친구들의 전화를 받았다. 우리가 만나는 지점이 “후문” 인가 “정문”인가?
전에(제106회) 광교산 등산할 때 만난 장소가 ‘경기대 후문’인 줄 알았는데 거기가 ‘경기대 정문’이란다. 이러한 약간의 혼선은 꼼꼼하게 챙겨보지 못하고 장소를 고지한 집행부의 책임이다. 잠실, 강남, 사당 등 서울에서 출발하는 직행버스는 모두가 경기대 후문에 정차한다. 정문까지는 캠퍼스를 가로질러 10분 쯤 걸어야 한다.
그러나 수원역에서 출발하는 마을버스들은 광교산 등산로 입구인 경기대 정문에 정차한다는 사실을 참고로 알아두자.
10분쯤 늦게 경기대 정문에 도착하니 이슬비를 피하면서 3명만 도착하여 있다.
나머지 8명은 후문에서 정문으로 오는 중인데 막걸리를 벌써부터 시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얼굴이 약간 상기된 한 교감 등 8명이 곧 나타났다.
드디어 10시35분, 오늘의 참석자 11명은 광교산을 향하여 출발했다.
이 우중충한 날씨에도 11명이나 참석했으니 친구들의 열정에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산행참석자가 5,6명 정도로 너무 적으면 오르기 전부터 약간 힘이 빠진다.
회장의 가장 중요한 책무가 자리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하여 지금까지는 제백사하고 열심히 참석하고 있다
삼삼오오 짝을 이루면서 1차 목표인 형제봉을 향해서 걸었다.
우산을 쓴 친구나 우비를 입은 친구들, 날씨 때문에 차림새도 갖가지다.
우산을 쓰고 가다가 우비로 갈아입으면서 산행을 계속했다.
경기대에서 형제봉 가는 길은 트레킹 코스로는 정말 좋았다.
바닥은 평평하고 주변의 소나무 숲 또한 울창해서 마음도 편안했다.
그러나 산은 산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완만한 코스가 계속 되겠는가?
이윽고 눈앞에 무수한 계단이 보인다. 380계단으로 220미터라고 한다.
자연보호 차원에서 설치한 계단이지만 등산객들이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오른 후 부터는 경사가 조금 심해졌다.
이후로도 3-4회에 걸쳐서 이런 계단이 나왔다.
아무튼 기억에 남는 것은 수많은 계단과 짙은 안개와 그리고 악을 쓰고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전부다.
안개에 묻힌 주변 경관이 온통 회색이었으니 발에 밟히는 계단이 더 선명하게 느껴진 것 같다.
일단 형제봉(448미터)에 오른 후에 토끼재에서 하산하기로 했다.
이번에도 광교산 정상(582미터)을 눈앞에 두고 지난 제106회(2009. 3. 28) 산행 때와 같은 코스를 택했다.
비 같지도 않는 비가 계속 내려서 스탠딩 상태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먹을거리를 챙겼다.
막걸리 1병 그리고 떡, 육포, 과일 등등 친구들의 배낭에서 쏠쏠하게 먹을거리가 나온다.
내리막길 어느 골짜기에서 물소리가 시원하게 퍼져 나온다. 반갑다.
땀과 비에 젖은 웃통을 물수건으로 닦아내고 옷을 갈아입었다.
이 시원함을 어디에 비기랴......
이윽고 13번 버스 종점에 도착했다.
약간 망설이다가 지난번과 같이 ‘폭포농원’에서 오늘의 뒤풀이를 했다.
멀리 떠나는 한천옥 군이 오늘의 시 ‘상선암에서/도종환’를 낭독했다.
보리밥과 약간의 돼지고기 바비큐 그리고 막걸리로 오늘의 피로를 풀었다.
13번 버스를 타고 수원 시내로 향하면서 중간에 4명은 내리고 7명은 수원역까지 갔다.
남 이사장이 아까부터 자기가 맥주라도 한턱 쏘겠다고 싸인을 보낸다.
막걸리가 아직 깨지 않은 상태에서 또 생맥주를 먹으니 친구들이 꽤나 취했다.
그래...친구, 그대들 아니면 어디 가서 이렇게 즐겁게 대취 하겠는가?
취하고 또 취하세, 그리고 다가오는 노년을 건강하게 맞이하면서 어울려 보세!
2011.8.15 이 경식 씀
3.산행지
이번 산행은 도봉산 둘레길이다. 지난 초여름에 물 한 병만 옆에 차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서 걸었던 길인데 천천히 걸어 두 시간이 걸렸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거의 없으며 중간에 마을을 지날 때, 빨간 접시꽃이 피어 그 시인의 죽은 부인이 생각났다. 키가 큰 참나무들 사이로 난 길이라 모자 없이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이 회장님과 상의했는데 여름에는 쉬운 길이 좋겠다는 점에 의견이 일치되어 여러 곳 중 도봉산 둘레길을 우선 가보자하여 정했다.
내가 사는 곳은 도봉구청 앞인데 도봉산, 북한산, 수락산, 불암산의 중간 쯤 된다. 산을 좋아하다보니 17년을 정들여 중계동을 떠나 별 의식 없 옮겼는데 명산 중의 가운데다. 이곳도 벌써 5년이 된다. 애들은 자신들의 직장 근처로 옮겨 달라지만 평생 시집도 안 가고 그 직장만 다닐 건지 서울에 살아주는 것도 어딘데 어림도 없는 소리다. 해서 난 이곳이 좋다. 생각보다 교통도 편하고 무엇보다 툭 트인 중랑천을 따라가서 자전거로 다닐 수 있는 명산이 네 곳이니 나로선 더 바랄 것이 없다.
이 둘레길은 걷기에 따라 2시간에서 2시간 30분이 걸리는데 방학동 공주능이 날머리다. 연산군묘가 100미터 안에 있어 역사의 한 줄기도 걸어보고 먹을거리로 근처의 원주추어탕과 최고집 칼국수와 냉콩국수가 괜찮다. 거기서 북한산 들머리인 우이동은 지척이니 부족하면 더 걸어도 좋고 내친 김에 잠시 더 걸어 안방학동 도깨비 시장 안의 인심 좋은 횟집 아저씨를 만나면 눈과 입이 즐거울 것이다.
지난 광교산 산행이 연기되어 부득이 목동의 김명호 원장과 함께 세 명의 중고동창인 한천옥 산우의 환송식에 참여하지 못해 미안하다. 별도의 환송을 겸한 식사를 제안했더니 준비 때문에 바쁜지 오히려 중국땅 옌타이로 배타고 놀러오라 하더라.
나 원장이 산을 오래 다녔어도 설악의 대청봉을 한 번도 오르지 못했으므로 나이가 들면 더 힘이 들 테니 한으로 남을 것 같다하여, 한 달 전부터 계획하여 박수호와 함께 올랐다. 박수호는 시산회에 참여하고 싶지만 어부인이 모태신앙자이고 목사님 딸이라 가정(?)과 종교적인 이유로 다니지 못함을 아쉽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설악산 산행기는 별도로 메일로 보내드릴 테니 일정이나 코스, 예약 등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혹시, 아직 대청봉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 내게 앞장 서 줄 것을 바라는 산우 있으면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앞장 서 줄 테니 부담 없이 부탁하소. 내가 설악을 조금 아니 나와 함께 가면 편할 것임을 약속한다. 그러나 어디로 오르고 내려와도 1,708미터의 고산이라 쉽지 않으니 사전에 체력의 단련은 꼭 필요하다.
산우 중 누군가 제안을 했지만 망설이다 시산회 산행기를 광고 총동창회 사이트에 20회 시산회 이름으로 처음 올렸네만 계속 올려야 할지 모르겠네. 산행 때 다시 거론하세.
4.동반시
내 마음 속에 섬 하나 있다. 느린 섬 하나 있다. 청산도.
청보리는 노랗게 변했을 거고 유채꽃도 철이 지났겠다.
서편제의 송화가 곡선으로 흐르는 길 따라 부르는 ‘진도아리랑’의 구성진 가락에 어깨춤이 절로 일 것 같다.
포구의 막걸릿집에서는 목이 쉰 주모의 육자배기 타령에 젓가락 장단이 한창이겠다.
그 섬은 시간이 늦게 흐른다. 슬로 시티 청산도.
몰래 한 감쪽같은 사랑은 아름답다. 외사랑이거나 짝사랑이면 어쩌랴.
그 섬에서 맘 여린 고은님과 천년만년 살고 지고.
정지용의 ‘향수’의 냄새도 풍기는 아린 서정시. 참 좋다.
언젠가 나홀로 산행 때 도봉산의 한 귀퉁이에서 두부김치에 막걸리 한 잔 앞에 놓고 불렀던 시로 블로그에 올렸는데 초여름의 일이니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났다.
그 섬에 가면/임영조
지도에 없는 섬 하나를 안다
사람들 더러 아는 척해도
실은 가는 길도 모르고
무엇이 있는지는 더욱 모르는
외딴 섬 하나를 나는 안다
햇볕과 바람 유독 넉넉하고 정갈한
그 섬에 가면 홀로된 여자가
몇 뙈기의 외롬꽃을 가꾸며 산다
온 하루 김을 매고 속된 꿈 솎고
저물면 밤하늘에 총총한 별을 읽고
스스로 섬이 되고 별이 되는 섬 여자
나는 몰래 그녀를 사랑한다
가을볕 붉게 타는 수수밭 지나
고운 소금 뿌린 듯 메밀꽃 하얀
고샅길 질러 바다로 가노라면
꽃게처럼 웅크린 인가 몇 채 졸 뿐
아무도 내다보지 않는다, 무시로
참새떼소리 왁자한 탱자울 넘어
날아든 꿀벌들의 입맞춤이 진한지
참깨꽃 은방울이 섬 온 채를 흔든다
그늘 깊은 뒷산 잡목숲에는
탁목조 한 마리가 산해경(山海經)읽듯
팽나무 찍는 소리로 하루해가 저물고
노을 젖은 은박지로 구겨진 바다
물빛 풍금소리 은은한 그 섬에 가면
나 혼자 엿듣는 방언이 있다
감쪽같이 나누는 사랑이 있다
아련하게 니스칠한 추억이 있다
세상과 먼 그 섬에 가면.
2011년 8월 23일 처서의 새벽에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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