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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시리도록 짙푸른 남도 쪽빛의 남도 장흥 바다의 아름다운 광경 |
남도 길 따라 만나는 詩
철쭉의 제암산, 피톤치드 편백의 억불산, 천관문학관의 천관산
그리고 보림사 계곡물 가득 안은 탐진강이 어우러진
文鄕 장흥은 관서별곡의 고향.
시 아닌 것, 시인 아닌 사람이 없는 곳
소설 아닌 것, 소설 아닌 사람이 없는 곳
누가 여기에서 함부로 시인이라 자랑하랴
누가 여기에서 함부로 소설가라고 말할 수 있으랴!
이청준의 서편제가 들리고
한승원의 아제아제 바라아제가 귓전을 때리는 곳
장흥 사람은 모두가 풍류꾼이다.
- 이동규 시인(월평 출신 .대전 거주)의 정남진 장흥’全文
■ 첫 째날 / 11월 9일(토)
□ 단풍길 떠나는 그대, 뒷 모습 아름다워라!
늦어가는 가을볕이 따사롭던 11월 9일(토)~11월 10일(일). 저 멀리 짙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남녘땅. 전남 장흥의 살아있는 문학적 보석(寶石) 김석중 별곡문학회 회장으로 부터 1박 2일간 초대를 받았다.
“김 작가님 우리 고장 출신 자랑스런 학자이자 시인 이동규 대표님과 함께 이번에 갖는 2013년 한국문학특구 포럼에 초대합니다. 우리 장흥군은 전국 최초로 유일하게 문학관광 기행특구로 지정되었답니다. 한국해외문화교류회에서 오시어 1박 2일간 함께 하시면 매우 유익한 할 것 입니다. 맛난 남도음식과 근사한 잠자리도 마련하겠습니다.”
“아, 그러세요? 회장님 그렇게 하지요. 초대해주시어 고맙습니다.”
당초 한국해외문화교류회에서 버스를 한 대 임차하여 여럿이 가기로 했으나 중간에 이런 저런 사정으로 변경 축소했다. 그래서 장흥읍 월평리 출신 이동규 대표와 경기도 이천에서 참여한 김영욱 시인, 대전의 한대수 이사, 김우영 사무국장 4명이 단촐하게 승용차로 출발하였다.
보기만 해도 중후하며 날렵하게 잘 빠진 ‘3.0 아우디’ 승용차’는 여행자 4명을 태우며 가볍게 대전 중구 문화동을 출발했다. 안영동 IC를 빠져나간 승용차는 호남고속도로를 경유 장흥을 향하여 힘차게 달리고 있다.
단풍길 떠나는 여행자들은 여산휴게소에서 잠시 멈췄다. 커피를 한 잔씩 마시며 코앞에 마주한 가을 산야의 진한 단풍 맛을 느꼈다. 이동규 대표가 가을예찬을 한다.
“아, 날씨가 참 좋아요. 춥지도 덥지도 않고. 우리 가슴속에 가을을 한번 실컷 담아보지요.”
그러자 털보 김영욱 시인이 수염 사이로 떨어지는 커피방울을 밀쳐내며 말한다.
“아, 저 붉게 타는 안토시안의 단풍을 보아요. 참으로 가슴에 품고픈 가을이어요!”
이때 옆에서 커피 잔을 들고 하늘을 보고 있던 한대수 이사가 말한다.
“단풍뿐이 아니어요. 저 흘러가는 구름을 보아요. 그냥 이대로 저 구름따라 나그네 길을 떠났으면 좋겠네 ……!”
그러자 김우영 작가가 손으로 구름을 가리키며 말한다.
“독일이 위대한 시인 ‘헤르만 헷세’는 말 했지요. ‘이 세상에서 나 만큼 구름을 더 사랑하는 사림이 있거든 나와 봐라! 이 말은 헤르만 헷세가 던진 말이어요. 헷세는 이 세상에서 구름을 가장 많이 사랑했던 시인이지요. 그는 아름다운 산을 찾아 이국의 산천을 마치 구름처럼 떠다니기도 했던 시인 입니다. 그는 구름이 헷세를 부른다는 말을 구름의 입을 통하여 듣고 고향을 떠나 구름들이 모여 사는 이국으로 여행을 다니곤 했다지요? 이런 날은 우리모두 헷세가 되어 저 흘러가는 구름따라 내처 정처없이 나그네가 되어 떠나고 싶어요.”
여행자들은 가을풍경 예찬을 마치고 다시 가을 길을 따라 정남진 장흥을 향하여 차를 몰았다. 예전에는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장성 IC를 거쳐 영산포, 영암을 거쳤으나 이번에는 여수엑스포와 순천국제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새로 개통된 길을 이용하였다. 익산에서 지리산을 거쳐 순천방향으로 가다가 다시 장흥 IC로 연결되는 고속도로 길을 선택한 것이다. 지리산까지는 이미 가을이 와서 한참 추곡향연(秋曲饗宴)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전라도 길에 접어들자 산야에는 아직 녹색이 더 많아 역시 남쪽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하였다. 장흥에 가까이 다가서자 장흥읍 월평리 출신인 이동규 대표가 문학의 고향 장흥자랑을 한다. 그러면서 그의 애향시 ‘정남진 장흥’을 애송한다.
짙푸른 남방으로 펼쳐진 가을 단풍길 고속도로 |
□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훈훈한 인심의 정남진 장흥
장흥군(군수 이명흠)은 전라남도 남부에 위치하여 북방으로부터 동남방에 이르는 경계의 고지대이다. 화순군과 보성군이 경계를 이루면서 득량만을 접한다. 그리고 안양, 용산, 관산, 대덕, 회진 5개 읍면은 해안선에 인접하여 있어 고흥, 완도군과 경계를 이룬다고 이동규 대표는 설명한다.
그리고 북부 서남방 경계는 산악지대로 영암, 강진군과 경계를 이루고 용반들, 부산들, 한들평야가 있다. 또 동북쪽의 보성강 유역과 남부의 득량만에 흐르는 하천 유역에 평야가 산재되어 있다.
2012년 말 현재 4만 2천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장흥은 연면적이 2,168.87㎡이며, 3개읍 7개면의 행정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정남진(正南津)으로 유명하다. 정동진이 서울 광화문에서 강원도 정 동쪽으로 가는데 반하여, 장흥군 정남진은 서울 광화문에서 정남쪽으로 내려오면 만나는 해변이며 북쪽의 가장 추운 지방인 중강진과 일직선상에 있다.
이동규 대표는 장흥에 대하여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더니 마무리에서 강조를 한다.
“우리 고장 장흥은 맑은 바람과 짙푸른 물의 바다와 초록 명산이 둘러싸고 있는 문화와 예술의 고장 정남진 입니다. 군민들은 예로부터 풍부한 자원과 깊고 튼실하게 뿌리 내린 역사 속에서 문학을 노래하고 서로 보듬으며 남도의 흥(興)을 누려 왔지요. 저 푸른 남해바다에는 싱싱한 키조개가 살이 오르고 울긋불긋 선홍빛 철쭉이 제암산 정상을 물들이는 봄이 있지요. 또 찰진 갯벌에서 파닥거리는 활어들과 맨 손으로 잡는 개매기 체험의 여름도 있어요. 그리고 울긋불긋 오색미(五色米)의 들녘을 내려다보는 천관산의 은빛 억새가 가을을 알리면 한편, 겨울 입맛을 돋우는 통통한 굴과 향긋한 매생이가 발길을 재촉 한답니다. 자, 훈훈한 인심과 더불어 신명이 살아있는 정남진과 2008년 전국 최초 유일의 문학관광 기행특구의 고장에 잠시 후에 도착합니다. 먼 길 수고하셨어요.”
전남 장흥 정남진 좌표 |
정남진 일출
그러자 김영욱 시인이 박수를 칭찬을 한다.
“짝짝짝---역시 우리 한국해외문화교류회의 대표이십니다. 장흥자랑 자알-- 들었어요.”
공교롭게도 장흥읍 월평리에 처가(妻家)를 둔 한 대수 이사도 방긋 웃으며 대답한다.
“그럼요, 우리 대표님 장흥자랑에 제가 장흥으로 장가든 것이 참으로 자랑스러워요. 고마워요.”
이에 김우영 작가가 한 마디 안 할 수 없으렸다!
“장흥 시골에서 태어나 일찍이 출중한 공부실력으로 광주 서중과 광주일고, 서울대학교를 졸업을 하신 장흥의 인물이 바로 시인이자 대학 교수님이신 우리의 자랑 이동규 대표님이세요. 박수--짝짝짝---”
□ 2008년 전국 최초 유일의 문학관광 기행
2013년 한국문학특구 포럼
장흥읍에 도착하자, 배꼽시계가 허기를 부른다. 이동규 대표가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말한다.
“남도의 별미 장흥에 오셨으니 제가 신녹원관(대표 최순님)식당으로 안내하지요!”
그러자 배가 고팠던지 김영욱 시인이 맞장구를 친다.
“좋지요. 자-- 가서 맛나게 들자구요.”
장흥읍 건산리710-10번지 자리한 장흥의 대표적 한정식집 신녹원관 전경
여행자들은 허기를 느끼며 신녹원관이라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에 오목하게 자리한 식당은 마치 잔치집처럼 손님이 많았다. 내실이 여러개 있는 식당으로서 한정식을 하고 있었다. 여행자들은 8호실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단아한 옷을 입은 여인네들이 긴 두레상에 음식을 가득차려 내온다. 음식상을 가져오는 아낙네들 모습이 얼마나 음식을 차렸는지 낑 낑 들고 온다.
장흥읍 선술집에서 첫날 뒷풀이는 하는 대전과 장흥 문인들 |
장흥읍 건산리710-10번지 자리한 장흥의 대표적 한정식집 신녹원관 전경
그러자 한 대수 이사와 김우영 작가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반긴다.
“어이구, 그야말로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왔네요. 자알--먹겠습니다.”
“어허, 무려 40여 가지의 음식이 진수성찬 입니다. 맛있게 먹겠습니다.”
해물, 육류, 다과, 야채, 견과류, 부두 등 다양한 종류로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여행자들은 맛있게 이것 저것 맛을 음미하며 골고루 먹었다. 잠시 후 장흥 출신 광주문인협회 문인호 부회장과 김정 시인(한국해외문화교류회 광주지역 이사)이 참석하여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오른다. 이동규 대표가 건배를 외친다.
“문학의 고장 장흥에서 좋은 분들이 모였으니 우리 건배 해야지요?”
"좋지요!“
“장흥문학 발전을 위하여!”
"위하여!"
"짝짝짝 ---!“
40여 가지 진수성찬의 한정식 음식상 |
문학특구 행사와 관련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여행자들은 오늘 행사가 있는 장흥군민회관으로 가기 위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행사 시작까지 40여분의 시간이 있어 장흥 ‘토요시장’에 들렀다. 중앙무대에서는 여자 가수의 흥겨운 노래가 구경꾼들의 몸을 흔들고 있었다. 시장에는 장흥의 유명한 표고버섯, 장흥한우, 그리고 각종 수산물 등을 가득했다. 행사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장흥 물축제가 열린다는 탐진강의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이동규대표가 자랑하는 탐진강 은어 떼의 은빛 물결을 생각하였다.
2013년 한국문학특구 포럼이 열리는 장흥군민회관 대공연장
장흥군민회관 대공연장에는 이 지방의 문학전도사며 빛나는 보석으로 평가받는 별곡문학회 김석중 회장이 행사를 전반적으로 운영하며 진행하고 있었다.
2013년 한국문학특구포럼 행사는 장흥군과 장흥문화원 한국문학특구 포럼 추진위원회가 주관을 하고 한국문학번역원과 대산문화재단, 문학과 지성사, 나남출판, 별곡문학동인회, 한국문학관협회, 한국해외문화교류회 등이 후원을 하는 행사이다. 지역별로는 장흥지역 문인은 물론 전남과 광주, 부산, 경북, 서울, 대전 등의 시인 작가, 교수들이 참여하여 연찬하는 포럼 행사이다.
포럼은 2008년 전국 최초로 지정된 ‘문학관광 기행특구’의 차별성 있는 이론정립과 대내외에 선양하는 한편, 문학특구를 활용한 문화관광의 자원화, 한국문화예술의 향맥 진흥에 기여하고자 개최하고 있었다. 특히 장흥은 현직 군수와 부군수, 문화원장, 수협 조합장 등이 시인이란다. 문향(文鄕)의 고장답다. 이동규 시인이 ‘정남진 장흥’이란 시에서 언급했듯이 장흥 사람은 모두가 풍류꾼인 셈이다.
명작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저자 한승원 소설가와 함께
2013년 한국문학특구포럼 제1부 행사는 각계 명사의 축하 메세지와 전국 고교백일장 입선자 시상, 기조발제, 시와 수필낭송 등이 있었다. 대전의 이동규 대표가 한국해외문화교류회를 대신하여 자신의 시 ‘유년의 꿈’이란 시를 낭송하여 관객의 박수를 많이 받았다.
행사의 특징은 장윤익 동리목원문학관장의 ‘문학관과 지역 문예진흥’이라는주제로 기조발제가 있었다. 그리고 시낭송에는 김후란 서울문학의 집 이사장 등이 출연하여 관객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행사 말미에는 명작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원작자인 한승원 소설가와 사진을 촬영하고 장흥의 맛을 담뿍 담은 뷔페로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제2부는 '장흥문학과 영화와 만남’이라는 주제로 행사가 열리는 장흥문화예술관으로 여행자들은 어둠을 뚫고 후두둑--- 후두둑---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자리를 옮겼다.
□ 장흥문학과 영화와 만남
‘장흥문학과 영화와 만남’이란 주제로 열리는 제2부 행사는 김석중 회장의 진행으로 열렸다. 강유정 영화평론가의 해설과 청산도를 배경의 남도소리를 담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전도연씨가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의 원작자인 이청준 문학에 대하여 토론을 했다.
이어 장흥에서 태어나 정남진 ’달 긷는 집‘ ’해산토굴‘에서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한승원 소설가가 무대에 나와 강수연을 모스코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타게 한 ’아제아제 바라아제‘라는 작품에 대해 사회자와 함께 토크 형태로 소설이 궁국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승원 소설가는 이 소설에서 제시하는 것은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이지만 하화중생(下化衆生)소설이 가치관임을 분명히 하였다.
상구보리 하화중생은 ‘화엄경((華嚴經)에 나오는 깨달음의 세계를 설한 불교의 한 경전이다. 화엄경의 화(華)는 비가시적인 꽃을 뜻하고, 엄(嚴)은 장식한다는 뜻이므로 ’세상을 꽃으로 장식하는 것을 가르치는 경전’이다. 그 깨달음은 어떤 것인가?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못살고 못먹고 박해받는 모든 것들을 구제하는 것이다. 노자의 말을 빌면 화기광 동기진(和光同塵)이다. 즉, 깨달음 얻기와 중생들과 아픈 삶을 함께 한다는 것, 빛과 그림자는 둘이 아니라(不二)는 것을 알았다고 한승원 소설가는 말한다.
이어 행사의 다양함을 위하여 민족시인 이육사 시인의 딸 ‘이옥비’씨가 아버지의 시를 낭송하는 이채로운 순서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어 대장금 주제가를 부른 가수로 유명한 젊고 예쁜 ‘박애리’ 국악인의 판소리와 장흥지역 출신 ‘백자’ 가수의 흥겨운 기타 연주와 노래도 들었다.
제2부 행사 관람을 마치고 여행자들은 숙소인 ‘물 모텔’로 갔다. 저녁9시 좀 이른 시간이라서 인근에 있는 선술집으로 옮겨 객지에서 하룻밤 객기를 풀고 있었다. 마침 장흥지역 김헌기 시인이 연락이 되어 참석했다. 김헌기 시인과 김우영 작가는 오랜만의 해후를 반가워했다.
“아니, 김 선생님 멀리 대전에서 오셨는데 그냥 주무시면 안 되지요. 저랑 10여 년 전 한국문학회에서 만나 사귄 분인데, 반가워요. 제가 한 잔 살께요.”
“반가워요. 이번 한국해외문화교류회 제11집 해외문화에 실린 시 ‘고향’이란 시 작품 잘 보았어요. 김 시인의 걸출한 육자배기 표현의 ‘고향’이란 시가 생각이 나요. 한 번 읊조려 볼까요?”
고향 김헌기
불알잡이 친구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근 이십 여 년을 하릴없이
이 넓은 세상 개밥풀로 떠돌다가
넉살좋게 달랑 불알 두 짝 차고 돌아왔다
그저 눌러 앉은자리 빌어 묵어도 서울이라는데
서울은 정말 사람 살 곳이 못 되더란다
산 입에 거미줄 치랴만
젖먹이 어린 딸이 눈에 박히고
죽은 에비 닮은 그놈 입담은 여간내기가 아니어서
속 창시 걷어 붙들어 매고
남보란 듯 여무지게 살아보겠단다
일감 많은 서울에서 못살고 돌아온 놈이
무슨 수로 돈을 벌어서 처자식 먹여 살릴까싶다마는
여직 두 다리 성성하니
그까짓 똥지게인들 못 지겠냐 싶어
막걸리 한 사발 꾸덕꾸덕 잘도 퍼 마신다
그래, 이 오살 눔아
짐승도 무덤자리 봐가면서 돌아눕는다는데
허우대 장대처럼 멀쩡한 네가
어디 몸 하나 가눌 자리 없겠는가
그래, 친구야 잘 돌아 왔구나
마냥 고향 좋은 것이 다 뭐냐
미운 것 고운 것 죄다 털어버리고
오늘 술은 내가 사마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자리 이쁘다만
세상의 일들이 다 내 마음 같지가 않아서
짠한 마음 한 자리 서슴서슴 밀려오고
저 멀리서 별똥별 어둠 속에 뚝 떨어지는 저녁
시를 읊자 김영욱 시인과 이동규 시인이 맞장구를 친다.
“어이구, 전라도 육자배기 뽑는 듯한 절창 표현이 아주 좋아요.”
“남도음식 맛 같이 맛깔스런 표현이 리얼리티해요.”
김헌기 시인과 김우영 작가는 10여년 전 한국농촌문학회에서 만나 문학활동을 했던 동인이었는데 이렇게 장흥에서 다시 만나니 얼마나 반가우랴! 만나 반가운 맘에 거푸거푸 술을 마시다가 김우영 작가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기타를 잡았다. 옆자리 손님들도 기꺼이 연주를 허락해 준다. “늦어가는 가을밤, 창 밖 빗줄기 따라 기타 연주 한 곡 하지요. 박수--”
“와우--- 역시 분위기 맨, 멋져요!”
“짝짝짝--- ”
창 밖 가을비와 함께 선술집 키타소리는 가을밤을 익혀가고……
장흥읍 한적한 선술집에 울려 퍼지는 기타소리와 간간히 내리는 가을 빗줄기와 함께 어울리면서 문학의 고장 장흥에서의 밤은 추억을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