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에 꽃뱀 (콩트)
백화 문상희
한가한 어느 토요일이었다.
멀대같이 키만 큰 철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어이 우성이!
내일 일요일인데 뭐 하냐?"
"응, 그래 친구야 뭐 하긴 뭐 해 그냥 집에 있지!"
"그래 그러면 내일 가까운 용마산이나 가세!"
"그래 좋지 좋아!
그럼 내일 아침 9시쯤 중곡역에서 만날까?"
"오케이 ~!"
춥지도 덥지도 않은 사월 가벼운 차림으로
산행에 나선 철수와 우성이었다.
둘이는 이런저런 안부와 또 되지도 않는 정치 예기까지
수런거리며 산에 올랐다.
두 사람은 약 한 시간 후 정상 근처에 도착했다.
긴 휘파람을 불던 우성이 말을 꺼냈다.
"기왕 올라왔으니 내려갈 때는 아차산 쪽으로 내려가세!"
"좋지 좋아, 자네 말대로 아차산으로 내려가서
중곡동 할베 두부집에서 순두부에 막걸리 한잔하세!"
철수의 답을 들으며 둘이는 하산 중이었다.
철수는 키 180에 장신의 롱다리로 성큼성큼
따라잡을 수 없게끔 언제나 앞서갔다.
우성은 철수와 50m 정도 거리를 두고 내려가고 있었다.
중간쯤 내려왔을 때 누군가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샛길로 접어들면 샛길로, 등산로로 접으들면 또 같은 길로
따라오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우성은 꼭 미행을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우성이 돌아다보니 환갑 전후의 나이로 보이는 사람이었다.
우성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용기를 내어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와 같은 하산길이네요 아주머니!
이 근처에 사시나 봅니다!"
"네, 저는 광진구 구이동에 살아요!
산길이 무서워서 아저씨 빨간 배낭만 보면서 따라왔지요!"
"아~!, 그러시군요 아주머니!
저기 앞에서 가는 친구와 할베 순두부집에서
한잔하기로 했는데 그러면 같이 가실래요?"
"네~ 좋지요!
그런데 일행이 있었나 봐요?"
"네, 저기 앞에 가고 있는 멀대같이 키 큰 놈이
함께 온 친구입니다!"
그 아주머니는 친구와 조금 떨어져서 가다 보니
일행이 있는걸 모른 척하였다.
"아~! 그러시군요, 호호호 잘 됐네요!
저도 친구 하나가 이 근처에 산답니다!
제가 아차산에 왔다니까 친구가 집에 들러서
커피나 한잔하고 가라고 했답니다.
그럼 합석하도록 제가 불러볼까요?"
그 아주머니는 휴대폰을 꺼내어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아저씨, 친구집이 이 근처에 있어서 바로 나온답니다!"
"네, 그렇군요 그것 참 잘되었네요!"
그때까지만 해도 우성은 그 아주머니가
친구와 짜고 치는 고스톱인 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우성이와 아주머니는 주고받은 이야기 끝에
산 아래 중곡동에 있는 할베 두부집에 도착했다.
먼저 내려간 철수와 아주머니의 친구와 남녀 네 명이
할베 두부집으로 들어갔다
인터넷에 올라있는 맛집이라서 할베 순두부집은
언제나 자리가 만원이었다.
네 사람은 가게로 들어가서 구석지 빈자리에 넷이서 앉았다.
성질 급한 우성이 너스레를 떨었다.
"오늘 산행 중에 맺어진 인연인데 제가 한턱 쏘겠습니다!
아주머니는 뭐 드실래요?"
"저들은 아무거나 좋아요!"
"네, 알겠습니다!"
우성은 띵똥, 하고 벨을 눌렀다.
"여기는 순두부 전문집이니 순두부 네 개 하고
도토리 묵무침 한 접시 주세요!
그리고 목이 마르니 우선 막걸리부터 두 병 주세요!"
네 명은 술잔을 가득 채워 합창을 하며 건배를 했다.
"만남을 위하여~!"
철수와 우성은 목이 말라 단숨에 술잔을 비웠다.
아주머니 둘은 술잔을 받아놓고서 조금씩 마시는
흉내만 내고 있었다.
술은 철수와 우성이 거의 다 마셨고 아주머니 둘은
막걸리 한잔에 부지런히 안주만 집어먹었다.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막걸리 네 병을 마셨고
안주도 술도 바닥이 나서 우성이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철수와 우성은 얼큰하게 취기가 올랐다.
네 명은 바깥에서 잠시 서성이다가 철수가 말을 꺼냈다.
"아주머니!
우리가 비슷한 세대라서 거리감도 없고 여러 가지로 잘 됐네요!
이것도 인연인데 우리 노래방이나 가볼까요?"
철수와 우성은 아주머니들과 애인을 만들어볼까 하고
서로의 눈짓으로 작전을 전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철수와 우성이 홀아비라는 걸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다.
그래서 빼껴먹으려고 처음부터 따라붙은 것이었다.
길거리 한적한 곳에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우성과 짝을 이뤘던 아주머니가 전화를 받고 있었다.
그 아주머니는 전화를 끊고 말을 이어갔다.
"저번주 산에서 만난 아저씨에게 전화가 왔네요!
제 친구가 손주를 낳았는데 다음 주 백일이에요!
그래서 그 아저씨에게 백일반지 말을 했더니
오늘 건대역으로 오면 반지를 사 주겠다고 합니다!"
그때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또 한마디를 거들었다.
"너도 사가면 나도 필요하잖아 같은 친구인데!"
하며 피드백을 연발하고 있었다.
"아저씨 이건 어때요?
그 아저씨는 나중에 또 만나도 된답니다!
그러니까 그 대신 아저씨들이 오늘 우리에게 반지
한돈씩을 사주시면 오늘 멋진 파트너 해드릴게요!"
철수와 우성은 뒤통수를 한방 맞은 느낌이었다.
아주머니 둘은 몇 미터 떨어져서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철수가 다가와 귓속말로 전해왔다.
"애인 하나 만들려고 술값에다 모텔비에 금반지 사준다면
도대체 얼마나 돈이 들어가는 거야?"
철수와 우성은 서로를 쳐다보며 말을 잊지 못했다.
그때, 조금 전 전화를 받았던 아주머니 하는 말을 했다.
"길거리에서 이게 뭐예요?
남자들이 연애를 하려면 통 크게 한번 쏴야지요!
그깟 반지 하나도 못 사줍니까?"
아주머니는 아예 대놓고 정곡을 찌르는 말을 했다.
철수와 우성은 어이가 없어서 머뭇머뭇거리고 있었다.
"아저씨, 남자가 쫀쫀하기는요!
통 크게 한번 쐈으면 가끔씩 홀아비 객고라도 풀어주려고 했는데
할 수 없지요!
우리들 좋다는 사람들이 넘쳐나거든요?
야, 수정아 가자!
저 아저씨들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네!"
아주머니 둘은 홱 돌아서 꽁지를 흔들며 사라져 버렸다.
"야, 우성아!
아까 그 전화받은 것도 모두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어!
재들 분명히 노인네 등쳐먹는 꽃뱀이야 꽃뱀!"
"야, 그래도 그렇지!
잘 나가다가 파투가 났으니 도대체 이게 무슨 창피냐?
"야, 우성아 길 가다가 똥 밟았다 생각하고 그만 가자!"
"그래그래 알았다 철수야!"
철수와 우성은 해 질 녘 술에 취한 채 전철역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허망한 일요일을 보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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