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떡
오공이가 자라던 강원도 산골 마을 절골엔 이맘때쯤이면
집집마다 우물가에 커다란 함지에 감자를 물에 담가 놓아 썩히느라
구린내가 온 동네에 진동했습니다.
감자는 하지가 지나서 캐기 시작해서 늦어도 장마가 오기 전에는 다 캐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지루한 장마에 감자가 다 썩거나 싹이 나와서 못 먹게 됩니다.
장마 지기 전에 보리도 베야 하고 감자도 캐야하고
바쁘게 생활하다보니 감자를 캐다 호미로 많이 찍어 상처를 냅니다.
호미로 찍힌 감자는 상품 가치도 없고 금방 상해 버리기에 썩혀서 감자떡을 만듭니다.
상처 난 감자를 깨끗이 씻어서 함지에 담아 물을 부어 놓고 며칠 있으면
껍질이 둥둥 떠오릅니다.
떠오르는 껍질을 걷어내면서 또 며칠이 기다리면 썩어서 풀어지기 시작합니다.
완전히 썩어서 풀어지면 고운체에다 으깨주면서 걸러줍니다.
그러면 찌꺼기들이 고운 가루로 변하여 체를 통하여 걸러지고
체를 통과한 가루는 물속에서 계속 썩습니다.
하루에 두어 번씩 물을 갈아주며 두어 달 이상 지나면 가루가 하얗게 표백되며
아주 고운 녹말로 변합니다.
하얗게 변한 녹말을 뜨거운 가을 햇볕에 보름이상 말리면
밀가루 보다 더 곱고 뽀얀 가루로 변합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썩혀서 손질한 녹말가루를 말려 반죽을 하여 팥고물을 넣어
송편을 빚습니다.
하얗게 빚은 송편을 솥 밑에 청솔가지를 깔고 찌면
신기하게도 하얗던 송편이 새카맣게 변합니다.
따뜻할 때 먹으면 쌉쌀하고 아린 맛이 나면서 쫄깃쫄깃 한 게 맛있으나
식으면 금방 딱딱하게 굳어 맛이 없어집니다.
딱딱하게 굳어 버리면 밥 뜸들일 때 위에 얹어 다시 데워서 먹곤 하였습니다.
그 시커면 감자 떡을 저녁이면 주식으로 먹어서
오공이는 팥고물만 먹고 엄마 몰래 내버리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는 감자떡이 오리지널 감자떡이고
그냥 생감자를 즉석에서 강판에다 갈아서 떡을 해 먹기도 합니다.
그 생 감자떡은 옅은 재색을 띠며 미끌미끌 한 게 삭힌 감자떡보다 맛이 덜합니다.
요즘은 감자떡도 여러 가지 색소를 넣어서 예쁘게 만들고
또 굳지 말라고 수입산 타피오카 전분도 섞어서 만듭니다.
그래서 그런지 옛날처럼 식어도 굳지를 않고 말랑말랑 한 게
맛도 옛날처럼 투박한 맛이 아니고 부드럽고 달작 지근 합니다.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이렇게 날이 무더울 때면
점차 현대화, 서구화되어가는 입맛의 변화 속에서
어릴 때 엄마가 썩혀서 해주시던 감자떡 생각이 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