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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따위 필요없다"
"동경에서 1엔도 들이지 않고 얼마든지 생활할 수 있다"
일견 세상물정 모르는 젊은이의 폭언으로 마저 들리는 과격한 지론들로 일약 유명인사가 된 청년이 있다.
1978년 쿠마모토에서 태어나 2001년 와세다대학 이공과학부 건축학과를 졸업한, 사카구치 쿄헤이다.
동경 진구마에에 위치한 와타리움 미술관에서는 지난 가을부터 약 세 달간 그의 개인전 <신정부전>이 개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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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카구치 쿄헤이坂口恭平가 대체 어떤 인물인지 간단히 소개 할 필요가 있겠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그의 직업은 ‘건축가, 작가, 그림쟁이, 춤추는 사람, 노래하는 사람’이라 표기되어 있다. 거기에 한가지 더 추가하자면 ‘신정부 초대내각총리대신(新政府 初代内閣総理大臣)’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물론 현재 일본의 수상은 아베신조 총리다.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 신정부, 초대총리, 수식어들만 봐서는 여러모로 의심스러운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건축가를 꿈꾸며 대학에 들어갔지만 이미 세상엔 건물이 남아돌고 있었다. 일찍이 건축설계를 그만두고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법’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 돈이나 토지를 소유하지 않아도 성립 가능한 주거의 형태는 없는 것인가. 집합주택 옥상에 버려진 텅빈 정수탱크, 고가도로 밑, 공원의 벤치… 도시에서 매일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상자의 관계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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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상과 사카구치 쿄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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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본격적인 활동의 시작은 와세다대학의 건축학과 재학중에 스미다강(隅田川)의 ‘스즈키상’이라는 노숙자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면서 부터다. 블루시트 위에 솔라패널을 설치하고 알루미늄캔을 주워 생계를 꾸려나가며 자동차 밧데리로 티비, 라디오 등의 전력을 사용하고, 가까운 도서관은 자신의 서재, 공원은 리빙룸으로 생활하는 스즈키상의 라이프스타일에 그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보통 하루에 어느정도의 물을 사용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생활하는 우리들이지만 스즈키상은 성인 두명이 생활하려면 소주페트병으로 10병(약40리터)이 팔요하다고 파악하고 있었다. 또는 배터리의 불꽃이 튀는 방향이나 그 모양새를 보고 앞으로 몇 시간정도 안심하고 티비를 볼 수 있을지 계산한다. 자신의 생활이 ‘양’으로서 가시화가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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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상을 비롯한 ‘지혜로운’이들의 삶의 방식을 인터뷰하고 관찰하기 시작한 사카구치는 대학 졸업논문으로 노상생활자의 집을 건축학적으로 조사한 레포트를 발표하고 그동안의 조사내용을 모은 사진집 <0엔하우스>를 간행하면서 그의 본격적인 작품활동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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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ar 0yen house" (2000~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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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city#4"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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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사카구치 쿄헤이가 지금까지 조사해 온 다양한 ‘삶의 형태’들이 상세한 스케치와 수기, 사진 등의 자료와 함께 그의 작품 <모바일 하우스>의 실물 및 모형을 통해 전시되었다. 미술관의 2층에서 4층까지 이어지는 전시내용은 이러한 노숙생활자들의 생활 속의 지혜야 말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데에 있어 중요한 힌트가 된다는 그의 말에 설득력을 더한다.
"坂口自邸"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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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D GARDEN HOUSE"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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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내용 (2층) (이미지 제공 : AXIS jiku)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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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구성에서부터 작은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그동안의 연구를 통한 발견들과 현대사회를 속박하는 수많은 제약들의 틈에서 보다 당당하고, 즐겁게 살아가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넘쳐난다. 누구든 경비 0엔으로 집을 지을 수 있고, 아무것도 소유하고 있지 않아도 사람은 충분히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을 특유의 유머러스한 말투로 풀어내고 있다.
여기까지가 건축가, 작가, 그림쟁이로서의 사카구치 쿄헤이다. 노숙자들의 생활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집의 의미와 형태에 대해 독자적인 주거론을 펼치고 몸소 실천해 오고 있는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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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bile house _ 스케치" (2011년)
그의 대표작 모바일 하우스. 앞서 소개한 ‘스즈키상’의 지도를 받아 제작한 이동형 주거다.
바퀴가 달리는 순간 이 움직이는 집은 건축이 아닌 가동재로서 법률상 리어카와 같은 류로 취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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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bile house - 모형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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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또 하나의 타이틀, ‘신정부 초대내각총리대신’은 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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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센터(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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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봄,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났고 많은 수의 피해자들이 생겨났다. 당시 동경에 있던 사카구치는 정부의 무력함을 느끼고 동년 5월, 고향인 쿠마모토로 거점을 옮겨 피난소 <제로센터>와 함께(제로센터가 오픈한지 약 1달만에 100명 이상의 재해자들이 쿠마모토를 찾았다. 동년 여름에는 후쿠시마에서 어린아이들 50명이 3주 여름캠프로 머무르기도 했다) ‘신정부’를 수립하고 스스로 초대내각총리로 취임했다.
물론 기존의 정부와 싸울 생각일랑 애초부터 없다. 신정부에서는 그의 트위터계정의 팔로워들이 모두 신정부의 ‘대신’이 된다. 트위터 계정은 현재 비공개 상태. 신정부의 ○부 대신이 되고 싶다면 먼저 리퀘스트가 필요하다. (프로필 상에서는 ‘쇄국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곧 계정이 없어질거라는 이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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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의 재능이 있고 사회적인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는 누군가를 만나면 “당신은 어느부의 대신입니까?(あなたは何大臣ですか?)” 라고 묻는다. 현재 신정부의 문부대신에는 인문학자 나카자와신이치中沢新一, 후생대신은 영화감독 카마나카 히토미鎌仲ひとみ가 맡고 있다. 그는 신정부의 공약으로 ‘자살인구 제로’를 세우고 자신의 휴대전화번호를 홈페이지 및 미디어를 통해 공개. ‘생명의 전화’로서 죽음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과 직접 대화하고 함께 엉킨 실을 풀어가고자 하는 활동도 진행해 오고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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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활동들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신정부를 수립한지 2년도 채 되지 않았다.
건축가로서, 작가로서, 그림쟁이로서, 춤추고 노래하는 놈으로서 그리고 신정부의 초대총리로서 어떤 "막말"을 하고 그것을 어떻게 실행에 옮겨 "저지를" 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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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구치 쿄헤이 坂口恭平
1978년, 쿠마모토 출생. 2001년 와세다대학 이공과학부 건축학과 졸업.
건축가, 작가, 그림쟁이, 춤추는 놈, 노래하는 놈. 2011년 5월 신정부를 수립하고 초대내각총리대신으로 취임. 사진집 <0엔 하우스>, 저서로는 , <스미다가와의 에디슨>, , <제로에서 시작하는 도시형수렵채집생활>, <독립국가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근년 벤쿠버, 베를린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 2012년 8월 CD, 을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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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0엔 하우스 : www.0yenhouse.com/
ZERO PUBLIC : www.zero-public.com/
사카구치 쿄헤이 – train train
http://www.youtube.com/watch?v=NLn1lPRd_ck&feature=share&list=PLbyOQ__FxaApJe1qifzWHkALTlXWcvS1K
이 곡 외에도 유튜브 검색창에 그의 이름 坂口恭平를 입력하면 그동안의 토크쇼 영상들과 노래들(?)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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