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소재)에서 주옥같은 그녀의 영화 작품들이 상영됐다. 국도극장에서 개봉해 단관 집계로만 37만 6천 명이 관람한 메가 히트작 <내가 버린 여자>(1977), TBC 단막극을 영화화해 제21회 아시아영화제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보통여자>(1976) 등 김 교우가 직접 각본을 쓴 작품들을 비롯해서, “김수현 원작”의 힘을 고스란히 넘겨받은 <겨울로 가는 마차>(1981), <상처>(1978, 1989), <모래성>(1989), <눈꽃>(1992) 등 모두 화려한 면모를 자랑한다.
드라마는 <사랑과 진실>, <사랑과 야망>, <모래성>의 첫 편과 마지막 편을 드라마 별로 2편씩 보여주었다.
모두 무료로 관람이 가능했던 이번 기획전은 20세기 후반 한국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 ‘김수현’의 대표작들을 통해 우리 관객들이 무엇에 웃고 무엇에 눈물 훔쳤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자리였다.
부대행사로 진행된 대담에는 김수현 작가와 함께 작품 활동을 한 감독, PD를 비롯, 후배 작가들이 참여했다. ‘김수현을 말한다’는 제목으로 열린 대담에는 <내 남자의 여자>에 출연했던 배우 김상중 씨, 마지막 시나리오 <어미>를 연출한 박철수 감독, 원작 <겨울새>를 각색한 이금주 작가, 드라마 평론가로 활동 중인 윤석진 교수가 참석했다.
김수현 작가와 관련된 네 사람은 서로가 생각하는 김수현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고 심도 깊게 나눴다. 윤석진 교수는 “1인 가족이 늘어가는 현실에서 가족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드는 의제설정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고 이금주 작가는 “대가족 속의 배려나 예의, 장점을 그려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주인공이 따로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다양한 캐릭터가 잘 살아있다는 특징과 김수현식 대사에 대해서도 토론했다. 김상중 씨는 “작품촬영 중 특히 대사가 많은 사람에게 ‘오늘은 누가 계탔냐’라고 이야기할 정도인데, 주인공뿐 아니라 모든 인물이 살아있고 설득력이 있다”고 칭찬했다. 박철수 감독은 “조역과 단역에 대한 배려가 빛난다”며 “인물에 대한 분석이 정말 뛰어난 작가”라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김수현 작가가 후배 작가들이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다뤄주는 작품을 쓰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작가 김수현에 대해 영화, TV드라마, 멜로드라마, 대중문화 등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강좌 ‘김수현, 한국 대중문화의 최전선’도 마련됐다. 나흘간(2월 3일~6일) 열린 기획강좌는 그간 학술적 논의의 기회가 적었던 작가 김수현에 대한 탐구의 시초를 제공했다. |