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끼는 포구의 풍경이다. 심곡항의 어떤 순간이다.
항구라고 적었지만 항구의 규모나 분위기에는 아예 미치지 못한다.
또, 내가 알던 심곡은 더 아니고 아니다.
정동진과 금진을 잇는 해안도로 공사가 계획되면서, 요 눈곱만했던 포구는
사실상의 종언을 고했다. 내가 아낀 건 그때 그 풍경이었다.
그때 그 순간이라고 해야 맞겠지.
그저 횟집 서넛 있고, 눈 앞에 바다가 구시렁대고, 작은 목선 몇 척 띄워놓은
심심적적한 바다였을 뿐.
심곡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갖고 있지 않았었다.
마치, 연인과 헤어지고 일주일쯤 지난 여자의 뒷모습같다고나 할!
정동진이 거리의 여자처럼 천박에 이끌리면서, 이웃한 심곡도
덩달아 시끄러워지더니, 이젠, 제 빛깔과 냄새를 빼앗겨 버렸다.
그렇더라도, 거기 지나다, 간판 '미선이네'가 보이거든 들어가서
감자 부치기나 감자 옹심이를 시켜 먹을만 하다.
그릇 당 4천원이고 소주 한 병에 2천원이다.
떼지어 갈 일은 아니다.
참고로, 내 첫시집 앞에 놓인 '시인의 말은'
'흐린 날 낡은 그물을 메고 바다로 나서는
어부의 심정으로 첫시집을 펴낸다' 였다.
'빠알간 모자'를 쓴 어부는
나보다 한 급 위군,
부러운 건, 그런 숨은 뜨거움일 것.
첫댓글 미선이네!! 난생처음 그곳에서 감자 옹심이 맛보고 신기해 하며 촌티 내던곳, 나는 그런 음식이 있다는걸 몰랐었다.심곡항 맞은편 산 언덕에 좋은 심층수 or 온천수가 나온다고 그곳 물(?)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뻔질나게 들락거렸었는데 , 지금도 성업중일까? .... 첫 시집내고 가지셨던 "처음처럼" 같은 마음 엿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