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석 상석 둘레석
수십 년간 고민하고 걱정하던 산소 이전을 마치고 한숨을 놓게 되었다.
청계산 하오고개 칠 부 능선에 부모님 산소가 있었다.
부모님 산수 바로 위에는 고조부모 산소가 있었다.
고조부모와 부모님 산소를 밑으로 이장을 하고 가묘까지 3기를 둘레 석과 상석작업을 하는 것이다.
하오고개 도로에서 산소까지 올라가는데 50여분이나 걸리니 겨울에도 산소에 올라가려면 땀이 난다.
고지대에 산소가 있어 차례 때가 되면 제물을 지고 올라가는 것을 생각하면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식구들이 오면 남자들만 올라가고 다른 식구들은 밑의 할아버지 묘에서 기다리는 형상이다.
비인현감을 하던 5대조는 밑에 있는데 아들인 통덕랑을 한 고조부는 산꼭대기에 산소를 정 한 것이 납득이 안 된다.
지관이 얼마나 용한 혈 자리를 찾아 정했는지 알 수는 없으나 후대들이 유명인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부모님의 묘소가 있던 산 능선 하단에 고조부와 부모 묘를 이장하였다.
도로에서 10여분거리에 있어 어린아이도 올라 갈수 있으니 산소의 트라우마는 사라졌다.
산소를 이장하고 나니 산소관리에 문제가 생겼다.
흙이 마사토라 풀도 자라지 않으니 잔디가 살 리가 없다.
봉분이 빨간 흙으로 덥혀있고 비가오니 봉분 흙이 떠내려가 돌들만 앙상하게 나타났다.
산소의 최소한 체면 치례라도 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다.
친척들한테 물어보니 흙을 개비하고 잔디를 심고 죽으면 또 심고를 반복 하는 수밖에 없단다.
궁리 끝에 둘레 석을 치고 그 위에 봉분만 잔디를 심으면 산소로서 면모는 유지할 것 같다.
더 좋은 방법이 없나 하고 공원묘원의 각가지 모양과 평장 둘레석의 사각과 원형 상석을 살펴보고 산에 다니며 다른 집 산소도 눈 여겨 보았으나 명쾌한 해답이 안 나온다.
둘레 석은 산의 지형으로 보아 사각 둘레 석은 맞지 않고 전래대로 원형 둘레 석을 선택하였다.
둘레 석 위의 봉분은 잔디를 심고 밑의 제단은 잔디가 죽으면 인조잔디라도 깔면 될 것 같다.
상석은 요즈음 추세가 상당히 작아져서 전의 부모님 상석크기로 하였다.
비석은 부모님의 전에 세웠던 비석글씨에 빠져있는 조카 둘을 삽입하였다.
고조부 비석은 족보를 보며 신경을 써서 작업을 하였다.
옛날족보는 딸의 이름은 없고 사위이름만 있다.
또 제사일 만 있고 생졸연대는 없다.
상의하고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생각하며 비석 글자서 부터 산역까지 일을 하려니 신경이 곤두선다.
둘레 석과 잔디를 심는 본 작업을 하려니까 이장한 산소 막바지가 고바이가 심하여 그 무거운 석물을 어떻게 옮기나 고민이 생겼다.
도로에서 산소 올라가기 전 도랑을 넘어야 하는데 도로는 포클레인으로 도로를 만든다 하여도 경사도가 있는 막바지는 사륜구동 지프차도 어림없는 난제다.
전문 장묘 이장하는 팀장에게 물으니 사륜구동은 안되고 02 포클레인으로 길을 고른 후에 한대는 산소에서 석물작업을 하고 한대는 석물을 운반해서 올라오면 된다고 한다.
2024년 6월 5일 아침 일찍부터 석물 작업을 시작하였다.
전국을 다니며 산역을 한 인부들이라 자기 일을 알아서 잘들 한다.
둘레 석을 완공하고 봉분위에 잔디를 깔고 바닥에는 잔디를 듬성듬성 깐다.
두 빠렛트의 잔디면 굉장히 많은데 3기를 까는 데는 모자라는 모양이다.
고조부 산소를 거의 다 마칠 즈음 집사람과 막내아들 혁범이 부부가 인부들의 도시락을 구입하여 올라와 식당에 가지 않고 산에서 점심을 해결하여 많은 시간 절약을 하게 되었다.
고조부묘를 완성하고 부모님 묘소도 끝내고 마지막 가묘를 완성하였다.
가묘는 비석이 없고 둘레서 상석만 하였다.
가묘를 하는데 아끼던 잔디가 남아 올라가는 길에까지 깔았다.
석물 작업을 하는데 조카들이 하나도 와서 돌아보지도 않는다.
쾌심하게 생각이 들지만 조상 숭모사상이 결핍되어가는 요즈음 세상에 참고 넘어가자.
지금은 화장하고 납골당에 안치하는 추세이니 사회의 흐름을 어째랴.
넥타이 매고 선조들 시향제에 참석하는 내가 존경스러운 노인이 아니라 골동품이 되어가고 있는 세태다.
산역을 한다고 하면 온 집안이 난리를 떨고 선조에게 결례를 하지 않나 하고 신경 쓰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천 여만 원을 나 혼자 부담하며 협조하는 사람 없이 칭찬하나 들어보지도 못하고 나 홀로 이장 작업을 끝냈지만 씁쓸한 마음을 가눌 수가 없다.
억지로 깔은 잔디나 잘 자랐으면 좋겠다.
3기의 묘에 석물을 다 설치하고 전체를 둘러보니 예상보다 잘 정돈 되어 마음은 흡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