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점자도서관을 찾아
부산 지역 시각장애인들의 편안한 안식처라 불리는 곳이 있다. 부산 사상구 덕포2동에 위치한 부산점자도서관. 이곳에선 시각장애인들이 평소 보고 싶어도 보지 못했던 책을 자원봉사자의 목소리로 듣거나 점자로 접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각종 서비스와 '사랑의 점자 나누기 캠페인'을 통해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운동에 나서고 있는 부산점자도서관을 찾았다.
# 시각장애인 위한 책 낭독
부산점자도서관에서 2년째 '낭독봉사'를 하고 있는 주부 최유정(44·여·부산 금정구 남산동)씨. 최씨가 하는 일은 점자를 읽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책을 낭독해 컴퓨터 디지털 음성파일로 녹음하는 것이다. 녹음된 음성파일은 MP3 형식의 CD로 제작돼 시각장애인들이 도서관에서 쉽게 대출할 수 있다.
최씨는 일주일에 한번 2시간씩 녹음실을 찾아 지금까지 9권을 녹음했다. 보통 소설책 1개 분량을 녹음하려면 약 2개월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는 대작업이지만 최씨는 낭독봉사를 할 때마다 보람이 남다르다.
최씨는 "봉사활동에 하루라도 빠지게 되면 마음이 불편할 정도"라며 "시각장애인들이 내 목소리를 통해 책의 감동을 조금이나마 전달받을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낭독봉사자 82명이 컴퓨터 3대를 이용해 녹음도서를 제작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문학서적,한의학 전문서적 등 5천여종 1만6천여권의 책이 CD나 테이프로 구비됐다.
자원봉사자들이 소중한 땀방울을 흘리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정부에서 지원되는 예산은 전체 예산의 절반에 그치고 있고 부족한 금액은 모금행사 등 외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녹음실 한진희 팀장은 "녹음기자재와 인력이 아직도 부족한 형편"이라며 "충분한 자료제작을 위해 디지털 파일 제작용 컴퓨터 등 각종 기기와 인력 확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 사랑의 점자를 나눠요
"잠깐 명함 좀 볼까요,이렇게 하면 시각장애인들이 더욱 친숙하게 느끼죠."
부산점자도서관 점역실 김진 팀장이 기자의 명함에 송곳과 보조기기를 사용해 점자를 입력했다. 10여초만에 소속사,이름,직위가 점자로 각인된 기자의 명함은 시각장애인에게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물론 친밀감도 줄 수 있다는 설명.
부산점자도서관은 '사랑의 점자 나누기 캠페인'을 실시중이다. 지난 1997년부터 펼치고 있는 '점자명함 1인 1갑 갖기 운동'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반 명함 1갑을 가지고 점자도서관을 찾으면 점자명함각인기 또는 수동으로 상호,이름,전화번호 등을 무료로 각인받을 수 있다.
점자도서관 측은 점자표시판,핸드레일 점자표기,유도블럭 등 점자부착물을 건물에 설치할 때 자문을 해주고 있다.
현재 새로 신축되는 건물에는 법률에 따라 반드시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점자도서관은 시각장애인의 관점에서 점자부착물의 설치 위치 및 요령을 설명해준다.
김 팀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사회를 실현해 나가고자 한다"며 "시각장애인을 돕는 활동에 참가하고 싶다면 꼭 연락해 달라"고 말했다.
문의 부산점자도서관 051-302-9010.
부산일보 2006-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