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text-align: justify;"><span data-ke-size="size20">그가 다시 돌아오면</span><br> <br>   <br>                                             박  노  해<br> <br> <br>그가 다시 돌아오면<br>계엄의 밤이 도래하겠지<br>번득이는 총구가 우리를 겨누고<br>의인들과 시위대가 ‘수거’되겠지<br>광장과 거리엔 피의 강이 흐르고<br>사라진 가족과 친구를 찾는<br>언 비명이 하늘을 뒤덮겠지<br> <br>그가 다시 돌아오면<br>살림은 얼어붙고 경제는 파탄나겠지<br>우린 갈수록 후진국으로 추락하겠지<br>오가는 사람도 드문 스산한 밤거리엔<br>총소리 군홧발 소리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br>계엄군이 내 가방을 뒤지고 신상을 털겠지<br> <br>그가 다시 돌아오면<br>남북이 충돌하고 전쟁이 돌아오겠지<br>자위대가 상륙하고 미군이 연합하고<br>긴 내전과 숙청의 날들이 이어지겠지<br>숨어있던 친일파들이 나라를 팔아먹고<br>광복 80년 만에 이 땅은 다시 빛을 잃겠지<br> <br>그가 다시 돌아오면<br>모든 방송과 언론과 유튜브에선<br>검열된 이슈와 재미와 조작으로<br>눈과 귀를 가리며 관심을 돌리겠지<br>김건희의 국빈 행사와 일상을 띄워대며<br>패션과 미담의 화제거리로 도배되겠지<br> <br>그가 다시 돌아오면<br>자유도 민주도 선거도 의회도 삭제되겠지<br>빛을 들고 나선 이들이 샅샅이 색출되고<br>단 몇 줄 올린 글로 검은 제복이 찾아오겠지<br>너 좌빨이지, 불순분자지, 완장을 찬 극우대의<br>광기 어린 폭력에 숨도 못 쉬겠지<br> <br>아아 그가 다시 돌아오면,<br>저들이 살아서 돌아오면,<br> <br>버젓이 권좌에 도사린 채<br>내란을 지속하고 내전을 불지르는 자들<br> <br>지금, 빛으로 끌어내 처단하지 않는다면<br>지금, 뿌리째 뽑아내 청산하지 않는다면<br> <br> <br>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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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벌써 두 달 가량이 지났나
남태령승리 후에 촛불행동 게시판에 소개된 박노해의 시는 그냥 그랬지만
오늘 류근이 낭독한 [그가 다시 돌아오면]은 참 보기에도 듣기에도 좋다
30여 년 전 지하철에서 그의 노동의 새벽을 읽다가 눈물 흘리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때의 박노해가
젊은 박노해가 다시 반갑게 다가오는 듯해서 더욱 반갑다
젊음은 나이가 아니지 않은가
젊음은 삶에 대한 태도가 아니던가
늙어가는 몸이 서글프나 아직은 젊고 싶은 주책 바가지 중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