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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내린 무대는 적막하다 洪 天 安 저녁 일곱시가 되자 관객은 극장 앞으로 몰려든다 갑자기 골목길이 소란하고 극장문은 네오사인 간판으로 시야를 어지럽힌다 관객 앞에서 갖가지 연기로 웃기고 울리고 훌쩍 두어 시간을 보낸 뒤 막은 내리고 배우는 혼자가 된다 요란한 장식 벗어던지고 의자에 걸터앉아 차 한잔 들며 언제나 웃던 그의 얼굴도 이제는 홀가분하게 펴진다 세상에 가장 인기있는 사람으로 보낸 두 시간 지금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그의 공간 검푸른 하늘에 별똥별이 흐르고 또 다시 무대의 막이 오른다 부슬비 내리는 공항에 洪 天 安 춥고 어두운 밤 부슬비까지 내리는 공항 창가에서 여행가방에 걸터 앉아 창밖 어둠 속을 응시한다 가방을 끌고 들어선 공항 안내방송이 탑승을 재촉하고 누군가 출국장을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이 보인다 낯선 도시로 가고 있지만 그곳에선 추위를 피할 수 있을까 이어폰으로 음악소리를 듣다가 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댄다 루비콘강을 건넌 이제 밤하늘엔 행성 하나 떠돈다 등 뒤엔 뿔뿔이 끊어진 끈 부슬비 되어 내리고 비행기도 벌판에 내린다 지구가 한바퀴 도는 동안 민들레꽃 피던 자리엔 조각달이 먼저 거기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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