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성 식이섬유 ‘베타클루칸’ 풍부해 콜레스테롤 낮추고 혈당 상승 억제…고지혈증, 당뇨, 심장질환 예방
《 ‘토마토, 시금치, 적포도주, 견과류, 브로콜리, 연어, 마늘, 녹차, 블루베리, 귀리.’ 2002년 미국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10대 건강식품이다. 이 매체는 10가지 식품이 동맥경화, 심장병, 당뇨 등 성인병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고 보도했다. 토마토나 시금치, 마늘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적포도주는 프랑스인이 다른 서구인에 비해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이 적다는 연구결과를 통해 그 효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연어와 녹차는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로콜 리나 블루베리는 뉴욕타임스 발표와 동시에 특히 주목받기 시작한 식품이다.
하지만 귀리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식품이다. 수확량이 적고 도정이 까다로우며 수확시기가 늦어 국내에선 1960년대 이후 거의 재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귀리가 각광받고 있다. 귀리를 원료로 한 국수, 빵, 시리얼, 다이어트식은 물론 비누, 화장품 등이 속속 출시되는 것. 귀리에서 추출한 천연 성분을 이용한 일회용 물티슈 제품이 개발되는가 하면, 영양소 공급을 위한 건강기능식품까지 등장했다. 》
○ 귀리가 도대체 뭐기에?
귀리는 벼과(科)의 두해살이 재배식물로 광맥, 연맥, 이맥 또는 오트(oat)라고 불린다. 모양은 보리와 비슷하나 약간 갸름하고 보리처럼 껍질귀리와 쌀귀리가 있으며 흑색, 적색, 황색, 백색 등 종류가 다양하다.
귀리는 몸통이 단단하기 때문에 그대로 먹기 어렵다. 주로 볶은 다음 거칠게 부수거나 납작하게 눌러 ‘오트밀’ 형태로 섭취한다.
귀리는 온대지역에서 생산된다.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의 중북부와 미국 북부, 캐나다 남부가 주산지다. 유럽에서는 영양이 풍부한 곡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동양에서는 널리 식용하는 곡물은 아니다.
국내에 귀리가 보급되기 시작한 때는 고려시대로 추정된다. 이후 1960년대 강원도와 북한지방에서 재배됐다는 기록이 있으나 재배환경이 적합하지 않아 현재 귀리 종자는 대부분 수입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귀리 수요가 늘면서 식용 쌀귀리 품종을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귀리와 귀리 추출물 효능에 관한 연구들도 꾸준히 보고 되고 있다. 이 밖에 기능성 소재 및 제품, 가공식품 등을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 꼭 먹어야 할 ‘슈퍼푸드’
노화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의 스티븐 프랫 박사는 사람이 오래 살기 위해 먹어야 할 14가지 음식을 ‘슈퍼푸드’라 명명하고 그 효능을 소개한 바 있다. 프랫 박사에 따르면 슈퍼푸드를 꾸준히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활력이 생긴다. 필수 영양소를 섭취하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성인병도 예방할 수 있다.
귀리는 통곡물 가운데 유일하게 슈퍼푸드로 선택된 식품이다.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점이 선정된 이유다.
귀리에 비타민, 라이신, 트립토판, 칼슘, 칼륨, 철, 마그네슘, 구리, 아연 등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다른 곡물에 포함된 단백질보다 훨씬 더 농축된 형태의 단백질도 들어 있다.
귀리는 100g 기준 246kcal로 17.3%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 반면 밀은 100g당 339kcal로 단백질 함유량은 13.7%다. 쌀은 100g당 366kcal로 단백질 함유량은 5.95%다.
식이섬유의 함유량 역시 귀리가 높다. 귀리에 들어있는 식이섬유 함유량은 100g 기준 15.4%다. 반면 쌀의 식이섬유 함유량은 100g당 2.4%다. 수용성 식이섬유인 ‘베타글루칸(β-glucan)’을 포함한다는 점은 귀리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최윤정 가톨릭대 가정의학과 외래교수는 “수용성 식이섬유는 물에 잘 녹아 배변을 자유롭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물질”이라면서 “담즙산과 결합해 콜레스테롤의 원인이 되는 지방 흡수를 낮추기도 한다”고 말했다. 귀리는 장에 자극을 적게 주고 장 안에 유익한 균을 늘려 세포의 균형의 맞춰주는 역할도 한다.
최 교수는 또 “베타글루칸은 인체 정상세포의 면역기능을 활성화시켜 암세포 증식과 재발을 억제하고 혈당과 혈중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데 효능이 있는 성분”이라면서 “포만감을 주면서도 체지방 축적을 억제해 항비만 효과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 세계는 지금 귀리를 먹는다
귀리의 효능은 199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인증 받았다. FDA는 “귀리계와 같은 음식으로부터 얻어지는 수용성 식이섬유는 심장질환의 위험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2004년엔 영국 건강강조표시검토기관(JHCI)이 “귀리는 콜레스테롤을 줄여주며 건강한 생활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귀리는 스웨덴, 스위스, 프랑스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기능성이 검증돼 효능을 인증 받았다.
미국에서는 심장 건강과 당뇨 개선에 도움을 받기 위해 물에 타서 먹는 분말가루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콜레스테롤 개선에 효능이 있는 빵으로, 이탈리아에서는 당뇨 환자용 파스타와 비스킷, 스웨덴에서는 혈당개선에 도움을 주는 요거트 형태로 판매된다. 프랑스에서는 혈압, 혈당 수치, 혈중지질 개선을 목적으로 비스킷이나 바(Bar)로 귀리를 먹는다.
국내에서는 귀리가 파우더나 오트밀 형태로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시리얼 제품도 있다. 대부분 체중조절용 조제식품 품목으로 분류되거나 식사대용식, 다이어트식으로 이용된다.
‘베타글루케어’는 귀리를 이용한 건강기능식품 중 하나다. 이 제품은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귀리 식이섬유(수용성 베타글루칸)로서 콜레스테롤 개선과 식후 혈당 상승 억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고시형 기능식품으로 인증 받았다.
○ 다이어트에서 당뇨환자 혈당 조절까지
베타글루케어를 수입·판매하는 프로섬 헬스케어코리아에 따르면 이 제품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에서 재배한 귀리가 원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스칸디나비아는 귀리가 자라는 데 적합한 조건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섬 헬스케어코리아 이창한 대표는 “프로섬 헬스케어는 스웨덴에 본사가 있으며 전 세계 29개국에 귀리 원료와 제품을 유통한다”면서 “국내 소비자가 접하는 베타글루케어 역시 스웨덴에서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프로섬 헬스케어는 높은 점성도와 용해도, 분자량을 가진 제품을 생산하는 고 공정기술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는다”고 말했다. 베타글루케어는 단백질 식이섬유 농축 기술을 통해 파우더형 1포 14g에 3g 베타글루칸을 포함한 6.16g의 귀리 식유섬유를 함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제품은 적은 양으로도 식약청 권장 섭취량의 2배 이상의 베타글루칸을 섭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베타글루케어는 음식물을 캡슐화해 위에 당이 흡수되는 것을 지연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그래프 참조). 이 대표는 “혈당은 최대 35% 감소, 인슐린은 최대 44% 감소, 콜레스테롤은 최대 10%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위장 기능을 향상시켜 포만감도 지속시켜 주기 때문에 아침대용식이나 성인은 물론 소아비만의 다이어트식으로 이용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 제품은 시리얼과 파우더 형태 두 가지로 판매된다. 시리얼은 1포 25g으로 3g의 베타글루칸을 포함한 6.6g의 귀리 식이섬유가 함유돼 있다. 두 제품 모두 우유나 두유, 요거트, 물과 섞어 먹으면 된다. 시리얼은 간식대용으로 씹어 먹을 수도 있다.
박은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