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내리는 포구에서
평소에도 학리 바닷가에는 방파제 낚시를 하거나 배를 대는 포구에서 낚시하는 이들로 북적입니다.
비가 오는 날에도 참새가 방앗간에 드나들 듯, 낚시꾼 대여섯 명은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지요.
오늘은 꼬마 친구도 보입니다. 유치원에 다닐 나이인 것 같은데, 릴낚시를 바다에 던지는 품이 여간내기가 아닙니다. 익숙한 솜씨입니다.
아버지는 우산을 썼고, 아이는 우의를 입고 우산을 썼는데. 아버지는 낚시에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아마도 아들이 아버지를 바닷가에 끌고 온 듯합니다. 마지못해 낚싯대를 드리우긴 했는데, 시선은 온통 아들에게 가 있습니다.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원투 낚시(Long casting)를 하는 아들을 보고 있어도 걱정이겠지요. 비도 오는데 행여나 미끄러질까. 혹은 발을 헛디딜까.
아버지의 눈에는 아들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바로 코 앞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닷물이 넘실거리고 있으니 행여 실수로 엎어지기라도 한다면...
갈매기도 날개를 접은 비 내리는 포구. 돌아오는 길에 꼬마와 아버지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저보다 나이 어린 아버지의 마음이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아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응원해주는 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이 아들에게 가슴속에 오래도록 남겨지기를. 오늘이 아이의 기억 속에 행복했던 추억으로 남아있기를.
# ‘너희는 위로부터 태어나야 한다.’(요한 3,7.)
‘위’로부터 태어난 생명, '영원한 생명'이란: 어머니이신 마리아와 사랑이신 하느님과 구원자이신 예수님, 그리고 지금 여기서 믿음으로 살아가는 이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인격적인 사랑의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뉴스에 등장하는 이들 가운데에는 아직도 소유욕과 탐욕으로 인성과 창조주의 사랑을 포기한 이들이 많지만, 우리의 마음이 아직 따뜻한 이유는 구세주의 어머니와 함께 기도하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서로 사랑하며 하느님 나라를 살아가는 이들. 그들의 작은 희생과 기도, 그들의 삶과 그들의 삶에서 맺은 열매로 세상은 아직 살아볼 만한 곳이 아닐까.
# 성사와 함께 성장하는 삶
"육에서 난 것은 육이고 영에서 난 것은 영이다.”(요한 3,6.)
세례성사로 ‘영’(위, 성령, 숨)으로부터 태어난 삶은 시작되었습니다. 새삼 우리 삶의 여정이 ‘영적 성장의 여정’이자 세상의 속박과 ‘육’으로부터 ‘자유의 여정’ 임을 깨닫습니다.
“무릇 육을 따르는 자들은 육에 속한 것을 생각하고, 성령을 따르는 이들은 성령에 속한 것을 생각합니다. 육의 관심사는 죽음이고 성령의 관심사는 생명과 평화입니다.”(로마 8,5-6). 바로 이것이 파스카의 삶입니다. 끊임없이 죽음에서 생명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육적인 삶에서 영적인 삶으로의 전환이 바로 ‘파스카의 삶’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구원을 주시기로 작정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가 살아 있든지 죽어 있든지 당신과 함께 살 수 있게 하시려고 우리를 위해서 죽으셨습니다.(1데살 5,9-10.)
# 성령
주님의 ‘숨’인 ‘성령’은 '걸림 없는 자유'입니다. ‘사랑’이고 ‘생명’이며, ‘창조’이고 '주님의 평화'입니다.
바람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주님의 영’으로 거듭난 사람은 구체적 삶의 변화로 열매를 맺습니다. 성인들의 삶 말입니다. 우리는 성인들의 삶으로 드러난 열매로 성령의 ‘실재’를 알게 되고 체험하게 되지요.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31-32).
변화의 ‘영’, 섭리의 숨결에 자신을 내어 맡기는 것, 그렇게 우리의 영이 변화되어 가기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주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를, 모든 것 안에서 주님의 현존과 거룩한 영의 현존을 체험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알프레드 디 수자 신부-
첫댓글
어느 날
말로만
글로만
입으로만
사랑하고, 이해하고, 아름답다고
소리치는 나를 아프게
발견한다.
이제는 좀 행동해보지.
타일러 보다.
-노희경-
노희경 당신이 내 맘을 너무 잘 표현해 주시었소~ㅋ
떠나는 이들을 향해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