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나시에서 꼴까따로
(2013년 3월 23~24일 / 세계일주여행 584~585일차)
꼴까따, 꼴카타, 캘커타... 참 이름도 헷갈립니다.
23일 오후 4시 5분 데라둔 출발 꼴까따 행 기차13010편. Doon Express. 제가 탈 기차입니다. 데라둔이라면 저 멀리 멀리 델리 북쪽, 제가 좋아하는 리시케시 근방이죠. 그렇게 멀리서 오는 기차가 제 시간에 올 리가 없다는걸 잘 알지만 어떻게 합니까? 그래도 자전거 릭샤를 타고 기차 출발 30분 전에 역으로 나갔습니다.
역시. 역 전광판에는 1시간 10분 연착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뭐.. 이 정도라면 양호하죠. 지정된 플랫폼에 가보니 앉을 자리도없네요. 바닥에 털썩! 앉기에는... 아직 문명의 때가 덜 벗겨졌나 봅니다.
겨우 빈 자리 하나 찾아서 앉으니 기차가 50분 더 늦게 6시에 들어올거라고 방송이 나오네요. 친절한 방송 하나는 마음에 듭니다. 1시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 번잡한 플랫폼에서 땀 흘리며 기다리기 싫어 집니다. "그래.. 어디엔가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VIP 라운지 같은 곳이 있을거야.."라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합니다. 어렵게 찾은 자리지만 과감히 털고 일어납니다.
기차역 안에는 그런게 있을리 만무하지요. 할 수 없이 역 앞의 호텔 레스토랑들을 뒤져보다가 겨우 겨우 CITY INN 이라는 무척 고급 호텔 1층 식당에 자리를 잡습니다. 30루피짜리 캔 쥬스를 90루피에 마시면서 에어컨 값이라고 생각합니다.
6시를 10분 남기고 기차역으로 돌아온 순간, 또 다른 방송이 흘러 나옵니다. "열차가 저녁 7시에 도착할 예정이오니...." .............%#&@%#%&%#!!!!!!!!!!!!
어쩌라고!!!! 이럴줄 알았으면 릭샤타고 1.5km 떨어진 맥도날드 가서 푹 쉬면서 저녁까지 먹고 오는건데... 이거 오도가도 못하고 다시 꼼짝없이 밥도 못 먹고 1시간을 더 기다리게 생겼습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싼 주스는 왜 먹은거???
덕분에 저녁 먹을 시간은 벌었습니다. 기차역의 허름한 간이식당에서 삶은 계란 두 개와 물에 말아 놓은 것 같은 찐 밥으로 저녁을 때웠습니다.
결국 열차는 2시간 20분을 더 기다려 8시 20분에 슬금슬금 역으로 기어 들어왔습니다. 휴..... 인도 여행에서 기차역에서 가장 오래 연착된 것 같습니다. 아무튼 '기차가 왔습니다.'
활발한 인도인 가족들과 스웨덴에서 명상을 하러 온 친구와 함께 한 자리에 앉았습니다. 에베레스트에서 저를 지켜준, 하마터면 포카라에서 팔 뻔 했던 노란색 짝퉁 바람막이가 저를 지켜준 덕분에 이번엔 떨지않고 비교적 잠을 잘 잤습니다.
기차 도착 시간이 한참 지나 일어났는데도 기차는 여전히 꼴까따에서 200km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암튼 꼴까따 하우라 Howrah 역에 도착한 시간은 정오가 조금 못미친 11시 40분이었습니다. 드디어 꼴까따입니다!
숙소들이 모여 있는 서더 스트리트 Sudder St. 로 저렴하게 가는 방법은 기차역 앞에 진치고 있는 노란 프리페이드 택시들을 과감히 지나쳐서 하우라역 바로 맞은편에 있는 제티로 가서 후글리강을 건너는 페리를 타고 강 건너로 가서 택시를 타는 방법입니다. (튼튼한 여행자라면 걸어도 됩니다)
하우라 제티에서 강 건너편에 있는 Fairlie Ghat 로 가는 페리표를 삽니다.(5루피) 제티로 나가 보니 후글리 강을 건너는 하우라 철교가 보입니다.
바로 이게 후글리 강을 건너는 페리입니다. 생각보다 큼직 합니다. 그런데....
자.. 오늘의 삽질이 여기서 시작됩니다. 아래 지도 살짝 참고해 주시고요.. 하우라역 제티에서 강을 건너는 페리는 3방향으로 간다고 하더군요. 하하.. 저는 당연히 몰랐습니다. 목적지인 서더 스트리트 Sudder St. 쪽과 가장 가까은 Fairlie Ghat 로 가는 페리를 타야 하는데 그냥 정박한 페리에 덥석! 올라 탔습니다. 페리 앞쪽 주둥이가 Fairlie Ghat 쪽을 향하고 있어 당연히 그쪽으로 갈 줄 알았지요!.. (여행 하다보면 계속 단순해 집니다...)
그랬더니 페리는 강을 건너긴 건너는데 제가 가야 할 목적지와는 계속 멀리~ 멀~리 멀어지더군요. 그래서 결국 내려준 곳이 Ahiritola Launch Ghat 라고 하는 아주 멀~고 먼 곳으로 덩그러니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여기가 어딘고???
가트 앞은 목욕탕, 혹은 수영장입니다. 녹색 물이지만 아이들은 신나서 물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위의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도를 찬찬히 보니 여기 가트에서 대략 1.4km 정도를 걸어가면 Sovabazar Sutanuti 메트로 역이 나옵니다. 거기서 메트로를 타고 에스플라네드 Esplaned 역이나 Part Street 역에서 내리면 서더스트리스까지 걸어서 금방입니다. 1.4km 야 짐을 메고 있어도 바로 옆이나 마찬가지죠.
근데 걸어보니 이거 장난이 아니네요. 네팔 트래킹 이후 짐이 2kg 정도는 더 늘은 것 같고, 또 꼴까따 너무 덥습니다. 가다가 길거리 이발소 앞에서 잠시 휴식.
드디어 메트로 역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메트로 입구처럼 생긴 뭔가 지하감옥으로 내려가는 듯한 입구에 셔터가 내려져 있습니다. 여기만 그런거 해서 다른 입구로 가봐도 마찬가지입니다. 뭐지? 뭐지? 하다가 길거리 노점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출입구 옆 벽에 쓰여진 무엇인가를 가리킵니다.
뭐??? 일요일은 첫차가 오후 2시 7분이라고??? 뭐??? 이게 말이 돼?? 그러고 보니 오늘이 일요일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지금 시간은 12시 갓 넘었고 첫차가 자그마치 오후 2시 넘어야 있답니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요?
결국은.... 노란색 택시를 타고 갑니다. ㅠ ㅠ
서더 스트리트를 지나 파크 스트리스 Park St. 에 있는 맥도날드를 찾아갑니다. 지금 저에겐 숙소보다 시원한 에어컨과 맛있는 점심이 더 필요합니다.
맥도날드에서 세수 좀 하고 햄버거 한 입 베어물고 나니 정신이 좀 차려집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요???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1km 정도 떨어진 서더 스트리트로 걸어가면서 숙소를 찾아봅니다. 마음속에 점찍고 있던 숙소는 애쉬린 Ashreen GH 게스트 하우스. 서더 스트리트에서 제일 깔끔하다는 중급숙소. 내심 하루 1000루피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인도에서 마지막 이틀을 좀 편히 자고 싶었습니다. 그 무시무시하다는 감옥같은 꼴까따의 악명높은 저가 숙소들에는 자고 싶지 않았거든요.
가는 길에 괜찮아 보이는 숙소 두어곳을 들러 보았지만 2000루피가 넘는 무시무시한 가격. 그러다가 서더 스트리트에 접어들자마자 어떤 아저씨가 좋은 숙소 있다며 손으로 가리키는 숙소에 한번 들어가 보았습니다. 겉은 아주 좋아보이는데 아저씨가 "500루피!!"라고 했거든요. 바로 여깁니다. 골든 애플 Golden Apple. "부띠끄 호텔"이라고 적어 놓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는 우리나라 모텔 수준의 부띠끄 호텔. 더블룸 가격이 하룻밤 3000루피가 넘는 곳입니다. 하지만 꼭대기층에 500루피짜리 도미토리가 있다고 합니다. 한번 보자 싶은 마음에 별 기대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계단을 지나 올라갔는데..... 어! 괜찮습니다!!!
천정형 에어콘이 2개 달려 아주 시원~~한 내부에는 각각의 싱글룸이 컴파트먼트 형식으로 나누어져 있고 열쇠로 열고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천정까지 막히지 않았고 그냉 부스 Booth 형식으로 되어 있어 옆 집 담(?) 타고 넘어가면 넘어갈 수는 있게 되어 있지만)
침대도 깔끔하고, 작은 협탁도 옆에 있고, 옷걸이며 물 잔까지 잘 구비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침대 맞은편에는 셋톱박스와 케이블 나오는 17인치 삼성 모니터까지 달려 있더군요. (침대보는 자세히 보니 완전 새 것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훌륭했습니다) 한마디로 딱 말해서 깔끔한 고시원이었습니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바깥인데 아주 깔끔했고요.
내심 1000루피 생각하고 숙소를 찾아 왔는데 여기 이틀에 1000루피에 있을 수 있겠다 싶어 애쉬린 게스트 하우스까지 가지도 않고 덥석 여기 눌러 앉기로 했습니다. 어제 오후부터 하루 종일 고생하다 마지막에 잘 풀리네요. 무선인터넷이 안되는게 좀 아쉽기는 했지만 이 정도라면 이틀 편히 있을 수 있겠습니다.
휴~~ 언제나 이동은 힘들어요. 그리고 갈수록 점점 이상한 일도 많이 일어나고 멍청한 짓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