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말한다는 것’은 참으로 간단하지 않습니다.
모든 사실들은 크고 작은 또 다른 사실들과 이어져 있고
가장 단순한 ‘이음’, 곧 조합만으로도 변수는 복잡해지는데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의 가장 단순한 조합이 수소인데
그것 하나를 말하는 것만도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양성자와 중성자, 그리고 전자로 구성되어 있는
이 최초의 원소는 그 자체로만도 결코 한 순간도 가만히 있는 일이 없는
매우 부지런한 물질이고
주변에 있는 것들과 필요하면 결합도 하고
그렇게 결합하면 수소의 성격과는 전혀 다른 물질의 분자가 되니 말입니다.
그런데 ‘인간을 말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마어마한 것에 대한 표현일 수 있는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위가 수백 번도 더 눌릴 만한
엄청난 일이라는 것을 헤아리면
결국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인간이 ‘지금 막 태어난 아기’라 하더라도
그를 서술하는 일은 이만저만 어렵고 무거운 일인지를
‘모두’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시도 자체가 엄청나게 ‘무모’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엄청난 주제에 손을 댄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성냥갑만 한 작은 구조물 하나를 만들어 보고
지구를 짓겠다고 덤비는 짓이었다고 말한다면 약간의 과장일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 이해의 수준에서 말한다 하더라도
위대한 인물 아인슈타인에 대해 조금만 안다면 누구라도
그 과장이 터무니없다고 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는 아주 조금 더 아는 내 입장에서 볼 때
저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그런데 글쓴이는 그런 ‘일을 집어 들고’
‘객관적인 서술’을 하겠다고 말합니다.
재미있게도 이 책의 글머리에서
아인슈타인 자신이 자신을 두고 이런 저런 글과 책이 나온 것을 두고
깔끔하게 정리한 것이 있어 먼저 맛뵈기로 소개합니다.
“나에 관한 뻔뻔스러운 거짓말들과 순전히 꾸며낸 이야기들은
이미 무수히 많이 출판되었네.
그런 이야기들에 일일이 신경을 썼다면
나는 벌써 오래 전에 무덤 속에 묻혀버렸겠지.” (5쪽)
처음 책을 폈을 때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책을 모두 읽고 났을 때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객관적’이라는 것이 ‘단지 주관이 배제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인슈타인에 대한 모든 크고 작은 일들을 기록하는 것도
역시 객관적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비록 글쓴이의 주관이 작용하더라도
사실과 말들의 취사선택이 균형 잡혀 있다면
그것이 객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본 겁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엉성하고, 읽는 맛도 많이 떨어지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 위대한 인물에 대해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더 많으니
큰 도움이 되었던 것만은 사실,
책을 읽은 나는 굳이 객관적인 정리를 할 필요가 없으니
앞에서 한 말에 책임까지 질 일은 없고,
이 정리한 것이 다른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더 좋은 일이지만,
나는 단지 내 사적 작업으로 한 일이고,
나중에 필요하면 꺼내 보기 위한 것이라는
따로 밝힐 필요도 없는 말까지 덧붙이며 정리한 것을 꺼내 놓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