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처럼 굽이굽이 펼쳐진 녹차밭 너머에 흰 눈을 이고 있는 후지산이 우뚝 솟아 있다. 후지산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시즈오카현에선 이 같은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초여름의 문턱, 녹차 향기 가득한 시즈오카로 떠나 보자.
◆ 일본 제일의 녹차 생산지
= 도쿄나 오사카, 나고야 등에서 신칸센을 타야만 갈 수 있었던 시즈오카가 가까워졌다. 6월에 후지산 시즈오카 공항이 개항함에 따라 인천과 시즈오카를 연결하는 직항노선이 신설돼 더욱 편리하게 다녀올 수 있게 됐다. 거의 일본 중앙에 위치한 시즈오카는 남북으로 후지산과 남알프스 등에 둘러싸여 있고 바다를 끼고 있어 천혜의 환경을 간직하고 있다. 풍부한 자연의 혜택을 받은 이곳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이 녹차다. 차 재배에 적합한 따뜻한 햇살과 바람, 깨끗한 물 덕분에 시즈오카는 일본 제일의 차 생산지가 됐다. 시즈오카 곳곳에서 광활한 초록빛 차밭을 만날 수 있는데, 이곳에서 일본 전체 녹차의 절반 이상이 생산된다. 시즈오카에서 가장 유명한 차는 센차(煎茶)로 봄부터 초여름에 걸쳐 딴 찻잎을 가공해 만든 것이다. 거의 모든 일본 사람이 식사 후에 마실 정도로 즐기며, 시즈오카에서 그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 차가 문화로 자리잡은 일본에서 다도(茶道)를 체험해 보는 것도 좋다. 시즈오카 곳곳에 숨어 있는 녹차 다원은 다도를 비롯해 차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중에서도 `마키노하라 그린피아`에선 4월에서 10월까지 찻잎 따기를 체험할 수 있다. 또 녹차 제조공장에서 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견학할 수 있고 직판매장에선 무료로 녹차를 즐길 수 있다. 레스토랑에서 녹차로 만든 다양한 요리를 준비하고 있으니 꼭 맛보도록 하자. 마키노하라 대지에 둘러싸인 오차노사토는 세계의 다양한 차 문화를 전시해 놓은 `차박물관`이다. 녹차의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고 녹차밭의 진한 향기를 맡으며 마시는 차맛이 일품이다. 뒤편에는 아기자기한 일본식 정원이 있으니 들러보도록 한다. ◆ 구름과 어우러진 후지산 일출 장관
= 시즈오카를 상징하는 후지산은 오랜 기간 분화활동을 거쳐 만들어진 일본 최고 명산이다. `후지산(富士山)`이란 이름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산이라는 의미의 `후지야마(不二山)`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고 끝도 없는 커다란 규모의 산을 뜻하는 `후지노야마(不盡山)`와 죽지 않는다는 뜻의 `후지(不死)`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후지산은 높이 3776m로 일본에서 가장 높고 산 정상 화구는 지름 약 700m, 깊이 약 240m에 달한다. 시즈오카현과 야마나시현에 걸쳐 있는데, 시즈오카현을 시작으로 후지산을 등산하는 것이 편하다. 또 시즈오카 공항을 이용하는 여행객들은 하늘에서 눈 쌓인 후지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후지산은 매년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여름에만 등상객들에게 개방된다. 여러 갈래의 등산 코스가 있는데 후지산 남쪽으로 오르는 코스를 이용하면 스루가만과 이즈반도가 펼쳐진 절경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은 해발 2400m까지 자동차로 오를 수 있지만 정상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체력이 필요하다. 5부 능선에는 지도센터가 있어 등산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고, 8부 능선에 위치한 진료소에서 등산객의 질병, 부상을 치료받을 수 있다. 후지산은 일정 높이 이상부터 산소량이 적어지고 기온도 한겨울 날씨로 갑자기 바뀌어 고산병에 걸릴 위험도 있다. 해발 3000m인 8부를 지나서부터 산소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산소물과 산소 압축캔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또 신5부 능선에서부터 정상에 오르는 코스와 하이킹 코스도 마련돼 있다. 5부 능선에서 정상까지 약 6시간이 소요되고 내려오는 데는 보통 2~3시간 정도 걸린다. 후지산 정상에서 일출을 맞이하기 위해선 차를 타고 5부 능선까지 올라 야간 산행을 해야 한다. 체력에 자신이 없거나 고산병이 걱정된다면 산장에서 수면을 조금 취한 뒤에 일어나서 정상까지 오르는 것도 좋다. 발 아래 넓게 펼쳐진 구름밭 위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은 후지산 등반의 묘미라 할 만큼 환상적이다. ◆ 고텐바 프리미엄 아웃렛
= 후지산이 바라다보이는 아름다운 자연 환경 속에서 즐기는 쇼핑도 특별하다. 고텐바 프리미엄 아웃렛은 물가가 비싼 일본에서도 무척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많고 절경이 한눈에 보여 가족 단위 쇼핑객이 많다. JR 고텐바역에서 아웃렛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는데,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후지산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놓치지 말자. 일본 최대 아웃렛 매장, 고텐바 아웃렛은 넓은 대지에 200여 개의 숍과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셔틀버스에서 내리면 길을 따라 주얼리숍이 들어서 있고 다리를 건너면 의류매장이 펼쳐진다. 다리에서는 후지산이 정면으로 보여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다. 또 유럽풍 쇼핑몰과 후지산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물건을 구입하지 않고 둘러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워지는 곳이다. 주방용품, 스포츠 등 다양한 숍이 있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많아 하루 동안 여유있게 둘러보는 것도 좋다. 또 고텐바에는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 레이스 코스 `후지 스피드웨이`가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직선거리만 1.5㎞가 넘는다. 전체 4.5㎞의 서킷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트랙과 각종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다. 국제적인 자동차 경주대회가 열릴 때면 5만여 명의 관중들이 모여 경기장이 후끈 달아오른다. 국제대회에서부터 주행대회까지 모든 장르의 모터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자동차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관심과 열정을 느낄 수 있다. 평소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들이라면 꼭 가볼 만한 곳이다. ■ 시즈오카 가는 길 6월 4일부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에서 인천~시즈오카 구간 직항편을 매일 운항할 예정이다. 비행 소요시간은 약 2시간. 도쿄에서 JR 도카이도 신칸센을 타고 약 1시간 소요. 버스로 시즈오카역까지 약 3시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