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양성산엔 숨어있는 역사가 꿈틀거린다
(양성산 제1편)
루수/김상화
오늘은 송우 산악회에서 일 년의 무사고를 위해 시산제를 지내기로 한 날이다. 시산제는 산악인들의 안위를 비는
연례행사로 봄철에 산신령께 도와달라고 제를 지내는 것이다. 우리는 시산제를 청주에 있는 양성산 자락에서 지내기로 했다. 제를 지내고 이 산의
정상까지 올라가는 산행도 할 것이다. 산행이 끝나면 식사를 한 뒤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를 간다고 한다. 필자는 청주가 고향이다. 청주시 청원군
오창면 "일신리"라 는 조그마한 마을에서 태어났다. "일신리"는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앞은 시원스럽게 확 트여 있다. 마을 양옆으론
개울이 있어 언제나 산골짜기에서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청정 마을로 아침이면 새들이 조잘대는 향기롭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확 트인 마을 앞은
끝도 없는 들판이 펼쳐져 있다. 필자가 어릴 적엔 그 골짜기의 상류에서 가재도 잡고 동무들과 철엽을 한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중학교 1학년
때 청주시로 이사를 했다. 필자는 30여년을 이곳에서 살다 서울로 이사를 왔다. 오랜 세월을 살았기 때문에 이 지방의 지형을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양성산은 한 번도 가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들어 본 적도 없는 산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문의면은 청주시에서 약
12km 떨어져 있다. 지금은 그곳이 청주시로 편입되었다. 양성산은 우리나라 200대 명산으로 손꼽히는 산이다. 청남대란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1983년에 착공하여 6개월만인 12월에 완공되었다. 별장은 약 20년 만에 노무현 대통령께서 민간에 이관하라는 지시에 따라 2003년에
모든 관리 권한이 충청북도로 이관되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민간인에게 개방된 것이다. 그런데도 삶이 바빠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청남대를
간다는 말이 나오자마자, 뭐, 대통령 별장이 있는 청남대를! 하며 반가운 마음에 가슴이 뛴다. 가슴이 뛸 정도로 가보고 싶었던 생각지 못한 곳을
간다고 한다. 청남대는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신대리 산25-2번지에 있다. 필자는 청주에서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이곳의 지리를 잘 안다.
청남대가 생기기 전엔 대청댐에 몇 번 놀러 간 적이 있다. 청남대는 필자가 청주를 떠난 뒤 생겼다.
청주 양성산을 향해 버스는
달리기 시작한다. 옆자리엔 처음 보는 심경숙 회원이 앉았다. 이야기하다 보니 아들이 청주 교육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청주를 몇 번 다녀간 적이
있다고 한다. 서울에서 청주는 1시간 반이면 간다. 매우 짧은 거리라 금세 도착한 기분이다. 양성산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거기에 자리를 잡아
시산제를 지낼 준비를 했다. 고원진 감사와 정해봉 산 대장이 솔선수범해서 준비해준다. 여러 회원을 위해 앞에 나와 솔선수범 일을 한다는 것은
회원들 모두 배워야 할 좋은 표양이다. 홍권효 부회장의 사회로 본 산악회 김성중 회장이 제주(祭主)가 되어 제(祭)를 올리기 시작했다. 회원
모두 한마음 되어 숙연한 자세로 산신령(山神靈)께 무사고를 비는 제(祭)를 드렸다. 시산제(始山祭)란 산악인들이 새해가 시작되면 산행 때 안전과
건강을 기원한다는 뜻에서 제(祭)를 올리는 일종의 행사다.
필자에게 초혼문(招魂文)을 낭독해 달라고 해서 낭송했다.
*초혼문(招魂文) *
지난해에도 송우 산악회의 모든 회원에게 무사히 산행할 수 있게 도와주신 산신령님께 감사드리고 또
2019년에도 무사히 산행할 수 있게 도와주십사하고 부족한 정성이지만 성심을 다하여 조촐한 제물을 마련하여 명산의 정기 어린 이곳 양성산
기슭에서 신령님께 바치오니 신령님께서 인간 세상에 내려오셔서 임재(臨在)하여 주시옵소서!!
축문은 이 산악회 박치원 고문께서
하셨다.
유~세~차 단기 4352년, 서기 2019년 기해년 3월 9일 저희 송우 산악회 회원 일동은 이곳 양성산 기슭에 올라, 이 땅의
모든 산하를 굽어보시며 그 속의 모든 생육을 지켜주시는 산신령님께 고하나이다. 산을 배우고 산을 닮으며 그 속에서 하나가 되고자 저희가 매달
산을 오르니 이것을 어찌 작은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며, 아무 낙오자도 없이 안전하게 산행을 하게 해주신 것은 신령님의 자애로우신 보살핌의
덕이 아니었다고 어찌 감히 말할 수 있으리오. 송우 산악회가 오늘 감사의 시산제를 올리는 이곳 양성산 아름다운 조화로 가득한 산과 골짜기에서
우리의 발걸음을 지켜보시며 오로지 무사 안전한 산행이 되도록 우리의 발걸음을 보살펴 주신 신령이시여! 바라오니, 되도록 우리의 발걸음을 보살펴
주시옵소서!
시산제(始山祭)를 마치고 양성산(養性山)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양성산은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미천리에 있는
산으로 300m밖에 안 되는 나지막한 산이다. 백제 시대 일모산, 신라 시대 연산, 그 뒤에는 승려 화은이 승병을 길렀던 곳이라 하여 양승산,
양성산으로 불렸다. 정상에 오르면 대청댐이 한눈에 보이며 산 중턱에는 독수리 바위가 높게 서 있다. 정상부에는 474년에 축조된 석축 산성이
있는데 고려의 유금필 장군은 이 성에서 후백제 길환 장군을 물리쳤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산임을 알 수 있다.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길은 다른 산에 비해 돌이나 깔딱고개가 거의 없는 순한 산길이라 할 수 있다.
옛
문의현(文義縣)의 행정 중심지였고 현재는 문의면 소재지인 미천리 마을 서쪽에 있는 해발 292m의 양성산 정상부를 둘러싼 퇴뫼식 산성이다.
삼국시대 축조된 산성으로 후삼국까지 치열한 격전장소로 군사적, 행정적 중심지 역할을 했던 산성이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474년(신라 자비
마립간17)에 일모(一牟), 사시(沙尸), 답달(畓達), 광석(廣石) 등이 성을 쌓았다는 기록과 925년 (고려 태조 8년)
정서대장군(征西大將軍) 유금필(庾黔弼)을 파견하여 후백제의 장군 길환(吉奐)을 죽였으며 932년(태조 15년)에는 왕이 이곳에 와서 전투를
벌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유서 깊은 성이다. 성내에는 직경 19m, 둘레 60m 정도의 둥근 연못이 남아 있다. 그런데 필자는 시간 관계로
아쉽게도 연못을 보지 못하고 간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 오지만 공기는 약간 차갑다. 그러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향기로운 봄
내음이 바람에 실려 날아오고 새들의 노랫소리 정겹게 들려온다. 몇 사람씩 그룹을 지어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올라가다
갑자기 전윤연 명예회장이 빙그레 웃으며 오라버니 뒤를 돌아보세요, 한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뒤를 돌아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쏟아진다. 아름드리나무 사이로 대청호의 파란 물이 찰랑찰랑 굽이쳐 흐르고, 멀리 보이는 산과 맞닿은 하늘엔 구름 몇 조각이 신비롭게 예술품을
만들어 놓았다. 한마디로 경이로운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을 혼자 보기 아까워 부른 것 같다. 참으로 고마운 분이다.
전윤연 회장은 인정 많고 가슴이 따뜻한 분이며 감미로운 품성을 지닌 여성인가 하면 한편으론 카리스마가 대단하며 늘 사람들이 따르는 훌륭한 여성
지도자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필자는 바라보는 곳마다 풍광이 너무도 아름다워 마음이 자연에 녹아내리고 만다. 옆엔 정우진 회원이 함께 동행하여 아름다운 자연을 더욱더 향기롭게 감상할 수 있었고 마음의 꽃도 활짝 피울 수 있었다. 사진도 찍고 구수하게 대화도 나누며 걷는다. 마음 씀씀이가 대화 도중에 아름답게 느껴진다. 오늘 처음 함께 산행했지만, 품성이 곱고 품격이 갖추어져 있는 분으로 매우 훌륭해 보였다. 드디어 정상까지 올라왔다. 올라와 보니 정상 석은 없고 아담하게 팔각정자를 2층으로 세워놓았다. 팔각정자엔 "국태정(國泰亭)" 이란 현판이 붙어있다. 글씨체가 대단히 아름다웠다. 팔각정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니 아름답고 뛰어난 조망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내 고향이라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왜 이리도 하산하기가 싫을까? 신선한 공기와 바라보이는 경치가 유난히 아름다워서 그런가 보다. 그러나 다음 일정 때문에 빨리 하산해야 한다.
문의면에 존재하고 있는 문화유산을 소개하고 싶다.
문의문화재단지(文義文化財團地)란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문산리에 있는 문의문화재단지(文義文化財團地)는 금강과 미호천이 흐르는 낮은 구릉지에
위치하여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정착해 살아온 곳으로 많은 문화유적(文化遺跡)이 있다. 문의(文義)는 백제의 일모산군(一牟山郡)에는 신라
자비왕(慈悲王) 17년(474)에 축성(築城)한 산성(山城)이 있다. 이 산성에서 고려와 후백제 간에 치열한 전투가 있었으며, 조선 시대에는
성안의 연못에서 기우제(祈雨祭)를 지낸 기록이 전해온다. 문화재단지는 1980년도 대청댐 건설이 계기가 되어 1992년에 시작하여 1999년에
완공하였다. 단지 안에는 문의면 가호리 고인돌을 비롯한 선사 유적과 옛 문의현(文義懸)의 객사(客사)인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49호
문산관(文山館)을 이전 복원하였다.
또한 충청북도 문화재로 지정된 문의면 노현리 민가(제220호), 부용면 부강리
민가(제221호), 문산리 석교 (제222호), 낭송면 관절리 민가(민속자료 제38호)와 그 외에 양반 가옥, 주막집, 토담집, 대장간, 성곽
등을 재현해 놓았으며, 서덕길(徐德吉) 효자각, 김선복(金善復) 충신각을 원형대로 옮겨 세우고 문의지역의 옛비석(古碑石)들을 모아 비석거리를
조성하였다. 문화유물전시관에는 문의면 구룡리 두루봉동굴에서 발견된 홍수아이 원형복원 전시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소리로 볍씨관, 선사시대의
주거지, 종교 문화, 생활 모습 등을 재현하였다. 이 밖에도 2004년 준공된 대청호미술관은 1, 2층의 상설 및 기획 전시실을 비롯하여 3층의
라운지 룸, 그리고 최첨단 보안 시설과 수장고를 갖추고 있는 최신식 건물이며, 주변에 애국지사조형물과 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오늘은 내 고향 청주에서 시산제도 정성 들여 지냈고 양성산 정상에 있는 "국태정"이란 8각 정도 보고 내려왔다. 양성산이
역사적인 산이라는 것을 오늘에서 알았다. 또 대통령 별장이었던 청남대도 구경한다고 한다. 1편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2편에서는 청남대에 관해
서술할 것이다.
2019년 3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